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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에종 : 이원복 시집
파란시선1 ㅣ 이원복 ㅣ 파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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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1년 10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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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page/130*208*13/195g
  • ISBN
9791191897104/1191897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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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나의 핀란드 달력 속에는 열두 번의 겨울이 숨어 있다” 리에종(liaison). 생소한 말이었다. 시(「리에종-불어 연습」)의 말미에 시인이 사전적 의미를 덧붙여 놨지만, 그것보다는 단어를 직접 소리 내어 말했을 때, 그러니까 ‘리에종’이라고 소리 내어 보았을 때, 이국적인 입말 탓인지 혀끝에 감도는 어떤 낯선 느낌 때문에, 몇 번이고 더 발음하게 된다. 리에종. 이 연음 현상 덕에 ‘불어’만의 매혹적인 어감이 가능한 것은 아닐까. 흔히들 우스갯소리로, 욕설조차도 아름답다는 프랑스어라고 하지 않는가. 어쨌든 이 리에종을 곱씹다 보면 낯선 어감이 입가를 맴돌다가, 조금씩 머리와 가슴으로 스미면서 응어리가 만들어지는 듯한 기분이 감돌기 시작하고, 일종의 상상적 점성(?性) 같은 것이 생긴다. 이러한 점성은 유독 어떤 단어들을 곱씹을 때 나오는 순간의 즐거움이라 할 수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시를 읽고 싶어 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이상 정재훈 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 시인의 말 제1부 헬싱키, 헬싱키 - 11 나의 악몽은 서정적이다 - 13 나는 나를 위해 달린다 - 15 우체부 Joseph Roulin - 17 미노, 내가 붙여 준 새의 이름 - 19 왼손은 나비 - 21 내 슬픔은 낙타 - 23 울지 말아요, 아르헨티나 - 25 새가 날았다 - 27 리에종 - 29 내 첫발에 무궁한 행운이 - 31 스물두 마리의 코끼리들과 풀을 뜯다 - 34 창고 안을 지키는 먼지고양이 - 37 나는 수요일을 기른다 - 40 마고에게 - 42 핀란드 달력 - 44 제2부 왼 섬 - 49 스트랜딩 - 51 골판지 상자 속 동네 1 - 53 골판지 상자 속 동네 2 - 56 골판지 상자 속 동네 3 - 58 뒷모습이 없는, 앞모습을 보여 주지 않는 - 60 벽장 속 하모니카 - 62 나에게 배달된 그녀의 거대한 가방이 - 65 문득, - 67 불온한 독서 - 70 밤의 연주회 - 72 저녁 소풍 - 74 짝사랑 - 77 낯선 그림자 - 79 무화과꽃 - 81 담벼락의 눈동자 - 83 주머니 속의 말들이 나에게 말을 건다 - 85 퉁, - 87 제3부 본제입납(本第入納) - 91 즐거운 우리 집 - 94 산부인과 닥터 M - 96 Sunburst - 98 단풍병동 - 101 심장은 괜찮아 - 103 중환자 보호자 대기실 - 106 부고 - 108 순례자 - 110 그늘 숭배자 - 112 거울 속의 ...
  • 헬싱키, 헬싱키 생각보다 많은 별 생각보다 깊은 어둠 생각하지 말아야 할 슬픔 겨울 헬싱키, 백조같이 새하얀 슬픔이 동지를 지나 점점 검고 푸르게 언 강을 쇄빙선을 타고 지나간다 투오넬라 문 앞에 도착하자 쇄빙선을 내려와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지는 백조 한 마리, 그 뒤를 뒤따르다 강물 속으로 잠겨 그대로 얼어 버리는 생각보다 많은 별 생각보다 깊은 어둠 생각하지 말아야 할 슬픔 쇄빙선 위에는 아직 남아 내가 붙들고 있는 아직 생각지도 않은 별 생각지도 않은 어둠 생각지도 않은 슬픔 겨울 헬싱키, 백조 같은 헬싱키 ■ 미노, 내가 붙여 준 새의 이름 미노, 내가 붙여 준 새의 이름 미노는 붉은 머리, 검은 부리, 하얀 날개 미노는 구름을 갉아먹는 새 외로움이 그윽할 때, 슬픔에 온통 잠겨 허기질 때 미노는 구름을 갉아먹는다 구름을 갉아먹다 배가 부르면 미노는 감당할 수 없는 제 무게에 날지 못하고 검은빛 감도는 강물 위로 떨어져 죽고 만다 (누구나 감당할 수 없는 몸집 하나를 죽지 아래 몰래 키우며 살지, 그 몸집이 우리를 공격하곤 하지) 미노는 슬픈 새 미노는 구름을 갉아먹는 새 미노가 떨어져 죽은 강물 속에서 아주 큰 나무가 금방 자라 물 밖으로 나온다 미노, 내가 붙여 준 새의 이름 미노는 붉은 머리, 검은 부리, 하얀 날개 미노는 구름을 갉아먹는 새 강물은 미노의 집 물 밖으로 자라난 나무는 미노의 무덤 미노는 슬픈 새 미노, 내가 붙여 준 새의 이름 (누구나 감당할 수 없는 몸집 하나를 죽지 아래 몰래 키우며 살지, 그 몸집이 우리를 공격하곤 하지) ■ 핀란드 달력 나의 핀란드 달력 속에는 열두 번의 겨울이 숨어 있다 라플란드로 향하는 야간열차 차창 쪽을 바라보며 일렬로 세워 둔 열두 개 목각 인형들의 목을 흔들며 지나가는 밤 이 땅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은 오직 차창 밖 순록 사냥꾼들의 뻣뻣한 목 따뜻한 순록의 피가 얼음점에 다다르기 전 간절기 어느 밤 순록들의 뿔을 자르는 소리 또 다른 겨울을 부르는 소리 순록 사냥꾼들은 그때 한 번, 일 년에 열두 번 뻣뻣한 자신의 목을 숙인다 라플란드로 향하는 야간열차 간절기 차창 밖으로 피어오르는 오로라 나의 뻣뻣한 목을 목각 인형처럼 흔들며 간절기마다 사라지는 순록들의 뿔을 생각한다 오직 극과 극의 경계에서만 볼 수 있는 계절의 경계에서 피어오르는 오로라 나와 순록 사냥꾼들 사이의 경계에 과연 오로라는 있을까? 일 년에 열두 번 뿔이 잘린 순록들의 피로 물든 오로라 그래서 따뜻한 피의 순환이 이어지는 핀란드 달력 속에는 일 년 열두 달 따뜻하게 순환하는 열두 번의 겨울이 숨어 있다 라플란드로 향하는 야간열차에서 맞이하는 극야는 짐승의 뿔을 흠모하지 않는 땅에 내려진 가혹한 형벌이다 ■
  • 이원복 [저]
  • 1974년 울산에서 태어났다. 2014년 〈경상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 〈리에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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