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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오브제 : 사물의 이면에는 저마다의 사연과 궁리가 있다
이재경 ㅣ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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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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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6page/133*206*22/45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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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1842173/1191842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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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혹하는 사물들과의 로맨스 끌리는 것들을 향한 지적 탐색과 감성적 몰입의 기록 번역가의 책상에서 두 발짝 너머로 떠난 미행 갖지 않고도 즐기는 조금 특별한 수집품 이야기 목수연필, 뱅커스 램프, 쥘부채, 꿀뜨개, 플뢰르 드 리스…… 번역가의 물체주머니에 담긴 30개의 오브제 《설레는 오브제》는 텍스트의 바다에서 헤매던 한 전업 번역가가 지면에서 마주친, 마음을 사로잡고 설레게 한 사물들을 수집한 기록이다. 10여 년간 출판 번역가로 일하며 50권이 넘는 책을 옮긴 저자 이재경은 번역하는 틈틈이 마주치는 사물들의 사연을 탐색하고 거기에 자신의 일상을 접붙이는 글을 썼다. 그 글들은 베테랑 번역가가 미처 지면에 다 옮기지 못한 “여러 편의 긴 역자 주석”인 동시에, 아주 사적인 취향으로 엄선한 독특한 수집품 컬렉션이기도 하다. 수집이라고 하면 보통은 소유를 전제로 하지만, 이 책에 담긴 수집품들은 다르다. 저자는 사물의 물성 대신 감성을 수집한다. 그 감성을 이루는 이야기는 두 가지 관계에서 비롯된다. 그 사물이 존재한 시간 동안 인간 세상과 맺은 관계, 그리고 그 사물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맺은 저자와의 관계. 그래서 《설레는 오브제》는 사물 뒤편에 쌓인 맥락을 탐구하는 인문 에세이이자, 저자만의 내밀한 취향과 감성을 고백하는 일상 에세이이면서, 숙련된 번역가의 언어에 대한 고민과 관점을 엿볼 수 있는 번역 에세이이기도 하다.
  • 지면의 언어를 옮기던 번역가, 사물에 깃든 이야기를 옮기다 여기 ‘fleur de lis(플뢰르 드 리스)’라는 단어가 있다. 저자는 소설 《셜로키언》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호텔 방 벽을 묘사하는 용도로 서술된 이 단어와 마주쳤다. 소설의 줄거리는 물론이고 어떤 복선과도 무관한 단어였기에, 저자는 ‘옮긴이 주’로 별다른 설명을 붙이지 않고 ‘백합 문양 벽지’로 번역했다. 하지만 이 선택은 저자에게 후회로 남는다. 플뢰르 드 리스가 현지의 언중에게 주는 느낌과 인상을 한국어판으로 ‘옮기지’ 못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세계관을 지키려는 셜로키언들의 집회에서 끝내 살인이 일어나던 밤, 첫 번째 단서를 찾는 주인공의 돋보기가 무심코 스쳐 간 곳. 그곳의 낡은 벽지 속에 흐릿하게 떠 있던 문양. 그걸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소설 속 주인공도, 번역한 나도. ─ 201p. 