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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있던 자리에 
니나 라쿠르, 임슬애 ㅣ 든 ㅣ Hold St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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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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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page/131*211*32/46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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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7461408/119746140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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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네가 가는 곳으로 갈래.” 그 순간 내가 너를 바라봤다면, 어쩌면 우린 달라졌을까. 케이틀린과 잉그리드는 9학년 1학기 사진 수업에서 만났다. 모든 것이 어색하고 낯선 동시에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은 묘한 자신감이 샘솟는 시기였다. 둘은 첫눈에 서로를 알아봤고, 그렇게 소울메이트가 되었다.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었다. 그러나 하루아침에 케이틀린의 믿음은 산산이 부서지고 만다. 평소와 다름없이 실없는 얘기를 나누던 밤이었다. 대학은 어디로 가고 싶으냐는 질문에 잉그리드는 답했다. “네가 가는 곳으로 갈래.” 그러나 다음 날 잉그리드는 자살한다. ‘왜 내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케이틀린은 큰 혼란에 빠진다. 잉그리드가 했던 말, 잉그리드의 몸에 남은 상처, 때때로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던 모습, 잔상처럼 남은 기억들. 친구의 고통을 미처 알아채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후회는 비수로 날아오고, 케이틀린은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시작한다. 자신을 걱정하는 부모님이 있는 집을 몇 발자국 앞에 두고, 잉그리드와 함께 사진을 찍었던 카메라를 품에 안은 채 차디찬 자동차 안으로 숨어든다. 혼자가 되어 돌아간 학교 역시 잉그리드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잉그리드가 찍은 언덕 사진은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더 이상 잉그리드가 없다는 사실만을 상기시킨다. 그러던 어느 날 잃어버린 스테레오 리모컨을 찾기 위해 침대 아래를 뒤적이던 케이틀린의 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잡힌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케이틀린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한다. 닳아서 해진 페이지, 수정액으로 하얀 새 그림을 그려 놓은 파란 표지, 잉그리드의 일기장이다. 그렇게 케이틀린은 한 장 한 장 잉그리드의 고통과 마주한다. ‘잉그리드, 네 파란 눈은 렌즈 너머로 무엇을 보고 있었던 걸까?’ 《우리가 있던 자리에》는 《우린 괜찮아》로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2018 프린츠상을 수상한 뒤 평단의 인정과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은 작가 니나 라쿠르의 놀라운 데뷔작이다. 저자는 《우린 괜찮아》가 작년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2020 청소년 교양도서로 선정되며 국내 독자들에게도 눈도장을 찍었다. 데뷔작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들을 표현하는 아름다운 문장들이 순식간에 우리를 빠져들게 만들 것이다. 비극을 딛고 일어섰던 우리 모두의 가슴 저린 회복기 아무리 발버둥 쳐도 떠오르는 잉그리드에 대한 생각 때문에 무엇이라도 해야 했던 케이틀린은 때마침 우연히 책에서 본 ‘트리하우스’에 마음을 뺏긴다. 나뭇가지 위에 지어진 집, 그 아늑하고 사적인 공간을 보는 순간 내면에서 뭔가가 꿈틀거리기 시작한다. 케이틀린은 마당에 쌓인 목재를 손에 든다. 나무를 들어 올리고, 망치질을 하는 순간만큼은 마법처럼 모든 게 잊혀 진다. 매시간 물처럼 밀려오던 잉그리드에 대한 기억조차도. 그렇게 트리하우스를 만드는 하루하루가 반복되고, 어느새 시간은 잉그리드가 떠났던 여름으로부터 사계절이 지나 다시 여름이 찾아온다. 바람이 불고, 나뭇잎들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케이틀린의 몸과 마음은 점차 단단해져 간다. 깊은 슬픔을 헤쳐 나가며 점차 자기만의 트리하우스를 만들어 나가는 케이틀린은 남겨진 이가 느낄 다층적인 슬픔 속에서도 앞으로 한 뼘 더 나아가는 인간의 놀라운 모습을 그려낸다. 