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곤충학자 파브르의 곤충 연구서이다. 파브르는 50세부터 92세까지 42년간 이 책을 집필했다. 한국 생화학의 개척자이자 고전 번역가인 이근배와 〈어린왕자〉를 국내 최초로 번역한 불문학자 안응렬은 12년간 이 책을 번역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완역 출간된 기념비적인 역작을 복간본으로 출간한다. 저자와 역자의 집념으로 일궈 낸 한국과 프랑스 학자들의 합작품이라 할 수 있는 열 권 분량의 곤충들의 관찰 기록을 읽으며, 무더운 여름나기를 바라본다.
《파브르 곤충기1》중에서 | 46~48쪽
쇠똥 구슬은 굴러간다. 목적지까지 다다르리라. 하지만 도중에 거추장스러운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금 처음으로 난관에 부딪친다. 똥구더기는 구슬을 밀면서 비탈길을 가로지르고자 한다. 그때 무거운 경단이 언덕을 굴러떨어지려고 한다. 그러나 곤충은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동기에서 이 자연의 길을 가로지르고자 택한 것이다. 이것은 대담한 계획이다. 한발 미끄러지던가, 한 알의 모래 때문에 균형을 잃어 그야말로 실패할지도 모른다. …… 쇠똥 구슬은 왕쇠똥구리와 함께 뒤죽박죽 굴러떨어진다. 그러나 이 고집쟁이는 조금도 지치지도 않고 다시 올라간다.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보람 없는 언덕 오르기를 고집하고 결국 끝까지 고집으로 장애물을 이겨 내든가 또는 요행스럽게 생각을 바꿔서 그런 노력이 보람 없음을 깨닫고 평지를 택하기로 한다.
《파브르 곤충기2》중에서 | 58~59쪽
여러 세기에 걸친 신비와 생물체의 미지의 것들을 재주를 부리면서 빈말로 꾸며 대기는 쉽다. 그것은 힘든 연구에 지쳐 버린 게으른 사람들에게는 마음에 꼭 들겠지만 최종의 결과는 긍정보다는 의심스러운 데가 더 많다. 그러나 모호한 개론에 만곡하거나 유행의 용어를 통화通貨로 사용하는 따위는 말고 가능한 한 끈기 있게 진리를 자세하게 살핀다면, 사물의 모양새는 일변해서 너무 서두르는 우리들의 견해가 보여 준 것보다는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 것이다. 일반론은 아주 높은 가치가 있다. 이것 없이 과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충분한 다양성과 확실성의 기초 위에 서 있지 못하는 일반론은 삼가야 한다. 이런 기초가 없는 이상, 위대한 일반론자는 어린애와 같다. 그에게는 깃털을 가진 생물은 모두 새〔鳥〕이며, 기어 다니는 생물은 모두 뱀이며, 다만 크고 작다는 차가 있을 뿐이다. 그는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까지 일반화한다. 그는 복잡한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단순화해 버린다.
《파브르 곤충기3》중에서 | 665쪽
빙그레 웃음을 자아낼 위험을 무릅쓰고 나는 다른 고백을 하나 감히 하겠다. 분명히 알기 시작하는 데 따라서 나는 하느님의 큰 도시 안에서 어떤 짐승을 괴롭히고 죽이고 하는 것이 꺼림칙하다. 가장 하찮은 것의 생명도 존중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그 생명을 빼앗을 수는 있어도 줄 수는 없다. 우리 연구에는 그토록 무관한 저 죄 없는 동물들은 가만 놔두자! 우리의 불안한 호기심이 그놈들의 거룩하고 조용한 무지에 무슨 상관이 있는가! 만일 우리가 알기를 바라면 할 수 있는 대로 우리의 몸으로 그 대가를 치르자. 어떤 개념을 얻는 것은 우리 피부를 조금 희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
《파브르 곤충기4》중에서 | 179쪽
그대들은 거기까지는 감히 가지 못한다. 그대들은 우연의 행운에 의지하기를 더 좋아한다. 아! 이처럼 합리적인 교묘한 수단이 문제일 때 우연이라는 것은 정말이지 빈약한 방편이다. 알파벳 글자들을 공중으로 던지고 그것들이 다시 떨어지면서 어떤 시의 이러저러한 선택된 기절을 만들어 놓기를 기대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기 이해력 안에 삐뚤어진 개념을 만들어내는 대신에 “최고의 ‘질서’가 물질을 지배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더 간단하고, 특히 얼마나 더 진실을 말하는 것인가! 야생자두의 비구미가 겸손하게 우리에게 이렇게 연명하는 것이다.
《파브르 곤충기5》중에서 | 308쪽
그저 벌레는 그의 삶의 표현으로 무한한 변화를 우리에게 보여 줄 따름이다. 그리고 책 가운데서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책, 우리 자신이란 책을 어느 정도 쉽게 읽도록 도와준다.
앙리 파브르 [저]
프랑스의 곤충학자이며, 박물학자. 1823년 샹 레옹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으며, 수학, 물리, 화학 등을 스스로 깨우치는 등 기초과학분야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독학으로 사범학교를 졸업한 후에 카르팡트라스의 초등학교 교사가 되었다. 그런 후, 물리학과 수학을 더 공부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리고 '노래기벌의 연구'를 발표했고, 얼마 후에 아비뇽의 르키앙 박물관장에 임명되었으며, 1886년에는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878년에는 그 유명한 '곤충기'를 출판하였고, 1910년에는 린네상을 받았다.
이근배 [저]
1914~2007. 생화학자, 서지학자. 일본 나가사키〔長崎〕의과 대학 의학 박사(1943). 일제강점기 북경대 조선서지부장, 서지학과 언어학을 연구. 광복 후 서울대 의대와 평양 의대에서 생화학 교수. 소르본ㆍ밀라노ㆍ하버드 대학에서 초빙 연구 교수. 중앙대 의대 교수(1970), 조선대 의대 석좌 교수(1980~1992) 역임. 한국 생화학ㆍ분자생물 학회 초대 회장, 영창문화재단 이사장을 지냈다. 저서로 생화학 논문 160편과 서지학 종설 6편 외 《생화학》(교과서, 1967), 회고록과 예술평론 외 다수의 글을 남겼다. 주요 번역서로 《르네상스 미술가평전》(1986, 탐구당)(2018, 한길사), 《조선서지》(1944, 미간행), 《완역-파브르곤충기》(1999, 탐구당)(2022, 올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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