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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공단의 기억 : 뿌리뽑힌 사람들, 뿌리내린 사람들
이창우 ㅣ 피플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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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5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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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page/152*225*24/66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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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6351598/11863515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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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74년에 창원공단이 설립된 이후 50년 만에 처음 기록한 휴먼 스토리 뿌리뽑힌 사람들의 아픈 상실의 기억과 뿌리내린 사람들의 벅찬 생성의 기억들 〈창원공단의 기억〉은 창원기계공업공단(현 창원국가산업단지)에서 울고 웃은 사람들을 추적한 결과물입니다. 경남도민일보가 지역 언론사로서 지역민과 공유하고 싶었던 공공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창원시는 한국 최초의 계획도시로, 산업화의 상징적인 공간 중 하나입니다. 특히 중공업 중심지 창원기계공업공단은 한국이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그 과정은 산업사·도시사 차원에서 긍정적인 면만 다뤄졌습니다. 흔히 ‘신화’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원주민들이 받았던 고통이나 공장 구석구석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이야기들은 오랫동안 잊혔습니다. 즉, ‘사람’ 이야기가 빠져 있었습니다. 이들이 가진 기억은 그 내용에 따라 창원이라는 도시의 정체성을 새롭게 규정할 수도 있는 구술 사료와 같습니다. 지자체·학계·지역 언론계가 공공의 기억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내용이지만, 안타깝게도 이제까지 누구도 이들의 기억을 적극적으로 발굴하지 못했습니다. 공단 건설 과정에서 이주하게 된 원주민 1세대들의 기억을 채록할 수 있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더 늦기 전에 기록을 시작해야 했습니다. 공단 건설에 젊음을 바친 옛 기능공들 중 많은 이들이 ‘창원 사람’으로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습니다. 책 내용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뉩니다. 처음은 공단이 들어서기 전 옛 창원지역에 살았던 원주민들의 생활과 문화를 밝혔습니다. 수십 곳의 자연마을이 있었지만, 지형적·문화적으로 당시의 생활양식을 대표할 만한 마을 몇 곳을 골랐습니다. 이어서 창원 땅이 공단용지에 수용되면서 원주민들이 반강제로 겪었던 고통을 파헤쳤습니다. 1974년 산업기지개발구역 지정 고시 이후, 동양 최장 8차선 도로였다는 기지대로(현 창원대로)가 깔리기 시작할 때부터 이들은 고향에서 쫓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국가는 이들에게 바둑판처럼 구획한 이주단지를 제공했지만, 땅을 생명으로 알고 농사일만 알던 사람들이 새로이 들어선 공단도시에서 살아가는 데는 어려움이 따랐습니다. 마지막으로 전국에서 창원공단으로 모여 이주민의 도시를 만든 기능공들의 삶을 추적했습니다. 원주민들의 한이 서린 땅 위에 새로운 사람들이 모여들어 꿈을 펼친 이야기입니다. 