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이 과거의 영광을 잃어 가는 시대.
그런 시대의 흐름에서 살아남기 위해 헤르메스가 이 세계에 강림했다.
그리고 그가 찾아간 곳은, 매년 스타를 배출하는 걸출한 명문 예고.
하지만 이전 몸 주인의 평판이 워낙 땅을 기었던 탓에 그를 보는 주변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은데…….
“저 여기서 데뷔하려고요. 스타가 될 건데요.”
지금부터 전직 음악의 신의 유쾌한 예고 정벌기가 펼쳐진다.
아이돌물과 아카데미물의 성격을 동시에 가지고 있어 두 분야의 독자층에게 동시에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진 소설입니다.
실력이 없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철저한 약육강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예고에 입학한 주인공. 그곳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아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낌은 물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주인공과 주변 친구(?)들과의 케미를 통해 소소한 웃음까지 선사하는 작품입니다.
“곡이 막혔다고 했지.”
“어? 으응…….”
찰싹. 찰싹.
이다영은 죄 없는 물을 손바닥으로 내려치며 신서진의 말을 듣고 있었다.
“왜 막혔는지 알아?”
찰싹. 찰싹.
“글쎄…….”
찰싹.
“조용히 좀 해 볼래?”
“…….”
낭랑 십팔 세.
가만히 있는 법을 배우지 못한 듯하다.
신서진의 눈초리에, 이다영은 조용히 손을 내려놓았다.
이제야 조금 진지한 대화가 가능해졌다. 이다영은 두 눈을 굴리면서 신서진의 질문을 곱씹었다.
“왜… 막혔을까…….”
기간은 일주일.
원래도 빠듯한 시간이긴 했지만, 미리 생각해 왔음에도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2주 전의 작업 진도나, 지금의 작업 진도나. 거의 도긴개긴 수준이다.
“일주일 안에는 못 끝낼 거 같아.”
실제로 뮤직캠프에 참석해서, 결과물을 못 만들고 놀다가 나가는 작곡가들도 많다.
놀고 먹고… 좋긴 한데.
이건 작곡가들의 자존심이 달린 문제다.
형편없는 곡을 쓸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냥 놀다가 나갈 수도 없고.
오늘 만난 그 작곡가들이 비웃을 것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답답해진다.
신서진은 그 이유를 짧게 짚어 주었다.
“겁부터 내서 그래.”
“겁부터……?”
“네가 말한 그 대단한, 아프로 비안체도 곡 쓰다 막힐 텐데. 너라고 안 막힐 리가 없잖아.”
물론 음악의 신은 곡을 쓰다가 막히진 않겠지.
하지만, 그런 얘기는 이 상황에서 굳이 꺼낼 필요는 없다.
신서진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가 가랑이 찢어진다고, 굳이 그 비교 대상이 아프로 비안체일 필요는 없잖아.
“아프로 비안체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곡을 쓸 필요는 없어.”
우상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
마음은 조금 편하게 먹어도 좋다.
“그러니까 편하게- 우승은 그 인간에게 내주고, 더 편하게- 2등 하면 되지 않을까?”
이다영은 신서진의 조언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멈칫했다.
“편- 안하지?”
잠깐만.
뭔가 잘못됐는데.
“2등 하라고?”
이다영은 두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전혀 안 편한데?”
이게 위로인지, 위압인지. 헷갈리는 조언이었다.
강서울 [저]
저자 강서울은 글을 쓰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인생 한 방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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