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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김미월 ㅣ 다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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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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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page/123*195*20/385g
  • ISBN
9791197949319/119794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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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아이가 잠든 후 조심스럽게 타자를 치던 새벽, 나는 무엇이 그토록 간절했을까. 내 이름을 갖고 싶었다. 미치도록 그랬다.” 나는 엄마로서도 작가로서도 자주 실패한 하루를 산다. 이런 문장을 읽고서 가슴이 무너지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아이를 키우는 여성 작가는 매일 이상한 전장에 서 있다. 가장 사랑하는 두 대상이 서로를 끊임없이 밀어내고 서로를 향해 날카로운 칼끝을 겨누는 것만 같다. 직업적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과, 아이에게 모든 애정을 쏟지 못하고 있다는 불안이 무방비하게 맞부딪친다. 그 전투 공간에서 엄마-여성-작가는 자신의 실존이 점점 얇고 투명해지다가 결국 지워져 버리는 것을 무력하게 지켜봐야 한다. (정이현 소설가 추천사 중) 여섯명의 엄마인 작가들의 솔직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끝내 쓰기를 포기할 수 없는 여성들이 있다. 쓰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뜨거운 심장을 가진 여성들. 뜨거운 심장을 품에 안고 계속해서 글을 써온 여성들. 자신의 삶을 자신의 글로, 글을 곧 삶으로 만들어온 여성들.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까봐 전전긍긍하는 여성들. 여기 모인 여섯 명의 작가들은 엄마가 되는 일의 기쁨과 슬픔, 불안과 공포의 감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엄마이면서 작가인, 양립할 수 없어 보이는 두 모습을 모두 해내고 싶은 그녀들의 솔직한 이야기는 어느 한 모습에 전념하라고 강요하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잃고 싶지 않은 여성들의 격렬한 투쟁사이다.
  •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거야.” -나의 작은 천국인 나의 작은 아이에게 ‘어느 날은 손톱 발톱이 생기고, 어느 날은 투명했던 피부가 차오르고, 어느 날은 빛을 감각 하게 되고, 어느 날엔 발차기를 할 수 있게’(안미옥, 72쪽)된 아이가 마침내 한 사람으로 태어나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아이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샘솟는다. 그러나 이 사랑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밥을 굶어가며 밥을 먹이고, 잠들지 못한 채 재우고, 이성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이성적으로 대해야 하는, 양육이란 극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감히 한 사람을 넘어서는 사랑을 해내야만 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자신은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존재니까, 끝없이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니까. 엄마들은 자신에게서 나온 또 다른 가능성을 최선의 것으로 만들려 애쓴다. 그럼으로써 아이들은 그녀들이 엄마-되기의 ‘지옥 불’ 속에서 지켜낸 ‘천국’(백은선)이 된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마냥 품에 안겨 보호받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이 ‘지옥 불’을 힘겹게 견디는 동안 품 안의 ‘천국’들은 ‘난데없이 나타나서 느닷없이 입을 맞추’(조혜은, 147쪽)며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니까 그녀들은 엄마-되기를 통해 ‘천국’의 절대적인 사랑의 가호를 받게 되는 것이다. 때때로 받게 되는 ‘천국’의 입맞춤으로 그녀들은 엄마-되기를 버틴다. 또한 아이들에게 밥을 먹이고 씻기고 입히는 일상은 그녀들에게 ‘오늘은 껌에 관한 시를 써볼까’(이근화, 122쪽)처럼 끝없는 자극을 준다. 아이가 있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게 된다. 아이들은 엄마들의 영원한 타인으로서 끝없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하므로, 엄마들의 세계는 자꾸만 넓어질 수밖에 없다. 좋든 싫든. “3번은 되지 않기를”- 포기할 수 없는 나의 ‘숨구멍’, 글쓰기 여성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아이들이 그녀들 삶의 외연을 넓히듯, 아이를 양육하는 동안 여성은 삶의 주도권이 아이에게로 넘어간 것 같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엄마라는 칭호를 다는 순간부터 그녀들이 쌓아온 삶은 모두 아이들을 위한 것으로 수렴되고 만다. 아무리 20년 동안 글을 써왔다고 한들 엄마로서 읽히는 순간, 그 일은 ‘엄마가 소설가니까 아이들 국어 공부는 걱정이 없겠어요’(김이설, 95쪽)라는 말처럼 아이들을 보조하기 위한 일이 되고 만다. 엄마는 엄마니까, 엄마는 아이들을 키우는 일에 전념해야 하니까. 엄마면서 엄마를 벗어나 나의 일을 잘하고 싶은 욕망은 어쩐지 죄책감이 따른다. 분명 온종일 아이들을 위해 나를 썼는데도 나를 위해 나를 쓰려 할 때는 ‘몰래’ 빠져나오게 된다. 그렇게 하루의 끝에 겨우 얻은 시간, 그녀들은 글을 쓴다. 왜? 그것이 그녀들이 ‘좋아하는 일’이니까. 작품 활동을 아예 접고 육아에만 전념하게 된 ‘3번’(김미월)만은 되지 않기를 간절히 비는 그녀들의 글을 향한 사랑에, 아이들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한다. “엄마, 그냥 안 쓰면 안 돼?”(조혜은, 165쪽) 마치 엄마의 사랑을 다른 것과 나눠가질 수 없다는 듯, 오롯이 자신들만의 것으로 독점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글쓰기 노동을 통해 버는 충분하지 않은 수입으로는 가정 내에서 경제적 주체의 자리를 차지할 수 없다. 엄마에게 엄마 이외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걸 이해하지 못하는 가족들 틈에서, 불안한 경제적 입지는 작가로서의 그녀들의 자리를 흔든다. 그러므로 그녀들은 싸울 수밖에 없다. 부족한 잠을 쪼개고 쪼개가면서 고갈될 정도로 몸과 자본을 바쳐가면서 그녀들은 밤새 글을 쓴다. 글 쓰는 사람으로서...
