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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 : 조선의 산야를 누비다
이재원 ㅣ 책이라는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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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0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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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0page/152*225*27/65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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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97749957/1197749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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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창해 정란의 실제 기록을 바탕으로 한 소설 형식의 역사서. 조선 후기에 그저 산이 좋아서 한평생을 유람한 선비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창해일사 정란. 그는 산수를 향한 열망에 매료돼 과거 공부를 접고 여행을 떠났다. 꿈만 앞세운 탓에 비난받기도 했으나 굴하지 않았고, 그의 발자국은 마침내 예술이 되었다. 글과 그림으로 체험기를 남긴 조선 최초의 전문 산악인 정란, 그의 눈에 그려진 조선 천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 “천하는 마음을 얻은 자의 몫이니 부끄러움은 잠시 접어두고 조선 천지에 내 발자국을 남기겠노라!” ##산에 미친 서생(書生), 정란은 누구인가? 창해 정란은 산수에 관한 열정 하나로 평생을 여행에 바친 선비다. 경상도 군위 사람으로 양반가의 여느 자제처럼 과거를 공부하다 어느 날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금강산, 백두산, 한라산 등 명승지 곳곳을 돌아다니고 체험한 내용을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여행이 유행하던 시기였지만, 여행이 삶의 전부인 사람은 정란이 유일했으리라. ※ 창해일사 정란(滄海逸士 鄭瀾): ‘푸른 바다로 달아난 선비’ 정란 ##산이 좋아 산에 가노라네 조선의 선비들은 산을 좋아했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智者樂水 仁者樂山)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영ㆍ정조 시대에는 양반들 중 명문가 집안의 권섭과 양반 가문의 이중환, 신광하가 산천을 유람하는 일을 좋아했다. 대학자로 꼽히는 퇴계는 청량산을, 조식은 두류산(지리산)을, 서산대사는 묘향산을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 그러나 감히 산에 ‘미쳤다’고 할 수 있는 인물은 많지 않았다. 아니, 주변에는 한평생 자기 고향을 벗어나지 못하고 살거나 주위 산천조차 둘러보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이에 비해 정란은 과거 공부를 접고 등반 여행에 인생을 걸었다. 당연하게도 가족은 뒷전이었고 10대 후반의 아들 정기동이 가장으로서 집안을 지탱해야만 했다. 어린 자식이 가족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란이 꿈을 계속 좇을 수 있었던 것은, 가족 역시 정란의 꿈을 응원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18세의 나이에 세상을 뜬 아들의 무덤 앞에서 그는 등반의 뜻을 완전히 접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다시 길을 떠났고, 자신의 행적이 사람들의 비난을 뛰어넘을 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더욱 힘썼다. ##남들과 다르게 홀연히 자연과 교감한 대장부 -산수병에 걸려 가족을 내팽개치고 산하를 유람한다고 손가락질을 받아가며 이 길을 걸었습니다. 길 위에서 싸우고 다투는 건 결국 저 자신이자 제 내면의 흥이었습니다. 흥이 깨지면 갈 곳조차 잃어버릴 것 같습니다.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 힘으로 등정했을 때 온몸에 흐르는 짜릿한 쾌감이 또 다른 미지의 세상을 꿈꾸게 했습니다. 저만 누리는 보상입니다. 제게 있어 산행의 첫 번째 원칙은 ‘혼자의 힘으로 맞서자’였습니다. _216쪽 당시 양반들은 노비가 태워주는 가마에 올라 기생과 악사를 끼고 인솔자와 하인을 부리며 산에 올랐다. 호화롭고 소란스러운 등반이었다. 그러나 정란은 오로지 청노새 한 마리와 어린 종 하나만 대동한 채 두 발로 산을 올랐다. 고독하게 자연과 마주한 것은 스승 청천 신유한의 가르침을 따르는 길이기도 했다. 호연지기를 키워주는 자연, 사람에게서 기댈 수 없는 한 톨의 한까지도 넉넉히 받아주는 위대한 자연이 참된 스승이라 배운 것이다. 그렇기에 정란은 산행을 통해 턱 밑으로 떨어지는 땀방울을 보며 쌀을 거두는 농부의 보람을 느꼈다. 정란은 산행의 도반 청노새 청풍을 대하는 태도도 남달랐다. 이별을 앞둔 청풍을 위해 마지막으로 떠난 여행에서 함께 바닷가의 풍경을 눈에 담은 것이다. 그는 청풍이 죽자 제사를 지내 애도했는데 제문을 읽는 애절한 소리에 사람들이 감복해 청노새가 죽어 묻힌 곳을 청려동(靑驢洞, 청노새 동네)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또 지인 남경희에게 청풍을 위한 제문까지 받았다. 이렇듯 정란은 자연과, 동물과 교감하며 배운 감동의 순간 하나하나를 글과 그림으로 남겼다. 최북, 〈기려행려도〉 ##예술이 된 정란의 발자국 《불후첩》 정란은 산을 다녀오...
