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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집의 봄가을 
우메자키 하루오(梅崎春生), 홍부일 ㅣ 연암서가 ㅣ ボロ家の春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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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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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page/128*189*21/327g
  • ISBN
9791160870947/116087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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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어느 유약한 전후 소설가의 안쓰럽고 찌질한 이들을 향한 우화 패전 후 황폐해진 일본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한 신진작가들을 일컬어 차례차례 제1차 전후파, 제2차 전후파, 제3의 신인으로 불렀습니다. 저 숫자들이 정확하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심지어 전후파 작가들의 공통적인 특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아주 대략적으로 전후파 작가는 장편 위주의 중후하고 관념적인 소설을 주로 썼고 제3의 신인의 경우 일상의 소재를 택해 단편 위주로 소설을 썼다고 말하곤 합니다. 사쿠라지마에서의 자신의 징병 경험을 기반으로 쓴 중편소설 「사쿠라지마」가 엄청난 호평을 받으며 화려하게 등장한 우메자키 하루오. 그를 이 중 어디로 분류할 것인가는 당대 문인과 연구가들에게도 골치 아픈 문제였습니다. 「사쿠라지마」나 「환화」 같은 전쟁체험을 기반으로 한 소설로도 유명하나 「낡은 집의 봄가을」, 「바지락」같은 일상 배경 풍자소설도 결코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결국 우메자키 하루오는 ‘제1차 전후파 작가이나 제3의 신인의 선구자로서 가교역할을 했던 작가’로 소개되는 것 같습니다. 소설집 『낡은 집의 봄가을』과 수필집 『버섯의 독백』은 전후파보다는 제3의 신인 쪽에 가까운 우메자키 하루오의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책들에 담긴 작품들이 마냥 가볍거나 화창한 것은 아닙니다. 가령 『낡은 집의 봄가을』 속 구슬프게 우는 수천 마리 바지락, 동쪽과 서쪽으로 나뉘어 있는 낡은 집의 방, 『버섯의 독백』 속 다이쇼 천황 국가장 날 미쳐 날뛰는 검은소, 청진기로밖에 자신의 심장 소리를 듣지 못하는 환자가 상징하는 무언가는 결코 밝고 따스한 무언가가 아닐 겁니다. 이러한 관념과 일상 사이 미묘한 감각이야말로 격동하던 시대를 향한 전후파 작가 우메자키 하루오만의 간절한 증언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의 친한 후배이자 친구인 엔도 슈사쿠는 심술궂으면서도 따뜻하고, 비관적이면서도 유약하고 섬세한 우메자키 하루오라는 인물과 그의 문학을 수수께끼처럼 여기곤 했습니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로 인해 심한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위로받기도 했습니다. 여전히 수수께끼 같은 시대, 수수께끼 같은 일상을 사시는 삐딱하면서도 유약한 많은 분들께 우메자키 하루오를 소개합니다. 패전 후 회사가 망하고 암매상으로 추락하게 된 어느 선량한 남자의 서글픈 전향 「바지락」, 병든 고양이 폭군과 그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세 젊은 고양이들의 분투기 「대왕 고양이의 병」, 사루사와의 벌거벗은 등을 밝혀내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가니에 시로의 전투기 「S의 등」, 동서로 나뉜 방에 엉겁결에 동거하게 된 나와 노로의 냉전 같은 나날 「낡은 집의 봄가을」, 자신을 정신병자, 불륜남으로 몰아가는 ‘평화’로운 전후 이웃 사회 풍경화 「범인범어」, 전시 중 징용되지조차 못한 못나고 허약한 낚시꾼들의 알력다툼 관찰지 「미끼」, 「돌제에서」 등. 태평양전쟁과 패전의 한복판에서도 나약하고 무능하고 둔하고 짠한 이들의 하루하루는 이어지고 있었다. 자신의 징병 경험을 기반으로 한 「사쿠라지마」를 발표해 큰 호평을 받으며 제1차 전후파 작가로 등장한 우메자키 하루오. 그 사쿠라지마에서 자신의 청춘은 끝났다며 눈물을 줄줄 흘리던 그는 섬세하고 연약한 감수성의 전쟁소설가였다. 전쟁의 한복판과 GHQ 점령기, 도시 대중화 사회, 고도 성장기를 거치는 동안, 전쟁의 기억은 옅어져도 상처 입은 일상은 옅어지지 않았다. 어느 전후파 소설가가 남긴 유머와 삐딱함과 동정심이 살아 있는 풍자소설들과 우화들.
