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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란 : 오정희 짧은소설집
오정희 ㅣ 시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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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8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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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4page/131*206*26/582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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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9250726/1169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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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한국 작가, 한국 여성문학의 새 지평을 연 작가 오정희의 삶과 사유가 투영된 소설 한국 문학에서 여성 작가들의 활약이 드물던 시절부터 자신만의 작품 세계로 독자와 평단 양쪽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아온 작가 오정희의 『활란』은 다양한 매체에 발표해온 짧은소설 42편의 모음집이다. 일찍이 이상문학상(1979), 동인문학상(1982) 등을 수상했고 2003년엔 장편소설 『새』로 독일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하여 최초로 해외 문학상을 받은 한국 작가로 기록된 오정희는 이후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고 가능성의 지평을 넓혀준 대명사가 되었다. 『활란』에 실린, 오정희 작품 세계의 이야기 씨앗이자 이야기 편린이라 할 짧은소설들은, 이 책의 작품 해설을 쓴 소설가 장정일의 말대로, “오정희의 비밀스러운 개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작가의 이름난 단편소설이 쌓아올린 세계관의 조각을 간직하고 있다.” 잘 알려진 작가 특유의 유려한 문장은 이 안에서 특별히 더 재미있고 경쾌하게 읽힌다.
  • 이것이 ‘나’인가 내가 정말 살고 싶었던 것이 이러한 생이었던가 책 제목인 ‘활란’은 수록작 「사십 세」의 주인공 이름이다. 지난 세대에게 ‘당당한 선각자의 표상’이었던 ‘김활란 박사(1899~1970)’를 본받으라는 뜻에서 주인공의 부모가 지었다는 그 이름은 이 책의 타이틀인 동시에, 이 짧은소설들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인공들의 내면을 관통하는 이름이다. “먼 세월 저쪽 푸르렀던 날들,” 자신의 이름으로 무엇인가 되겠다는 꿈이 있던 사람들, “모든 것이 가능성 그 자체로 남아 있던 인생의 가장 빛나는 시절”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평범하면서도 삐걱대는 ‘현재의 이야기들’이 『활란』을 이룬다. 지난 과거의 꿈은 “가파르게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흐르는 물살에 돌이 닳아지듯 삭아들”고 이제 세상에 적응해가는 이야기들이. 아이들의 성적지수에 천국과 지옥이 갈리는 여성(「아내의 가을」), 아이들이 공부한다고 제 방들로 들어가 버리는 것에 불만인 남편(「요즘 아이들」), 며느리의 규모 없고 헤픈 살림을 나무라는 시어머니(「나는 누구일까」), 십 대 시절의 한 소녀에 대한 환상을 여전히 간직한 중년 남성(「정애」), 곗돈 타고 집 안에서 당당한 주부(「건망증」), 아이들을 집에 둔 채 자원봉사에 헌신하는 여성(「어떤 자원봉사」), 아이들과 놀아주는 젊은 청년에 괜스레 가슴 설레는 여성(「그 가을의 사랑」), 아내가 자기 삶을 돌아보며 새 계획을 모색할까 좌불안석인 남편(「아내의 외출」), 꽃망울 터지는 것 바라보다 가족들 아침밥을 태운 주부(「꽃핀 날」), 친구의 독립선언 소식에 귀를 쫑긋 세운 동창들(「독립선언」), 골동품을 가보로 두기보다 박물관에 기증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소년 같은 얼굴의 남편(「골동품」), 어머니에게서 받은 보약을 자기는 안 먹고 남편에게 달여주는 딸(「보약」)……. 