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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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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려진 컴퓨터를 주워 와 남편과 아들이 가르쳐준 데로 한 글자 쓰고, 한 문장 쓰다 보니 어느덧 길 글이 되어 책으로 묶였다. 칠순을 넘기며 아내로 산 삶과, 며느리로 산 세월, 엄마의 생이 소중하고 값진 것을 이렇게나마 남기게 되었다. 살아온 것을 그냥 흐르는 데로 쓰다 보니 시가 되고, 산문이 되었다. 읽다 보면 미소도 생기고 눈물 한 방울 훔치는 순간도 있는 것을 보니 그만큼 진솔한 이야기가 담겼음을 짐작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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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게에 손님이 뜸한 한가한 시간에 타자 연습이라도 해보려고 아파트 마당에 버려진 386 컴퓨터를 주워왔더니 남편이 인터넷을 개통해 줬다. 아들이 메일을 개설해 주고 카페 가입하는 법도 가르쳐줬다. 봄비오는 날 정한 닉네임은 ‘봄비’ 처음으로 쓴 글이 카페 가입인사 ‘봄비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이다. 이후로 마음을 열고 함께 울고 웃었다. 시어머님과 시누이 이야기를 막내 시누이에게 보여주니 책을 만들어 보자며 지인을 소개해 줬다. 독자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없어 책으로 내기엔 아쉽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없던 일로 하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에 글을 버리기엔 아깝다며 칠순 기념으로 책을 만들자며 채근했다. 수다 떨던 이야기를 책으로 내자니 부담스러웠다. 어떻게 다듬어야 할지 막막했다. 내가 무슨 작가도 아니고 서툴고 거칠어도 그대로 내놓았다. 〈펴내는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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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펴내는 글 1. 보고 싶은 양의댁 2. 아버지 3. 빛나는 옥포댁 4. 욕본다 욕봐 5. 오이와 입맞춤 6. 아름다운 인연 7. 익어가는 장 8. 새 옷 9. 구멍가게 10. 시어머니 안 계시니 11. 나의 별명은… 12. 무공해 채소 13. 동네 한 바퀴 14. 습관 15. 즐거운 휴일 16. 선생님께 애정을 보내며 17. 나른한 오후 18. 모시 적삼 19. 희미한 옛 사랑의 그림자 20. 천상재회 21. 아버지와 남편 22. 가을을 낚은 남편 23. 사랑한다는 말 대신 24. 가난 25. 수수께끼 26. 풋풋한 영감 내음 27. 김해 장날 28. 군고구마 29. 밀감 30. 천 리나 만 리나 내빼고 싶은 남편 31. 장롱 속의 여인 32. 밥만 묵고 사나? 33. 우리 집 만병통치약 34. 시아버님 만병통치약 35. 추석… 선물이고 나발이고 36. 장 담근 날의 단상 37. 봄비는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38. 내가 사랑하는 나는 39. 상대평가 40. 한국은행 해킹 중에 41. 계약금 받은 날 42. 함께 먹는 밥 43. 미운 놈 44. 실패한 입맞춤 45. 엄살 46. 래프팅 47. 버터맨 48. 질릴까 봐 49. 답글 50. 여자 말을 들으면 51. 남자 말을 들으면 52. 콘돔 예약 53. 협상 54. 부부 55. 니가 해...준 기 머꼬? 56. 삶은 팬티 57. 아들과 목걸이 58. 전문용어 59. 나라 걱정 이자뿌소 60. 군사우편 61. 퀴퀴한 아들 냄새 62. 탈영 63. 자식이 뭔지 64. 아들 면회 다녀온 날 65. 정기검진일 66. 역경 속에서 67. 서바이벌 게임 68. 서러운 그 이름… 약 69. 눈물 젖은 생일 70. 쪽팔린 아침 71. 눈탱이가 밤탱이 72. 장남 73. 막냇동생 74. 봄을 먹은 아침 75. 설날 76. 이불 홑청 시치며 77. 친정엄마 78. 상쾌한 오후 79. 