창원 사람들이 창원을 더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 작업이 더 다채롭고 깊은 원주민·기능공 서사를 발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 벌써 남겼어야 할 공공의 기억 창원공단 50년 만에 기록하다 창원공단이 설립된 지 내년이면 만 50년이 된다. 창원공단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고 선진국 대열에 올려놓는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물론 영세기업에 이르기까지 숱한 기업들이 무대에 올라 저마다 자신이 맡은 배역을 펼쳤다. 국가 시책 차원에서 만들어진 창원공단은 말 그대로 깡촌이었던 원(原) 창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계획도시로, 경남에서 으뜸가는 도시로 탈바꿈시키는 지렛대 구실을 했다. 이로써 많은 사람들이 전국 각지에서 창원으로 와서 크고작은 기업에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그들 가운데 대부분은 공업계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한 젊은이들이었다. 창원을 제2의 고향으로 삼아 청춘을 보내고 새로운 삶을 일구어 새로운 창원을 만들어가는 한편으로 창원 사람이 되어 갔다. 이렇게 창원공단이 우뚝 서고 개별 공장들이 젊은 노동자들로 채워져 갈 때 그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은 사람들이 있었다. 오랜 옛날부터 창원에 터 잡고 살면서 농사를 짓거나 어로 활동을 해오다가 공단 설립과 함께 고향을 떠나야 했던 원주민이 바로 그들이다. 그동안 기록되어 온 것은 창원공단의 역사였다. 무슨 기업이 들어섰고 어떤 물건을 만들고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어떠하고 연관산업이 어디에 어떻게 존재하는지, 고용된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등등 수치와 도표 또는 통계로 정리되는 역사였다. 그리고 그것은 창원공단과 더불어 울고 웃었던 이들의 사람 이야기는 배제된 역사였다. 50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것이 아니다. 공단이 만들어질 때 풋풋한 노동자로 공장에 들어섰던 이들은 대부분 70대에 턱걸이를 하고 있다. 집과 논밭을 내어주고 이주했던 원주민들은 그 노동자들보다 연배가 높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기고 역사로 갈무리할 시간이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이다. 2022년 한 해 동안 창원공단으로 말미암아 뿌리뽑힌 원주민들과 그 덕분에 뿌리내린 노동자들을 찾아다니며 그들의 이야기를 찾아다니며 활자로 담았다. 그동안 누구도 하지 않았던 작업이었으므로 사상 최초의 기록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백지로 비어 있던 부분을 채워 창원공단의 역사가 좀더 입체적으로 구성될 수 있게 되었다. 무미건조한 역사에 생생하게 실감되는 내용을 조금이나마 더하게 되었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책이 앞으로 좀더 다채롭고 풍부한 서사를 찾아내는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 들어가는 말 6 창원산단의 여명, 발전 신화의 빛과 그림자 9 대통령 결단 앞서 지역에서 움튼 중공업화 노력 23 마산 바다 건너 주렁주렁 포도 영글던 ‘귀한’ 땅 31 분지 창원, 역사와 삶 쌓이고 흐른 산과 시내 43 나락모티 갈대밭의 여름, 어제처럼 눈에 선한 59 새 역사에 밀려 멀어진 창원 역사의 큰 줄기 69 국가가 원주민 상처에 포개 얹은 ‘산업 대동맥’ 83 문전옥답 헐값에 앗아 만든 첨단산업의 땅 97 포도송이 영글던 곳 붉은 황톳길만 남기고 109 바둑판 구획에 끼워 넣은 원주민의 삶 121 삶터와 생업 잃고 투기 광풍 휘말려 도시 빈민으로 141 실향 아픔에서 끝나지 않았던 이주의 고통 151 하고많은 사연 갈린 길에도 고향 마을 잊지 못하고 159 창원과 원주민 역사 바로 알고 미래 세대 화합하길 169 아픔으로 녹이고 염원으로 깎은 옛 창원의 두 상징 179 듬성듬성 공장 땀 채워 세운 도시에 꿈도 피어나 189 ‘닦고 조이고 배우고 익혀’ 창원과 함께 커온 40년 199 성냥갑 아파트에서 나눈 끈끈한 정 207 공장 밖 마산서 낭만과 청춘 보냈던 근대화 기수들 217 문학으로 물은 ‘산단은 무엇인가’ 227 부록 1. 창원국가산업단지 약사 234 부록 2. 원주민 마을 ...
