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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 마이 보이스 : 데라치 하루나 장편소설
박우주 ㅣ 달로와 ㅣ 聲の在り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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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3년 05월 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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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page/128*188*0
  • ISBN
9791192886060/1192886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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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말함으로써 미온으로 남아 사라지지 않는 마음의 이야기 ‘이런 데 있기 싫어.’ 퇴근길에 키와가 발견한 메시지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하루키의 글씨체를 쏙 빼닮아 있었다. 하루키에게 직접 캐물을 수도, 남편에게 상의할 수도 없는 키와는 하루키가 허락 없이 드나들던 돌봄센터 ‘애프터스쿨 가네’에서 일하기 시작한다. 센터장 가나메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키와는 잊고 있었으나 저버려선 안 될 마음을 향해 한 발을 내딛는다. 여성을 향한 따뜻한 시선으로 일본 문학계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데라치 하루나의 『헬로 마이 보이스』는 돌봄센터라는 생소한 공간을 중심에 내세운다. 주인공 키와는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통해 오히려 타인의 시선에 휘청이던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 집안일은 내팽개친 지 오래인 데다 이야기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남편, 천천히 멀어져 버린 아들, 그리고 학부모들을 비롯해 동네 사람들 간에 오가는 수군거림. 무엇보다 한동네에서 오래 살았기에 괜한 분란은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속마음을 꾹꾹 참아온 자신. 키와는 과연 오랫동안 반복되어 온 악순환을 끊고 자기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 “당신 마음의 목소리는 제대로 닿았는가?” 몰이해의 시선을 꿰뚫는 단 한 편의 소설 “나는 되찾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씀으로써.” 35살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한 데라치 하루나는 왜 소설을 쓰기 시작했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무엇을 어떻게 되찾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할지 몰라도, 타인과의 무수한 관계 속에서 점점 잊어가고 잃어가는 것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이 동의할 것이다. 데라치 하루나의 『헬로 마이 보이스』는 오랫동안 자기 안에서 반복되어 온 내면의 목소리를 비춘다. 돌봄센터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들은 어쩐지 낯설지 않고, 오히려 주인공인 키와의 눈앞에 이미 일어났어야 했을 일들을 재조명하는 느낌이다. 괴로워 잊고자 했으나 그럼에도 잊을 수 없는 나의 잃어버린 목소리는 무엇일까. 어디를 향해 있는 걸까. 이 소설은 아득한 도착의 지점을 향해 천천히 나아간다. ▣ 이용료를 내지 않은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는 돌봄센터 역 앞 가나토(鐘音)빌딩 2층에 ‘애프터스쿨 가네(鐘)’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목요일 정오였다. - 본문 중에서 한 가정의 아내이자 엄마인 키와는 어느 날 동네에 돌봄센터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 센터의 이름은 ‘애프터스쿨 가네’로, 대대로 의사직을 물려받았던 가나토 집안의 둘째 아들이 운영을 맡았다고 한다. 안정적인 직업이 아닌 돌봄센터 설립을 선택한 둘째 아들 ‘가나메’를 두고 마을 사람들은 괴짜라고 일컫는다. 얼마 후 소문의 중심에 있던 ‘애프터스쿨 가네’에서 직원을 모집한다는 공고가 붙고, 키와는 우연처럼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어쩐지 이곳은 이상하다. 이용료를 내지 않은 아이들도 들어갈 수 있단다. 센터장 가나메에게 그래도 되는 거냐고 물어보자 들려오는 답변은 “뭐, 그렇긴 한데요, 그래도. 많아야 더 재밌잖아요.”라는 말뿐이다. 어쨌든 키와는 하교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가고, 어려운 숙제를 함께 고민해주고, 같이 간식을 만든다. 부모가 제대로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아 유독 눈에 밟히는 아이도 있다. 다른 사람과의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제껏 마음을 죽이고 살았던 키와는, 점점 자신이 목소리를 냄으로써 할 수 있는 일도 있음을 깨닫는다. ▣ 어디까지 말할 수 있으며, 어디부터 말할 수 없을까 몇 년 전 ‘모든 여성이 활약하는 사회’란 말을 보았을 때 느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그 지긋지긋한 기분. 공부며 일이며, 결혼과 출산과 육아와 가사와 그 외 기타 등등. 이것저것 죄다 짊어진 것도 모자라 ‘활약’까지 목표해야 하나 싶어 망연자실했었다. “대단해, 대단해, 치켜세우면서 여자한테 뭐든 다 짊어지우려는 느낌이야.” - 본문 중에서 키와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인물이다. 밥을 차리고 빨래를 널고 아들의 등하교를 챙긴다. 학부모들과의 인맥 관리도 놓칠 수 없다. 다른 사람 눈에 ‘아이에게 무관심한 부모’로 비쳐지는 것도 싫다. 그렇다고 일을 쉬면 살림은 더 힘들어질 것이다. 일, 가정, 육아 모두 놓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키와는 입을 꾹 다문다. 엄마의 희생을 당연시하지만 돌봄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의 여성은 무언가를 요구할 수도 보상받을 수도 없다. 이 소설은 노력이나 수고를 인정받지 못하는 인물의 현실을 그리는 동시에, 그 인물 역시 생각해보지 못했던 타인의 삶을 비추는 데 앞장선다. ADHD인 아이를 기르는 쓰츠미 씨 부부, 이혼 후 아버지와 둘이 살게 된 유키노,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두머리’로 군림하지만 결국 소설의 끝자락에서 예상치 못한 종국을 맞게 되는 오카노 씨까지. 이해라는...
