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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서서 가만히 :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정명희 ㅣ 어크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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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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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page/131*210*23/48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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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7740434/116774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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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유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의 나를 물들인 유물 이야기 시간만 나면 답사를 가고, 박물관과 미술관을 찾아 유물 앞에 서 있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왜 유물 앞에 오래 머물며, 계속해서 다시 찾는 걸까?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특별전 ‘영혼의 여정’부터 한국문화재 주제 전시 사상 최다 관람객을 모은 ‘대고려전’까지 굵직한 전시를 담당한 국립중앙박물관 큐레이터 정명희가 시공간을 넘어 우리를 매혹하고 변화시키는 유물의 세계로 초대한다. 《멈춰서서 가만히》는 유물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기적 같은 순간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한 점의 유물 앞에서 우리의 시간은 과거로 향하기도 하고, 지금 이곳에서 가보지 않은 길로 이어진다.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면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된다. 오래된 책을 펼쳐보는 기분처럼 잊고 있던 목소리가 내 앞으로 다가온다. 수장고 속 숨어 있는 유물에 숨을 불어넣는 큐레이터의 일과 삶, 유물과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는 관람객들의 사연, 그러한 체험을 통해 더 나은 사람이 되어갈 수 있다는 기대를 담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인증샷 찍는 대신 고요하게 머무르는 이들의 비밀 언젠가부터 박물관은 지루한 유물들의 공간이 아니라 MZ세대 성지가 되었다. BTS 리더 RM이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화제가 된 국보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전시된 '사유의 방'은 명소가 되었고, 파스텔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불티나게 팔린다. 인증샷으로 요란한 와중에도 유물에 앞에서 고요하게 머무르는 이들이 있다. 유난히 집중력이 좋아서 혹은 관련 지식이 많아서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물과 나, 단둘이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순간이 좋기 때문이다. 이들의 얼굴에는 기쁨과 호기심이 지나간다. 사실 반가사유상이 설치된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입구에는 이런 문구가 붙어있다. ‘두루 헤아리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시간’. 20년 동안 박물관 큐레이터로, 유물 보는 이의 뒷모습을 오래 바라본 저자는 말한다. 유물을 기억하고 남기는 방법은 다를지라도 우리는 명작의 채워지지 않은 여백을 함께 채우고 있는지 모른다고. 유물은 누구에게든 열려 있고 자신의 느낌을 얼마든지 갖게 할 만큼 여유롭다고. “많은 이가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가까이 둔다. 만 명에게는 만 점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한 곳에 있되 여러 마음에 동시에 존재하는 희한한 상, 이렇게 마음속 보물은 하나이기도 하고 동시에 여럿이 되기도 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보다 “느낌이 먼저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은 그 자체로 즐거운 일이다 “알면 참으로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참으로 보게 되고, 볼 줄 알게 되면 모으게 된다知則爲鎭愛 愛則爲眞看 看則畜之而非徒畜也” 수집가의 안목에 대한 문인 유한준의 문장은 미술사학자 유홍준에 의해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로 번안돼 유명해졌다.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은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어렵게 생각한다. 잘 모르는데 어떻게 ‘잘’ 감상할 수 있겠는가 자책하면서. 하지만 저자는 이 말이 가끔 오독되기도 한다고 말한다. 알아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나머지, 알지 못하면 즐길 수 없다고 단정하거나 지레 포기하게 될 것을 염려한다. 그리고 말한다. 무언가를 바라보고 알아가는 것은 즐거운 일이지 “많은 지식을 다 알려면 나는 틀렸네”와 같은 좌절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고.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게 되는 것이며,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고 말이다. “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는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안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열린다. 대상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알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서 머물기도 하고, 이미 본 그림을 또 보러 가기도 한다.” “조선에도 인스타그램이 있었구나” 귀를 기울이면 다가오는 것들 한 점의 유물 앞에서 시간은 가보지 않은 길에서 지금 이곳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700년 전 불상에 보관된 비단에 1000명이 적은 소원을 보고 우리 시대의 발원문을 만들면 무엇이 남을까 궁금해하고(‘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장곡사 불상 발원문), 이른 나이에 시집간 딸이 고양이만 품고 있다며 잔소리하는 왕의 한글 편지에서 현실 부녀를 떠올리기도 한다(‘17세기 왕실의 한글 편지’-숙명신한첩). 그런가 하면 풀벌레, 개구리, 물고기, 개가 담긴 화첩을 넘겨보며, 조선에 인스타그램이 있었구나! 반가워하고(조선의 인스타그램- 화원 백은배의 화첩) 무릎을 닮은 연적을 바라보며 아팠던 무릎을 만지며 빨리 낫기를 바라기도 한다(‘한때 누군가의 자랑이었을’- 백자 ...
