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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고요한 ㅣ 나무옆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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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5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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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2page/136*201*21/371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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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1571317/116157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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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례식장 아르바이트가 끝나면 진짜 우리의 밤이 시작된다! 서울의 밤을 환상처럼 꿈처럼 떠도는 청춘들 삶과 죽음을 껴안는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 2022년 제18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이 나무옆의자에서 출간되었다. 『미실』(김별아), 『아내가 결혼했다』(박현욱),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에서 『보헤미안 랩소디』(정재민), 『저스티스맨』(도선우), 『로야』(다이앤 리),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오수완), 『언맨드』(채기성)까지 매해 독자를 매료시켜온 세계문학상이 올해도 196편의 응모작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한 작품을 수상작으로 선정했다. 고요한 작가의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20대 남녀를 주인공으로 청춘의 방황과 성장, 죽음의 의미를 깊고도 무겁지 않게 그린 작품이다. 일곱 명의 심사위원단(최원식, 은희경, 권지예, 정홍수, 하성란, 강영숙, 박혜진)은 “죽음의 이미지가 압도하는 장례식장을 배경으로, 서울 밤의 시내를 풍경으로 세계를 스케치하는 이 소설은 청춘의 막막함과 외로움을 군더더기 없이 표현하는 가운데 여백의 미를 보여 준다.”고 평했다. 권지예 소설가는 “죽음이 이토록 깊고 푸른 밤의 여행 같다면, 우리는 삶을 얼마든지 설레며 견딜 수 있다. 아름다운 애도와 성장의 서사가 청춘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게 위안을 선물하리라 생각된다.”는 추천의 말을 보탰다. ‘나(재호)’와 ‘마리’는 자정이 넘어 장례식장 일이 끝나면 새벽 첫 차가 다닐 때까지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낸다. 처음에는 도보로, 그다음에는 오토바이를 타고 밤새 불을 밝힌 맥도날드를 찾아 광화문 일대를 떠돈다. “그렇게 걷고 또 걷는 모습을 보여주기만 하는데, 소설은 삶과 죽음의 시간을 껴안고 우리 시대 젊은이들의 가슴 시린 초상에 이른다.”(문학평론가 정홍수) 고요한 작가는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소설집과 장편소설을 한 권씩 낸 기성 작가로,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세계적인 문학저널 『애심토트(Asymptote)』에 소개되어 화제가 된 바 있다.
  • 걷고 달리며 생의 무게를 뛰어넘는 싱그럽고 아릿한 청춘의 밤 취업을 못 하고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던 재호는 그 아르바이트마저 잃고 장례식장 빈소에서 도우미를 한다. 그는 자정이 넘어 장례식장 일이 끝나면 오토바이를 타고 서울 시내를 돌아다닌다. 어릴 적 목조르기 게임을 하다가 자신이 누나를 죽였다고 생각하는 그는 하얀 뱀의 환상을 보며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누나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알바 인생의 고달픔을 잊기 위해 그는 밤이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린다. 어느 날 새벽 재호는 같은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마리가 맥도날드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떨어진 마리 역시 여러 아르바이트를 거쳐 이곳까지 왔다. 그녀는 집이 동인천이어서 장례식장 알바가 끝나면 교통비를 아끼기 위해 맥도날드에서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며 밤을 보냈다. 재호는 새벽 첫 차가 다닐 때까지 마리와 함께 밤을 보내기로 한다. 밤거리로 나선 두 사람은 장례식장이 있는 서대문에서 광화문과 종로 일대를 걷는다. 선선한 바람이 부는 봄밤은 산책하기에 더없이 좋다. 천국상조라는 글씨가 크게 쓰인 검은 조끼를 입은 재호와 길에서 주운 하얀 면사포를 쓴 마리, 그 모습을 보고 흠칫 놀라는 사람도 있지만 이들은 덕수궁 앞에서 ‘이리 오너라’를 외치고, 교보문고 앞 벤치에 앉아 있는 염상섭의 동상을 끌어안고,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전차에 슬쩍 들어가 손을 흔들기도 한다. 어느 날부터 둘은 오토바이를 타고 밤에도 불을 밝힌 맥도날드를 찾아 시내 곳곳을 돌아다닌다. 라이딩은 광화문에서 종로로, 동대문을 거쳐 대학로로, 다시 서대문으로 돌아와 남산까지 이어진다. 소설이 스케치하는 서울의 밤 풍경은 우리가 알던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 때로는 스쳐 지나가며 때로는 멈춰 속을 들여다보며 골목과 거리가 품고 있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독자는 서울 도심의 구체적인 지명과 건물 이름을 따라가며 재호와 마리가 달리는 모습을 영상을 보듯 떠올리게 된다. “서울의 밤이 환상처럼 꿈처럼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한 편의 영상 이미지가 윤슬처럼 빛나는 소설”이라는 권지예 소설가의 말이 가슴에 박힌다. “우리도 언젠가 저 물고기처럼 훨훨 날아가는 날이 오겠지.” 순진무구한 이들의 밤 산책은 경쾌하고 싱그럽지만 한편으로는 쓸쓸하고 아릿한 감정을 자아낸다. 취업난과 불안한 미래,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 가족과의 문제 등 쉽게 풀기 어려운 삶의 무게가 그들의 어깨에 매달려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처럼 불 켜진 맥도날드에서 밤을 보내는 재호와 마리 역시 어둡고 적막한 현실에서 위로를 구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역사박물관 맞은편에 있는 설치미술 해머링 맨 앞에서 나누는 두 사람의 대화는 알바 인생의 고충과 취업에 대한 갈망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해머링 맨은 죽지도 않고 이 자리에서 백 년 천 년 망치질을 하겠지.” “기계의 숙명이겠지. 하지만 해머링 맨은 우리보다 나아. 적어도 해머링 맨은 정규직이니까.” 재호와 마리가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청계천에서 튀어 오른 물고기를 쫓는 장면은 밤의 라이딩을 환상적으로 보여주는데, 여기서도 둘은 정규직 일자리에 대해 생각한다. 두 사람은 청계천에 조성되어 있는 수십 마리의 물고기 등을 보고 그중 한 마리의 줄을 끊어 날아오르게 한다. 물고기는 청계천을 날아올라 광화문을 지나 인왕산으로 간다. 그들은 물고기를 잡기 위해 인왕스카이웨이에 오른다. 속도를 높여 따라가지만 물고기를 놓치자 하늘을 헤엄쳐 날아가는 물고기를 보면서 말한다. “...
