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사진은 보물상자다. 그 보물상자에는 ‘애틋한’, ‘행복한’, ‘그리운’, ‘보고 싶은’, ‘지우고 싶은’, ‘과거를 불러오는’, ‘미래를 떠올리게 하는’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붙곤 한다. 한 장의 사진이 일으키는 지각과 인지작용은 우리의 마음을 보게 하고 그것에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러한 사진의 기능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라고 묻고, 걷고 있는 발 사진으로 바쁜 하루였음을 전할 수 있다. ‘지금의 감정 상태를 말해줄 수 있나요’라고 묻는다면, 멈춰선 그림자 사진으로 갈 곳을 모르는 심정을 표현할 수도 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것만으로도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뷰파인더로 세상을 바라보고, 내 눈과 마음에 꽂힌 피사체를 프레임 안에 넣는 것, 그 자체가 나를 만나는 일이며 타인에게 말을 건네는 행위다. 사진은 우리가 세상과 타인에게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세상이 아프면 나도 아프고, 타인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밖에 없는 연결의 힘을 사진은 증명한다. 자신을 포함한 모든 존재의 있는 그대로를 보게 하고, 그 자체가 특별한 것을 인식하게 해주는 사진은 그래서 치유적이다.
사진치료의 초석은 한국사진치료학회에서 이뤄졌다. 2010년 초반, 사진치료학회 준비위원회를 결성하여 2012년 11월 16일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한국사진치료학회 출범식을 가졌다. 이 책은 학회가 설립된 이후 하계·동계 연수, 워크숍, 자격과정 등을 운영하면서 축적한 내용을 담은 것이다. 사진치료의 무궁무진한 가능성과 활용도, 매력 등을 담기에는 부족함이 있음을 알지만, 집필진들이 열정을 가지고 쓴 원고는 풍부한 임상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나온 글이기에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은 총 4 Part로 구성되어 있다. Part Ⅰ ‘사진과 사진치료’에서는 사진이 어떻게 치료·치유적으로 기능하고 있는가를 담았다. Part Ⅱ ‘주요 심리상담이론과 사진치료’에서는 정신분석, 대상관계, 실존주의, 인본주의 상담이론에 사진치료와의 연계성을 담았다. Part Ⅲ ‘세계의 주요 사진상담자’에서는 눈으로 지각하고 마음으로 의식하게 해준 주디 와이저(Judy Weiser), 울라 할콜라(Ulla Halkola), 로돌프 드 베르나르트(Rodolfo de Bernart), 크리스티나 누네즈(Christina Nunez) 등 우리나라에 직접 방
문하여 사진치료를 눈앞에서 경험하게 해준 상담자들과 조엘 워커(Joel Walker), 로지마틴과 조 스펜스(Rosy Martin & Jo Spence)에 대해 소개했다. Part Ⅳ ‘사진심리상담 실제기법’에서는 사진상담자에게는 익숙한 ‘투사적 사진기법’을 시작으로, 한 번도 다루지 않았던 ‘사진명상’까지 다양하고 폭넓은 열네 가지 사진치료 기법을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자세히 안내했다.
감사한 분들의 얼굴이 스친다. 핀란드와 캐나다까지 가서 사진치료 선구자들에게 연수를 받고 그 내용을 전수한 심영섭 초대회장의 열정이 사진치료의 시작이었다. 무엇보다 합심하여 책의 방향성과 내용을 참신하게 구성한 모든 집필진에게 공을 돌린다. 문학·영화·사진치료 분야의 슈퍼바이저이자 5~6년 전부터 전체 틀을 기획한 이지혜 부회장, 상담가로서 사진 심상에 관한 논문을 쓰고, 디지털 시대의 사진치료 공저 책을 낸 정윤경 교육관리위원장, 사진작가이자 예술치료사로 대중적인 활동을 하고 있는 한경은 학술위원장, 대학에서 후학을 지도하고 양성하고 있는 신혜경 사례관리위원장, 특히 미술심리상담·상담심리·명상분야의 임상경험을 토대로 풍부한 원고를 써준 김문희 자격관리위원장, 모든 집필진의 진심어린 노고...와 열정에 박수를 보낸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한결같은 마음으로 지지해준 박영스토리 노현 대표와 세심한 부분까지 매만지고 다듬어준 최은혜 편집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저자들을 대신해 사진을 매개로 내담자를 만나는 모든 사진심리상담자들에게 좋은 표본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이 당신의 가슴에 한 장의 사진으로 각인되었으면 좋겠다.
2021년 찬란한 봄을 기다리며
저자 대표 소희정
김문희, 신혜경, 이지혜, 정윤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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