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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 흥남 
차승기 ㅣ 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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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6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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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6page/153*224*21/593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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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56122210/115612221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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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사를 넘어 식민주의 본질 톺아보기 기업도시 흥남의 ‘발명’에서 ‘민낯’까지 흥남 하면 “눈보라가 휘날리는 바람찬 흥남부두”(〈굳세어라 금순아〉)와 함께 한국전쟁기 피난민들의 극적인 이산 장면을 떠올리기 십상이다. 이 강렬한 기억 때문에, 흥남이라는 도시가 일제시기 일본질소비료주식회사가 그곳에 ‘동양 최대 규모의 전기-화학 콤비나트’를 건설하면서 비로소 생겨났다는 사실은 기억되지 않는다. 약 200여 호가 터 잡았던 작은 어촌 마을은 제국 자본의 ‘개발’ 10여 년 만에 그곳은 인구 약 20만의 공업도시로 급변했다. 흥남의 전기-화학 콤비나트는 화학비료로 산미증식계획에 기여하고, 전시에는 화약, 항공기 연료 등 군수품 생산에 동원되며 일제의 식민지 통치와 국책에 깊이 개입했다. 조선 총독 우가키 가즈시게가 금강산, 소록도 나환자 수용시설과 함께 식민지 조선의 3대 자랑거리 중 하나로 내세울 만큼, 식민지 통치자에게 흥남은 ‘식민지 공업화’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였다. 조선대학교 국어국문학부 부교수인 지은이는 문헌 자료, 생존 일본인 노동자 인터뷰, 다양한 문학 텍스트 분석을 통해 흥남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적ㆍ경제적 의미는 무엇인지, 그곳에서 살아가던 조선인들은 어떤 삶을 영위했는지 촘촘히 드러낸다.
  • 일제의 병참기지 역할을 한 ‘노구치 왕국’ 기업도시 흥남은 일제에 의해 만들어졌다. 노구치 시타가우가 세운 ‘일질콘체른’은 1927년 조선질소를 설립하고 함흥군에서 1930년 본격적인 비료 생산을 시작한다. 이때까지 ‘흥남’은 없었다. 부전강 등의 값싼 수력전기를 받기 용이하고, 비료의 수송에 편리한 이점 때문에 선택된 곳, 함흥군의 복흥리와 호남리 일대가 공장지대로 선택되어 탄생한 곳이었다. 그렇게 ‘발명’된 흥남은 ‘노구치 왕국’이 되었다. 선주민의 토지 수용 때 공권력이 동원되고, 초대 흥남 읍장이 노구치 본인이었으며, 기업이 발행한 ‘구매권’이 화폐처럼 통용되고, 자본가가 출생과 사망신고를 받는 곳이었다. 그러면서 조선질소는 화학비료로 산미증식계획에 기여하고, 전시에는 화약, 항공기 연료 등 군수품 생산에 집중하며 일제의 식민지 개발, 전쟁, 점령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식민주의를 파악하는 새로운 틀 문학을 전공한 지은이가 흥남을 보는 눈은 독특하다. 1920년대 중반 이후 제국 자본과 식민 권력이 일체화되어 선주민들을 추방하고 요새 같은 공장을 중심으로 주변 세계와 인간을 새로운 생산체제에 편입시켰다는 점에 주목해, 저자는 흥남을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라 명명한다. 그라운드 제로란 우선 식민 질서의 재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원천적 장소를 뜻하며, 동시에 식민지를 장악하려는 식민주의적 폭력의 최전선을 뜻한다. 저자는 흥남을 세 가지 전선이 교차하는 곳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식민주의 재생산의 구조를 입체적으로 성찰한다. 수은중독에 의한 미나마타병의 원천을 파악한 것이 그 사례라 할 수 있다. 지은이에 따르면 식민 본국의 ‘공장법’ 규제를 받지 않은 채 기술실험을 자행해 흥남이 미나마타보다 뒤늦게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1930년 이후로 산업공해 또는 그로 의심되는 증상이 만연되었다. 내지인의 천국, 조선인 노동자의 무덤 지은이에 따르면 흥남은 두 얼굴을 지녔다. 비료공장에 일하러 온 내지인들에게는 ‘천국’이었다. 이른바 ‘조선수당’이 붙은 임금은 본토에서보다 두 배 가까이로 뛰었고, 사택과 기숙사, 합숙소가 제공되었다. 오후 5시가 되기 전에 퇴근해 각종 취미생활과 유흥을 즐길 수 있었으며, 물가까지 저렴해 ‘귀족생활’을 즐길 수 있었다. 조선인 노동자들에게 ‘군림’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다. 조선인들은 달랐다. 구룡리로 쫓겨간 선주민들은 마실 물조차 부족해 생존마저 위협받을 지경이었다. 유독물질과 각종 미세 화학물질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전쟁할 때의 하졸과 같이 공포 속에서” 일하느라 호흡기 질환을 앓아야 했으며 원인 미상의 질병과 전염병이 돌아 흥남은 ‘전염병 도시’ ‘병마의 도시’로 불릴 정도였다. 미처 몰랐던 그때 그곳의 인간과 문학 어쩌면 조금은 낯선 틀로 흥남을 바라본 이 책에 인간과 문학의 이야기가 더해져 풍성해졌다. 대표적 인물은 함흥 태생의 영화배우 주인규. 나운규 영화 〈아리랑〉 등에 출연했던 그는 조선질소 흥남공장의 노동자가 되어 노동운동을 벌이다 ‘제2차 태평양노조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 문제적 인물이다. 동생 주선규ㆍ주인선과 지하인쇄물을 제작하거나, 명태장수로 변장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불온문서’를 반입하는 등 그의 ‘활약’은 여느 역사책에서 좀처럼 만날 수 없는 이야기다. 그런가 하면 이 책은 문학에 적지 않게 의존하고 있다. 선주민의 애환을 다룬 한설야의 소설 〈과도기〉가 글 첫머리를 장식하거니와 그의 문학적 제자이자 흥남공장 노동자 출신인 이북명의 노동소설들에는 아예 한 장을 할애해 흥남의 실상을 생생히 보여준다....
