방정환문학상과 새벗문학상을 수상한 아동문학가 서향숙 작가의 신작 동시집이다. 그동안 서정시에서 출발해, 여행시 등 동시의 다양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 온 시인이 시어에 대한 고민과 소재의 확장, 형식의 다변화에 신경을 쓰며 심혈을 기울인 신작들을 담았다.
이번 동시집에서 56편의 신작 동시가 수록되어 있다는데, 1부에는 동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살아있는 동식물들에 대해, 2부에는 사물들에서 이야기를 찾아내는 동심을, 3부에서는 가족과 친구, 학교 등 어린이들이 살아가는 세상 이야기를, 4부에서는 자연현상을 바라보는 어린이의 우주적 상상력을 담아내고 있다.
서향숙 시인은 소재를 새롭게 발견하려고 노력할 뿐 아니라, 그것을 풀어내는 시어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의성어와 의태어를 찾아내기도 했다. 이야기처럼, 술술 읽혀지면서도 재미있는 동시집입니다.
동심을 담아내는 다양한 방법
한 권의 시집에 비슷한 느낌의 작품들을 담아낼 필요는 없다. 소재도, 시적인 기법도,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비슷할 필요가 없다. 하물며,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내는 동시의 경우는 팔색조처럼 나타나는 어린이의 마음을 다양하게 표현해 내려고 노력해야 한다.
서향숙 시인의 신작 동시집 ‘하품하는 땅’을 보면 다양한 방법으로 어린이의 마음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우선은 소재의 폭이 넓다. 가족, 학교, 사물, 놀이 등의 카테고리 안에 제한되지 않고, 면도하는 아빠에게서 과거에 유행했던 산신령의 이미지를 끌어내기도 하다가(아빠는 산신령),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고상한 오케스트라를 상상하기도 한다(비오는 날의 오케스트라). 또 멀리 해외 여행의 경험에서 얻는 소재들을 과감하게 동시에 옮겨와 어린이 독자들로 하여금 간접경험의 즐거움을 누리게도 해준다. 슬로베니아의 작은 섬에 있는 성당과 소원의 종을 어린이들이 적접 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지만, 동시를 읽으면서 만날 수 있다(소원의 종). 동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낙지연포탕이라는 음식도 천연덕스럽게 등장하고 있다(냄비 받침).
또한 동심을 담아내는 시어의 다양성도 눈에 띈다. 채송화가 꽃샘추위에 ‘오소소 떨고’ 있으며, 산골마을 식구들은 ‘벙시레 벙시레’ 웃고 있다. 의성어 의태어 외에도 다양한 대화체가 다양한 방식으로 구사되고 있으며, 대상을 묘사하는 표현들에도 새롭게 다가온다. 모짜렐라 치즈를 튀김이 ‘온 몸에 돌기를 세웠다’는 표현이나(모짜렐라 ?브 튀김), 연필꽃이의 연필과 지우개도 ‘걸어다니고 싶고’, 흰 바둑돌은 이기려는 마음에 이를 앙물다가 ‘얼굴 빛이 하얘지기도’ 했다.
이외에도 대화체를 천편일률적으로 사용하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있다. 주고 받는 식의 대화체를 넘어서, 일방향적인 질문으로 대화가 진행되듯 시를 전개시키는 작품도 많다.
서향숙 시인은 다양한 시도 만큼이나 어린이의 마음을 다양하게 관찰하는 시인이다. 쉽게 규정하지 않고, 한면만 보지 않는다. 이렇게도 저렇게도 어린이들을 대하면서, 다양한 측면에서 동심을 표현해내려고 노력한다.
쉽게 술술 읽혀지는 동시집,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읽으면 더 재미있는 동시집이다.
[1부] 참깨 들깨 보물
별을 닮고 싶은 반딧불이 … 12
올챙이가 그린 악보 … 14
코끼리 발자국을 보고 … 15
참깨 들깨 보물 … 16
반란을 일으킨 주꾸미 … 18
화난 꽃게 … 20
한꺼번에 와르르르 … 22
은행나무 고목 … 23
빌딩에서 빌딩으로 … 24
조각배 공원 조팝나무 … 26
장흥 메밀밭은 귀 밭이야 … 27
노란 죽순 … 28
초록 동굴 … 30
채송화 꽃씨의 꿈
[2부] 술술 풀어내지
술술 풀어내지 … 38
겁쟁이 빨래들 … 40
장님이 된 콘센트 … 42
피뢰침 바늘 … 44
냄비받침 … 46
노란머리 하얀 얼굴인형 … 48
연필깎이 … 49
고가사다리차는 겁쟁이 … 50
초록색 편지 … 52
속울음 우는 나 … 53
흰 돌 장사와 검은 돌 장사 … 54
파스 훈장 … 56
지켜주는 철조망 … 57
궁딱궁딱 여기저기 … 58
[3부] 손금이 말해요
손금이 말해요 … 62
붓글씨 쓰기 … 64
아빠는 산신령 … 66
설탕과 소금 … 68
벙시레 벙시레 … 69
햇살 친구들과 놀면 … 70
골목길의 기다림 … 72
모짜렐라 치즈튀김 … 73
국어사전 … 74
키가 크는 책 탑 … 76
연결고리 … 78
꼭 우리 아빠다 … 80
깨알 글씨 … 82
[4부] 봄은 울보다
봄은... 울보다 … 86
꽃샘추위 … 88
산불은 너무 무서워 … 89
하품하는 땅 … 90
백의관음상의 눈동자 … 92
바다의 꼬리 … 94
해와 바다 … 96
지진이 학교까지 삼키면 … 98
소원의 종 … 100
신기한 태양계의 비밀 … 101
비오는 날의 오케스트라 … 102
세상에서 젤 가는 변덕쟁이 … 104
지구가 소리 없이 웃겠다 … 105
우리도 외계인 … 106
하품하는 땅
-아지랑이
춥고 지루한 겨울 내내
웅크리고 잠만 자던 땅
사알살 깨어나서
커다랗게 하품하고 있어
길게
더 기일게
하품하는 땅
하얗게
더 하얗게
일어서는 땅.
술술 풀어내지
연필 넌 말이야
꼬오꽁 숨어버린
내 머릿속 기억을
잘도 풀어내게 만들지
잊고 싶지 않은 멋진 추억
자꾸 되살리고 싶은 어릴 때
재미있었던 일
실 꼬투리를 잡아서
술술 풀어내지.
서향숙 [저]
1952년 전라남도 여수에서 태어났으며, 조선일보 신춘문예(1996년)와 아동문학평론 신인상(1996년)에 각각 동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습니다. 방정환문학상, 새벗문학상, 공무원문예대전 국무총리상, 광주문학상, 광주·전남아동문학인상 등을 받았으며, 동시집 [연못에 놀러온 빗방울], [찰칵, 내 맘 다 찍혔겠다], 시집 [그대, 새 움트듯 깨어나 봐요]를 펴냈습니다. 지금은 광주 계수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한편,국제펜클럽, 한국문협, 광주문협, 전남문협,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동심의시 회원, 금초문학회 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박도현 [저]
서울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 전공,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심을 담은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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