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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와 전염병 : 제국주의, 노예제, 전쟁은 의학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짐 다운스, 고현석 ㅣ 황소자리 ㅣ Maladies of Em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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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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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4page/150*220*26/63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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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1290141/11912901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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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의 의료시스템에 깊이 각인된 제국주의와 노예제의 슬픈 그림자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혁명적인 진보를 이뤄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그렇다면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제국주의와 전염병』은 바로 그 현장, 의학 발전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기록이나 기억에서 삭제되어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어렵사리 발굴해낸 역작이다. 당대 기준과 권력의 그늘에서 억압받았던 사람들의 삶을 재조명해 기존 역사 기록의 빈자리를 채워 넣고 있는 역사학자 짐 다운스는 세계 각지 문서보관소를 뒤져 얻은 자료들을 근거로 18~19세기 제국주의 시대 흑인과 혼혈인, 노예와 식민지 피지배인, 죄수와 군인들이 전염병 연구 및 역할 발전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현미경을 들이대듯 상세하게 이야기한다. 예속된 사람들의 강요된 희생과 가슴 아픈 삶이 근현대사의 거대한 물줄기와 어떻게 맞물리는지 찬찬히 파고드는 이 책은 팬데믹 시대를 건너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현실의 속살, 잘 포장된 외피 아래 우리 삶이 놓인 진짜 자리를 새로운 눈길로 들여다보게 한다.
  • # 노예무역이 한창이던 18세기 말, 아프리카 서부해안에서 강제로 노예선에 실린 한 남자가 죽기로 작정했다.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모든 것을 거부’한 채 기구한 운명에 맞서던 남자는 어쩌다 손에 넣은 칼로 자기 목을 수차례 그었다. 배에 실린 지 열흘 만에 세상을 뜬 남자의 이름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삶에 관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1839년, 영국 내과의사 로버트 톰슨이 이 이야기를 의학 잡지 〈랜싯〉에 실었다. 톰슨은 이 사람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 배에 탔던 의사 트로터가 1790년대 영국 의회 청문회에 나가 증언한 내용 중 일부를 인용했을 뿐이다. 톰슨은 이 남자의 죽음을 인간이 먹지 않고 얼마나 버틸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 중 하나로 썼다. 톰슨은 이 노예선을 덮쳤던 질병이나 노예무역의 잔인함에 대해 잘 알았지만, 그건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단곡斷穀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생존하는지 연구하던 톰슨에게는 오로지 노예로 팔려가던 한 남자가 먹지 않고 열흘이나 버텼다는 증거만이 중요했다. # 엄마 손을 잡고 흙먼지 날리는 큰길로 접어든 흑인 아이는 왈칵 닥쳐온 두려움에 눈물을 훔쳤다. 