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생태계,
이제 그 게임의 규칙이 변하고 있다
월드와이드웹(www) 개발, SNS와 유튜브 등장, 스마트폰보급,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시대의 시작 등 기술의 발달과 뜻밖의 환경 변화는 오랫동안 사회의 영역, 공적 영역으로 자리해 온 방송을 개인의 영역, 경제의 영역으로 재편하고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채널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의 발전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수용자의 분절화와 재분배, 이용자 생산 콘텐츠의 등장, 창조적인 공적 문화의 창출, 새로운 저널리즘 유형의 탄생 등 미디어 생태계를 변형하며, 그에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산업적 도전, 문화적 확장, 정치·사회적 응용 사례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기술의 출현이 미디어 생태계 내 게임의 규칙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정도로 파괴적임을 보여준다.
이 책은 급격하게 성장하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을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언론학자들의 고민과 분석을 담고 있다. 9명의 전문가가 다양한 시각으로 구성한 이 책이 개인 미디어 플랫폼 현상에 대한 연구의 폭을 넓히는 데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
새로운 미디어의 도전
플랫폼의 힘에서 콘텐츠의 힘으로
과거 드라마 제작에서는 지상파 방송사의 편성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러나 이제 지상파 방송사 외에도 tvN, JTBC 등의 채널, 그리고 외국 미디어 플랫폼인 넷플릭스까지 드라마가 방영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유튜브나 다양한 소셜미디어의 동영상 서비스를 기반으로 한 웹드라마까지 등장하면서 플랫폼 중심의 시대에서 콘텐츠 중심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이용자들의 미디어 이용 방식도 격변기를 맞았다. 디지털 시대의 급격한 방송 구조 변경의 중심에 있는 것이 개인방송이다.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콘텐츠를 소비하게 되면서 인터넷 개인방송 제작자와 이용자 수가 증가한 것이다. 인터넷 개인방송은 인터넷 문화에 심취한 소수가 즐기는 현상을 넘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기존 미디어 산업의 다양한 부분을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미디어 산업을 대체하지는 않을지라도 성장하는 개인방송 시장과 그 영향력은 전통 미디어 종사자들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 보도록 하고 있다.
삶을 풍요롭게 건전한 미디어 생태계 경작법
미디어 리터러시
개인 미디어가 활성화되면서 우리는 의견을 자유롭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공유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와 플랫폼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자유로운 소통과 생산이 가능해진 만큼 정보를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분별해야 하는 책임도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미디어 리터러시가 공동체에 대한 책임감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와 정보의 이용 및 공유에 주목했다면, 개인 미디어 시대에는 일상적인 미디어 생산자로서 우리가 만들어내는 미디어 콘텐츠나 정보가 우리 사회에 주는 파급력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성찰을 기반으로 미디어를 통해 소통·표현·참여하는 것을 중시한다. 이 책의 저자들은 단순히 미디어라는 도구를 잘 활용해 일상생활의 편의를 추구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표현과 소통, 유희와 즐거움을 찾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미디어 환경이 나에게 그리고 우리 사회에 주는 함의가 무엇이고 우리 사회의 문화와 논의들이 미디어 환경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성찰할 수 있도록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의 구성
1부에서는 개인 미디어 생태계에 대한 미디어 플랫폼의 산업적 도전에 대해 고찰한다. 1장에서는 유튜브, 아프리카TV 등과 같은 인터넷 개인방송의 성장 역사와 현재의 이용 현황을 살펴보면서, 인터넷 개인방송이 미디어 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분석한다. 2장은 레거시 미디어인 지역지상파에 종사하는 생산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역 방송이 유튜브 등 각종 모바일 플랫폼을 어떻게 경험하고 변화에 조응하는지 탐색한다.
2부에서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문화적 이용과 확장에 대해 다룬다. 3장에서는 게임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은 젊은 대학생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어떤 생각과 경험을 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것이 우리 사회의 변화와 어떠한 관계가 있는지를 살펴본다. 4장은 유튜브 콘텐츠와 유튜버들의 미학적 특성에 대한 탐색적 논의로서 유튜브 콘텐츠의 장르와 유형을 살펴보고, 그 기저에 깔린 유튜브 콘텐츠의 차별성을 파악하고 있다. 5장에서는 2000년대 후반 이후 벌어진 케이팝의 급격한 세계화가 스마트폰 보급 및 3G·4G 데이터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인터넷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음을 논의한다.
3부에서는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고찰한다. 6장은 뉴스 ...생태계에서 유튜브가 차지하는 위상과 역할에 대해 고찰한다. 7장에서는 개인 미디어의 활성화와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확장에 따른 미디어 리터러시의 필요성에 대해 다룬다. 8장에서는 미디어 플랫폼의 위상 변화에 따른 정책 및 제도의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논의한다.
