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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사한 남자의 자화상 
강덕구 ㅣ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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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3년 0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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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8page/140*214*34/698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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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9090988/11690909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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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언제부터인가 사악하고 나쁘며 비천한 모든 것과 사랑에 빠지게 됐다.” 지나간 것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그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모든 것을 지운 채 다음으로 넘어갈 수도 없다. 익사한 이들의 유산 속에서 이어가는 집요한 대화 그리고 공격의 기록들 그 오랜 시간 동안 더러운 이야기들은 어떻게 우리를 매혹했는가? 폭력과 타락을 통해 들여다보는 익사한 남자의 얼굴 여기, 한 남자의 얼굴을 들여다보자. 그는 출렁이는 물속에서 눈을 감고 있다. 얼핏 평온해 보이는 얼굴이다. 잠든 자의 얼굴. 그러나 사진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남자는 잠들어 있지 않다. 그는 ‘익사한 남자’다. 곧 묘한 설명이 이 사진에 따라붙는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남자의 얼굴을 주시한 이 사진의 제목은 바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다. 시체가 어떻게 자신의 얼굴을 그려냈다는 것일까? 강덕구는 진중권의 칼럼을 빌려 사진의 후일담을 풀어낸다. 사진 속 남자는 최초의 사진 매체인 ‘다게레오타이프’를 둘러싼 특허권 경쟁에서 패배한 작가, 이폴리트 바야르다. 그는 학술원 측의 부탁으로 사진 발명의 발표를 미루던 중 경쟁자인 루이 다게르가 사진 매체의 발명자로서 학술원의 인준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는다. 이에 그는 ‘익사한 남자’로 꾸민 자신을 촬영한 사진을 학술원에 보낸다. 사진 뒷면에 적은 메모에서 바야르는 자신을 ‘썩어들어가’는 시체로 비유한다. 『밀레니얼의 마음』에서 자신을 포함한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적 정서와 그 바탕을 그려냈던 작가 강덕구는 이번에 그가 몇 해에 걸쳐 쓴 글을 묶은 예술비평서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을 통해 어떻게 허구가 우리 자신을 이해하게 만드는지 그려낸다. 여기서 허구란 신화와 문화를 비롯한 이야기, 좀 더 거칠게 한 덩어리로 그려내자면 ‘예술’을 지시한다. 이 책에서 강덕구가 다루는 예술 그리고 예술가 중 일부는 오늘날 여러 의미에서 ‘금기시’되는 것들이다. 위악과 의도적인 오독을 통해 역사에 구정물을 부은 영화감독 라스 폰 트리에부터, 백인 남성의 보편성에 기댄 유토피아를 그리다가 종래에는 미국 국회의사당 시위에 동참하게 된 애리얼 핑크와 존 마우스의 음악, 미투 운동에서의 폭로와 정치적 발언이 불러일으킨 불화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경력이 끝난 스탠딩 코미디언 루이 C.K.의 시트콤까지. 강덕구가 말하는 예술의 우주는 정말이지 ‘사악하고 비천한’ 별자리들에 맞닿아 있다. 동시에 강덕구는 그들의 시대, 즉 “문화적 보편성으로 기능하던 백인의 세기”이자 “백인 남성 예술”의 시대가 근본적으로 끝났음을 설파한다. 그는 분명히 말한다. “그런 시대는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나 동시에, 한 시대가 끝나고 다른 시대가 오기 위해서는 “어제와 내일이 맞물리는” ‘오늘’을 설명해야 한다고도 이야기한다. 그가 이 수많은 금기의 별자리들, 그리고 오늘날의 익사한 남자인 ‘문제적 인간’들을 비평의 대상으로 삼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묻는다. 왜 우리는 더러운 이야기에 매혹되었을까? 그중 어떤 부분이 우리를 삶 깊숙한 곳까지 끌어들인 것이며, 또 그들이 꾸린 역사는 지금 우리가 만들어가는 이야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내가 이 책에서 발견한 것은 비주류 안에서도 주류와 비주류를 다시 나누는 강덕구씨의 조밀하고 집요한 시선이다.” -백민석(소설가) 백민석 소설가의 추천사가 말하고 있듯, 『익사한 남자의 자화상』이 파고드는 예술 중 다수는 오늘날 ‘비주류’로 논해지기 쉬운 것들이다. 그러나 무한한 데이터와 디깅(Digging)의 시대에, 비주류 문화는 분명 전과 다른 위상을 갖고 있다. 인터넷망의 ...
