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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범한 사람의 사회생활 이야기 저자 이기원은 열 살 때부터 고향을 떠나 객지생활을 하다가 직업군인으로 18년을 근무하고 불혹 무렵에 제대해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해보니 군대에서의 생활이 오히려 온실 속의 화초같이 편안한 삶이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 책은 군대생활에 안주하고 있던 저자가 사회라는 삭풍이 부는 허허벌판에서 막막한 심정으로 이곳저곳을 두드리며 엎어지고 넘어지기 일쑤인 삶을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글로 옮긴 것이다. 평범한 사람의 생각이지만 누군가에게는 의미가 있는 글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저자의 진솔한 고백은 어느 독자의 가슴에는 신선한 울림을 선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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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 살 때인 초등학교 3학년 2학기부터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살았다. 처음엔 초등학교 선생님 댁에서 함께 생활했다. 시골 마을 우리 동네에서 3년인가 근무하셨던 그 선생님은 아들처럼 대해주셨다. 하지만 거의 매일 밤마다 꿈속에서 그리운 부모님과 형제들, 어촌 마을이 고향인 바다와 언덕이 나타나 나를 괴롭혔다. 소리 없이 홑이불을 적시던 것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다가 중학교 때부터 사촌 형들과 함께 1년 동안 자취 후 다시 하숙 생활을 했다. 객지에서 고생이 많다고 생각하신 아버지의 배려였다. 그래서 자유를 만끽하며 살았다. 다행스럽게도 비뚤어진 길로 빠지지 않았고 고등학교 졸업 후엔 사관학교를 가게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군생활을 18년 동안 했는데 전역할 무렵엔 불혹이라는 40세의 턱밑에 와 있었다. 초등학생 아들 두 명을 포함한 우리 네 식구가 덜렁 남겨진 채로 말이다. 이때부터 ‘사회’라는 거친 세파와 싸워야만 했다. 양어깨가 더욱 짓눌리기 시작하는데, 적응이 잘 되질 않았다. 그래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른 채 좌충우돌하며 살았다. 사회생활 20여 년 동안 막노동을 포함한 1~2년짜리 직업을 십여 개 경험했다. 직업군인이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삶이고, 자유분방한 사회생활은 ‘거친 들판의 잡초’ 같은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전역 후 3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 책은 부모의 그늘을 떠나 객지를 전전긍긍하며 반세기 넘게 살아오면서, 보고 듣고 부딪치면서 느낀 단상들을 엮은 것이다. 주로 서민들의 삶의 애환에 관한 내용을 구세대의 좁은 시각으로 썼는데 두렵기도 하다. 조금이나마 쓸만한 대목이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축복과 행운이 함께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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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부 세상살이 냄새 아줌마 대기소 밥 삽질 사랑 추억 걱정 생일 의자 기차 세탁 압류 전단 식당 택배원 떡 연탄 김장 미화원 만원 은행 외판원 푸른길 얼굴 연금 실업급여 경비원 유통기한 요양원 빈소 제2부 짧은 생각들 세월 화장 칼 꿈 길 땀 태양 바다 잡초 연극 베개 도장 뇌 별 여행 절기 집 삼금 술 끊음 껍데기 피 왼손잡이 인사 낙하산 철 유언 희망사항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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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누라가 끓여주는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아련한 어머니 냄새와 겹친다. 그땐 십중팔구 된장국만 먹었다. 두부나 감자, 양파 등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쌀 씻고 난 뜨물에 텁텁한 된장만 넣고 끓인 국이다. 순수한 원조 된장국이다. 그래도 잘만 먹었다. 요즘 아이들은 할아버지 냄새와 비슷하다며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리고 칠순이 지날 무렵이면 폐차장에서나 반길 고물냄새를 풍기지 않던가. 그러면서 브레이크가 파열된 자동차를 타고 가드레일도 없는 비탈길을 쏜살같이 내려간다. 급기야 회귀 본능의 연어들처럼 기저귀를 찬 시절로 돌아간다. 친자식들도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는다. 어쩔 수 없이 요양원에 들어가 보호사들에게 의지해야 한다. 다행히 연금이라도 받고 있으니 요양비를 스스로 해결한다. 내리사랑이라고 저마다 자기 자식들 키우느라 부모 돌볼 여유가 없단다. 한 달에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는다. 그렇게 한숨 소리와 입냄새와 똥냄새를 풍기고 머금다가 냄새 없는 곳으로 안주한다. 인생은 냄새로 시작해서 냄새로 끝나는 단막극인가보다. -본문 중에서 불자는 아니지만 백팔번뇌가 있다고 한다. 눈·코·귀·혀·몸·마음(뜻)의 여섯 가지가 좋다·나쁘다·그저 그렇다의 세 가지 번뇌와 충돌하고 즐거움과 괴로움의 두 가지 번뇌가 대립하는데 이런 것들이 과거·현재·미래를 왔다 갔다 하다 보면 108가지 번뇌란다. 