〈플뢰르 드 리스 - 결사와 음모의 미학〉 그렇게 다시 들여다본 ‘플뢰르 드 리스’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비밀과 음모 그리고 피의 역사가 숨어 있었다. 중세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들어온 플뢰르 드 리스는 프랑스 왕조와 수도회 기사단의 심벌이 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같은 백합 문양을 가진 두 세력 간에 충돌이 일어났다. 가톨릭교회를 등에 업은 프랑스가 이단의 죄를 씌워 기사단을 토벌한 것이다. 그 이후로도 플뢰르 드 리스는 종교와 왕조, 프리메이슨과 보이스카우트, 군대 등의 상징으로 사용되며 널리 퍼져나갔다. 흔히 번역가를 ‘옮긴이’라고 부른다. 번역은 저곳의 언어(출발어)를 이곳의 언어(도착어)로 ‘옮기는’ 작업이다. 이때, 단순히 언어만을 일차원적으로 옮기는 경우는 드물다. 번역가는 언어를 옮기면서 “언어 너머의 문화”와 “행간에 누운 정서와 태도”를 함께 나른다. 그래야만 더욱 정확하면서도 풍성한 번역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설레는 오브제》는 저자가 번역을 하는 과정에서 마주친 낯선 사물들에 다는 뒤늦은 ‘옮긴이 주’다. 또한 보다 나은 번역을 위해 사물 뒤편에 쌓인 사연과 궁리들을 탐색하다 저도 모르게 설레어버린 것들에게 바치는 연서(戀書)이기도 하다. 오브제 센티멘털리즘, 조금 특별한 사물 감상법 ─ 궁리하고 음미하며 접붙이기 그렇다고 이 책이 번역에 관한 이야기만 담고 있거나, 생소하고 이국적인 사물들만을 다루지는 않는다. 저자는 우리네 일상과 맞닿아 있는 흔한 사물들에게도 눈길을 준다. 책갈피, 갈색 종이봉지, 텀블러, 화장거울 같은 것들 말이다. 《설레는 오브제》의 글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번역의 과정에서든 일상생활에서든 우연히 마주쳐 마음이 머문 하나의 사물을 지적 탐색과 감성적 몰입의 대상으로 삼아 깊이 궁리하고 음미해보는 저자의 태도와 관점 때문이다. 한편, 입구를 구겨서 닫아놓은 종이봉지는 묘한 긴장감을 낸다. 가볍지만 묵직한 미스터리를 자아낸다. 그래서 조심스레 풀어보게 한다. 갈색 봉지에 든 물건은 선물과 장물의 분위기를 동시에 풍긴다. 음모와 폭로를 동시에 상상하게 한다. (…) 종이봉지 센티멘털리즘이란 게 있다, 세상에는. ─ 55~56p. 〈갈색 봉지 - 소박한 걸작, 삶의 조각들을 담다〉 그렇게 하나의 사물에서 길어낸 이야기를 저자는 때론 자신의 일상과 적극적으로 접붙인다. 《설레는 오브제》의 독특한 점은 다루는 사물들을 저자가 직접 사용해보거나 소장하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조금 특별한 수집기(蒐集記)이기도 하다. 저자는 사물의 물성을 소유하는 대신 사물에 담긴 이야기를 자신의 일상과 접붙여냄으로서 사물의 감성을 수집한다...
  • 머리말 - 번역가의 물체주머니 소소한 모두스 오페란디 팔러 체어 _ 환대의 공간에서 혐오의 상징까지 뱅커스 램프 _ 지난 시대의 실용, 장식이 되다 목수연필 _ 흑연과 다이아몬드의 이름 공유 페이퍼백 _ 참을 수 없는 수집의 가벼움 종이인형 _ 패션 아바타의 진화 갈색 봉지 _ 소박한 걸작, 삶의 조각들을 담다 일상의 궤도 밖에서 에스프레소 _ 지구 서식자의 행복 꿀뜨개 _ 인류의 정주생활을 추억하며 트래블러 태그 _ 도시 산책자의 자의식 소품함 _ 감성 유희를 위한 도구상자 텀블러 _ 박카스 온더록스부터 친환경 커피까지 무지개 파라솔 _ 캐주얼과 시대 유감 연상의 고리들 깅엄체크 _ 사강의 수영복과 바르도의 웨딩드레스 메리제인 슈즈 _ 여학생과 가사노동자 허니콤 볼 _ 랑그와 빠롤의 문제 페이퍼 나이프 _ 의도한 미완성이 주선한 뜻밖의 만남 나팔축음기 _ 오펜바흐를 좋아하세요? 쥘부채 _ 추파의 도구: 정념을 접었다가 폈다가 욕망의 부득이함 블루 윌로 _ 제조된 전설 비연호 _ 기쁨의 조건 차통 _ 시간을 밀봉하다 스콘 _ 데번이냐 콘월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꽃시계 _ 자연을 인간계에 편입하려던 오만한 발상 플뢰르 드 리스 _ 결사와 음...
