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탐욕과 무지를 넘어서는 악
그 악의 극점에 서려는 자!
악의 근원이라고 믿었던 탐욕과 무지
그 너머에 있는 악의 본질을 목도하는 자!
남자와 여자는 그들만의 감옥에 갇힌 죄수들이다! 그들은 갈망하는 동시에 갈망을 받고자 한다! 사랑하는 동시에 사랑받기를 원하고 동경하는 동시에 동경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어떤 사랑은 죄가 되기도 한다. 아니면 그것은 애초에 사랑이 아니었을까? 지금의 사랑은 어떻게 확인될 수 있는가? 사랑인가? 오해인가?
연정의 상대를 찾는 사람들의 흐릿한 눈빛에는 악을 향하는 저마다의 열기가 숨겨져 있다! 살인자의 눈에도 악의 극점을 향해 치닫는 불길이 치솟는다! 모든 악의 극점에서 살인자가 쟁취하려는 가치는 무엇인가?
모든 악의 본질을 찾고자 하는 형사의 우연한 목도! 살인자가 도달한 악의 극점에서 알게 된 악의 본질! 형사는 확신한다. 그 반대에 선과 의가 있음을!
소설에서 느끼는 지적 환희의 극치!
단비 - 5
마음은 흐르는 물처럼 - 25
고귀해져라! - 73
무지 - 105
불가능한 회복 - 111
용의선상의 남자 - 115
무지와 집착 - 131
공명 - 139
탐욕의 벌 - 159
고귀함이 자라는 계절 - 181
공명의 밤 - 213
공명의 속삭임 - 235
지금 모든 것의 시작 - 285
온전도 - 307
중독의 벌 - 337
무지의 벌은 무지 - 345
피할 수 없는 선택 - 351
존재와 오해 - 385
고귀하지 않은 계절 - 401
유일한 순간 - 405
구원이라는 필연 - 419
저자의 말 - 435
자연은 인간을 깨우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그저 존재할 뿐이다. 그렇게 존재하다가 인간의 잘못된 행동을 따라서 반응한다. 무관심은 무관심으로, 폭력은 폭력으로, 탐욕은 탐욕으로, 의(義)는 의(義)로. 그리고 사랑은 사랑으로….
김동진 경위는 창조주를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과 세상은 과연 창조주의 실패작인 것일까? 그래서 선한 사람들이 악한 누군가에게 생명을 잃는 일이 허용되도록 이 세상이 창조되었던 것일까? 아니면 악이 허용되어야 할 만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공허가 아이를 사물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믿을 수 없는 사람들과는 다르게 사물만이 변하지 않았고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사물만이 요구하면 응답했고 그로 인해서 외로움과 적막감을 떨칠 수가 있었다. 그런데 가끔은 부족한 것 같았다. 인간에게는 다른 인간이 필요하지 않은가. 하지만 아이는 배신당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으로 인간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언젠가는 배신할 것이라는 예측을 해야만 자신이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도 스스로 벽을 쌓았다. 누구도 자신에게 접근할 수 없을 정도로 두터운 벽을 쌓는 법을 익혔고 그 벽을 허무는 것은 자신에게만 주어진 고유한 권리라는 의식을 강화시켰다. 이렇게 자신만의 사유를 발전시키던 살인범은 인간관계에서 거부당하기 전에 거부하는 것이야말로 공허와 가까워지는 결과를 피하는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언젠가는 일방적인 방법으로 관계를 맺는 일 역시 자신의 정의라고 믿게 되었다.
불의한 인간의 마음이 머무는 그곳에서 정의라는 나무가 자랐다. ‘의라고 주장되어지는 의’라는 의미의 정의는 누구나가 다 자신의 것만이 바른 것이라고 믿도록 만들었다. 그래서 불완전한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정의가 증명되기를 원했고 용인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하란정은 백충진을 무지의 영역으로 남기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무지(無知)는 벌이 아니라 불충임을 알아서가 아니라 그녀는 단지 이영담에게 유지(有知)하는 데 충실하고 싶었던 것이다.
“너는… 그녀를 키우는 거야. 인간이 돼지를 키워서… 잡아먹는 것처럼… 말이야.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성폭력 전과자 때문에 바짝 긴장해서 불안해하고 있을 때… 너는 그녀가 그런 일로, 그러니까 너 아닌 다른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상태에 있는 여자를 죽이고 싶지 않았던 거지. 그렇지? 케… 켁!”
온전했던 것이 파괴되면 그것을 다시 온전하게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렵거나 불가능하다. 깨진 항아리가 스스로 이어 붙을 수 없고 무너진 건물 역시 스스로의 힘으로 다시 복원될 수 없다. 그러므로 불완전해진 인류가 다시 완전해질 수 있다면 그 방법은 쉬운 것이 아니리라. 아담이 지은 불의의 죄로 인해서 인류는 불완전해졌고 창조되었을 때 처음 의도되었던 온전성이 파괴되었다. 그래서 불완전한 인간은 온전성의 정도에서 차이가 있을 뿐 모두가 완전할 수 없다.
무지를 선택한 자에게 내려지는 형벌은 무지일 뿐이다. 그 무지에서 병과 노화와 죽음의 망령이 살아났다. 망령은 자신을 낳은 무지를 이용해서 불완전한 인간들을 더 깊은 무지 속으로 빠뜨린다.
불에 타서 죽은 사람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임택수 이사와의 불미스러운 관계가 해소된 것에 대해서 관상국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자신의 실수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려던 임택수의 나쁜 행실은 자신뿐 아니라 다른 누군가에게도 원한을 산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었기에 임택수의 죽음은 자업자득이라고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자신에...게도 그러한 불행한 일이 이렇게도 끔찍한 방법으로 닥치게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었다. 대체 자신이 다른 누군가에게 원한을 살 만한 일이 무엇이 있었는가를 경황없는 가운데 되새겨 보았지만 현재 당하고 있는 상황의 연유를 알 수 있는 실마리를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세상일이라는 것이 자업자득이나 인과응보의 이치로만 이해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무지와 탐욕의 지옥에서 태어나 죽어가는 불완전한 인간이 온전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대체 어디에 있는가?
“가끔 이래요. 그래도 감정은 예전에 영담 씨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왜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어요….” 하란정은 김동진의 눈을 응시했다. 마치 ‘혹시 당신은 아나요?’라고 묻는 것처럼.
김동진 경위는 ‘그 눈물은 상처의 흔적입니다. 인간이 악에게 졌다는 상처의 흔적!’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까지 올라온 말을 다시 삼켰다. 그런데 하란정은 어렴풋하게나마 그 눈물의 의미를 더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인간이 악을 맞서서 이긴다는 생각은 자신의 직업적 행동과 삶에 당위성을 더하려는 얄팍한 주장에 지나지 않았다.
공도성 [저]
오랫동안 애니메이션 작가로서의 직업에 충실하였다. 저자는 세상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철학이 아닌 이야기가 더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수단이 될 것이라는 확신에 근거하여 새로운 이야기 문화를 일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화의 음모' 시리즈가 완성되었다. '영화로 보는 세상'을 통해서 영화라는 형상이 세상의 현상을 어떻게 모화하였는지 해석하였고, '영화로 보는 사탄의 교의'를 통해서는 사탄의 교의가 영화를 통해서 어떻게 형상화되었는지를 해석하였다. 사색과 깨달음의 기록을 정리하여 '절제의 지혜 : 인간'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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