이 여섯 가지의 기본 번뇌 중 네 가지가 얼굴에 있다. 그래서 얼굴의 비중이 아주 높은가 보다. 오늘은 동그라미를 그리려는데 무심결에 어머니와 아버지, 마누라와 자식들의 얼굴이 얼키설키 나타난다. 모두 보고 싶은 얼굴이다. -본문 중에서 머지않아 그마저도 힘들어지면 갓난아기로 되돌아가 기저귀를 차게 될 것이다. 대·소변을 받아내고 물수건으로 온 몸을 닦아줄 것이다. 예전엔 며느리나 딸이 했었는데 요즘엔 요양보호사가 대신한다. 대리운전처럼 말이다. 그러다가 요양원 앞 119구조대 담벼락에 그려진 담쟁이 넝쿨의 마지막 잎이 떨어지면 생을 마감할 것이다. 피 끓는 젊은 시절 동안 7남매를 키우느라 피골이 상접했었던 그날들을 뒤로한 채 말이다. 생명은 윤회하는지 어제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오늘의 할머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내일이면 또 다른 할머니가 그 침대에서 잔잔하고 쓸쓸한 회환의 미소를 짓고 계실지 모른다. ‘현대판 고려장’이라 불리는 요양원의 하루는 오늘도 변함없이 진행형이다. -본문 중에서 어느 중년 가장이 세 식구와 함께 단출하게 살고 있었다. 그는 사업이 실패해서 빚더미에 앉고 말았다. 날이면 날마다 빚쟁이들이 찾아와 돈 내놓으라고 조르니 급기야 고뇌에 찬 결단을 내렸다. 길일을 선택해서 오밤중에 1톤 봉고 트럭에 짐보따리 대충 챙겨싣고 첫닭이 울기 전에 먼 길을 떠났다. 이를테면 야반도주다. 그리고 훗날 재기에 성공하여 원금과 이자를 전부 상환했다는 소문이 들린다. 살다 보면 여러 갈래의 길을 가게 된다. 거기엔 성공의 길과 실패의 길이 조용히 기다리고 있다. ‘실패는 성공이 잠시 변장한 모습이다.’고 했던가. 설령 실패했을지라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서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가 아니겠는가. 나그네 길처럼 끝이 없는 인생길이지만 후회 없는 길을 함께 가자고 권유해본다. -본문 중에서- 20층 높이의 빌딩 두 채를 청소하는 아주머닌 하루에도 여덟 번씩 오르내리며 쓸고 닦기에 여념이 없다. 오전과 오후에 걸쳐 청소하기 때문이다. 다리통이 붓고 어깨가 빠질듯한 통증이 와도 집 대문 들어설 땐 미소를 머금는 연기를 펼친다. ‘주황색 유니폼의 칸트’라 불리는 ...청소부는 새벽부터 바쁘다. 커다란 빗자루로 인도와 차도에 붓칠하듯 청소를 한다. 차들이 쌩쌩 달리거나 눈·비가 몰아쳐도 눈 한번 꿈쩍하지 않는다. 태연의 달인 같은 연극을 펼치는 것만 같다. 알바를 하며 대학교를 다니는 아들·딸은 하루가 30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잠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난한 부모 앞에선 여유로운 당당함을 보여주려는 표정 연기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대 위에서 펼치는 연극은 4막 5장이지만 세상살이 연극은 무한대일지도 모른다. ‘연극 같은 세상사’는 있어도 ‘세상사 같은 연극’을 모두 펼칠 수 없기 때문이다. -본문 중에서- 우리 역사상 낙하산의 대표적인 제도는 음서(蔭敍)제도일 것이다. 음서제도는 고려 6대 왕인 성종 때 문신 최승로가 상소한 시무 28조 중의 하나이다. 이는 5품 이상 관리의 자제를 과거시험 없이 관리로 채용하는 제도로서 금수저의 대표적인 갑질에 해당한다. 무려 1천 년 이전부터 시행해온 이 제도는 조선시대 때 2품 이상의 자제를 대상으로 하여 무임승차형 혜택이 확 줄어들긴 했다. 뿌리 깊게 내려온 이 음서제도는 대한민국이 출범한 후 70여 년이 지났건만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입법·행정·사법부의 고위직 자녀들과 재계의 회장과 사장들의 2세들, 학계와 스포츠계, 예술계 등을 망라하여 음성적으로 상존하고 있다.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꿈을 실현한 낙하산이 권력과 밥벌이와 이해관계의 대명사로 변신한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본문 중에서- 능력이 부족한 건지 줄을 잘못선 건지는 모르지만 주로 변방만 누비고 다닌 간부가 있었다. 그는 불평불만 없이 맡은 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항상 업무를 파악하고 확인감독을 철저히 했다. 그러다가 제대로 된 임자를 만났다. 그의 성실성과 책임감을 눈여겨본 상관이 계속 보좌관으로 중용하며 함께 일했다. 오작교에서 견우와 직녀가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지나면서 그는 상관이 거쳐온 그 자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지해나갔다. 인정도 받고 후계자도 된 셈이다. 도랑치고 가재 잡는 일석이조다. 그래서 유명인사가 되었다. 잡초도 분에 심어놓으면 화초라 했던가. 변방의 잡초가 온실 속의 화초가 된 것이다. 상전벽핸지 천지개벽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에겐 충분한 잠재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은 우수한 잠재역량을 갖추고 있다. 단지 기회를 잡지 못했을 뿐이다.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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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원 [저]

• 1957년에 태어나 육군 소령으로 전역하여 현재는 군사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 - [남자는 두 번 죽지 않는다]
  에세이 -[점 하나 찍고 간다] [아내의 고물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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