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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나, 밀레나, 황홀한(리커버) 
배수아 ㅣ 테오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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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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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5월 31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32page/130*209*13/368g
  • ISBN
9791187789383/1187789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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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더 특별하게 다시 찾아온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배수아 소설집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이 개정증보판으로 다시 독자들을 찾아왔다. 새로 선보이는 개정증보판은 초판에 수록된 동명의 단편과 〈영국식 뒷마당〉에 더해 중편 분량의 〈부엉이에게 울음을〉을 추가하였다. 또한 등단 초기부터 작가를 지켜본 신수정 평론가의 해설을 덧붙여 작품에 다가가는 길을 안내했다. 소설집의 세 작품은 각자의 개성을 유지하면서도 다른 단편들과 느슨하고 자유로운 모종의 유대를 형성한다. 하나인 듯 여럿일 수밖에 없는 이들 작품의 사유의 리듬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우리의 실존에 숨겨져 있는 ‘느닷없는 삶의 한순간’과 만나게 된다. 한순간 삶의 비밀을 꿰뚫어 보게 만드는 어떤 시간의 도래.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을 읽는 작업은 바로 그 시간 속으로 침잠하는 경험이다. 또한 이번 개정증보판은 2022년 서울국제도서전 [다시, 이 책] 주제전에 맞추어 새로운 판형으로 표지도 새로 하였다. 디자인은 ‘2021년 한국의 아름다운 책 10권’ 선정 도서를 디자인하기도 한 이기준 디자이너가 맡았다. 디자이너는 글에 등장하는 배경, 물건, 개념 등을 그 구체성을 지우고 책의 물리적 요소로 치환해 켜켜로 포개거나 텅 비우는 식의 시각적 문법으로 번역했다. 번역의 결과는 흑지·격자 무늬 푸른 색지·크라프트지·트레이싱지의 네 겹의 표지와 소설과 소설 사이의 빈 페이지들, 제목도 지은이도 없는 앞표지로 파격적으로 표현되었다. 추가된 소설과 본격적인 작품 해설 그리고 새로운 디자인으로, 이 개정증보판은 초판보다 더욱더 황홀하게 독자들을 매혹할 것이다.
  • 황홀한 매혹에 대하여 거의 등단 초기부터 배수아의 소설을 특징짓는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이미지에 대한 매혹’이나 ‘자유로운 사유의 흐름’이다. 고전적인 의미에서의 소설과 거리를 두려는 그녀만의 ‘뱀과 화염’의 장치는 그녀를 특징짓는 유니크한 인장이 되었다. 현실을 넘어 사유의 경계를 확장하는 꿈의 이미지나 목소리의 현전은 이 소설집에서도 여전히 두드러진다. 그런데 세 편으로 구성된 단출한 구성의 이 작은 소설집은, 기나긴 이야기의 사슬을 뚫고 나오는 ‘시적인 순간’의 ‘황홀한 매혹’이 유독 돋보인다. 무어라고 규정할 수 없는 삶의 우연과 존재의 중첩 속에서 어느 순간 생의 비의를 드러내는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이 명멸하고 있다. 우리는 이 시간의 마법을 통해 다양하게 ‘콜라주’ 된 서로 다른 ‘여성’의 ‘목소리’를 듣는다. 이 목소리들은 이제까지 그러하리라고 간주되어 온 여성에 관한 단일하고 동질적인 이미지를 넘어 살아 움직이는 다수의 여성‘들’의 실존을 감각적으로 복원해낸다. 이 소설집이 선보이는 시적 순간의 황홀은 이 복원의 기쁨과 무관하지 않다. 