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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배후 :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
리징쩌(李敬澤), 김태성(金泰成) ㅣ 글항아리 ㅣ ?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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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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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page/148*207*28/508g
  • ISBN
9788967356002/8967356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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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징쩌의 춘추전국시대 욕망 읽기 나약하고 추악한 인간에 대한 쾌설 『춘추春秋』는 기원전 5세기 초에 공자가 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역사서다. 춘추시대 노나나라 은공 원년(기원전 722)부터 애공 14년(기원전 481)까지의 사적을 연대순으로 기록하고 있으며 유학에서 오경五經의 하나로 여겨진다. 『춘추』는 노나라뿐 아니라 동주시대 제후국들의 실상을 알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책이지만 극도로 간략해 겨우 1만6000여 자로 240년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그래서 후대인들은 이 책에 대해 끊임없이 보충과 해석을 가했고, 그중 가장 유명한 책이 『춘추좌씨전』이다. 줄여서 『좌전』이라 불리는 이 책은 앙상한 뼈대만 남아 있는 『춘추』에 구체적인 살을 붙인 작품으로 중국 문명의 청춘 시대를 대단히 생동감 있게 묘사한 것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문학평론가 리징쩌가 펴낸 『고전의 배후: 춘추,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은 바로 이 『좌전』에 등장하는 여러 역사 에피소드 중 흥미로운 사례를 골라서 저자의 독특한 해석을 자유롭게 펼쳐낸 역사에세이다. 제목을 ‘고전의 배후’라 한 것은 이 책이 문맥상 드러나지 않는 역사 인물들의 속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고 부제를 ‘비루한 왕들의 카니발’이라 한 것은 때로는 신하들에 의해 허수아비로 세워지거나, 자신의 비루한 욕망에 얽매여 비명횡사한 권력자에 대한 신랄한 묘사가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 역사의 벽돌 밑장 빼기 리징쩌가 춘추시대를 독해하는 방식은 어떤 면에서 지극히 세속적이다. 마치 누군가의 비밀을 들춰내서 그가 만인 앞에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거나 극도의 허탈감을 주는 방식이다. 가령 「거짓말이 키운 왕」을 보자. 제나라 민왕?王이 주인공이다. 그는 기원전 300년부터 16년간 통치하면서 막강하던 제나라를 말아먹은 왕이다. 그는 말년에 이르러 연나라 장군 악의가 육국 연합군을 이끌고 쳐들어오자 위나라로 도망갔다. 임치 왕궁에 남은 금은보화는 깡그리 약탈당했고 백성도 뿔뿔이 흩어졌다. 망명지에서 멍하게 앉아 있던 왕은 신하 공옥단公玉丹에게 물었다. “내가 이렇게 된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 원인이 무엇인가. 이대로 끝나는 건가. 말 좀 해주게. 고칠 게 있으면 고치겠네.” 그러자 공옥단은 의관을 갖추고 앞으로 나아가 대왕이 망명하시게 된 것은 현명하기 때문이며, 천하가 어리석어 그 현명함을 싫어하기에 연합 공격한 것이 이유라고 답한다. 이 말을 들은 제 민왕은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현명함이란 이렇게 힘든 것인가”라고 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왜 공옥단이 그 시점에 굳이 거짓말을 했을까다. 당시 제왕은 이빨 빠진 호랑이에 지나지 않았다. 몇 마디 솔직한 말을 해도 쫓겨나거나 목이 달아날 일은 없었다. 리징쩌는 공옥단의 심리를 파고든다. 제나라 왕이 간절한 태도로 진실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공옥단은 참지 못하고 거짓말을 이어나갔다. 이를 통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공옥단은 무척 즐거웠으리라는 게 저자의 해석이다. 