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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기록, 집 : 조작 간첩 박순애 이야기 듣다가 나도 이야기한 이야기
이매진의 시선1 ㅣ 김혜미 ㅣ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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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1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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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page/123*189*21/24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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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5311288/115531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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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기록, 집 : 조작 간첩 박순애 이야기 듣다가 나도 이야기한 이야기     12,600원 (10%↓)
  • 상세정보
  • 어떻게 하면 울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집에서도 살지 못하고 나라에 버림받은 90대 박순애 가족 안의 폭력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 20대 김혜미 박순애, ‘역사 때문에 희생한’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 이야기 박순애는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다. 군사 독재 정부는 정권의 안위를 위해 간첩을 조작한다. 조작 간첩은 많지만 끝까지 무죄를 이끌어낸 사람은 흔치 않다. 아흔 살 박순애는 저장 강박증이 있고 밥 먹은 뒤 한 움큼의 약을 삼키는 평범하디 평범한 할머니이지만, 스무 살 박순애는 법학과에 다니는 희귀하디 희귀한 엘리트 신여성이다. 그런 박순애도 딴살림 차린 아버지, 어머니의 때 이른 죽음, 오빠들의 결혼을 겪으면서 날품팔이 신세로 전락한다. 축첩 제도나 장자 상속 등 여성에게 불리한 봉건 사회의 잔재나 한국전쟁 같은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다니던 대학을 그만둔 탓이다. 1969년, 박순애는 또 다른 가족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지만 또다시 가족에게 외면당하고 불법 체류자 신세가 돼 자유를 빼앗긴다. 그래도 조국이 낫지 싶어 돌아온 한국에서 ‘조총련’이라는 말 한마디 때문에 간첩으로 조작돼 1977년 10월부터 12년 3개월 동안 감옥에 갇힌다. 한국에도 집이 없고 일본에도 가족이 없는 박순애는 국가 폭력과 개인적 불행에 굴하지 않는다. 여든 살 박순애는 재심에 재심을 거듭 요구해 마침내 무죄를 이끌어내고, 아흔 살 박순애는 자기 삶을 온전히 기록할 사람을 찾는다.