  • 책을 펴내며ㆍ조선 후기 팔도를 주유하던 창해 정란을 만나다 주요 등장인물 제1부 산수병에 걸릴 숙명 시절인연 태몽 불운한 천재, 김시습 꺼지지 않는 등불 스승이시여! 호형호제의 연 찬란한 문장 속의 빛 과거 급제 박탈 조선 팔도를 읽다 두물머리와 등신탑 신의 한 수, 마릉 제2부 길 위의 인연 조선왕조 시조묘 생명을 다시 얻다 휘파람 소리에 까마귀 날다 인재를 품어내는 묘향산 미안하고 미안하다 《송도기행첩》의 산수를 찾아가다 제발 집으로 돌아오라 제3부 조선의 바람 백두산을 뒤덮다 손안에 조선을 담다 다시 도진 불치병 사냥꾼과 백두산 화선지 위 오방색 먹빛 큰 산을 품고 왔네 제4부 발자국에 고인 빗물 진솔회가 열리다 단원, 묵은 약속을 지키다 제주 거상 김만덕 썩어 없어지지 않는 존재 이별 여행을 떠나다 《불후첩》을 남기노니 해후 조덕린의 신원 회복 나 이제 가련다 글을 마치며ㆍ외로운 술잔을 가득 채워준 인연은 또다시 이어진다 여행길에 만난 인연들 역사 용어 풀이와 저작물 참고한 책들 창해 정란 연표 | 조선 시대사 연표
  • “호연지기를 의롭게 키워주는 또 다른 스승은 자연이다. 사람에게서 기댈 수 없는 한 톨의 한까지도 받아주는 넉넉함은 자연밖에 없다.” _71쪽 -호가 창해滄海라 했는가? 오늘부터 일사逸士를 붙여 부르게. 푸른 바다로 도망간 선비 창해일사, 어떤가? 푸른 바다로 도망간 선비……. 마음에 와닿는다. _82쪽 옷을 갈아입은 홍심이 최북의 추임새에 맞추어 사뿐사뿐 발걸음을 앞뒤로 옮겨가며 그림 속 헐성루에 올랐다. 현란하게 움직이는 검광에 금강산 일만 이천 봉우리가 낯을 가리고 멈춰선 칼끝에 비로봉이 걸렸다. 내리치는 칼날에 마하연 구름이 갈라지며 금강산 속살이 드러났다. 양손으로 휘두르는 그녀의 칼끝에 진달래 꽃잎이 두 동강 나고 연이어 또 다른 꽃잎이 두 동강 나는 환상이 보였다. 나를 비웃던 조롱이 그 꽃잎 하나하나에 실려 만폭동 계곡 폭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구룡연 아홉 마리 용들이 구름을 부르며 최북의 설움을 보듬어주었다. 비가 내렸다. 홍심은 빗물인 듯 눈물인 듯 울고 있었다. _165쪽 혜환은 알고 있었다. 호랑이를 만나고 산적과 마주치는 것보다 걸어온 길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질 때 내가 힘이 빠진다는 것을. 아들의 죽음으로 상심의 구렁텅이에 빠진 내게 일어설 수 있도록 어깨를 내어주었다는 것을. 절망의 나락에서 간신히 상심으로 접어든 나를 위로해주고 있다는 것을……. 이제 내가 가야 할 길은 외롭고 두렵지 않을 것이다. _182쪽 드디어 백두산 정상이다. 내 나이 쉰셋에 수없이 꿈을 꾸고 주문하던 백두산 천지, 곤륜산 만 봉에서 뻗어 나온 장쾌함이 백두를 이루었다는 이곳에 내가 서 있다. 둘레만 이십 리가 넘는 넓은 정수, 천지. 장군봉에 반사되는 빛은 천기를 뿜어내는 안광이었다. 까마득하게 산봉우리들이 문을 열고 아득하게 드러난다는 천지 물색이 검푸르다. 하늘 못인데도 검은빛이라면 그 깊이를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한가히 물 마시는 사슴 무리와 하늘과 구름을 담아낸 수면 위로 날고 있는 한 쌍의 새가 선경을 더하고 있었다. 한 임금 아래 양반 천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이십 리가 넘는 둘레에 털퍼덕 주저앉아 태평주 한 사발에 풍년가를 부르는 장면을 떠올렸다. 임금이 웃고 있었다. 시흥詩興이 일었다. 나는 산에 미친 서생, 창해 정란이다. 미숙하나 세상의 이치를 알 만큼만 글을 깨우친 서생으로서 시 한 수 없다면 어찌 산수에 미친 선비라 말할 수 있겠는가? _238쪽 -남이 가지 않는 길을 평생 걸어온 사람에게 어떤 찬사가 필요하겠는가? 창해는 썩어 없어지지 않는 존재, 여섯 글자면 충분하네. 불후不朽, 사라지지 않는…… 목이 메어왔다. 자세를 고치고 채제공 앞에 큰절을 올렸다. _296쪽 청풍아! 처음으로 나를 대할 때 내 모습이 신기한 듯 이리저리 살피던 눈빛이 여전한데 이제 너를 떠나보내는 마음 애달프구나! 너도 나도 함께 늙어가며 한솥밥 먹은 가족이었다. 백두산, 묘향산, 오대산, 두류산에 오르고 금강산을 세 번이나 올랐으니 너는 숱한 말 중에서도 평생 산을 즐긴 여행가이자 천상의 객이었다. 자부심을 가지거라. (…) 평생 내 손과 발이 되느라 힘든 것이 너무나 많았을 너에게 난 많이도 무심했다. 후회되는구나! 내 몸 편하자고 네 몸에 의지한 채 명산대천을 유람하던 일도 마음에 맺힌다. 아무 불평 없이 아무리 험한 곳이라도 마다하지 않고 앞서 길을 여는 것이 너의 숙명이었느냐? 너는 분명 여느 노새와 달랐다. 사람은 추억으로 산다. 우리는 그것을 기억이라 한다. 그 기억 속에 우리는 영원을 꿈꾼다. 나의 기억 속에 영원은 바로 너다. 이제 너를 애써 보내려 한다. 나와 함께 마지막 여행을 ...
  • 이재원 [저]
  • 대학에서 경영을 전공한 뒤 KBS 공채 14기로 입사하였다. 그 뒤 여의도 본사 감사실을 거쳐 KBS 강릉방송국에 부임하였다. 자연을 사랑하고 옛것을 숭상하는 그는 바다와 산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주저 없이 강릉으로 와서 강릉 사람들과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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