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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종착역 
앙투안 볼로딘, 김희진 ㅣ 워크룸프레스 ㅣ Terminus radieu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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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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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4page/125*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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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9356743/1189356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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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2018년 『미미한 천사들』, 2020년 『메블리도의 꿈』을 통해 한국에 소개된 프랑스 작가 앙투안 볼로딘의 장편소설 『찬란한 종착역』 한국어판이 출간되었다(김희진 옮김). 볼로딘의 작품 세계가 압축된 책 『미미한 천사들』이, 끝나지 않는 여행과 악몽이 뒤섞인 사랑 이야기 『메블리도의 꿈』이 그러했듯이 『찬란한 종착역』 역시 붕괴된 세상을 배경에 둔다. 앙투안 볼로딘은 이 작품으로 2014년 메디시스 상을 받으며 작품들의 평행 세계를 더욱 널리 알리게 됐다. 한국어판에는 옮긴이의 「용어 설명」을 더해 볼로딘이 구축해 나가는 세계의 부분을 더듬어 나갈 수 있도록 했다.
  • 이미 무너진 세계 “프랑스 작가 앙투안 볼로딘이 쓴, 인류와 문명이 종말을 맞은 어느 먼 미래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책 말미에 수록된 「용어 설명」 도입부에서 옮긴이가 정리한 대로, 이 책은 위와 같은 한 문장으로 우선 간략히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문장을 좀 더 확장해 보자. 앙투안 볼로딘은 프랑스 작가이지만 러시아 문학의 영향이 역력해 보이는 소설을 쓰고, 소설 속에서 인류와 문명이 종말을 맞은 어느 먼 미래는 오늘날 전쟁과 각종 위기에 처한,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의 근미래로 읽힌다. 『찬란한 종착역』에서, 세계는 무너져 있다. 핵 사고로 인해 앞으로 1만 년은 거주 불능 상태가 된 아포칼립스. 구소련의 붕괴 이후 공산주의에 대한 재시도로 수립되었던 제2소비에트연방의 수도 오르비즈가 몰락하면서 문명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진다. 이곳에서 탈출한 삼인조 탈영병 엘리 크로나우에르, 바실리사 마라시빌리, 일류셴코는 방사능의 타격을 받아 죽어 가고 있다. “미래를 단념하고 방사능에 오염된 무인 지대, 공백 구역, 적으로부터도 모든 희망으로부터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17쪽) 향했던 이들은 죽어 가는 서로를 지키겠다는 일념 아래 다시 ‘찬란한 종착역’으로 향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찬란한 종착역’은 소설 속에서 소련의 집단농장 체계이자 자치 공동체인 콜호스 중 한곳의 이름이다. ‘찬란한 종착역’은 한 인물이 지배한다. 변덕스럽고 위험한 샤먼이자 한때 작가였던 수장 솔로비예이는 주변의 존재들을 통제하고 조종하려 한다. 사람들의 정신세계에 불현듯 출몰해 마구 휩쓸고 돌아다니며 자신의 말을 주입하는 이 뒤틀린 영웅의 침입과 감시 아래, 특히 그의 세 딸들이 괴로움을 겪는다. 한편 방사능의 영향을 받지 않고 몇백 년간 살아갈 수 있는 유전적 성향을 타고난 몇 명이 있다. 그중 대표적인 불멸의 노파 우드굴 할머니는 솔로비예이의 전 부인이자 동지로, 그와 비극적으로 헤어졌다가 ‘찬란한 종착역’에서 재회한 사이다. 노파는 이 콜호스의 높은 곳에 위치한 핵폐기물 보관 창고에서 원자로가 깊이 파고 들어간 수직갱을 관리하며 그 속에 영원히 없애고 싶은 온갖 것들을 던져 넣는 한편 간간이 말을 건네며 암흑을 달랜다. 탈영병들을 대표해 엘리 크로나우에르가 방황 끝에 이 ‘찬란한 종착역’에 닿지만, 그의 돌아올 수 없는 여정은 이곳에서부터 시작한다. 시, 산문, 노래, 꿈, 목소리들 무너져 있는 세계에서, 목소리들이 맴돈다. 산 자들. 죽은 자들. 살지도 죽지도 않은 중간적인 인간들. 보이지 않는, 어쩌면 존재하지조차 않았을지도 모르는. 어긋난 자들. 이상한 자들. 미치광이들. 돌연변이들. 이 모두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솔로비예이의 힘 아래, 그의 말 아래 있다. 솔로비예이는 크로나우에르에 이어 만난 탈영병 일류셴코에게 선언하듯 말한다. “콜호스의 이야기는 나의 이야기다. (…) 그건 나와 관련되어 있지. 콜호스는 내 꿈이고, 내가 원하는 만큼 오래 지속될 걸세.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것이고, 그 점에 대해 난 누구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지.”(152쪽) 솔로비예이의 맏딸 한코 보굴리안과 결혼했다가 솔로비예이에 의해 쫓겨나고 그의 ‘침입’으로 아내의 기억마저 영영 잃게 된 알돌라이 슐로프는 솔로비예이가 “자신의 꿈의 비전 하나를 구체화시켜 전부터 존재하던 마을에 이식”했거나, “아니면 혹시 마을 전부가 한 조각 한 조각 그에 의해 창조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내뱉는다. “확실한 건, 그가 ‘찬란한 종착역’의 절대적 지배자였단 겁니다. 꿈의 골수까지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지 않으면 누구도...