앞쪽 히코리 나무 아래 백인 남자 두 명이 기다리고 있었다. 노예인 두 모자母子의 소유주와 의사였다. 소년이 도착하기 무섭게 의사는 가느다란 아이의 팔뚝을 날카로운 칼로 찔러 상처를 내고는 준비해온 천연두 ‘딱지’를 피가 나는 살갗 안으로 밀어 넣었다. 천연두로부터 아이를 보호하려는 게 아니었다. 오염 안 된 아이의 몸을 이용해 다량의 ‘깨끗한 백신’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남북전쟁은 발발했고 전장에서는 예상치 못한 적이 출현한 상태였다. 천연두였다. 에드워드 제너가 백신 접종법을 개발한 후였지만 무섭게 퍼지는 질병을 감당할 물량은 턱없이 부족했다. 위기상황에서 남군의 의사들은 퇴행적인 대안을 떠올렸다. 인두법이었다. 백신 채취에 사람을 이용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지만, 다행히 그들에게는 제약 없이 사용해도 좋은 깨끗한 몸이 있었다. 어린 흑인 노예들이었다. 심지어 의사들은 엄마 품에 안긴 영유아에게까지 손을 뻗쳤다. 그 작은 몸이 바이러스와 싸우느라 고열로 신음할 때, 의사들은 백신이 안정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진통을 겪으며 고름을 만들어낸 아이의 온몸에는 평생 갈 흉터와 파인 자국이 남았지만, 그들이 알 바가 아니었다. 기록이나 장부에도 실리지 않은 탓에 남북전쟁을 연구하는 후대의 역사학자들조차 노예의 아이로 태어난 수많은 생명이 세상에 나와 처음 수행한 노동의 실체를 제대로 알아챌 수 없었다. “현재 우리의 건강은 이름 없는 조상들의 피와 고통에 너무나 많은 것을 빚지고 있다.” 의학은 18~19세기에 광폭으로 발전했다. 번성하는 제국주의의 관료체계 덕에 전 세계로 파견된 의사들은 시시각각 닥치는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연구자로 변모했다. 넘치는 열정으로 유행병을 관찰하고, 감염자와 사망자 수를 세고, 주변 환경과 질병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던 그들은 동료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 새로운 이론을 만들어냈다. 사례연구와 통계분석에 근거해 질병을 파악하고 예고하는 역학疫學 역시 이 시기에 탄생했다. 지금 우리가 누리는 공중보건의 시대가 첫발을 뗀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그 시기 의사들이 대규모 임상을 진행하고, 예후를 관찰한 대상은 누구였을까? 당대 의학 혁명을 이끈 학자나 이론이 의학사의 중요 페이지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사례연구 현장에 관한 이야기는 말끔히 사라졌다. 이 책 《제국주의와 전염...
  • 들어가는 말·5 1 혼잡한 공간들: 노예선, 감옥 그리고 신선한 공기·17 2 누락된 사람들: 전염 이론의 몰락과 역학의 부상·57 3 역학의 목소리: 카보베르데의 열병 추적·83 4 기록관리: 대영제국의 역학·113 5 플로렌스 나이팅게일: 크림전쟁과 인도에서 전염병과 싸운 숨겨진 역학자·141 6 자선에서 편견으로: 미국위생위원회의 모순적인 임무·183 7 ‘묻히지 못한 자들의 노래’: 노예제, 남부연합, 역학 연구·219 8 이야기 지도: 흑인부대, 무슬림 순례자, 1865~1866년 콜레라 대유행·263 결론: 역학의 뿌리·303 주석·315 찾아보기·375
  • 그는 얼마 전 족장과 언쟁을 벌였다. 족장은 복수를 위해 그에게 사술을 행한다는 혐의를 씌워 온 가족을 노예로 팔아버렸고, 그의 가족은 졸지에 고향인 가나에서 신세계로 쫓겨나는 신세가 됐다. 그는 이런 자신의 운명을 거부했다. 그래서 그는 배의 선원들이 노예들에게 콩죽, 쌀, 후추 같은 먹을 것을 주러 왔을 때 음식이 담긴 국자를 쳐다보지도, 입을 벌려 먹으려 하지도 않았다. 한 선원은 그가 “살기 위해 먹어야 하는 것을 모두 거부했다”고 말했다. 어쩌다 칼을 손에 넣게 된 그는 마지막 저항의 표시로 목을 칼로 그었다. 아메리카에서 노예로 사느니 차라리 죽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본문 5쪽 아프리카 노예들, 식민지 주민들, 군인, 무슬림 순례자들 그리고 땅이나 재산을 잃고 쫓겨난 사람들에게 닥친 의학적 위기에 대처하는 과정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미래의 유행병을 예방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개발했다. 이들은 의학적 위기를 관찰하고, 그 위기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각 위기에 이름을 붙였다. 감염자 수와 사망자 수를 측정했으며, 위생상태를 평가하고, 유행병의 원인에 대한 이론을 제시했다. 