이들은 『활란』의 짧은소설들 안에서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모습으로, 삶의 표면을 보여주고 또 이면을 들춰준다. 한국 여성들은 물론 성별과 세대별을 초월, 큰 감동과 공감을 불러일으킬 우리의 이야기, 혹은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 이 책의 이야기들은 ‘과거를 보내고 현재를 사는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인 한편으로, 현재의 독자들에게 이미 지나간 이삼십 년 전의 이야기이다. 이 시절에 중년을 통과한 『활란』의 여성 인물들은, ‘활란’이란 이름이 표상하는 당당함과 새로움과 도전성을 꿈꾸면서도 오래된 기존의 규율과 가치관이 내면화된 세대에 속한다. 한때 다른 것을 꿈꾸기도 했으나 지금 안정적으로 편입된 그들의 땅은 이후 세대들에게 안전한 삶의 바탕이 되기도 하였다. 그 이삼십 년 전 인물들의 흔들리는 마음들이 『활란』의 곳곳에 그려져 있다. “설명하기 힘든 굴욕감”이나 “권태와 무의미와 우울”로 드러나기도 하는 이것에 대해, 장정일은 미국의 여성학자 베티 프리단의 ‘이름 붙일 수 없는 병’을 인용하며 설명한다. 그 병은 “결혼 전에 진취적이고 독립적이었던 여성일수록 더욱 가혹하게” 덮쳐왔다고. 40대 전후 여성의 삶을 그린 오정희의 공감 소설 『활란』은, 시대와 성별을 초월한 우리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고, 시대성을 그대로 드러낸 채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의 이야기로 읽힐 수도 있는 다층적인 텍스트이다. 한국 문학의 큰나무와도 같은 작가 오정희의 삶과 사유의 족적이 기록된 짧은소설집 『활란』은 어쩌면 서로 다른 세대, 성별, 계층의 마음들을 가만 헤아려볼 실마리를 건네 줄 것이다. 현관문을 나서는 아이를 몇 번이고 불러 세워 손수건, 신발주머니, 도시락 가방을 건네주며 나무랐다. “이렇게 칠칠맞고 정신이 없어 시집가서 살...
  • 작가의 말 짧은 것의 의미 1 나는 누구일까 부부 아내의 가을 아들이 좋은 것은 나는 누구일까 간접화법의 사랑 복사꽃 그늘 아래서 비 오는 날의 펜팔 상봉기 요즘 아이들 해산 방생 고장 난 브레이크 2 건망증 506호 여자 건망증 세월은 가도 어떤 자원봉사 그 가을의 사랑 아내의 외출 병아리 한낮의 산책 꽃핀 날 소음공해 3 떠 있는 방 사십 세 은점이 꽃다발로 온 손님 아내의 삼십 대 떠 있는 방 맞불 지르기 결혼반지 금연선언 낭패 4 서정시대 돼지꿈 치통 독립선언 자라 서정시대 휴가 골동품 보약 필설로 형용할 수 없는 한밤의 불청객 긴 오후 작품해설(장정일) 개척자였던 오정희
  • “궁상떨지 말고 사람을 사서 해. 고기 두 근 값이면 하루 품을 살 수 있어. 그게 경제적이야. 우리 손으로 사흘 할 거 반나절이면 끝난다니까. 너 같은 사람들만 있으면 미장이가 밥 먹겠니? 나도 이제껏 알뜰히 살겠다고 내 손으로 다 했다만 일손 안 맞아서 남편과 싸우는 일이 지겨워 삯일을 줄란다.” 그러나 그것은 반드시 내가 고기 두 근 값을 아낄 만큼 알뜰한 주부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 담 안에서의 모든 일에 남의 손을 빌리지 않는다는 수칙을 고수하는 것은 그것이 밥을 짓는 일, 빨래를 하는 일처럼 무언가 삶을 살아가는 근본적인 정직성과 관계있는 듯이 여겨지기 때문이었다. (「부부」에서) “하나를 보면 열을 알아. 난 상상력이 풍부해서 네 언행 하나하나에서도 네가 앞으로 살아갈 길이 훤히 보인다. 장차 어떤 인간이 되려고 사사건건 부모 말을 어기느냐.” “소설 읽으세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하니 염려 마세요.” 아들이 픽 웃었다. 아내가 아무리 처녀 시절 한때 소설가 지망생이었고 지금도 소설 읽기가 유일한 취미라곤 하지만 상상이나 비약은 지나친 바 있다. “알긴 뭘 알아. 아무리 큰 척해도 이제 겨우 열여섯 살이야. 