밀레나, 경희, 그리고 나 이렇게 복원된 살아 움직이는 다수의 여성‘들’의 실존은 이 작은 소설집의 ‘느슨한 연대’를 형성한다. 이 소설집은 독특한 플롯을 취하고 있다. 이는 “하나의 트로이 안에 또 다른 트로이가 있고 그 안에는 더 이전의 트로이가 묻혀 있으며 이전의 트로이 안에는 그보다 더 오랜 옛날의 트로이 폐허가 잠자고 있”(118쪽)는 플롯이다. 마치 커다란 인형 안에 더 작은 또 다른 인형이 숨어있는 러시아 인형 마트료시카 같은. “떠날 수 있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 여기 가만히 있으면 내 밤이 영영 끝나지 않아요. 나를 데려가 주신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42쪽)라고 말하는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의 ‘안경을 쓴 여비서’와, 금지와 혼자의 상징인 〈영국식 뒷마당〉의 ‘경희’ 그리고 열세 살 소녀인 화자는 서로 겹쳐있다. 가령 경희는 화자인 ‘나’에게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 생각에, 그래서 나는 마침내 영국식 뒷마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 거야.”(71쪽) 그리고 결정적인 말이 뒤따른다. “내 생각에, 너도 그렇게 될 거야.”(91쪽) 경희와 ‘나’는 구별되지 않는다. 마침내 ‘나’는 경희가 된다. 경희가 곧 ‘나’다. 미친 여자의 독백 같은 ······ 돌림노래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과 〈영국식 뒷마당〉을 관통하는 마트료시카 같은 여성들의 시간은 뒤섞이고 중첩된 시간이다. 여러 차원의 시간대에 동시에 거주하며 미래에서 과거를 보고 과거에서 미래를 내다보는 자를 우리는 ‘셔먼’이라고 부른다. 〈영국식 뒷마당〉의 화자 ‘나’에게 던져진 경희의 예언은 카산드라의 주술에 버금간다. 그러나 선조적인 일상의 시간에 비추어볼 때 그녀의 예언은 ‘미친 여자’의 독백과 구별되지 않는다. 경희의 목소리는 이해하기 힘들고 무의미한 소리에 가깝다. 그러나 바로 그 결과 이 목소리는 음악이 되어 신비한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니게 된다. 이 소설들에는 소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공기 중에 부유하는 기타 소리와 밀려왔다 밀려가는 수백 수천의 작은 종소리는 ‘여성’(들)의 목소리에 대한 메타포이다. 그것은 모든 주술적 음악이 그러하듯 돌림노래의 후렴구처럼 영원히 되돌아왔다가 또 되돌아나가며 일정한 리듬을 반복한다. 오디세우스의 귀향을 방해하는 사이렌의 노래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 반복적인 돌림노래는 매혹의 근원으로 작용한다. 이 매혹은 불현듯 주체를 찾아와 그 또는 그녀를 사로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에피파니가 찾아오는 것은 바로 그 순간이...
  •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5 영국식 뒷마당 69 부엉이에게 울음을 113 해설∥신수정 (문학평론가, 명지대 교수) 하나의 트로이 안에 또 다른 트로이가…… -여성(들)의 이야기와 마트료시카의 시간 205
  • 《밀레나에게 보내는 편지》의 주인은 어쩌면 어느 날 예고 없이 험윤의 집에 불쑥 찾아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혹시 자신이 여기에 책을 한 권 놓고 가지 않았는지 그에게 물을 것이다. p.16 오래오래 계속되는 밤.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 내 시간은 보이지 않고, 불분명하고, 흐릿할 뿐. 가만히 있으면 나는 밤 속에서 연기처럼 흩어지고 점점 엷어지다가, 아무도 모르게 완전히 사라질 거예요. 아무도 나에 대해서 알지 못하는 채로, 그렇게 사라질 거예요. 아주 적은 급료만 받는다 해도 상관없어요. 어차피 우리가 갈 초원에서는 돈이 필요하지도 않을 거잖아요. 일이 고생스러울 거라고 말하셨나요? 나는 황홀할 거예요. 슬리핑백에서 자고, 샤워도 못 하고, 화장실도 없다고 말하셨나요? 떠날 수 있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 여기 가만히 있으면 내 밤이 영영 끝나지 않아요. 