  • 1부 콜호스 2부 수용소 찬가 3부 아모크 4부 타이가 옮긴이의 글 작품 목록
  • “어쩌면 나는 잠들어서 꿈을 꾸고 있나 봐.” 죽어 가는 여자는 생각에 잠겼다. “그래.” 크로나우에르가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전에도 그녀가 헛소리를 중얼대는 걸 들은 적이 있었고, 열에 들떠 나오는 듯한 그 말들로 보아 다시 그 착란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여겼다. “응.” 바실리사 마라시빌리가 한숨을 쉬었다. “아니면 잠든 건 그들이고 우리가 그들의 꿈을 보고 있든가.” 향기로운 풀 냄새가 또 한 차례 강렬하게 풍겨 왔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일류셴코가 연민을 느끼며 동조했다. “흠.” 크로나우에르는 중얼거렸다. “어쩌면 우리가 보는 건 그들의 꿈일지 몰라.” 바실리사 마라시빌리가 거듭 말했다. “그럴까?” 일류셴코가 말했다. “응. 아마 우리는 셋 다 이미 죽었고, 우리가 보는 건 그들의 꿈일지 모르지.” 그리고 그녀는 조용해졌고,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20쪽) ‘찬란한 종착역’ 콜호스는 농업 시설이라기보다 산적단 소굴에 가까웠고, 사상적 관점에서 보면 완전한 탈선이 벌어지고 있었는데, 이는 우드굴 할머니가 상상했던 망명 생활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청춘의 충동들은 그 과격함, 격렬함, 젊은이들이 현실 세계를 볼 때의 만족할 줄 모르는 시선과 함께 깨어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세계혁명의 승리에 이바지하고 싶다는 소망 이외에도, 마음 깊은 곳에 그녀는 모험 영화 같은 운명을 살고 싶다는 어린애 같은 욕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리고 솔로비예이야말로 그 결정체였다. 모든 법과의 단절, 예측 불가능함, 사랑, 금지된 것을, 다른 곳을, 미탐험된 꿈의 공간을, 마술적 현실을 향한 과격한 전환. 그는 그녀를 굽어보며 지지, 동조, 통찰력과 아나키스트적 비순응주의를 아낌없이 쏟았다. 그녀가 변절이나 고통 없이 당과 거리를 둘 수 있게 도왔다. 그녀가 평온해지기까지는 몇 달이 걸렸다. 하지만 첫날부터 그는 그녀가 ‘찬란한 종착역’ 콜호스라는 마법의 건물의 부족한 한 조각, 먼 옛날 잃어버렸으며 돌아오기까지 평생을 기다렸고, 마침내 되찾아서 너무도 행복한 한 조각이라는 듯 그녀를 환영했다. (42쪽) 솔로비예이는 그녀에게 핵폐기물 관리 말고도 자신의 기록 보관소라 이름 붙인 것의 관리를 맡겼는데, 실상은 손으로 쓴 노트들이 든 궤짝 몇 개였다. 수용소에 대한 증언, 감옥에서 읽은 성명문, 당과 그 미래에 대한 비판적 연구, 서사시 노래 필사본, 흑마술 비법, 전쟁 이야기, 꿈 이야기, 이에 더해 그가 난해하고 극도로 기묘한 심란한 시들을 녹음해 놓은 왁스 실린더가 다량 있었다. 이는 전부 우드굴 할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안락의자 가까이 뒤죽박죽 쌓여 있었고, 처리 작업이 일단락되면 그녀는 솔로비예이의 기억들을 보존하는 데 몰두했다. 때때로 어떤 글은 지독하게 반혁명적인 색채를 띠어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분개했고, 그럴 때면 갑자기 까탈스러운 볼셰비즘의 억양이 섞였다. 또 어떤 때는 다른 독기 어린 페이지에서 시적인 폭력에 휩싸임을 느꼈고, 그럴 때 그녀는 초등학교 때 받은 교육을, 그녀 안에 새겨져 이러저러한 이야기나 사상적 선택을 선호하거나 싫어하도록 좌우한 엄정한 원칙들을 잊고 말았다. 모두 잊은 채 연애소설에 푹 빠진 소녀 독자처럼 만족스러운 한숨을 쉬었다. 솔로비예이의 산문이라면 무엇이 되었든 그녀는 깊은 애정을 느꼈고, 분류해서 정리한다는 구실로 언제고 깊이 빠져들었지만, 사실은 결코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그녀는 생의 끝에 솔로비예이와 완전히 결속되어 완전한 공모자가 되길 바랐고, 그래서 그녀가 보기엔 비도덕적이고 대부분 마르크스·레닌주의라고는 털끝만치도 담기지 ...
  • 앙투안 볼로딘 [저]
  • 저자 앙투안 볼로딘(Antoine Volodine)은 1950년에 프랑스에서 태어났다. 러시아 문학을 가르치고 번역했으며, 프랑스어로 글을 쓴다. 40여 편에 이르는 소설을 통해 문학적 평행 우주 ‘포스트엑조티시즘’을 구현했다. 『미미한 천사들』(1999)로 베플레르 상과 리브르 앵테르 상을, 『찬란한 종착역』(2014)으로 메디시스 상을 받았다.
  • 김희진 [저]
  • 성균관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동 대학원에서 번역 이론을 공부하며, 출판·기획·번역 네트워크 〈사이에〉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로또 맞은 여대생』, 『송라인』, 『뱀파이어의 매혹』, 『체르노빌』, 『초속 5000킬로미터』, 『곰』, 『바스티앙 비베스 블로그』, 『라스트맨 1, 2』, 『여장 남자와 살인자』, 『나의 미녀 인생』, 『7월 14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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