  • 우리의 밤이 시작되는 곳 작가의 말 추천의 말
  • -알바 자리가 없어 여기까지 왔어. 대학 졸업 후 나는 1년 넘게 취업 재수를 하다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카페 아르바이트에서부터 백화점 일일 판매도 했고 식당에서 서빙도 했다. 분식집에서 하루 종일 김밥을 말기도 했다. 그때 얼마나 많은 김밥을 말았던지 종이만 보면 둘둘 마는 버릇이 생겼다. 분식집에서 김밥을 만 개 정도 만 후 그만두고 결혼식장에서 주차 안내 도우미 일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3개월간 일했는데 건물이 들어서는 바람에 더는 못 하고 장례식장으로 밀려났다. 이 일은 시간대가 일정치 않고 밤늦게까지 일했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보다 보수가 사오천 원 많았지만 두 배는 더 피로했다. 마리는 이번 아르바이트가 스물다섯 번째라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마리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면서 이 일을 한 것이다. (17~18쪽) -밤에 불을 밝힌 곳은 맥도날드밖에 없네. 나는 손으로 맥도날드를 가리켰다. -마치 어둠 속에 떠 있는 배 같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배. -그럼 저 맥도날드 배에 승선해볼까? 횡단보도에 녹색불이 켜졌을 때 우리는 맥도날드를 향해 뛰어갔다. 맥도날드 앞에 서자 불빛이 인도까지 쏟아져 나왔다. 인도에 서서 나는 실내를 바라보았다. 군데군데 앉아 있는 사람들은 꾸벅꾸벅 졸거나 휴대폰을 쥐고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탁자에 엎어져 자는 사람도 있었고 신문을 펴서 보는 사람도 있었다. 혼자 구석 자리에서 햄버거를 먹는 사람도 보였다. 마리와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창가에 앉았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속에 들어온 것 같아. 나는 어둠에 덮인 광화문과 실내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 -늦은 밤 술집 안에 한 부부와 등을 보이고 앉은 남자와 가게 주인이 있는 그림이야. 밖은 어둡고 적막한데 술집 안은 환해. 불이 켜진 술집으로 들어가고 싶을 정도로. 밤에 불이 켜진 맥도날드를 볼 때마다 난 호퍼 그림이 떠올라. (21~22쪽) 거실 안으로 들어온 햇빛에 정신을 차린 나는 목을 잡은 손을 뗐다. 누나의 목에는 손가락 모양의 자국이 벌겋게 생겨 있었다. 누나의 눈은 감겨 있었고 입은 더 벌어져 있었다. 흔들어 깨워도 눈을 뜨지 않아 뺨을 후려쳤다. 그래도 누나는 눈을 뜨지 않았다. 눈 떠, 누나. 눈 뜨라고. 그때 벚나무 위에서 하얀 뱀이 마당을 날아 거실로 들어왔다. 하얀 뱀은 내 주변을 빙글빙글 돌다 벌어진 누나의 입속으로 들어갔다. 뱀이 목구멍을 타고 들어가자 누나의 배가 볼록해졌다. 하얀 뱀은 몸속을 헤집고 다니다 누나의 영혼을 꺼내 들고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 엄마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다. (42~43쪽)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들. 이 정도면 괜찮은 이름인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죽는가도 중요해. 요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야. 타인이 죽는다는 건 인식하지만 자신이 죽는다는 건 인식하지 않더구나.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거지. -죽기 위해 사람들이 그 모임에 나오는 거 같아. -죽는 것도 중요하니까. (47~48쪽) -어쩌다 나는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돌이켜 보면 난 안 해본 알바가 없어. 편의점, 카페, 레스토랑, 노래방, 가구점, 만홧가게, 과일가게……. 시급 육천 원대에서부터 만 원대까지 다 해봤어. 육천 원과 만 원 사이를 오가다 장례식장까지 온 거야. 이러다 알바가 평생직장이 될까 두려워. -나도 그래. 내가 동의하자 마리는 말을 이었다. -남들이 보면 장례식장에서 알바하는 내가 한심하겠지. 젊은 애가 그런 일을 한다고 친구들도 이상한 사람 취급했으니까. 하지만 우리도 언젠가 저 물고기처럼 훨훨 날아가는 날이 오겠지. -우리에게도 그런 날이 올 거야. 저 물고...
  • 고요한 [저]
  • 2016년 〈문학사상〉과 〈작가세계〉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고, 2022년 세계문학상을 수상했다.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번역문학 전문저널 〈애심토트〉에 단편소설 〈종이비행기〉가 번역 소개됐다. 소설집 《사랑이 스테이크라니》, 장편소설 《결혼은 세 번쯤 하는 게 좋아》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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