아직은 내가 너보다 정신 맑고 판단력이 있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해. 훗날 내가 노망들어 분별력이 없어지면 그땐 네가 나를 가르치렴.” (「아내의 가을」에서) 아들 낳는 것이 큰 벼슬하는 것도 아닐진대 4대 독자 내세우는 집안에 들어가 지레 주눅이 들었던 탓인가. 첫딸을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삼칠일이 지나 찾아간 정임의 눈에 경옥의 모습은 처참해 보였다. […] “아들이었으면 좀 좋아?” 태기가 있자 그날부터 시어머니가 정한수 떠놓고 열 달 내내 아들이기를 축수했었다는 말에 정임은 기가 막혔다. 두 번째 임신을 하자 경옥은 거의 노이로제에 걸린 듯했다. (「아들이 좋은 것은」에서) “참 영이 혼사는 어떻게 됐지?” 한가하고 무료한 늙은 부부들처럼 대화는 종작없고 두서없었다. 영이란 큰댁 조카였다. “궁합이 안 맞아서 형님이 꺼리세요. 하긴 궁합을 보나 안 보나 어차피 결혼은 도박이지 뭐.” “그런가? 당신은 도박을 해서 딴 셈인가, 잃은 셈인가?” “글쎄, 본전치기나 될라는가 모르겠네.” “그래서 다음 세상에서 또 만나고 싶어?” 슬며시 장난기가 동한 듯 빙글빙글 웃으며 말하는 남편에게 ‘아니’라고 강하게 도리질까지 해댄 것에 당황한 것은 오히려 내 쪽이었다. (「나는 누구일까」에서) “반찬 투정은 어디서 배운 못된 버릇이니? 그리고 낟알 귀한 줄 알아야지. 옛날 나라님도 하늘이 무서워 음식 타박은 못 했단다.” 졸지에 얻어맞은 아이들은 울음보를 터뜨리고 저녁 식탁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시어미가 미우면 제 자식 팬다더라.” 부엌과 터진 거실 의자에 앉아 텔레비전을 틀던 시어머니가 아이고 내 새끼들, 애먼 화풀이를 당하는구나 어쩌구 너스레를 떨며 아이들을 불러 품에 안았다. […] 시종 못 본 척 묵묵히 밥을 먹고 난 민수는 역시 쓰다 달다 한마디 없이 석간신문을 주워들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해산」에서) “내가 기억해야 할 게 당신 양복뿐이냐. 당신은 내 건망증이 마치 타고난 장애인 것처럼 타매하지만 선천성 건망증 환자가 어디 있겠는가. 천지 분별 없이 들뛰는 세 아이 기르느라, 구차한 살림 꾸려가느라, 또 성미 급하고 변덕이 죽 끓듯 하는 남편 비위 맞추느라 전전긍긍, 갈가리 흩어진 신경으로 살아오면서 맑은 정신도 기력도 다 도둑맞은 게 아닌가. 신문에서 보니 주부가 기억해야 할 것이 이천 가지도 넘는다더라. 당신은 컴퓨터하고나 살아야 할 사람이다. 나도 지쳤다. 당신 눈엔 내가 잊어버리기 ...
  • 오정희 [저]
  •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났고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68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완구점 여인>이 당선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2003년에는 독일에서 번역 출간된 《새》로 리베라투르상을 수상했다. 이는 해외에서 한국인이 문학상을 받은 최초의 사례로, 한국문학사의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어의 미학적 지평을 넓힌 작가의 문장이 빚어낸 작품들은 존재와 현실의 괴리에서 오는 간극을 극복하기 위한 여성적 자아의 내밀한 감정을 형상화하고 있으며, 또한 형체가 없는 내면의 복잡한 사건들에 형태를 부여함으로써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일상의 슬픔과 고통, 허무의 정체를 추적하고 있다. 소설집 『불의 강』, 『유년의 뜰』, 『바람의 넋』, 『불꽃놀이』, 『오정희의 기담』, 장편소설 『새』, 동화집 『송이야, 문을 열면 아침이란다』, 산문집 『내 마음의 무늬』 등을 펴냈고, 다수의 작품들이 영어·독일어·프랑스어 등으로 번역 출판되어 일찍이 한국 문학의 대표작들로 해외에 소개되었다. 만해대상 문예대상(2021), 대한민국문화예술상(2012), 독일 리베라투르상(2003), 동서문학상(1996), 오영수문학상(1996), 동인문학상(1982), 이상문학상(1979)을 수상했다. 현재 강원도 춘천에 살고 있고,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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