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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 : 박숲 장편소설
박숲 ㅣ 청어
  • 정가
16,000원
  • 판매가
14,400원 (10% ↓, 1,600원 ↓)
  • 발행일
2023년 05월 20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64page/154*226*17/564g
  • ISBN
9791168551534/116855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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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세상 끝에서 부르는 노래』는 〈레트로 가든〉, 〈수상한 밥집〉, 〈거울로 가득한 방〉 등 주옥같은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책이다.
  • 작가의 말…5 유서…12 레트로 가든…31 수상한 밥집…49 쉼표…65 거울로 가득한 방…79 기타 루시퍼…88 오해…108 클럽 비따비…146 버스킹 버스킹…155 손님…166 4인조 결성…174 침입자…196 비밀…209 만남…235 오디션…246 The end…253
  • 기타 ‘루시퍼’의 실체를 쫓는 스물일곱살 뮤지션의 반란 인식의 문이 닦여지면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유서 나는 기적을 믿지 않는 대신 희망을 견딘다. 그편이 훨씬 안정적이란 걸 알기 때문이다. 원래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십 대의 마지막, 그 사건이 터진 이후부터였다. 처음 록에 빠졌던 그 시절, 나는 이단의 추종자처럼 ‘기적’을 열렬히 믿었다. 기타 치는 뮤지션으로 성공할 것이란 기적을 믿었고, 록커의 전설이 되는 기적과 록계의 거장들처럼 삶도 사랑도 열정적으로 살 것이란 기적까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결정적으로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삶을 살다 스물일곱 살이 되면 장렬하게 죽으리라는 기적까지. 그것은 나뿐만 아니라 그 시절 밴드 리더였던 용주를 추종하던 친구들도 마찬가지였다. ‘짧고 굵게!’ 어떻게 사는 게 굵은 건지 알 수 없었지만, 27년이 짧다는 건 누구나 알았다. 용주의 멋진 말투는 고교생이었던 많은 애에게 전염처럼 번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가 그토록 숭배했던 록계의 전설들이 모두 스물일곱 살에 죽었기 때문이다.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브라이언 존스, 에이미 와인하우스, 짐 모리슨과 지미 핸드릭스를 비롯해 커트 코베인과 재니스 조플린, 그 외에도 많은 뮤지션이. 스물일곱이란 숫자는 수능의 압박감을 잠재울 만큼 강력한 최면제와도 같았다. 그 시절 우리에게 ‘27’은 신비에 가까운 상징의 숫자였다. 무엇보다 내가 가장 바랐던 기적은 ‘거침없는 자유’였다. 아버지의 그늘을 떠나 세상을 향해 맘껏 내달리고픈 자유. 푸른 풀밭 위를 질주하는 검은 말처럼! 용주가 들려줬던 록의 세계는 그 어떤 환각제보다 강렬했고, 나의 모든 삶을 뒤흔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그 시절 밴드 활동을 시작한 건 아버지라는 거대하고 육중한 문을 열고 뛰쳐나갈 첫 번째 관문이었다. 그러나 그 기적은 오래 가지 못했다. 한여름 거친 소나기처럼 내 인생의 어느 한 지점을 순식간에 몰아치다 갑작스럽게 끝이 나고 말았다. 기적이란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되고 바란다고 다 이뤄지는 것도 아니란 걸 세월이 흐른 지금에야 깨닫게 되다니 늦어도 한참 늦었다. 나는 끝내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란 걸 순순히 인정해야 했다. 이후 내가 기적 대신 희망을 견디며 살아온 건 당연한 귀결이었다. 더욱 최악은 움켜쥐었던 한 조각의 희망마저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너무 늦었다. 이제, 엔딩을 연주할 시간이다. * 생의 마지막 지점에서 당신이라면 무엇을 할까, 어떤 방식의 죽음이 당신을 가장 아프고 고통스럽게 할까, 당신의 일부인 내 몸을 흉하게 훼손한다면 당신은 괴로워할까, 이런 생각들을 하며 나는 꼼짝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젯밤부터 생라면을 안주 삼아 여러 병의 소주를 마셔서 그런지 구토가 올라오고 머릿속이 흔들렸다. 당신이 내게 휘두른 골프채 드라이버의 뭉툭한 부분이 어른거릴 때마다 어깨뼈가 움찔거리며 반응했다. 핏발 선 당신의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입에서 쏟아지던 날선 욕설들은 회장실 창문 유리를 모조리 부서뜨릴 기세였다. 비굴한 모습으로 당신의 매를 견디던 장면이 끊이지 않는 파노라마처럼 재생되었다. 체크아웃을 알리는 전화가 걸려왔다. 한 시간쯤 지나자 모텔 주인인지 종업원인지 눈이 작고 턱이 뾰족한 사내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숙박을 연장하겠다며 방값을 현금으로 건넨 뒤 사내를 돌려보냈다. 한두 시간쯤 지나 사내가 다시 문을 두드렸다. 청소를 하고 세면도구를 갈아주겠다며 내 표정을 살피는 기색이었다. 술 냄새를 풍기며 방 안에...
  • 박숲 [저]
  • 지도에도 없는 작은 섬에서 태어나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며 자랐다. 상상을 즐기는 일은 훗날 문학의 원천이 되었다. 대학 시절 디자인학과에서 국문학과로 전과한 뒤 본격적으로 문학을 접했다. 이후 문창과 대학원을 지원하여 창작활동을 시작했고, 홍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을 공부했다. 2012년 한국문인협회 주관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푸른 동굴〉이, 2021 전남매일 신춘문예에 〈굿바이, 라 메탈〉이 당선되었다. 문학은 자신을 돌아보는 일로 시작된다. 타인들의 다양한 삶과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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