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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걷는사람 시인선1 ㅣ 김백형 ㅣ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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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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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page/126*201*12/22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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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2333168/1192333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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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사람 시인선(총6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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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걷는사람 시인선 64 김백형 『귤』 출간 “사람들 입에 별무리 터지는 소리 자꾸만 고이게, 아빠도 아빠의 껍질을 까서 군침 도는 시를 나눠 주세요” 사람과 사물을 새롭게 바라보는 달콤하고 새콤한 상상력 호흡을 기록하고 육성을 기억하는 김백형 시인의 첫 시집 걷는사람 시인선 64번째 작품으로 김백형 시인의 『귤』이 출간되었다. 김백형 시인은 1991년 ‘오월문학상’ 수상 이후에 오랜 시간 침묵하다 2017년 ‘오장환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시작 활동을 재개했다. ‘12더하기시인’ 동인으로 활동하며 현재는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에서 청소년 인문 창작 공간 《봄울지도》를 이끌고 있다. 그런 시인의 첫 시집 『귤』은 표제작 「귤」에서 말하듯이 “몇 칸의 방”으로 나뉘어 “사람들 입에 별무리 터지는 소리 자꾸만 고이게” “군침 도는 시”로 지은 “시의 집”이다. 진지하고 끈질기게 사물을 응시하는 시인으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와 개인을 “새콤하고 달콤한 말들”로 풀어낸다. 이 시집에는 가족, 그리고 어울려 사는 공동체 세상에 대한 진한 애정이 녹아들어 있다. 그는 눈사람이라는 무명의 존재에게도 “이름부터 지어” 주는 사람이다. “사람대접도 못 받고 춥고 고프고 서러웠다고 울컥 복받쳐 우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눈사람에게 이름을 지어 주고, “돌림자를 써서 한 가족으로 만들어”낸다. 이러한 장면은 시인이 가진 신실함과 동심(童心)을 한데 보여 주는 아름다운 대목이다. 시적 화자는 눈사람에게 “목도리를 둘러” 주기도 하지만, 눈사람 가족은 모두 곧 녹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눈사람이 “길의 나이테”가 되어 겨울마다 “몸 씻고 하얗게 돌아올 것”이며 “제 이름 부르는 소리 듣고 지상으로 펑펑 마음”(「하관」)을 쏟을 것이라고 믿는다.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쌓아 올린 애도는 그가 지닌 극진한 삶의 태도이자 세상을 향한 애정이다. 시인이 노래하는 ‘가족’은 “세계와 대치하며 저 안쪽의 가족”까지 “인식하고 형상하는 꿈”이고, 그것은 “곧 우리 모두에게 치유의 기쁨을 선물한다.”(고형렬 시인, 추천사) 그는 그만의 호흡법으로 세계를 인식하고, 육성으로 그것을 기록한다. 그가 하나의 공간에 낯선 존재를 부여함으로써 세상은 한순간에 이질적으로 변해 버린다. 그는 대담하게 광장 한복판에 “혹등고래 한 마리”를 내려놓는다. “오대양 물을 잔뜩 채우고” “허공에 물줄기를 쏘”는 혹등고래 한 마리가 등장하는 순간, 광화문은 순식간에 “신이 난 아이들”이 “고래 등을 뛰어다니고” “세상 굽어보던 이순신 장군”이 “살 것 같다”(「광화문 바닥분수」)고 숨을 내쉬는 쾌적한 공간이 된다. 꽉 막혀 있고 혼란스러운 세계를 환상적인 상상력으로 환기시킴으로써 읽는 이에게도 청량한 느낌을 선사하는데, 이런 시인의 호흡법은 “비현실이 지친 현실을 압도하는 장면”(김준현 시인, 해설)으로 우리에게 승화된다. 이외에도 ‘우산’을 “마음을 그대로 본”떠 만든 사물로 바라보고, 우산살 아래의 한 평 남짓의 공간을 “아담의 갈비뼈 아래 지붕마저 둥근 에덴”(「우산」)으로 인식하는가 하면, 마카롱을 “태양에 구워”진 지구로 보고, “수성 금성 목성 화성 토성 명왕성”(「마카롱」) 등의 행성으로 바라보는 등 사소한 사물을 포착하는 데에도 그만의 독특한 상상력이 발휘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인이 살아내고 있는 곳은 “짖지 않는 것들만”(「골목, 길 없는」) 사는 골목이다. 그가 가는 길이 “창공에 끊긴 연줄이거나 흐르다 익사하고 마는 물길”(「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이어도 시인은 그저 묵묵하게 “흘러오는 것과 흘러가는 것”(「물소리를 따라 걷다」)을 분간하...