  • 기록, 지금 여기에서 돌아보는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 김혜미는 조작 간첩 피해자를 돕는 시민단체 ‘지금여기에’에서 박순애 구술 작업을 맡는다. 서울과 광주를 부지런히 오가면서 녹음하고 입력하고 글을 쓴다. 전화도 자주 한다. 70년 가까이 나이 차가 나는데다가 지나온 역사와 살아온 경험이 전혀 달라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가 쏟아지는 통에 괴로운 김혜미는 그래도 박순애를 기록하려 애쓴다. ‘역사 때문에 희생한’ 조작 간첩 피해 생존자 박순애를 넘어 박순애라는 사람의 이모저모를 드러내는 글을 쓰고 싶어진다. 외롭다 말하면서 고통의 시간을 환산한 피해 보상금을 주위에 나눠주고, 밤잠 자다가 일어나 지폐를 세고, 감옥이 인간미 넘치고 재미있는 곳이라며 회고하고, 감옥에서 나와 파출부로 살면서 서러움 겪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같이 밥 먹고, 한 이불 덮고 잠자고, 반말하고, 껴안고, 뒹굴면서 진짜 할머니와 손녀처럼 사이가 달라진다. 그렇게 기록을 하기 위해 찾아온 ‘이야기 듣는 애’는 자기를 기록하는 ‘이야기하는 혜미’가 된다. 듣고 입력하고 쓰기만 하면 되던 기록자 김혜미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면서 달라진다. 자기 삶의 고통을 고백하고 사실을 담은 기록을 넘어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어떻게 하면 울면서도 살아갈 수 있을까, 묻는다. 집, 가정 폭력 피해 생존자 김혜미의 살아남은 이야기 김혜미는 아동 학대와 가정 폭력 피해 생존자다. 박순애는 국가 폭력 피해 생존자다. 나이가 차이 나고 경험이 다른 박순애와 김혜미이지만 뜻밖에 공통점이 있다. 혼자 사는 집에 가족이 없다. 그리고 살아남아 있다. 요즘 아동 학대 사건이 자주 일어나면서 많은 사람이 관심을 두고 있지만, 아이가 가장 안전하게 지내야 하는 집에서 폭력이 벌어지는 탓에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힘들다. 제 발로 집을 뛰쳐나온 김혜미는 가족에게 내몰린 고통에 아직 시달린다. 스스로 무죄를 증명해 국가 폭력에 저항한 박순애처럼 김혜미도 스스로 집을 나와 부당한 폭력에 저항한다. 두 사람은 자기 이야기를 글로 쓸 용기까지 낸다. 자기를 기록하려는 박순애의 ‘욕망’에서 시작해 김혜미가 박순애 이야기를 이야기한 이 이야기는 폭력에 저항하면서 끝내 살아남은 사람들은 폭력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 수 있다는 증거일 테다. 국가나 가족이 말소시키려 하는 어두운 폭력을 기록하는 사람은 이제 더는 피해 생존자에 그치지 않는다. 이야기가 품은 씨앗들이 움터 더 많은 이야기가 퍼진 세계는 그전의 세계하고 같을 수 없기 때문이다. 집에서도 살지 못하고 나라에 버림받은 90대 박순애와 가족 안의 폭력을 피해 집 밖으로 나온 20대 김혜미, 두 여자가 주고받는 집과 가족과 사랑 이야기를 지금 들어보자.
  • 프롤로그 이야기가 품은 씨앗들 1장 이야기를 시작해줄게 너, 책 써봤냐? 엄마와 나는 서로 목을 조르고 있었다 자꾸만 질문하게 만드는 사람들 2장 지금 여기, 박순애 박순애하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정답이 아니라 대답이 듣고 싶었다 세상에! 저기 위에 뻘건색이 있는 거야 이상희, 나 박순애를 기다리다 죽은 사람 3장 내가 그리워하던 조국이 이거냐, 저질이네 한국에 내리니까 너무나 살벌해 광주 교도소, 자유가 없다 뿐이지 인간적이고 재밌어 박순에에게 국가란 무엇이었을까 4장 교도소 나와서 막막했어 가난한 사람의 영리함에 관하여 모른다는 생각이 만들어내는 인간 따가운 눈초리를 견디며 살아낸 가난한 몸과 시간들 5장 우리같이 억울하게 산 사람이 덮어쓴 죄 박순애의 무죄 판결 간절한 시도 법의 판결보다 중요한 여섯 사람의 말 박순애, 대화 6장 하하하, 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다 버텨, 버텨야 해 들으면 써야 해 에필로그 집에 관한 이야기