  • 프롤로그- 어딘가에서 나를 기다리는 유물이 있을 것이다 1부 소중한 것을 담자: 유물 앞에 오래 서 있는 사람은 뭐가 좋을까 느낌이 먼저다- 화원별집 소중한 것을 담자- 은제 표주박 모양 병 100권만 꽂을 수 있는 책꽂이- 책가도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온도- 모란 넝쿨무늬 청자완 파도 소리, 새의 날갯짓- 지장보살도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장곡사 불상 발원문 노래하는 사람- 신라 토우 집에 가자, 당나귀야!- 기려도 현자들의 티타임- 월남사지 삼층석탑 함께 걸을까요?- 인도 세밀화 2부 상상의 미술사- 오랜 시간을 건너 힘이 되고 의지가 되는 이름들 타임슬립 영화 좋아하세요?- 윤두서 자화상 사건의 재구성- 녹우당의 일제 거울 17세기 왕실의 한글 편지- 숙명신한첩 오래된 사진의 기억- 유리건판 모든 것의 시작, 서원- 고려 사경 고리타분씨는 죄가 없다- 개성 출토 피규어 영혼의 여정- 시왕도 두 가지 맛 복숭아- 감로도 덧없는 인생이라니요- 청자 베개 3부 귀를 기울이면- 만 명에게는 만 명의 반가사유상이 있다 오월의 숲- 분청사기 자라병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함께하는 명작의 힘- 반가사유상 오랫동안 서로 잊지 말기를- 세한...
  • 유물 앞에서 느꼈던 좋은 경험이 모이자 멀리 가지 않고도 여행하는 법을 알게 되었다. 숨을 고르고 가만히 머물면 따뜻하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한 편안함이 내 안에 고인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또 다른 이야기를 갖게 된다. 아득하거나 막막할 때면 나아짐이 없는 것 같지만 어느 순간 한 계단 올라서고 있을 거라고 말하는 친구가 내 곁에 다가온 것 같다. (프롤로그, 7쪽) 그림을 사랑하게 된 이는 마음에 공간이 생긴다. 사랑에 빠졌을 때처럼 내 안에 고정되었던 시선이 바깥을 향해 열린다. 대상을 더 섬세하게 느끼고 알고 싶다는 열망이 커진다. 그림 한 점 앞에 오래 서서 머물기도 하고, 이미 본 그림을 또 보러 가기도 한다. 화가의 시선이 도달한 공간, 붓을 잡은 이의 시간에 스치던 생각과 감정에 닿는다. 어떤 의도나 목적 없이도 무언가로 향하는 마음 그대로를 인정하게 된다. 알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에 알게 되는 것이다. 사랑은 알지 못하는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을 이긴다. 언제나 그랬지만 느낌이 먼저다. (느낌이 먼저다, 19쪽) 차향은 전시 공간을 이내 가득 채웠다. 어느 다점에서 봤음 직한 풍경과 소리와 향기가 있는 곳에 오면 어른들은 쉽게 변화를 눈치챘다. “무슨 향이 나네요” 하면서. 아이들은 좀 달랐다. 대체로 물어보기 전에는 잘 알아채지 못한다. “여기서 어떤 향기 안 나니?” 하고 물으면 그제서야 코를 킁킁거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물으려면 좀 더 시간을 줘야 한다. 존재하지만 안 보이는 것이 있고, 이를 알아차릴 느낌의 틈을 찾기 위해 다른 감각은 잠시 멈춘다. “아! 나요, 나요.” 먼저 찾은 아이들의 목소리에 긴가민가 했던 아이들도 이건가 싶어 한껏 가세한다. 꼭 한 번이 아니라 두 번씩 말하고, 발을 콩콩 구르기도 한다. 그래? 향기를 맡았구나, 어떤 향이 나니? 물으면 또다시 생각에 잠기느라 고요해진다. ‘아, 뭐더라?’ 