  • ‘오늘’의 ‘우리’가 마주하는 세상의 ‘내면’은 어떤 모습인가? 영화와 음악, 예술이라는 거짓말로 마주해내는 ‘추문’과 그 너머 그러므로 강덕구에게는 그가 거론하는 예술작품과 예술가만큼이나, 자신(혹은 세상)과 그것이 연결되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가 책의 1부인 ‘오늘’에서 시네필이나 힙스터, 디거 등으로 불리는 문화예술 향유자를 중심으로 다루는 이유 역시 그러한 방식에 있다. 종종 그가 “덥수룩한 머리, 패딩, 거뭇거뭇한 수염” 등으로 묘사하는 시네필이나 “타투”를 하고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에 들른다고 말하는 힙스터들은 지금의 문화예술과 밀접한 관련을 맺은 이들이다. 백인 사회에서 흑인 문화를 착취하는 유독성의 존재로 정의되었던 ‘힙스터’들은 한국에 유입되며 ‘멋쟁이’ 유의 의미로 변환되었지만, 그 어원이 문화적 아카이브에서 어떠한 ‘취향’을 발굴해내는 이들이었다는 사실엔 변화가 없다. 백인 힙스터들은 자신들의 네트워크에 새로운 생동감을 불어넣기 위해 흑인 문화와 제3세계의 문화적 타자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규정하고 착취했다. 반면 시네필들은 “선생님”들이 세운 만신전에 자신들만의 신화적 우주를 구성하여 특정한 취향을 산출했는데, 이전 세대 시네필리아의 권위에 기댄 취향은 새로운 균열을 내는 대신 기존의 제도를 공고하게 하는 데만 기여하고 있다. 강덕구는 자신이 이 범주에서 벗어난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서울아트시네마 라운지에 모여든” 시네필의 조건에 자신 또한 부합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또한 스스로가 힙스터들이 발굴해낸 수많은 음악의 청취자였음을 밝히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 오래된 취향의 역사, 스노비즘이라고 부를 수도 있고 제도적 상상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는 이 시간대에 균열을 내자고 제안한다. 바로 이 균열에서 강덕구라는 비평가의 태도가 드러난다. 여기서 다시 ‘이름들’로 돌아가보자. 주류와 비주류, 그리고 비주류 안에서 또다시 주류와 비주류를 파고드는 그의 세계에서도 유난히 낯선 이름들이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 나란히 등장하는 두 이름, ‘박광성’과 ‘이정상’이 그것이다. 실상 독자들이 이 이름들을 아는 건 불가능하다. 이들은 강덕구의 개인적 삶에서만 등장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름이 실명인지 가명인지조차 독자는 가늠할 수 없다. 알 수 있는 것이라곤 박광성과 이정상이 각각의 방식으로 강덕구의 비평적 태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 뿐이다.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박광성은 강덕구의 삶에 최초로 나타난 비평가다. 그는 2007년 등장하여 강덕구 생애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자리 잡았다. 박광성은 토피아학원 옆 빌딩 2층 돌계단에 앉아 강덕구에게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 줄거리를 간추려 설명했다. 강덕구는 이토 준지가 그려낸 그림보다 더 강력하던 그의 이야기가 자신에게 달팽이 인간들이 나오는 악몽을 선사했다고 회고한다. 강덕구는 이 악몽이야말로 “비평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진귀하고 근사한 기능”이라고 일컫는다. 이어 그가 이 책에서 펼쳐내는 거짓말이 우리 독자에게 또 다른 악몽을 꾸도록 만들길 기원한다. 박광성이 강덕구의 삶에서 최초로 마술적인 비평을 보여줬던 존재라면, 에필로그의 주인공 이정상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희망과 모험을 만들어내는 영웅이다. 그는 자신의 온몸으로, 또한 삶으로 오롯하게 새로운 경로를 펼쳐간다. 그는 울란바토르의 공원에서 니체의 책을 읽다가 불현듯 나타난 흰 조랑말을 바라보는 남자다. 그는 부모가 건네준 대학 입학비로 유럽 여행을 떠난다. 그곳에서 몽골의 ‘캐쉬미어’를 판매하려 하지만 한 푼도 ...
  • 프롤로그: 익사한 남자의 이야기 1부 오늘: 내일과 어제 힙스터리즘(1), 우리의 취향이 막다른 곳에 이르렀을 때 힙스터리즘(2),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힙스터리즘(3),「구모」를 보고 한 생각 힙스터리즘(4), 피치포크의 수정주의적 전환에 관한 메모 플레이리스트, 그것은 나의 즐거움: 취향, 폭력, 짐 오로크-기능 문화비평: 비천함, 실패, 나쁜 것에 관한 정직한 성찰 비평? 라이프 스타일? 우리는 웃고 있다 2022년: 조각난 시네필리아에 관한 메모 2부 내면: 유머와 비극 유머의 보수적 용례: 하이데거가 아니라 놈 맥도널드의 경우 루이 C. K. vs. 강덕구 방 안에 있는 남자(악마): 영혼, 성격, 내면 그래서 무엇보다 사랑에 빠진 기분: 동시대 영화의 형식에 대한 고찰 팝음악에서 말년의 양식이란 무엇인가?: 사라진, 실종된, 은둔한, 그리고 다시 돌아오는 음악 3부 우리: 한국과 한국인 전통은 아무리 더러운 전통이라도 좋다: 250의 《뽕》 에 관해 「버닝」은 문화의 폭발이다 아프리카TV의 지속 시간: 리얼의 무대화 홍상수에 관한 별 볼 일 없는 생각 정성일-기능에 관해서 혹은 우리가 앓고 있는 질병은 오래된 것이다 4부 추문: 도발과 공격 「살인마 잭...
