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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렁이는 시간[들] :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
김은주, 이소윤, 김상애, 김미현, 김보영, 허주영, 강은교 ㅣ 에디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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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5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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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1535013/119153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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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소위 안티-페미니즘이 득세한 것처럼 보인다. 2016년 ‘강남역 사건’을 계기로 분출하던 페미니즘 운동이 주춤한 사이, 페미니즘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목소리들이 기세등등하다(특히 선거를 거치며 ‘이대남’의 위력이 과시된 이후). 가부장제의 모순과 불평등, 만연한 강간 문화와 여성 혐오에 대한 성찰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페미니즘이 ‘남혐’과 역차별을 가져왔다는 다분히 과장된 이야기들로 소란하다. 과연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의 과잉을 걱정할 만큼 젠더 불평등이 이미 해소되었거나 역전된 것으로 보아도 좋은 것일까?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의 번역과 더불어 출간되는 책 『출렁이는 시간[들]: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는 지난 몇 해 동안 한국 사회에서 활기차게 전개되어온 페미니즘의 물결이 시공간을 가로지르는 세계사적 사건 내지 운동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제4물결이란 번호 매김은 페미니즘이 자기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긴 시간 진화해온 평등한 미래에 대한 설계도를 품고 있음을 의미하지만, 이 새로운 페미니즘의 앞날이 마냥 낙관적인 것도 확정적인 것도 아니다. 새로운 물결을 추동하고 있는 정동(affects)에는 긍정적인 것만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도 있으며, 사건적 계기와 사회 변화의 조건에 따라 솟구치기도 하지만 파고가 잦아들 수도 있다. 또한 지금 목격하고 있듯이, 페미니즘적 요구를 신속히 전달하고 확산하는 온라인 기술은 역설적으로 반격(backlash)의 즉시성을 불러오기도 한다. 이러한 복잡성과 모순, 불확실성과 시끌벅적함을 페미니즘은 자신의 역량으로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페미니즘은 과연 한국 사회의 낡은 구조를 해체하고 재편하는 역동을 이어갈 수 있을까? 여기 우리 앞에 놓인 일곱 편의 에세이들은 이 물음에 답하기는커녕 때로는 ‘나는 페미니스트인가?’하는 의심도 숨기지 않는다. 저자들은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대표(내지 대변)하려는 허영을 부리지 않으며 단지 자신을 둘러싼 페미니즘의 시간성을 파악하고자 하는 인식의 안간힘을 펼쳐 보일 뿐이다. 그런데, 왜일까? 시대의 멀미를 견디며 동시대성의 핵심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이 안간힘 사이에 희망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것은.