  • “나는 우리 한국 역사 때문에 희생한 할머니여. 남북이 갈라졌기 때문에 모든 사건이 일어났잖아. 나는 그 역사의 기록이야. 내가 역사야.” - 21쪽 엄마는 가정 폭력의 피해자였다. 엄마가 불쌍했다. 엄마는 가정 폭력 가해자이기도 했다. 매스컴에서 흔히 보는 전형적인 가정 폭력 가해자는 아니었다. 칼을 들고 협박하지도 않았고, 피가 철철 날 정도로 때린 적도 없었다. 사람들이 인정하는 피해자 기준에 못 미치는 폭력이니까 항의하면 안 된다고 결론을 내렸다. 엄마를 미워하지 않는 대신에 내가 겪은 문제를 작고 사소하게 만드는 쪽을 선택했다. - 32쪽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놀랐다. 박순애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이 몹시 놀라워서 멍하니 바라봤다. 아무런 생각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이어졌다. 나중에는 타인의 삶을 이해한다는 일이 가능한지 계속 질문했다. 박순애가 겪은 일들을 듣고 건넬 수 있는 말이 아무것도 없었다. 말을 끊고 질문을 던지기가 어려웠다. 처음에는 타고난 시대가 다른 탓이라고 생각했다. 박순애의 시대를 알면 박순애의 삶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간극을 메우려고 열심히 자료를 뒤적이고 기록을 읽었다. 그렇지만 그 시대를 알아갈수록 박순애와 나 사이의 거리감은 더욱 확연해졌다. - 74쪽 박순애는 나를 잘 기억하지 못했다. 나를 보통 ‘작가 양반’이라고 기억해냈는데, 그 호칭이 쑥스러워 ‘할머니 이야기 듣는 애’로 바꾸고는 했다. 호칭만 바뀐 건 아니었다. 인터뷰 중에 내가 힘들어 보이면 이불 깔고 누워서 자라, 배고프면 이야기하라며 늘 긴장을 풀어주려 애쓰던 박순애에게 나도 모르게 반말을 하고 있었다. - 79쪽 “근데 내가 이북에 안 간 거를 거짓말로 갔다고 했는데 읽으면 뭐하겄냐. 그래 가지고 검사가 공소장 30장을 적적적적적적 막 냉기고, 냉기고, 냉기고 하면서 읽어강께 슈우우우욱 쉬지 않은 소리가 나. 재판소 안에 있는 교도관들이 ‘대간첩이 왔구만. 대간첩이 왔어. 대죄인이 왔구만’ 막 그래. 그러고 난리들이여. 검사가 싹 그걸 읽고 나서 재판관이 ‘피고인, 할 말이 없는가?’ 그래. 그때는 죄가 없으면요 겁이 요만치도 안 나요. 내가 ‘재판소에서 할 말 있습니다’ 그랬더니 말을 해보래. ‘나, 이북에 안 갔습니다. 지금 여(기) 검사가 읽는 거요, 말짱 거짓말입니다.’” - 109쪽 “보안법 여자가 식당에 의자 놓고 지키고 앉아 있는 교도관을 데리고 저만치 가. ‘잠깐 이야기 좀 했으면 좋겠네요. 제가요……’ 하면서 조건도 없는 이야기, 근거도 없는 이야기를 해. 그러는 동안 절도로 들어온 여자들이 하나씩 배추를 자기 방에 감춰. 이불 속에다가도 감추고 감출 만한 데다가는 다 감춰. 절도가 그 방에 하나씩 있어야 해. 저녁에는 물을 떠다놨다가 씻어. 그리고 교도소에서 면회 오는 사람들이 양념장을 넣어줄 수가 있어. 그 양념장 가지고 김치를 담궈. 맛있게 담지. 다마내기를 또 훔쳐다가 썰어서 다마내기 김치 담그면 사근사근한 게 그렇게 맛있네.” - 120쪽 박순애에게 국가는 원망의 대상이다. 나는 국가에 어떤 감정을 느끼지 않았다. 20대부터 국가가 정한 방침이나 규범에서 모순을 찾고 저항하는 활동가로 살고 있지만 국가에 관해 박순애만큼 분노하지는 않았다. 국가의 본질에 무지하다기보다는 국가의 보호를 받으며 살아온 때문이었다. 국가가 안겨준 고통을 겪은 적이 없고 국가 때문에 내몰려본 적 없는 내가 일생을 내몰리면...
  • 김혜미 [저]
  • 활동가는 아니지만 활동은 하고, 작가는 아니지만 책은 쓴 사람. 자기를 설명할 명사가 무엇인지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명사에 관한 확신은 없는 대신, 자기를 빚어내는 데 큰 일을 한 ‘고통’에 관심은 깊다. 삶을 수놓는 사건보다, 사건을 살아내는 삶에 애정이 더 크다. 지금은 발달 장애인 운동을 하며 살고 있다.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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