  • 역자의 말 바지락 붉은띠 이야기 대왕 고양이의 병 S의 등 낡은 집의 봄가을 기억 범인범어 미끼 돌제에서 작품 해설 작가 연보
  • 어렴풋하게나마 막 깨닫게 된 거야. 내가 지금까지 따르려고 힘써 왔던 선이 전부 가짜였다는 사실을. 기쁨을 동반하지 않는 선은 있을 수 없어. 그건 의태야. 악이야. 일본은 패배한 거야. 이렇게 좁은 땅에 이렇게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야 하지. 배낭 속 바지락이야. 만원 전차야. 일본인의 행복의 총량은 극한에 치달았어. 한 사람이 행복해지려면 그 양만큼 다른 누군가가 불행해져야 해. 마침 아저씨가 떨어졌기 때문에 남은 우리에게 여유가 생긴 것처럼. 우리는 스스로의 행복을 바라기보다 타인의 불행을 기도해야 해. 존재할 수조차 없는 행복을 찾기보다 내 근처에 있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야 하는 거야. -「바지락」 한 시가 되면 우리는 다시 일어나 걷기 시작한다. 붉은띠를 선두로 열을 지어 얼음 위를 바라보며 걷는 것이다. 여섯 시 경 작업을 멈추고 수용소 방향으로 돌아간다. 수용소 앞까지 오면 이미 일대가 어두워져 붉은띠는 입구 초소 소련병에게 우리를 넘기고 홀로 감시병 막사 쪽으로 걸어간다. 감시병 막사는 수용소에서 백 미터 정도 떨어진 지점에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서 우리들 빙상청소반은 페치카가 타오르는 사옥으로 들어가 묽은 카샤를 훌쩍이고서 그 뒤 잠들 뿐이었다. 저녁 식사 후 작업 얘기나 음식 얘기를 할 때가 있었지만 고향 이야기는 서로 의식적으로 피하고 있었다. 언제 돌아갈 수 있을지보다 돌아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그 당시 우리에겐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붉은띠 이야기」 “이봐 돌팔이 고양이 양반. 뭔가 말을 해보게. 대왕님은 아주 괜찮으시겠지? 그래. 아주 건강하시다고 말해주게나.” 돌팔이 고양이는 아부 고양이에게 힐끗 차가운 일별을 던지고는 조용히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그 거만한 태도가 아부 고양이의 비위를 울컥 건드린 모양입니다. “뭐야. 대왕님께서 건강하지 않으실 리가 있나. 건강 그 자체이신 분이야. 내가 잘 알아. 내 쪽이 훨씬 허약할 정도라고. 그래서 나는 밤낮으로 대왕님을 근처에서 모시며 은택을 옹망하는…….” “뭐라고. 노망이라고!” 대왕 고양이가 듣다가 발끈 화를 내며 고개를 번쩍 쳐들었습니다. -「대왕 고양이의 병」 -가니에와 사루사와의 토요일 모임은 최근 대개 이런 식입니다. 이러한 상황이라 가니에가 사루사와의 등을 보는 것은 정확히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가니에는 사루사와의 등을 보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사루사와의 등에 반점이 있어도 가니에는 불행해지고, 없다면 더욱더 불행해질 게 틀림없습니다. 떠올려보거나 공상하거나 하기만 하고 실제론 보지 않는 편이 나을 법한 무언가가 이 세상엔 분명 존재할 겁니다. ‘S의 등’도 이젠 그중 하나겠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S의 등」 “맞아. 맞아. 나도 그 목이버섯 같은 귀에 완전히 속아 넘어갔어.” 하고 노로가 열을 내며 동조합니다. 끝내 그런 사기꾼 같은 놈이 득을 보고 우리 같은 정직한 자들이 손해를 본다, 신도 부처도 없는 건가 하고 노로가 사내답지 못하게 울음을 터뜨리는 형국이라 그 대단한 저조차도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었습니다. 어르고 달래 간신히 울음을 그치게 하고서 앞으로 당분간 동거하게 되었으니 서로 이상적인 동거인이 되도록 노력하자고 맹세를 나눈 뒤 동서로 갈라져 겨우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날 밤 저는 제 손이 온통 사마귀투성이가 되는 꿈을 꿨습니다 -「낡은 집의 봄가을」 그런 식으로 이 지주가 근처 어느 집에서 얘기한 적이 있는 듯, 그곳 부인분께서 언젠가 저를 향해 빨리 보강공사를 하지 않으면 손해예요, 라는 의미의 말로 멀리 에둘러 충고해주었습니다. 저도 그...
  • 우메자키 하루오(梅崎春生) [저]
  • 梅崎春生, 1915?1965 1915년 2월 15일 후쿠오카현 후쿠오카시에서 태어난 우메자키 하루오는 슈유칸 중학교, 제5고교를 거쳐 1936년 도쿄제국대학 국문과에 입학해 동인지 「기항지」를 발행하고 「와세다문학」에 단편 「풍연風宴」을 발표하며 문학 활동에 발을 들인다. 대학 졸업 후 도쿄시 교육국 교육연구소에서 근무하던 그는 1944년 6월 태평양전쟁에 소집되어 가고시마현에서 암호병으로 근무한다. 패전을 맞이한 뒤 이 시기 체험을 바탕으로 한 「사쿠라지마?島」를 1946년 9월 발표하여 큰 주목을 받으며 제1차 전후파 작가로서 주목받게 된다. 「사쿠라지마」, 「하루의 끝日の果て」 등의 전쟁소설로도 유명하지만, 전후 사회 갖가지 기형적인 모습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유머러스한 눈으로 그린 「S의 등」, 「낡은 집의 봄가을」 등 일상 시정 소설로도 이름을 떨쳤다. 「낡은 집의 봄가을」로 1954년 최고 권위 대중문학상인 나오키상을 수상했고 같은 해 「모래시계砂時計」로 신초사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소설들은 인간과 당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직시하면서도 이를 긍정하고 끌어안고 나아가려 하며 많은 생각거리를 던졌다. 1965년 7월 그의 문학세계를 집대성한 유작인 「환화」를 남기고서 50세 나이에 간경화로 사망하였다.
  • 홍부일 [저]
  •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일본 근대 문학 번역에 힘쓰고 있다. 옮긴 책으로 『?w키엔 수필』, 『노라야』, 『환담·관화담』, 『부부단팥죽』 등이 있으며 한일 간 문학 교류 중 특히 경술국치 시기 이후 문인들 간의 교류를 현대 한국어로 옮겨 보려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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