이렇게 작성한 그들의 서한과 보고서는 당시 급성장하던 군부와 식민주의 관료들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 -본문 9~10쪽 아프리카인들이 감귤류를 먹기 시작하자 증상이 빠르게 사라지면서 상태가 좋아졌다. 자메이카에 도착했을 때 트로터는 “괴혈병 환자가 거의 없어졌다. 노예들은 시장에서 팔 수 있을 정도로 잘 먹고 있다”고 썼다. 트로터는 앤티가에서 과일을 구해 먹이지 않았다면 노예 중 절반 이상이 열흘 안에 죽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배에 탑승한 의사로서 트로터는 임무를 완수했다. 그 임무는 노예상인들이 수익원인 노예를 대서양 세계의 플랜테이션에 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행병인 괴혈병 확산을 막는 것이었다. -본문 27~28쪽 맥윌리엄은 100명 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형식은 노예, 영국 상인, 포르투갈 관리, 자유 흑인들을 망라해 거의 동일했던 것으로 보인다. 맥윌리엄이 질문을 하고 인터뷰 대상자가 반응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들의 응답이 절제되고 감정이 섞이지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의 말투는 직업에 대해 말할 때든 자녀의 죽음에 대해 말할 때든 냉담해 보인다. 이런 형식으로 진행되는 인터뷰는 응답자의 목소리가 갈라지거나, 응답자가 순간적으로 침묵하거나, 눈에 눈물이 괴거나, 이야기를 중단하는 것을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신 이런 인터뷰는 응답자들의 지식을 글로 기록할 수 있도록 그들의 말을 특정한 방식으로 압축하는 합리적 체계를 제공한다. -본문 111쪽 나이팅게일은 자신의 연구를 바탕으로 당시의 지배적인 생각들에 도전했다. 가령 나이팅게일은 “민간병원과 군 병원 환자의 리넨에서 세탁부들에게로 ‘전염성’ 질병이 전파되는 현상”에 대해 다뤘다. 나이팅게일은 “세탁부들이 환자들의 빨래를 하면 반드시 ‘전염’이 일어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세탁 과정, 세탁 도구, 세탁 장소를 자세히 살펴본 적이 있는가?”라고 구체적으로 질문했다. 그러면서 덧붙였다. “만약 세탁부들에게 전염이 일어난다면 좁고, 어둡고, 습하고, 환기가 안 되고, 사람들로 가득 찬 방이나 헛간에서 세탁하기 때문일 것이다. (…) 리넨이 제대로 세탁되지 않고, 완전히 말려지지 않고, 세탁부들이 유기물과 더러운 공기를 들이마셔 중독된다는 것이 놀랄만한 일인가?” -본문 162쪽
  • 짐 다운스 [저]
  • 미국의 역사학자. 펜실베이니아 대학교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역사학 석·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 현재 게티스버그 칼리지 역사학 교수로, 미국의 노예제 및 남북전쟁사를 강의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역사의 뒷면, 권력의 그림자에 가려 잊혔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발굴하고 재해석해 들려주는 그의 강의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계에서도 매우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미국역사가협회는 지난 2014년과 2017년에 이어 2020년 짐 다운스를 ‘저명 연구자Distinguished Lecturer’로 선정했다. 저서로 《남북전쟁과 재건 시대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질병과 고통》 《게이 해방의 잊힌 역사》 《자유를 넘어: 해방의 역사를 전복하다》 등이 있다.
  • 고현석 [저]
  • 〈경향신문〉 〈서울신문〉 등에서 국제부·사회부·과학부 기자로 활동했다. 인문·사회과학·우주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번역한 책으로는 안토니오 다마지오의 《느낌의 진화》와 《느끼고 아는 존재》 《스페이스 러시》 《불공정한 숫자들》 《로봇과 일자리 :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세상의 모든 과학》 《외계생명체에 관해 과학이 알아낸 것들》 《이스탄불 이스탄불》 《최초의 가축, 그러나 개는 늑대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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