  • 1부 저녁불을 켜러 갑니다 귤 하관 섭섬, 고래가 되다 우산 지구과학 창틀에 낀 것들 광화문 바닥분수 운천터미널 삼부연폭포 석이 마장호수 출렁다리 물소리를 따라 걷다 상선약수 2부 생과 죽음의 디저트 마카롱 평상 탁자 골목, 길 없는 계단 학습법 눈많은그늘나비 꽃근이 페이크 삭스 까닭을 키우다 박스 방충망 경의중앙선에게 묻다 3부 캄캄하게 나를 걸었다 그릇 와불 손가락을 위로하다 달력 내 자리는 어디인가요 경로를 이탈하였습니다 0 옷걸이 나도 지우개 방아깨비 냉장고 오십 4부 살릉살릉 죽은 별의 소리가 났다 크로키, 1979년 겨울 장화였다 유대류 홍제천 벽화 이브, 폭설 옷핀 요강 알전구 심부름 대설 동파 똥살개 해설 호흡을 기록하고 육성을 기억하는 시 -김준현(시인·문학평론가)
  • 귤이 익으면 몇 칸의 방이 되지요? 아빠도 시의 집을 지어요, 가난한 사람들 입에 별무리 터지는 소리 자꾸만 고이게, 아빠도 아빠의 껍질을 까서 군침 도는 시를 나눠 주세요 잠든 아이들 동그랗게 옮겨 놓고 껍질은 두 팔 벌려 덮었다 편다 새콤하고 달콤한 말들이 꽉 차 있다 어둠도 심장에 주홍빛 귀를 기울인다 -「귤」 전문 쓸쓸하지는 않습니다 물소리도 한참을 따라 걸어요 흘러오는 것과 흘러가는 것은 어느 지점에서 분간되는 걸까요? 물결의 걸음을 세다 그만 내 발길은 잊고 맙니다 온몸 스트로처럼 꽂아 세월 마시는 머리 하얀 갈대 무리, 너머에 오리들은 징검돌처럼 묵묵하네요 (…) 길이 다시 귀를 열고 발자국 소리를 따라 걷습니다 오선지 그으며 쫓아오던 둑길 전봇대들도 수문 넘어 민통선으로 왜가리를 배웅하고 돌아서 저녁불을 켜러 갑니다 -「물소리를 따라 걷다」 부분 뒷산에서 푸른 늑대가 운다 달달한 꿈이 한 달이면 만들어진다 일 년 열두 달 빨주노초파남보 가지각색 입고 오는 생과 죽음의 디저트, 지구는 내일도 태양에 구워지고 수성 금성 목성 화성 토성 명왕성 이것들 누가 주문한 걸까? -「마카롱」 전문 직벽을 더듬던 더듬이가 자꾸 미끄러졌다 여름은 대체 어디서 기진하였나 -「눈많은그늘나비」 전문 땅골 곱대띠 사랑방 구석 자리 아무 때나 누가 오든 깎아 주던 고매 밤새 비상 물고 치통 다스리던 할매 옆에서 살얼음 김치 얹어 먹던 고매 해를 이고 가면 달을 이고 오는 물산 금광 돌가루투성이 고모를 기다리며 정지 밥 짓는 할매 옆에 부지깽이 들고 앉아 눈물 콧물 연금하던 고매 고매순 까다 까매진 열 손가락 부서진 손톱 들여다볼 적마다 문디 같던 고매 논밭 거머쥔 벼뿌리 얼음 위를 지치다 오면 대청마루 텅 빈 쪽거울 아래 스뎅 대접 가득 담겨 있던 찐 고매 고매꽃 한번 못 피워 보고 땅속에 묻힌 꽃근이 고매 -「꽃근이」 전문 상목 아재의 맨발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올라와 수박 한 쪽 먹고 가, 몇 번의 아버지 청에도 꼴이 이래서, 수박 한 쪽 그냥 들고 가셨다 돼지 멱을 딸 때도 장화를 신고 있었고 동튼 후 물꼬 트고 오는 것도 장화였다 장날 면사무소 앞뜰에 늙은 염소를 묶어 놓고 토지 대장을 떼는 것도 상여를 메고, 떼 심은 봉분을 밟아 주는 것도 장화였다 (…) 형제도 없고 자식도 없고 배신할 여자도 없는 오직 한 짝의 장화 그가 감추고 있는 장화 속에 족적을 도무지 알 길이 없었지만 에휴 불쌍한 사람, 아버지는 말했다 다 떨어진 감꽃은 잊었지만 보이지 않는 그를 아무도 보려 하지 않던 장마 끝 장화다! 가림못에 떠 있는 그를 외지 낚시꾼이 발견했다 제 속에 물을 흠뻑 담고서도 끝내 그를 벗지 않는 -「장화였다」 부분 퍽! 불이 나갔다 어둑어둑 저녁이 오자 진공 속 사슬을 끊고 뛰쳐나갔다 엄마는 알을 꺼내 두어 번 귀에 흔들어 보고 건네셨다 살릉살릉 죽은 별의 소리가 났다 빤히 보이는 안팎에서 점등과 소등의 줄탁이 있었고, 부화가 되자마자 어둠 속으로 날아간 새 심부름을 간다 예쁘다의상실 모퉁이를 돌아 동산약방을 지나 세제 냄새 흘러가는 개천 다리 건너 별자리를 이어 가면 밤하늘에 필라멘트가 반짝거렸다 나는 탁란이었을까? 재순이 엄마는 선반 끄트머리 골판지에 싸여 있는 알전구를 꺼내 그 고요를 내 귀에도 확인시켰다 번쩍! 소켓에서 전구가 나를 봤다 캄캄한 의심이 환하게 사라졌다 세상은 알전구 삼키려 돌부리 내미는 먹구렁이 길 허공에 알 하나 받쳐 들고 돌아오는 새 엄마는 캄캄하게 늙어 버렸다 -「알전구 심부름」 전문
  • 김백형 [저]
  • 서울에서 태어났다. 1991년 ‘오월문학상’ 수상 후 오랜 시간 침묵하다 2017년 ‘오장환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시작 활동을 재개했다. ‘12더하기시인’ 동인이며 현재 경기도 파주와 강원도 철원에서 청소년 인문 창작 공간 《봄울지도》를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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