  • 머리말 1부 1장 식민지/제국의 신흥 콘체른 2장 흥남의 발명 2부 3장 식민지/제국의 그라운드 제로란 무엇인가 4장 미나마타병의 식민주의적 원천 5장 자본의 도시, 노동의 도시 6장 “식민지는 천국이었다” 3부 7장 식민지/제국의 언어-법-미디어 체제에서 글쓰기-이북명의 노동소설들 8장 식민지/제국의 언더그라운드 9장 노동하는 신체의 해방 전/후 에필로그: 언더그라운드가 말하는 방식-정우상의 〈목소리〉를 통해 주 찾아보기
  • 일본질소를 중핵으로 하는 ‘일질日窒콘체른’, 또는 그 창립자인 노구치 시타가우野口遵(1873~1944)의 이름을 따 ‘노구치 콘체른’으로 더 많이 알려진 이 식민지/제국 일본의 신흥재벌은 일본의 영토 확장과 더불어 비약적으로 성장해 간 전형적인 제국주의 기업이었다(27쪽). ‘식민주의적 축적’이란 ‘식민지/제국 질서를 반복적으로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을 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의 신흥재벌로서 노구치 콘체른이 형성되는 과정을 검토하되, 주로 제국주의적 자본-국가 복합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주목할 것이다. 이 복합체는 자기 재생산의 원천으로서 식민지 없이는 형성될 수도 지속될 수도 없으며, 또한 이 복합체의 자기 재생산은 그 자체로 식민지/제국 질서의 재생산이기도 하다(28쪽). 일본질소로 통합된 1908년부터 발전소의 전력과 카바이드 제조를 결합해 사업을 전개했던 노구치는 더 많은 카바이드 생산을 위해 수력발전소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기업 규모를 키워 가면서, 비료 제조사업에 뛰어들게 된다(36쪽). 일본질소는 1926년 1월 자신들의 전액 출자(자본금 2,000만 엔)로 조선수전을 설립하고, 이듬해인 1927년 5월에 조선질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조선 ‘개발’에 박차를 가했을 뿐만 아니라, 식민지라는 유리한 조건을 십분 활용하기 위해 생산근거지를 조선으로 옮기다시피 했다(39쪽). 조선질소 공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는 흥남이라는 지명을 갖지 않았던 이 지역(함흥군 운전면 복흥리, 호남리 일대)에는 농어업을 겸한 조선인 선주민들이 200여 호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중화학공장을 건설하고자 하는 식민자들의 눈에 이곳은 “미개의 처녀지”로 보일 뿐이었다(41쪽). 식민 행정ㆍ치안 권력과 지역 유력자들의 힘을 빌린 일본질소는 1927년 초, 사택 부지 포함 전체 47만 평의 토지를 저렴하게 구입하고, 착공 후 2년 반 만인 1929년 말에 조선질소 흥남공장 1기 공사를 마무리했다. …… 1930년 1월 2일 조업 개시와 함께 본격적인 비료 생산에 돌입한다(42쪽). 흥남은 수력발전소로부터 저렴하고 풍부한 전기를 송전받기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동해를 통해 일본 및 해외로 비료의 수송 및 수출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또한 관북의 산악 지방은 다양한 공업원료로 활용될 수 있는 지하자원의 풍부한 매장지이기도 했다(45쪽). 일본질소는, 화학비료 생산을 통해 일제의 산미증식계획 실현에 기여했고, 전시기에는 화약과 항공기 연료 등 군수물품 생산에 집중하며 병참기지로서의 기능에 충실했을 뿐만 아니라, 인구 또는 노동력의 이동 및 관리의 주요 요인이자 장치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역시 그 ‘국책적 결합’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46쪽). 흥남면은 공장 설비 및 부지의 확장과 함께 1년 만에 흥남읍으로 승격되는데, 의미심장하게도 그 초대 읍장은 일본질소의 대표인 노구치 자신이었다. 노구치와 일본질소는 주재소가 경찰서로 확장ㆍ개편되는 데 개입했고, 조선질소의 간부들은 읍 의회와 학교조합 의원 등으로 배치되었다(57쪽). 황산, 유안, 암모니아 등 공장 내부의 생산과정에서 파생되는 유독성 물질들은 노동자들의 신체를 파괴했고, 가공되고 버려지는, 연소되고 배출되는, ‘쓰레기’가 된 자연은 흥남 일대에 원인불명의 질병이 창궐하게 만들곤 했다(62쪽). ‘조선수당’을 비롯해 각종 수당을 받는 내지인 노동자와 조선인 노동자 사이에 약 2배가량의 임금 격차가 있었으며, 조선인 노동자들이 기술적 노동으로부터 배제된 채 “일본인의 보완적 노동으로서 육체소모적인노동”에 종...
  • 차승기 [저]
  •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동경외국어대학 외국인연구자(2005~2007)를 거쳐, 현재 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 연구교수. 한국 근대문학사와 문학사상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히 중일전쟁 개전 이후 전쟁상황과 식민지/제국체제의 구조변동이 초래한 문학장과 담론장의 변화를 일본 사상계와의 관련 속에서 탐구하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추상과 과잉: 중일전쟁기 제국/식민지의 사상연쇄와 담론정치학', '전시체제기 기술적 이성 비판', '사실의 세기, 우연성, 협력의 윤리'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 '바흐친의 산문학'(공역)과 '세계사의 해체'(공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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