  • 딸기 멜론 소다 마블 초콜릿 웨하스 토마토와 사과 박하
  •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지금 해야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말을 신중히 골라내는 사이 목이 메었다. 내 목소리. 키와는 생각했다. 자꾸만 삼키는 사이 깊숙이 숨어버려서 바로바로 나오지 않는다. 이미 사라져버렸는지도 모른다. 「딸기」 중에서 내 말을 갖고 싶다. 사라져버렸을지 모르는 내 목소리를 되찾고 싶다. 성급하고도 거센 충동이었다. 내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누군가의 말을 내 것처럼 하는 게 아닌. 주위로부터 요구되는 말을 찾는 게 아닌. 누구라면 이렇게 말하겠지, 하며 상상의 윤곽을 모방하는 게 아닌, 내 목소리를 내고 싶다. 「멜론 소다」 중에서 “가나메 씨는 센터를 왜 차리고 싶으셨어요? 아이들을 좋아해선가요?” 가나메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더니 얼마간 생각했다. “자주 받는 질문인데, 아이들이 좋아서는 아니에요. 그래도 웬만한 생명체는 다 좋아하긴 해요, 재밌어서.” “생명체요?” “인간도 생명체니까요.” 저희 아버지가 소아과를 하시는데요, 말하며 가나메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네, 알아요.” “산모수첩에 ‘어린이 헌장’이 적혀 있잖아요.” 적혀 있었던 것 같은데 키와는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솔직하게 털어놓자 가나메는 살짝 웃으며 눈썹 위를 긁었다. “대부분은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근데 저희 어머니 아버지가 그런 얘길 자주 하셨거든요.” 어린이는 한 인간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사회의 일원으로서 대우받아야 한다. 어린이는 좋은 환경 속에서 자라야 한다. 가나메는 줄줄 암송해 보였다. 전문을 암기하고 있다고 했다. “아홉, 모든 어린이는 바른 놀이 시설과 문화재를 제공받고 나쁜 환경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한다, 라고 쓰여 있어요.” 그래서 어른이 되면 나도 아이들을 보호하는 입장이 되는구나, 하고 지극히 당연하게 생각해왔죠. 온화한 투로 말하는 가나메의 모습이 유리창에 비쳐 있었다. 실물보다 흐릿하고 멀리 있는데도, 왠지 그곳에 진실이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키와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마블 초콜릿」 중에서 세이야는 하루키 옆줄에 있었다. 저학년일 때는 혼자만 춤을 추지 않고 뛰어다니거나 주저앉아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지금은 진지한 표정으로 다른 아이들과 똑같은 안무를 소화하고 있었다. 그런 세이야의 모습을 본 쓰츠미 씨가 가슴을 누른 채 한숨을 토했다. 어렴풋이 눈물이 어려 있기에 덩달아 울음이 터질 뻔했다. 지금껏 얼마나 마음을 태웠을지, 그 옆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춤출 수 없다. 춤추지 않는다. 고작 그 정도의 차이가 학교를 다니는 동안은 대단한 문젯거리가 된다. 「웨하스」 중에서 “우리도 달리기 시합 할래?” 하루키가 그런 제안을 하기에 그만 “뭐어?” 하는 뒤집힌 목소리가 나왔다. “말도 안 돼. 엄마, 이 짐 들고는 못 달려.” “달리는 거 말고 껑충껑충 뛰기 시합. 얼마 전에 세키랑 해봤어.” “학교에서 대체 뭘 하고 다니는 거야?” “빠른 사람이 일등이 아냐. 제일 신나게 뛰는 사람이 이기는 거지. 되게 어려워.” 말을 잇지 못했다. ‘발이 빠른 사람이 일등이 아닌 경주’를 하루키와 아이들은 스스로 생각해냈다는 말인가. 언제 깨닫게 된 걸까. 승리의 종류가 하나가 아니란 사실을. 나아가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란 사실을. 어느 틈에, 어떻게 깨달은 걸까. 「박하」 중에서
  • 박우주 [저]
  • 서울여자대학교와 세이신여자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하고, 나고야대학 대학원 인문학연구과에서 언어학을 전공하며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일대조언어학을 연구하다 현재는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오가와 이토의 『토와의 정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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