나를 데려가 주신다면, 나는 황홀할 거예요. pp.41-42 삶에는 일순간이 있다. 그 사람의 금이 간 얼굴이 눈을 감은 험윤의 금 간 얼굴을 응시한다. 일순간이 지난다. 그리고 그 사람은 등을 보이고 돌아선다. 그 사람은 거울 속에서 멀어진다. p.49 내 생각에, 그래서 나는 마침내 영국식 뒷마당으로 가는 길을 찾아낸 거야, 하고 그날 경희는 나에게 말했다. 내 생각에, 나는 영국식 뒷마당에서 그네를 타고 놀았어. 뭐라구요? 나는 이해하지 못하면서 물었다. 거긴 참으로 많은 것들이 있었단다…… 담장 안쪽과 담장 바깥쪽에…… 그네와 앵두나무와 꽃들이…… 그래서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걸 깜빡 잊었지. 뭐라구요? 내 생각에, 너도 그렇게 될거야. 뭐라구요? 내 생각에, 너는 영국식 뒷마당에서 그네를 타고 놀았어. p.71 그날 경희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내 안에 아로새겨졌다. 내 안의 깜깜한 고대 동굴에 최초의 누군가 횃불을 들고 들어왔고, 그을음과 재, 동물의 기름과 붉은 흙으로 죽지 않는 화려한 벽화를 남겼다. 나는 그것을 굳이 기억해 낼 필요도 없었다. 그것을 바라볼 필요도 없었다. 그것은 그냥 그 자체로 내 안에 있었다. 그것은 내 안에서 나와 함께 살았다. 그것은 나였다. 그것은 내 피부이자 감각이었다. pp.80-81 그리하여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어느 날, 한 사람이 내게로 몸을 돌리고,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면서, 매혹적인 이야기를 좀 들려줘요, 하고 말했을 때, 일생 동안 오직 고요히 침묵만 하고 있던 수백 수천의 작은 종들이 비로소 내 안에서 일제히 울리기 시작했다. 수백 수천의 은빛 투명한 나방들이 날개짓을 시작했다. 은은한 울림이 밀려가고 밀려왔다. 격한 파도가 되어 부풀었다가 부드러운 거품처럼 아래로 꺼지기를 반복했다. 한 사람이 말했다. 나에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좀 들려줘요. 내 안에서 영국식 뒷마당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며 오랜 물 위로 떠올랐다. 내가 떠올랐다. 그리고 나는 영국식 뒷마당으로 들어갔다. pp.85-86 경희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나는 가만히 앉아서 경희의 목소리를 들었다. 나는 경희가 읽고 있는 이야기에 점차 홀려 버렸다. 그것은 이상한 노래 같았고, 여러 가지 동화에서 한 조각씩 가져와 이어붙인 연결되지 않는 만화경 같기도 했으며, 거꾸로 돌아가는 필름 같기도 했고, 미친 여자의 독백, 혹은 잠든 사람의 무의미한 웅얼거림, 혹은 고양이나 뻐꾸기의 울음처럼 이해할 수 없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나를 매료시켰다. p.87 불현듯 나는 알게 되었다. 경희는 오직 자신이 읽고 있는 그 이야기로만 거기 존재한다는 것을. 그 이야기로만 평생을 살고 있었다는 것을. p.93 나는 울고 싶었다.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아마도 ...
  • 배수아 [저]
  • 저자 배수아는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푸른 사과가 있는 국도', '바람인형', '심야통신', '그 사람의 첫사랑', '훌'과 장편소설 '랩소디 인 블루', '부주의한 사랑', '철수',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붉은 손 클럽', '이바나', '동물원 킨트',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에세이스트의 책상', '독학자', '당나귀들', 시집 '만일 당신이 사랑을 만나면', 에세이 '내 안에 남자가 숨어 있다'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아라비안 나이트', '바다를 보러 갈 거야', '나의 첫 번째 티셔츠', '어쩌면 그곳은 아름다울지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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