  • 돌려받는 사랑 - 백은선? 3번은 되지 않기를 - 김미월? 지나갈 시간에 대한 기록 - 안미옥? 글쓰는 엄마 - 김이설? 숨구멍 - 이근화? 쓰지 못한 몸으로 잠이 들었다 - 조혜은? -? 쓸 수 없는 것을 위하여 - 김나영? 추천의 글 - 정이현
  • 며칠 전 친한 언니와 밥을 먹고 있을 때 언니가 물었다. 엄마로 사는 건 어떤 거야?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로 산다는 건 말야 ‘천국을 등에 업고 지옥 불을 건너는 거야.’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런 것 같았다. 천국은 내 두 팔 안에 있다. 그러나 발아래엔 불길이 넘실거리고 있다. 나는 무서워진다. 혹시라도 놓치면 다 타버릴 테니까.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버린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나는 조금씩 녹아내리고 있다. 끝은 언제야? 언제까지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 두 다리가 녹아서 사라지면 어떻게 해야 해? - 백은선, 「돌려받는 사랑」, 11쪽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의문이 생겼다. 내가 과연 내 엄마를 희생시키면서까지 소설을 써야 하는가. 내 소설은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가. 의문은 또 다른 의문으로 이어졌다. 이것이 혹시 나 개인의 문제인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내가 엄마 작가로서 육아와 집필을 병행하는 것이 힘에 부쳐 소설을 못 쓰고 있는 것이 아니라 김미월이라는 인간 자체가 원래 게을러서, 체력이 형편없어서, 시간을 효율적으로 운용하지 못해서, 근성이 없어서 이 모양인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나는 어쩌면 나 자신의 나태와 무능을 엄마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포장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 - 김미월, 「3번은 되지 않기를」, 53쪽 내가 마감을 하러 나오려고 할 때면 벌써 알아차리고 “엄마 하고 있고 싶어.” “엄마랑 놀 거야.”라고 말한다. (…) 나는 아기가 그런 말을 할 때 마음이 복잡해진다. 약해진 마음 때문에 나가서도 집중을 못하고 금방 다시 집으로 돌아오거나, 한참을 서성이며 예열만 하다가 자리에서 일어선 적도 많다. (…) 밖에 나와 글을 쓰다가도 한참을 넋을 놓게 되기도 하고,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무엇 때문에 우는 아기를 집에 두고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는 거지? - 안미옥, 「지나갈 시간에 대한 기록」, 79~80쪽 지난 해였던가. 인스타그램에 아직 어린아이를 키우는 시 쓰는 엄마의 힘겹다는 혼잣말을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그 글을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시인 엄마의 그 마음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아서, 얼마나 힘든지 감히 알아서,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만 버티면 조금은 숨을 쉴 수 있는 시기가 온다는 것도 알아서, 조금 더 힘내라는 메모를 남겼는데, 남기고 나서 한동안 후회했다. 혹시라도 나이 든 선배 작가가 그 시절은 다 그래, 지나고 보니까 살만하더라, 그러니 좀 더 버텨봐, 같은 배부른 소리를 해댄 것처럼 보이진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그제야 들었기 때문이었다. - 김이설, 「글쓰는 엄마」, 105쪽 남편과 아이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엄마가 엄마 노릇 하기 위해 태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애써 알려주어야 한다. 한 인간으로 잘살기 위해 공감하고 배려하는 일을 가르쳐야 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엄마가 좋아하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실천이다. 그냥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서 말하고 이해시켜야 하며, 행동과 태도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것이 한 여성으로서 힘겹고 쓸쓸하다는 것은 두말할 것이 없다. - 이근화, 「숨구멍」, 127쪽 낮 동안의 나는 온전히 아이들의 삶 속에 있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는다고 해도 아이들은 내 곁에 늘 머물러 있다. 아이의 바다에서 아이는 악몽 없이 편하게 잠들었을까. 나는 거의 매일 악몽을 꾼다. 아이들과 함께 있어 다행이라고, 무사히 하루를 마칠 수 있어 행복한 날이었다고 느끼는 날에도, 눈을 뜨고 있어도, 악몽은 계속된다. 이대로 쓰지 못한 채 내 삶이 아이들의 온건한 삶과 함께 흘러가 버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 김미월 [저]
  • 1977년 강을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언어학과와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으며, 2004년 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정원에 길을 묻다>가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서울 동굴 가이드', '여덟번째 방'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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