  • 제4물결 페미니즘과 더불어,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을 말하다 하나. 반격의 소란과 역류 속에서 “페미니즘이 ‘젠더 갈등’과 ‘남성 혐오’를 조장한다.”-인터넷 공간을 넘어 이제는 온갖 미디어 매체에 수시로 등장하고, 청원을 포함한 소란스런 캠페인을 벌이는 반페미니즘적 목소리와 주장을 점잖게 요약하면 앞의 문장이 될 것이다. 바야흐로 반격의 시대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를 보노라면, 소위 안티-페미니즘이 득세한 것처럼 보인다. 특히 지난 4월의 보궐선거를 거치며 ‘이대남’의 위력이 과시된 이후 페미니즘을 비난하는 목소리들로 소란스럽다. 페미니즘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공격에서부터, 과거에는 여성 혐오나 차별이 문제였지만 이제는 남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문제라는 포스트페미니즘적 말투까지, 여기에 페미니즘은 필요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이거나 편협해서는 안 된다는 걱정과 충고까지. 과연 한국 사회는 페미니즘의 과잉과 남성 인권을 걱정할 만큼 젠더 불평등이 이미 해소되었거나 역전된 것으로 보아도 좋은 것일까? 일찍이 수전 팔루디는 『백래쉬(Backlash)』(1991)에서 페미니즘에 대한 이러한 역류와 과장된 소란을 이야기한 바 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페미니즘이나 이에 대한 공격 모두 인터넷 기술의 진화에 따라 운동과 반격이 동시적으로 진행된다는 사실 정도일 것이다. 한국에서도 이제 페미니즘의 역사는 제법 두터운 시간대를 형성하지만, 그나마 긴 모색과 고투를 진행하다가 커다란 물결로 등장한 것은 이른바 ‘페미니즘 리부트’의 과정을 거치다가 2016년 ‘강남역 사건’의 충격을 겪으면서였다. 가부장제의 모순과 불평등, 오랜 강간 문화와 여성 혐오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들이 이제 막 터져 나오기 시작하고 페미니즘의 세계적 물결과 만나는 시점에 따라붙은 이 소란스런 반격의 목소리들은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에 어떤 사유의 과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일까. 페미니즘을 침묵시키고 그나마의 성취와 에너지마저도 탈취하려는 시도 앞에서 어떤 숙고와 모색이 필요한 것일까. 둘. 우리는 지금 어떤 시간대를 통과하고 있는가 프루던스 체임벌린의 『제4물결 페미니즘: 정동적 시간성』의 번역과 더불어 출간되는 이 책 『출렁이는 시간[들]: 제4물결 페미니즘과 한국의 동시대 페미니즘』은 시공간을 가로질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의 파고들이 서로를 어떻게 반영하고 연결될 수 있는지를 탐문해 보기 위해 기획된 책이지만, 무엇보다 페미니스트로 자신들을 호명하며 페미니즘의 물결과 함께하려 했던 사람들이 동시대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을 어디서, 어떻게, 어디로라는 질문을 통과해 사유해 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다시 말해서, 이 책은 “우리는 페미니즘 제4물결이다”를 선언하기 위한 데 목적을 두고 기획한 책이 아니다. 저자들은 ‘온라인 페미니즘’으로도 불리는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이 제4물결로 불릴 수 있으며, 한국 역시 이 흐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심치 않는다. 인터넷 기술에 힘입어 관계를 변화시키는 힘을 직접 실감하고, 그 관계의 공간에서 활력 있는 정동(effects)를 느꼈던 경험을 신뢰하지만, 동시에 외부의 편견과 공격만이 아니라 페미니즘 내부의 분열과 갈등으로부터 오는 날카로운 상처도 안고 있는 세대로서, 이제는 페미니즘의 물결이 안고 있는 복잡함, 불협화음과 더불어 반격의 소란이 뒤엉킨 한국의 시공간에서 오늘의 페미니즘의 시간성의 핵심을 포착해 보려는 노력의 시작이다. 새로운 페미니즘의 물결을 분석하기 위해 벼려온 사유를 투여하고, 각자가 통과해온 시간과 경험들을 ...