서장 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분화와 커뮤니케이션 정경 변화_이강형
제1부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산업적 도전
제1장개인 미디어 플랫폼과 미디어 산업 생태계_송해엽
제2장불가능한 것의 가능성_한선
제2부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문화적 확장
제3장게임 크리에이터를 꿈꾸다_이설희
제4장이야기꾼의 귀환, 유튜브 게이밍 콘텐츠와 1인 크리에이터_윤현정
제5장케이팝의 세계화와 인터넷 개인 미디어 플랫폼_이규탁
제3부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정치사회적 기회
제6장유튜브 뉴스 생태계, 건전한 경작법 찾기_김성해
제7장개인 미디어 플랫폼의 확장과 미디어 리터러시_김아미
제8장미디어 플랫폼의 위상 변화에 따른 정책 및 제도 변화_박성순
제언도전과 대응_이강형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볼 때 개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분석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사실 개인 미디어 플랫폼은 이용자들 사이의 네트워크만으로 설명될 수 없고, 개인 미디어 사업자와 콘텐츠 이용자들의 경제적 관계만으로도 설명될 수 없는 기술문화적(techno-cultural) 개념이자 사회경제적 구조로서 인식될 필요가 있다. 즉, 우리가 개인 미디어 플랫폼을 이해하고자 할 때에는 그것의 기술적 특성과 더불어 이용자, 콘텐츠, 소유권, 이용자와 사업자 간의 거버넌스, 비즈니스 모델 등을 고려해야 함과 동시에 이 시스템 내에서 작동하는 사회적·문화적 규범들에 대해서도 고찰해야 한다는 것이다(Van Dijck, 2013). 이 책은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 미디어 플랫폼에 대해 산업적 측면, 문화적 측면, 정치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_10쪽
유튜브 콘텐츠에서 1인 크리에이터들은 생산자이자 동시에 채널이며 플랫폼이다. 정리하면 게이밍 콘텐츠에서 콘텐츠 제작은 ‘생산자-콘텐츠-수용자’로 이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축과 ‘데이터베이스-콘텐츠-인터페이스’로 이어지는 재현의 축이 1인 창작자를 중심으로 완전히 융합되는 양상을 보인다. UCC가 커뮤니케이션 축의 일부인 ‘콘텐츠-수용자’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스토리텔링이라면 게이밍 콘텐츠는 커뮤니케이션의 축과 재현의 축, 그 전반을 아우르며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_138쪽
글로벌 인터넷 개인 미디어 플랫폼 없이 케이팝이 세계적인 성공을 거두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 미디어 플랫폼들에도 케이팝은 핵심 인기 콘텐츠이자 사용자들의 이야깃거리로서 시장 확장과 매출 성장에 큰 역할을 하는 일종의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_144쪽
케이팝 아이돌의 성실함과 친근감, 우호적인 분위기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한 거리감을 주는 해외 팝 스타들과 차별화되는 장점으로 자리 잡았다. 언제나 열정적이고 겸손하며 동시에 친근한 이미지를 보여주어야 하는 케이팝 아이돌의 “감정 노동”(김수아, 2018)은 인터넷 미디어를 통한 직접 소통의 활성화와 케이팝 산업의 세계화로 인해 그 강도가 더욱 세졌다. 팬들과 꾸준히 소통하며 그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해 실천에 옮기고, 때로는 자신들의 뜻도 굽히는 것은 팬과 가수, 기획사의 관계를 좀 더 새롭고 평등하게 만들었지만 아티스트로서 자유롭게 자신의 창작력을 펼치는 데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자신들의 거의 모든 것을 팬들과 공유하고 콘텐츠화하는 생활은 행동의 제약과 더불어 엄청난 스트레스를 동반한다. 직접 소통의 명(明)과 암(暗)인 셈이다. _159쪽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라고 한다. 유튜브가 일상이 되기 전에 이 역할은 주로 언론이 맡았다. 언론은 국민을 대신해 정부와 권력 집단을 감시하고 그들이 숨기고자 하는 잘못을 파헤쳤다. 언론에 대한 정부의 간섭이 줄어든 1987년의 민주화 이후 국정원, 검찰과 경찰 등의 노골적인 인권 탄압은 많이 줄었다. 감시자 언론이 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렇지만 국내 언론은 오늘날 개혁의 대상이 됐다. 특히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와 같은 거대 언론사는 정치적 이익집단이다. KBS, MBC, SBS, JTBC 등의 방송사도 취재 과정은 물론 보도의 원칙 등을 제대로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가 있어 이런 문제가 개선되고 있다. 〈유시민의 알릴레오〉란 방송을 통해 KBS의 인터뷰 왜곡이 밝혀지고 전후좌우 사정이 알려지게 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뉴스 생태계 차원에서 또 하나의 긍정적인 부분은 ‘뉴스’...에 대한 소비가 늘고, ‘뉴스’가 좀 더 구독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_198쪽
엄밀히 말하면 현재 넷플릭스와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망중립성보다 망이용료 쪽에 가깝다. 거대 용량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기업이 통신사에 망이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쉽게 설명하면, 통신사의 입장에서 큰 용량의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망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데 외국 OTT 사업자들은 무료로 망을 이용하며 본인들의 콘텐츠를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물론 OTT 사업자들은 망접속료를 낸다. 하지만 외국에서 내기 때문에 국내 통신사와는 연관성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통신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사이에 논쟁이 생긴다. 물론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당연한 의무다. 이를 콘텐츠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불합리해 보인다. 하지만 국내에 서버를 두고 안정적인 운영을 할 수 있음에도 여러 사업적 부담 때문에 외국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 OTT 사업자들도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_255쪽
뒷광고는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고 할 정도로 과장 광고, 허위 광고, 기만 광고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와 같은 시청자 기만 행위에 대한 처벌 기준이 없어 법적 처벌은 어렵다고 한다. 또한 정책적으로도 이를 규제할 조항이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튜브는 최근 논란이 된 광고 사건이 터지기 전에도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부정확한 정보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또한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이 비슷한 성향의 콘텐츠만 골라주어서 다양한 시각의 의견 청취를 방해한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유튜브는 모바일 인터넷 환경에 최적화된 다양한 콘텐츠를 기반으로 그 사용자를 늘려가고 있다. _257쪽
한국언론학회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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