  • 대중의 무의식에서, 당신이 잠자리에서 뒤척거리며 꾸는 꿈속에서, 다시 말해 열광과 욕망이 펄펄 끓는 아수라장에서 예술가들은 영혼의 구원을 꿈꿨다. 예술이 밑바닥에 가라앉은 더러운 것들과 친교를 맺은 것은 구원에 대한 갈망 때문이다. ‘선악과를 먹은 최초의 인간’이라는 비유에는 죄를 짓지 않고선 구원을 받을 수 없다는 역설이 담겨 있다. 왜,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라는 용어도 있지 않은가? 더러운 이야기는 우리를 매혹한다. ‘선악과’는 곧 이야기이며, 내가 이야기에 매혹된 이유이기도 하다. 인간사에서 우리 내면 깊은 곳으로부터 움튼 욕망들은 은유로 표현되어야만 했다. 진실을 회피하고자 하는 욕망, 섹스와 폭력, 더러운 짓거리에 관한 욕망은 항상 이야기라는 거름망을 통과했다. -13~14쪽 박광성은 내게 이토 준지의 만화 『소용돌이』의 내용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소용돌이에 완전히 집착한다고. 인간이 달팽이로 변하는데…… 또 다른 인간들이 그 달팽이를 먹어.” 주먹코 위에 뿔테 안경을 쓴 박광성이 손짓 발짓을 하면서 소용돌이의 기괴함을 재연했다. 나는『소용돌이』보다 『소용돌이』를 간추려 전달하는 박광성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미지보다 더 강렬했다. 이야기를 듣고 난 뒤 한동안 달팽이 인간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이것이야말로 비평이 수행할 수 있는 가장 진귀하고 근사한 기능이 아닐까? 박광성은 내가 만난 최초의 비평가였고, 비평가의 꿈을 실현한 마술사 같은 존재였다. -24~25쪽 파베세는 『레우코와의 대화』 첫 장에 “나는 모든 사람을 용서하고 모든 사람에게 용서를 구한다. 됐지? 너무 떠들지 말기를”이라고 썼습니다. 이 글은 파베세의 욕망, 행복을 향한 추구, 비참함, 구원에 대한 열망, 외로움, 자기 파괴, 사랑의 실패, 죽음, 결정적으로는 파베세의 유서에 담긴 저 “너무 떠들지 말기를”을 다룰 예정입니다. 파베세에게는 미안하지만, 또 끔찍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죽음을 가지고 수많은 가십과 루머를 양산합니다. 먼저 사과드립니다. 지금부터는 죽음을 배회하는 시끄러운 말들을 다룰 겁니다. -159쪽 영화를 사랑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영화와 따뜻하고 안락한 관계를 맺으면 그만인 걸까?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영화에 매혹된 관객은 금세 영화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머릿속에서 영화 장면을 되감을 때마다, 어떻게든 영화에 대한 지식을 회수하려고 할 때마다, 관객이 품은 영화에 대한 사랑은 부식된다. 영화는 물건이 아니므로 소유할 수 없다. 시간이 흐르면 영화를 보았던 기억은 파괴된다. 그럼에도 관객은 영화를 소유하고자 하는 충동을 포기할 수 없다. -239쪽 뽕쟁이 운전기사는 휴게소 주차장에 트럭을 세워두고는 팔에 히로뽕 주사를 놓고 차창 밖으로 환각을 보고 있다. 마침 그가 듣는 노래는 임창정의 〈소주 한잔〉이다. 온몸이 이레즈미로 가득한, 백승우의 사진에 나올 법한 조폭은 느끼한 색소폰 연주를 반주로 깔고서 사랑하는 여자와 부루스를 추고 있다. 이 모든, 한국적인 것, 감정과 정념, 정서는 ‘흥남 철수’때의 미군 군함에서 파고다극장의 기형도와 PC방, 팝콘TV로 번져 나간다. 《뽕》은 ‘민중’이라는 선량한 얼굴의 가면을 썼던 보통 사람의 욕망과 범죄자의 때늦은 후회, 사회 부적응의 대가로 산에 틀어박혀 은둔하고 있는 자연인의 멜랑콜리를 ‘뽕’의 정서로 묶어낸다. 그러한 감정의 풍경은 우리에게 무얼 요구하고 있을까? -309쪽 영화는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는 환상과 현실 바깥에 존재하는 유토피아를 지시한다. 오랜 시간, 영화는 물질을 불태움으로써 의미의 불길을 만들었...
  • 강덕구 [저]
  • 작가. 비평공유플랫폼 ‘콜리그’ 운영진. 영화이론과 영화사를 전공하고 영화평론가로 활동했다. 닉 랜드의 「멜트다운」, 로빈 맥케이의 「합성적 청취자」를 번역했고, 다양한 매체에 글을 기고했다. 가속주의, 문화비평, 아마추어리즘에 관심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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