그는 자신의 총명함 때문에 즐거웠다. 더 은밀하고 달콤한 즐거움은 왕을 괴롭히는 것,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이었다. 엉덩이를 다 드러내고 거리에 나가도 아무도 그 사실을 말해주지 않는 것, 이것이 어리석은 왕들의 현실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사람들이 거짓말하는 이유는 두려워서이기도 하지만 즐겁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게 리징쩌의 해석이다. 공자는 약점이 있어 귀엽다 맹자는 너무 완벽한 것 같다 「순의 울부짖음」을 보자. 순임금의 이야기에서 가장 아득하고 심오한 장면은 “순이 밭에 나가 하늘을 우러러 울부짖곤 했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순임금은 요임금의 선양으로 왕이 된 성군이다. 왜 그는 밭에서 울부짖었을까. 리징쩌는 맹자가 기록한 순의 일대기에 의문을 제기한다. 순이 왕이 되는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아버지와 동생의 집요한 방해가 있었다. 순을 불에 태워 죽이려 하고 우물에 묻으려 시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순은 간신히 살아났다. 게다가 복수하지 않고 포용함으로써 두 사람과의 관계를 회복했다. 공자와 맹자는 이것이 순의 선함, 너그러움, 인내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반면 저자의 입장은 다르다. “선은 우리에게 아무런 현세적 이익도 제공하지 못한다. 선은 뭔가를 획득하고 취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포기하고 버리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그래서 순의 이야기는 선에 대한 보응으로 읽혀서는 안 된다. 리징쩌는 “그가 고난을 당하고 극도로 연약했을 때, 하늘은 말이 없고 거친 들판도 말이 없었다. 그의 영혼만 흔들리고 있었을 뿐이다”라고 말한다. 선을 지키는 사람은 끝내 고독하고 스스로 굳셀 뿐 그에 대한 리워드는 우리의 상상일 뿐이라는 것. 이것이 순임금의 이야기에서 끌어낸 그의 결론이다. 「맹자의 선택 문제」에서 그는 『논어』 읽기와 『맹자』 읽기의 차이점에 대해 말한다. 『논어』는 노인을 상대로 뭔가 상의하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거는 아닌 거 같은데요” 하면서 말이다. 반면 『맹자』...
  • 한국어판 서문: 춘추에 펼쳐진 고대의 풍경 1. 오생의 두세 가지 사건 2. 같은 배를 탄 두 아들 3. 월나라의 토끼몰이 4. 거짓말이 키운 왕 5. 푸줏간에 숨다 6. 새 울음소리 7. 마부와 차부, 하이힐 8. 바람의 저작권 9. 진리의 탄생 10. 공자 제자들이 행한 좋은 일들 11. 군자의 수면 문제 12. 과인에게 한 가지 문제가 있으니 13. 인간의 본성과 물 14. 순의 울부짖음 15. 용기 16. 수학자의 도시 17. 맹자의 선택 문제 18. 성인병聖人病 19. 맹자가 이상주의자를 만났을 때 20. 세난 21. 전국책 22. 장기 한 판 23. 송宋 양공에 관한 한 가지 상상과 다양한 문제 24. 중이 외전 25. 거래침 사건 26. 조씨 고아 27. 대중목욕탕에서 싹튼 유혈 사건 28. 마구 움직이는 식지 29. 기둥을 끌어안고 사랑의 노래하다 30. 변호사 등석을 기리며 31. 규칙의 붕괴 32. 물고기와 검 33. 영웅 요리 34. 누구를 먹지 못하겠는가? 35. 초 영왕 전기 36. 뽕나무 전쟁 37. 오자서의 눈 38. 진나라 조정에서 울다 옮긴이의 말 주
  • “무익하다.” 이 한 마디는 나중에 중국인들의 생활 속에 아주 오래 메아리쳤다. 어쩔 수 없이 선택과 결정을 해야 할 때마다, 누군가 어리석음을 범하면서까지 하찮은 것을 지키려 할 때마다 이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무익하다. 무슨 소용이 있냐는 질의였다._155~156쪽 작은 일은 큰일이 되었지만 큰일들은 원래 작은 일이었다. 좋은 일이 곧 나쁜 일이고 나쁜 일은 또 좋은 일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 자신은 좋은 사람이 되려는 마음밖에 없었지만 어떻게 해서 모든 사람이 손가락질하며 비난하는 나쁜 사람이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_214쪽 이 일은 무척이나 이상하다. 똑같이 하늘 끝 낯선 땅에 떨어진 사람들이 서로 만났다고 해서 반드시 사전에 서로 알고 지낸 사이인 것은 아니다. 이제 서로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 만나거나 함께 지내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을 수하에 있는 사람들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한 가닥 줄에 매달린 개미들인데 어째서 서로 만나 마작이라도 두지 못한단 말인가? 