  • 머리말 - 번역가의 물체주머니 어릴 때 물체주머니를 채울 때처럼, 언제부터인가 작업과 생활에서 심상찮게 마주친 사물을 모으기 시작했다. 번역 텍스트에서 처음 통성명한 사물을 기념품처럼 하나둘 챙기기 시작했고, 그게 소소한 설렘이 됐다. 예전에는 사물의 물성을 모았다면 이번에는 사물의 감성을 모았다. 어릴 때처럼 여기에도 내 취향과 관심사가 깊이 관여해 몹시 개인적인 컬렉션이 됐다. 거기에 기대서 우리가 사는 시간과 세상을 말하고 싶었다. (7쪽) 갈색 봉지 - 소박한 걸작, 삶의 조각들을 담다 사람마다 선뜻 버리지 못하는 게 있다. 병뚜껑, 빵끈, 사탕싸개, 비누껍데기…… 버리려고 할 때 손목을 잡듯 의식을 잡는 것. 그래서 버리기 전에 한 번 더 보고, 잠깐 망설이고, 순간 맘먹어야 하는 것. 내가 희구했던 것을 내게 올 때까지 싸고 묶고 표시해주던 것에 대한 모종의 의리인가. 아니면 누구나 조금씩은 있다는 저장 강박인가. 나는 종이봉지를 얼른 못 버린다. 종이봉지를 만질 때 나는 특유의 감각적인 소리가 내 귀에는 “나를 버리지 말아요”로 들린다. (53쪽) 에스프레스 - 지구 서식자의 행복 에스프레소는 지구 서식자의 행복이다. 삶에 애착을 일으킨다. 무위無爲에 짜릿함을 주고 집중의 고통을 덜어준다. 에스프레소는 각성의 영약이다. 심상의 볼륨을 키우고 영감의 해상도를 높인다. 에스프레소는 앞에 놓이는 순간 어지러이 펼쳐진 공간 속에 블랙홀처럼 밀도 높은 한 점을 만든다. (67쪽) 트래블러 태그 - 도시 산책자의 자의식 내게 여행자 딱지를 붙이는 행위는 일상의 관성을 깬다. 관료주의와 자본주의 질서 속에 무력해진 개인의 경험과 상상에 숨을 넣는다. 내 나름의 현실 재구성과 공간 재해석에 들어가는 입장권이 된다. 우리는 그 입장권을 들고 미정未定의 세계로 들어간다. (78쪽) 메리제인 슈즈 - 여학생과 가사노동자 메리제인 슈즈는 이중적이다. 아동의 외출복과 노동계급의 유니폼이 맞물려 있다. 정신해방을 말하면서 계급의식은 버리지 못했던 19세기 ‘순수의 시대’가 느껴진다. 아이의 귀여움이 여성성으로 확대됐다. 훈련된 순수함도 여성에게 귀속됐다. 그래서인지 메리제인 슈즈에는 자유분방과 내숭이 공존한다. 천방지축과 다소곳함이 함께한다. 어쩌면 그런 이중성이 메리제인 슈즈가 인기 있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121쪽) 나팔축음기 - 오펜바흐를 좋아하세요? 디지털화는 물건의 물성을 없앴다. 아니, ‘물건’ 자체를 없앴다. 기계식 가동이 전자화하면서, 전화와 시계와 카메라와 음악재생기는 청색광을 내뿜는 화면 뒤로 사라졌다. 나팔꽃처럼 피어 있던 음량 증폭 장치도, 카메라의 빛 구멍을 찰칵찰칵 여닫던 셔터도, 손가락 구멍이 뚫려 있던 전화 다이얼도, 인생처럼 이합을 반복하며 시간을 알려주던 시곗바늘들도 자취를 감췄다. 부품의 배열이 작동 원리를 그대로 보여주고, 거기 묻은 손때가 곧 조작법이었던 시대는 갔다. 전자회로가 부품을 대체했으니 기기들이 아날로그 시대의 외관을 유지할 필요도 없어졌다. 그때의 감성을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비싼 값을 지불하고 껍데기로만 남은 그때의 디자인을 소비할 뿐이다. (138쪽) 쥘부채 - 추파의 도구: 정념을 접었다가 폈다가 구애에는 퇴짜 맞는 망신이나 기존 관계(우정이나 동지애)의 훼손 같은 잠재 위험이 따른다. 특히 여성의 경우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랫동안 구애 자체가 금기였다. 구애의 성패를 떠나 평판에 미치는 타격이 컸다. 좋아하는 남자가 있어도 상대의 관심을 노골적으로 바라거나 즐기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너무 철벽을 쳐도 상대의 의욕을 꺾어 기...
  • 이재경 [저]
  • 서강대학교 불어불문과를 졸업했다. 경영컨설턴트와 출판 편집자를 거친 월급쟁이 생활을 뒤로하고, 2010년 전업 번역가가 됐다. 산문집 《젤다》, 시집 《고양이》, 고전명언집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해》를 엮고 옮겼고, 《편견의 이유》 《쓴다면 재미있게》 《깨어난 장미 인형들》 《민주주의는 없다》 《바이 디자인》 《소고기를 위한 변론》 《가치관의 탄생》 《셜로키언》 《뮬, 마약 운반 이야기》 등 50권 넘는 책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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