골똘할 때의 표정을 보는 일이 좋다. (계속 사랑할 수 있는 온도, 35쪽) 700년 전의 고려 불상에서 사람들이 남긴 바람을 듣고 온 이들이 자신의 바람을 남겼다. ‘다음 생에는 미국에서 태어나게 해주세요’와 같은 청년의 글, ‘부처님 사랑해요’, ‘엄마 아빠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라고 남긴 아이의 글씨체까지 다양한 사연이 모였다. 매일 아침 누군가의 소원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다. 사연을 적은 이들이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어도 발원문은 남아 있을 것이다. 긴 시간을 건너 우리에게 전해진 유물은 자신의 삶을 살았던 사람들과 우리를 이어준다. 우리가 연결되어 있는 전체의 일부라는 느낌이 위로가 되는 날이 있다.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게 해주세요, 50쪽) 같은 것을 보아도 내가 변하는 만큼 눈에 담기는 지점이 달라진다. 바람 사이로 다가오는 꽃향기라든가, 저 멀리 해가 질 때 서서히 변하는 하늘빛이라든가. 그녀의 마음을 채우는 것이 매일 달라지듯 그날에만 존재했을 조금은 나른한 시간의 빛과 공기를 느껴본다. (함께 걸을까요?, 71쪽) 오래된 그림을 매개로 다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을 만나게 한 녹우당은 더 이상 ‘세상 끝의 집’이 아니었다. 한 공간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타임슬립 영화처럼 어떤 공간은 다른 시간을 살았던 사람을 연결하고 만난 적 없는 이의 삶을 바꾸기도 한다. 머무르며 마음을 주었던 장소와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을 통해 특정 공간은 장소성을 지니게 된다. (타임슬립 영화 좋아하세요?, 81쪽)
  • 정명희 [저]
  • 매일 출근하는 곳이지만, 박물관은 큰맘 먹어야 간다거나 어디부터 봐야 할지 막막하다는 말에 크게 공감하는 생활인이다. 사라진 시간을 기억하는 과묵한 유물을 보고, 상상하고, 글로 쓴다. 유물 앞에 오래 머무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면 마음이 설렌다. 박물관은 누군가와 함께 있고도 싶고 혼자 있고도 싶을 때 찾으면 좋은 공간. 지금 당신이 어디쯤 서 있는지 궁금하다면 날카로운 공기에서 빠져나와 이곳으로 오길. 무거운 외투는 벗어두고, 편안한 신발을 신고 힘을 풀고 멍하니 산책길의 감촉을 느끼며 같이 걷고 싶다. 10년 넘게 산 동네에서 길을 잃거나 가끔 집과는 반대 방향으로 지하철을 탄다. 길 잘 찾는 사람과 한 가지 일을 묵묵히 하는 다정한 사람에게 약하다. 주먹을 꼭 쥐고 다짐하는 결심보다 아늑한 온기에서 나아갈 힘을 얻는다. 같은 것을 바라볼 때 특별한 말을 나누지 않아도 느껴지는 편안함이 좋다. 홍익대학교에서 한국미술사 전공으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도서전 기념 특별전 〈영혼의 여정〉을 비롯해 〈법당 밖으로 나온 큰 불화〉, 〈꽃을 든 부처〉, 〈대숲에 부는 바람, 풍죽〉, 〈공재 윤두서〉,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 등 크고 작은 국내외 전시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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