  • 창원(당시 창원군)은 30~40여 개 농촌마을만 있던 곳이었다. 그런 곳에 아스팔트 대로와 거대한 쇳덩이들이 들어섰다. 산업단지라는 국가의 ‘인위(人爲)’는 이곳 주민의 삶과 기억에도 크고 작은 발자취를 남기며 지역의 정체성을 흔들었다. 창원에서 현재를 사는 이들 대부분이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이야기들이다.(15쪽, 고향에서 밀려난 사람들) 창원산단의 탄생은 지역이 스스로 축적한 역량과 공단 유치 노력, 외국 기업의 판단, 이 모두를 고려한 정부 판단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 박사는 시야를 좀 더 넓혀보길 주문했다. (27쪽, ‘위대한 결단’ 아닌 복합 상호작용의 결과) 중·고등학교가 없어 삼귀국민학교(귀곡 소재) 졸업생은 모두 마산으로 진학했다. 귀현 출신 고영조 시인은 “당시 중학교 등록금이 180원이었고, 웅남호 뱃삯은 1원 정도 했다”라며 “하도 배가 고프다 보니, 표를 부둣가에서 파는 빵하고 바꿔 먹고는 배 뒤에 몰래 밧줄을 내려 매달려가기도 했다”라고 말했다.(36쪽, ‘섬 아닌 섬’)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이곳에는 대규모 염전이 자리 잡았다. 나락모티 인근 창곡리(현 창곡산단)·덕정리(지금의 대원동) 사람들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1945년 9월 9일 미국 해군이 찍은 항공사진을 보면, 광복 즈음 이곳에 넓은 염전이 펼쳐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62쪽, 멱감고 게 줍던 모래톱의 추억) “상남역이 있는 곳은 면 소재지라 붐볐습니다. 역 남쪽으로 우체국·파출소·양복집·가구점에다 상남초등학교도 있었고, 상남극장이라고 극장도 있는 곳이었지요. 홍등가도 있었던 기억입니다.”(72쪽, 사람 모여든 ‘핫스팟’) 말뚝이 박힌 곳마다 어김없이 중장비가 들이닥쳤다. 대대로 부쳐 먹던 논마지기든 선조가 잠든 선영(先塋)이든 가리지 않았다. 농민들이 잃은 땅은 삶 그 자체였다. 이들이 고향을 등지고 이주단지로 떠나면서 겪은 고통은 눈부신 도시 발전의 그림자로 남았다. “딱 우리 집 복판에 말뚝을 박더니…. 왜 그러는지 자세히 가르쳐주지도 않아요. 너희는 알 필요 없다고…. 제일 좋은 논도 평당 1300원, 밭은 200~300원. 그냥 강제수용이에요.” (84쪽, 창원대로에 얽힌 이야기) 농사짓던 사람들이 논밭만 내주고 재산만 잃었을까. 도 작가는 부모님 이야기를 털어놨다. “농사꾼이던 아버지는 대원동으로 이사 가고 나서도 한동안 연덕 남은 땅에서 배추를 키워 리어카에 싣고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셨고,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102쪽, ‘지금’이 앗아간 ‘그때’의 풍요) 고 시인은 “초가집들은 힘이 없으니까 불도저가 밀어버리면 금세 붉은 바퀴 자국만 남았는데, 내게는 그 모습이 꼭 우리 영혼이 흘린 피 같았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우리 고모는 막내 사촌을 업고 불도저에 뛰어들었고, 또 어떤 사람은 운전수에게 똥물을 뿌렸다”라며 “지금 같았으면, 화염병이라도 던졌겠지만 그 당시 할 수 있는 저항의 전부였었다”라고 말했다.(115쪽, ‘뿌리뽑힘’의 기억) 당시 택지 안에 네 가구까지만 짓도록 허용됐는데, 원주민들이 임대를 내려고 지하에도 옥상에도 막 방을 지었거든요. 지금은 벌금 때리고 원상복구 명령 내리는데 옛날에는 바로 행동으로 해버렸던 겁니다. 밤에 다 지어 놓고 안에 사람이 들어가 있으면 못 부쉈기 때문에, 밤에 시멘트 바르고 나면 이불부터 갖다놨지요.”(131쪽, 공장노동자 월세 받기 ‘특공작전’) 윤 시인은 “1·2·3차에 걸쳐 차례로 토지를 수용하고 이주가 진행됐는데, 그때마다 서울에서 내려온 투기꾼들이 빗자루로 토지를 쓸어담듯 했다”라며 “보상받은 이주민의 30~40%는 투기꾼에게 ...
  • 이창우 [저]
  • 역사가 좋아 역사학도의 길을 걸었지만, 생계 고민 끝에 기자가 됐다. 배운 지식으로 제일 쓸모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늦은 나이에 〈경남도민일보〉에 입사한 것은 행운이었다. 어느 곳보다 민주적인 소유구조를 가진 언론사이고, 필요한 기사를 제약 없이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곳이기에. 경남 사람들의 성원 속에서 보람 있게 일하는 매일이 새롭다. 지역신문 기자의 역할이 현재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만족하고 있다. 역사를 배워서인지, 마침 경제부에 발령받아서인지 모르겠지만, 창원공단의 묻혀진 이야기들을 발굴하는 임무를 맡았다. 덕분에 역사학도일 때도 몰랐던 역사의 매력을 안참이다. 부산 출신이지만, 이제 ‘경남사람’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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