  • 0. 김은주 / 기획의 글: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 위해 1. 김은주 / 제4물결로서 온라인-페미니즘: 동시대 페미니즘의 정치와 기술 2. 이소윤 / 분노 속에서 생존하며, 페미니스트-되기 3. 김상애 / 페미니스트-되기, 경험과의 대화 4. 김미현 / 디지털 시대의 반격의 역동과 총여학생회 폐지 5. 김보영 / 돌봄의 구체적 어려움에 관하여 6. 허주영 / 동시대 한국 문학/비평에 요청하는 것들 -제4물결 온라인 페미니즘과 여성 서사 운동으로부터 7. 강은교 / 한국 SF와 페미니즘의 동시대적 조우
  • 거대한 여성 혐오는 뿌리 깊고 오래되었으며, 우리 역시 그 ‘여성’ 혐오에 침윤되어 있기에, 여성이 자신을 사랑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힘이 필요하다.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 위해서, 결국 필요한 것은 시선과 인정으로 존재하는 그 ‘여성’이 아니라, 단순히 피억압자나 타자의 위치에서 벗어나기가 아니라, 이리가레가 말한 ‘대문자 타자의 타자’인 여성으로서, 여성이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발명하는 사랑이며 그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우리가 염증이 났던 것은 언제나 우리의 세계이고, 그 세계 안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할 힘이 부족했다. 결국 ‘여성으로 존재하기를 사랑하기’의 발명은 세계를 만들어 내는 작업일 수밖에 없다. [‘기획의 글’, 17-18쪽] 정동은 신체가 결합하여 변이할 때 발생하는 순간의 활력, 다른 존재들과의 마주침으로 일어나는 신체적 변화 또는 활력적 능력을 의미한다. 정동은 어떤 이행으로 나타나는데, 정동적 영향을 주고받는 것 ‘사이(between)’에서 출현하며, 역동적인 관계 속에서만 발생한다. 정동은 ‘관계의 공간’에서만 출현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정동은 특히 디지털 혁명에 따른 정보 전달의 속도와 연결되면서, 페미니즘의 범위를 전 지구적으로 확장시키고 변화의 순간을 순식간에 전달하면서 더욱 중요해진다. 온라인의 속도는 현재 이 순간의 활동들을 공유하게 하여 대중의 감정을 추동하고 이동하면서, 빠른 결집과 행동을 이끌어 낸다. 느낌(feeling)이 광범위한 집단에 전달되면서 행동을 촉구하는 정동적인 수렴으로 관계를 맺게 하는 것이다. [1장, 34-36쪽] 동시대 페미니즘은 기존의 페미니즘의 운동과 단절적이거나 온라인에 참여하는 한 세대의 페미니즘이 아니라, 다양한 물결 서사들과 공명하면서 선형적이지 않는 서사들을 구축하는 페미니즘 대중운동이다. 동시대의 페미니즘인 온라인 페미니즘은 하나의 조화로운 목소리로 울리지 않고, 불화하는 목소리들로 실현된다. [1장, 49쪽] 제4물결과 관련된 오늘날 페미니즘에 대한 핵심 쟁점은 교차성(intersectionality) 개념이다. 교차성은 다양한 차이의 억압축이 교차하고 정체성의 구성이 복잡하며 특권적 단일축으로 다양한 차이의 경험을 설명할 수 없음을 제시한다. 사회가 계급, 성별, 인종에 대한 불평등에 대해 더 많이 인식하면 할수록, 페미니즘 역시도 이와 관련된 차별과 종속에 대해 인식하고 응답해야 한다. [1장, 51쪽] 나는 살고 싶었고, 잘 살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스물한 살의 나는 화가 났다. 나는 걷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심지어 잠을 자다가도 깨어 분노에 휩싸였다. 나는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면서 스스로 자기 분노 속에 갇혔을 뿐이라 생각한 적도 있다. 그렇다면 그 많은 분노는 도대체 누구를 향한 분노였던 걸까. [2장, 60쪽] 나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이상의 질주가 아니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멈춤’이었다. 동시에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페미니스트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앎, 지식을 점검해야 했다. 내가 되고 싶은 사람으로서 ‘페미니스트’에 덧붙여진 의미들을 해체할 필요가 있었다. ‘페미니스트’라는 다섯 글자에 너무 많은 의미들을 부여해 온 것은 아닌지, 그 의미들을 꾹꾹 눌러 담으려는 나의 욕망이 어디서 나온 것일지. 꼭 페미니스트여야‘만’한다고 생각했던 이유가 무엇일지. 페미니스트여야만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페미니스트로 사는 게 나를 자유롭게 하기보단 숨 막히게 만들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지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2장, 80쪽] 조각조각 났던 분노의 파편들을 하나의 글로 이어 붙임으로써, 나는 ...
  • 김은주, 이소윤, 김상애, 김미현, 김보영, 허주영, 강은교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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