열쇠를 넘겨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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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 따라 부부 동반 나들이 갈 때면 키웠으니 본전 뽑아야지 하면서 아들한테 가게 맡겼지요 그 때 하달하는 각종 주의 사항. 앞, 뒤로 문단속 빠짐없이 잘 할 것. 간판 불도 꼭 끌 것. 난로(여름엔 선풍기)도 잊지 말고 끌 것. 집에 갈 때 돈 가방 조심할 것. 마지막으로 울트라 슈퍼 초특급 사항!! 삥땅치지 말 것. -p29 〈구멍가게〉 중에서 선산에 벌초 가던 날. 동네 아주머니가 채소밭을 손보고 있었다. 장조카가 말을 건넸다. “아따~~ 이거 유기농으로 키운 겁니꺼?” “머시라예?” 못 알아들은 듯 “아~~ 그러니까 이거 무공해지예?” “머시라예?” 그래도 못 알아듣는다. 조카… 포기한 듯 “아입니더… 채소가 대기 조아비네예…” “그라믄예~~ 농약을 얼매나 칫는데예~~!” -p33 〈무공해 채소〉- 소포를 보내고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나 길었습니다. “박애월라 댁인가요? 정용숩니다.” “선생님……" 수화기를 든 손이 떨리고, 가슴이 콩닥콩닥, 눈물이 주루루루… “저…… 기억하시겠어요? 선생님” “기억하다마다요” 나이든 제자라 이젠 말씀도 놓질 않으십니다. “선생님…… 큰 은혜 입고도 인사 한번 못 드리고 죄송합니다.” “은혜는 무슨… 여학교라 조심스러워 제대로 힘이 되질 못해 미안했는걸…” 시시한 물건들이지만 고맙게도 정성 담긴 저의 마음 읽으시곤 “이렇게 감동적인 선물 첨 받아봤다. 눈물이 확 쏟아지더라” 하셨습니다. 깊어 가는 봄날, 회포를 풀어놓는 사제 간의 정도 깊어 갔습니다. -p42 〈선생님께 애정을 보내며〉 중에서 10년 전 해드린 이 적삼은 제게 효부라는 칭찬을 듣게 해줬습니다. 가게 일만도 바쁜데 모시옷 손질해 드린다고요 실은 제가 해 드린 게 아니라 해도 겸손의 말로 받아들이더군요. 부모가 효자 자식 만든다더니 이런 경우 맞나요? 저의 시어머님께선 워낙 깔끔하신 성품이시라 가방엔 항상 여벌의 옷을 넣어 다니시면서 경로당 가시면 벗어두시고 다녀오시면 물 품어 다림질해 걸어 두신 덕이죠. 세월은 가고 추억은 남는 거라더니 모시옷을 보면서 어머님을 추억합니다. -p46 〈모시 적삼〉 중에서 그 후로 전 남편이 먹다 남긴 음식은 뭐든지 맛있게 먹어냄으로써 애정 표현을 합니다. 그인 그게 저의 애정 표현이란 걸 아는지? 모르는지? 뭐든지 먹으면 제 몫으로 조금씩 남겨 줍니다. 오늘도 밤참으로 라면을 먹으면 잘 밤엔 안 먹는다고 해도 그이는 사랑한다는 말 대신 라면 몇 가닥과 국물을 남겨줄 겁니다. 그러면 저 역시 사랑한다는 말 대신 그걸 아주 맛있게 먹을 겁니다. -p57 〈사랑한다는 말 대신〉 중에서 고등학교 다닐 때 아르바이트로 부잣집 아이의 공부를 봐줬습니다. 공부를 하고 있으면 간식거리를 내 오는데… 지금은 흔하지만 그땐 무척 귀한 '밀감' 도저히 제 입에 넣을 수가 없었어요. 살그머니 주머니에 넣어 와 동생들에게 나눠 먹였지요. 어린 동생도 어느 날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저 먹으라며 내미는 삶은 돼지 내장 두 조각. 동네 어른들이 돼지 잡으며 근처에서 노는 애들에게 한 접시 나눠 준 걸 맛있는 거 혼자 먹을 수 없어 누나 주려고 가져왔었어요. 지금도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핑~~~ 도네요. 가난. 지긋지긋하다는 생각보다는 아련한 그리움처럼 제 가슴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p59 〈가난〉 중에서 어려운 형편에 우리들 거두시느라 고생 많으셨다고… 잘 키워주셔서 고맙고… 잘 해 드리지 못해 미안하다고… 사랑한다며 안아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막상 마주 보니 말도 하기 전 목이 잠기고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엉뚱한 말만 지껄이다가 돌아왔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전화를 드렸습니다 “어무이~~~” “오이야~~~” “……” “와…?” “…… 우리 ...키운다꼬 욕 봤씸더~~~ 잘 키아주서 고맙씸더~~~” “……” “근데… 잘 해드리도 못하고 미안해서 우야노…” “아이고~~ 그런 말 하지 마래이~~” 모녀의 목소리는 이미 눈물로 젖었습니다. 차오르던 눈물이 흘러내려 하지 못한 말. 이제야 합니다. “엄마… 사랑합니다.” -p152 〈친정엄마〉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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