황토고원에는 서글픈 바람만 부는데 서로를 보듬고 온기를 나눌 수는 없는 것인가? 이에 대해 사회가 대답한다. “내가 그와 같은 길을 가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런 사실이 내가 그와 위챗으로 소통할 정도로 가까운 친구임을 증명하진 않는다. 나는 원래 그를 무시했고 의로운 사람이 아니라고 여겼다. 그러니 내가 그를 만날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_219~220쪽 춘추시대와 오늘날은 다르다. 경제가 발달되지 못하고 문화도 선진적이지 못한 춘추시대 사람들이 쌀은 쌀이고 물은 물이며 솥은 솥이고 불은 불이라고 생각하면서 각자 분리하여 논한다는 것이다. 지금은 어떨까? 우리는 쌀은 물이고 물은 쌀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솥에 넣으면 죽이 되는 것이다. 천하의 모든 일은 결국 같은 일이다. 하나의 입장이요 줄서기다. 안쪽이 아니면 바깥쪽이고, 왼쪽이 아니면 오른쪽인 것이다._221쪽 춘추시대 사람들은 오늘날의 우리처럼 역사와 생활이 부여하는 조건에 아주 깊이 제한을 받았다. 자신의 신념을 말하지 못하고 좋은 신념을 가지고 행동에 옮겼을 때, 그들은 부득이하게 넓은 진흙탕을 넘게 된다. 공자가 위대한 것은 집정의 기회가 없었던 덕분이라 할 수 있다._260~261쪽 그 시대에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같은 장엄함, 광막함과 함께 거친 기질이 상존했다. 사람들은 모두 거대한 괴수이거나 거대한 신이었다. 그들의 중상모략과 탐욕, 질투, 분노와 원한, 허영심을 포함한 욕망과 감정들이 하늘처럼 넓고 땅처럼 거대한 일들을 만들어냈다. 『일리아드』와 다르지 않았다. 바다를 건너 싸우는 거대한 전쟁도 누군가 남의 마누라를 빼앗아갔기 때문에 일어난 것이었다. 나는 그 시대가 행복했는지 불행했는지 감히 단정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 시대가 무척 귀여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시대는 우리의 유년처럼 오래 기억되고 있고 입에서 입으로 널리 유전되고 있다. 하지만 사실 춘추시대는 우리 마음속에서 어지럽고 흐릿한 한 덩어리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우리의 기억을 제거하여 그 떠들썩하고 장난기로 가득했던 유년을 잊어버리게 한 것처럼 춘추도 흐릿하게만 기억되는 것이다._272~273쪽 이런 일을 일컬어 국경분쟁이라고 한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 사건은 역사와 무관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 요란하고 살벌하지 않은 일에는 역사가들이 관심을 갖지 않게 되었다. 역사가들의 붓은 피를 좋아하게 되었다. 어떤 사건의 중요성에 대한 역사가들의 판단이 기본적으로 피를 기준으로 하게 된 것이다. 사마천은 피가 흘러 방패가 ...
  • 리징쩌(李敬澤) [저]
  • 1964년 태어났고 산시山西성 루이청芮城이 본적이다. 어린 시절 부모를 따라 바오딩保定, 스자좡石家莊 등으로 옮겨 다니며 살았고 1980년 베이징대학 중문과를 졸업했다. 『소설선간小說選刊』 편집자를 거쳐 『인민문학』에서 편집자, 제1편집실 부주임, 주임, 부편집장을 역임했다. 문학평론가로 활발히 활동했으며 『색의 이름』 『종이의 현장』 『강변의 나날』 『아무리 봐도 비밀 교류』 『차가운 향락』 『세월을 읽다』 『천일야를 간증하다』 등 다수의 평론집과 산문집을 펴냈다. 중국작가협회 당위원회 서기처 서기를 지내고 있으며 2021년 중국작가협회 제10기 전국위원회 위원으로도 선출됐다.
  • 김태성(金泰成) [저]
  •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타이완 문학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학 연구공동체인 한성(漢聲)문화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계간 '시평(詩評)'기획위원, 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어과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고별혁명', '중국 문화지리를 읽다', '핸드폰', '비가 오지 않는 도시', '굶주린 여자', '아이들의 왕',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딩시 마을의 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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