이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이라는 거대한 비극에서 시작했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나는 인간의 회복력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희망차다. 그렇게 소설은 어떤 절망도 희망과 맞닿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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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은 새벽 3시다. 조명이나 플래시, 고감도 필름 없이 사진을 찍기에 적격인 시간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사진을 찍는다. 지금쯤이면 운전하는 법을 알아야 마땅한 네모난 회색 자동차의 후드에 걸터앉아 하늘을 향해 비스듬히 카메라를 들고, 구름이 가로막기 전에 달 사진을 찍어보려고 하는 중이다. 느린 셔터속도로 한 장 한 장 찍다 보니 달은 사라지고 하늘은 새까맣다. 몸을 일으키자 자동차가 삐걱거린다. 차 문을 열고 뒷좌석에 올라타니 앓는 소리를 낸다. 나는 잠금장치를 누른 다음 패브릭 시트 위에 자리 잡고 몸을 둥글게 만다. 5시간 후에는 괜찮아져야 한다. 15분이 흐른다. 앞좌석의 인조 모피로 된 시트커버에서 털을 뜯어낸다. 좋아하는 시트커버지만, 손가락을 멈출 수가 없다. 흰색 털이 뭉텅이로 빠져 여기저기 날아다닌다. 4시 반이 될 때까지 나는 대여섯 번이나 몸부림을 치고, 나 자신을 못 견뎌 두통을 앓고, 입에 주먹을 넣은 채 소리를 지른다. 내 몸을 짓누르는 압박을 없애야 한다. 그래야 잠들 수 있다. 집 안에 불이 켜진다. 내 방이다. 그다음에는 부엌 불이 켜진다. 마침내 현관문이 휙 열리며 등장한 엄마가 가운 옷깃을 여미며 다가온다. 나는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로 들어가 점멸등을 두 번 깜빡이고, 엄마는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이제 카메라에는 필름이 한 장 남았다. 나는 앞 유리 너머로 보이는, 전등이 두 개만 켜진 어두운 집의 사진을 찍는다. 제목은 〈우리 집, 새벽 5시 23분〉이라고 붙일 것이다. 먼 훗날, 가만히 있어도 머리가 지끈거리지 않는 날이 오면, 이 사진을 보며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해보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왜 집에 돌아온 후로 밤마다 집 앞에 세워진 추운 자동차 속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있었는지, 몇 발자국만 걸어가면 따뜻한 집과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부모님이 있는데. 6시쯤 나는 꿈을 꾸기 시작한다. 아빠가 차 유리를 똑똑 두들겨 나를 깨운다. 눈을 뜨자 아침 햇살이 환하다. 아빠는 이미 정장 차림이다. “눈보라가 쳤나 보네.” 아빠가 말한다. 시트커버의 등받이 부분 털이 전부 빠져 있다. 손이 저릿하다. _본문 21p~23p 오전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그날의 기억. 9학년, 신입생 시절. 1교시. 나는 처음 보는 여자아이 옆에 앉았다. 그 아이는 일기 같은 것을 끄적이며 구불구불한 곡선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내가 옆자리에 앉자 나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나는 그 아이의 귀걸이가 마음에 들었다. 빨갛고 단추 같은 모양이었다. 1교시가 시작되기 전에 전교생이 체육관에 바글바글 모여 넬슨 교장 선생님의 훈화 말씀을 들었다. 교장 선생님은 얼굴은 둥글고 입은 작고 눈은 거대했다. 머리가 벗어지는 중이었는데, 남은 머리는 우부룩했다. 인간이 부엉이처럼 생길 수 있다면 분명 그런 모습일 것이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체육관에서 나는 길을 잃은 듯한 심정이었고, 중학교 때 알던 아이들도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살면서 한 번도 필름 사진을 찍어본 적 없었고 예술에 대해 배운 적도 없었지만, 체육관을 벗어나 델라니 선생님의 사진 수업 교실에 있자니 조금 전보다 마음이 훨씬 편안해졌다. 선생님은 출석부 차례대로 이름을 부르며 메모를 하고 시간을 질질 끌었다. 나는 옆에 앉아 있던 애가 노트를 찢어 무언가 적는 모습을 봤다. 그 애는 내 쪽으로 쪽지를 밀었다. 이렇게 적혀있었다. 이 짓거리를 4년이나 해야 한다고? 신이시여, 우리를 구해주소서. 나는 그 애의 펜을 잡고 뭔가 재치 있는 말을 생각해내려 애썼다. 그날의 나는 새로운 나, 더 용감한 나였다. 움직일 때마다 짤랑거...
  • 니나 라쿠르 [저]
  • 니나 라쿠르는 데뷔작부터 시작해 발표하는 소설마다 최고라는 평을 받고 있다. 2010년 첫 번째 소설 ≪홀드 스틸Hold Still≫이 미국도서관협회에서 수여하는 윌리엄모리스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올랐고, 2012년 ≪더 디스인챈트먼트스The Disenchantments≫가 미국 서평 잡지 〈커커스 리뷰〉의 베스트 청소년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8년 ≪우린 괜찮아≫가 미국도서관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사랑하는 아내 크리스틴, 그리고 딸과 함께 지내고 있다.
  • 임슬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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