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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외투 : 김은지 시집
문학동네시인선1 ㅣ 김은지 ㅣ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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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06월 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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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page/131*224*12/28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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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88954693547/8954693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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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어떤 문장은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을 준다” 낯익은 일상 속 숨은 빛을 찾아내는 섬세한 감각, 추운 이들의 어깨를 감싸주는 따뜻한 속삭임 작은 목소리를 지닌 존재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평범한 단어들에서 반짝이는 의미를 포착해내는 김은지 시인의 세번째 시집 『여름 외투』가 문학동네시인선 193번으로 출간되었다. 201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김은지는 첫 시집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디자인이음, 2019)와 두번째 시집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걷는사람, 2019)를 통해 “시의 공간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시 속의 공간으로 함께 걸어가기 위한 곁을 생각하고 있”(시인 육호수)는 시인이며, “김은지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시를 좋아”한다. 그게 시를 쓰는 사람에게 얼마나 위안을 주는지 모른다”(시인 서효인)는 동료들의 애정어린 평을 받은 바 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 이후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은 자칫 심상하게 넘길 수 있는 일상의 사물과 순간들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며 앞으로 어떤 시를 지향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작가론적 대답이 담긴 시집이다. 김은지가 사용하는 시어들은 우리의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익숙한 단어들이다. 하지만 “바람에 꿀이 든 것 같은 날씨”(「여름 외투」)를 만끽하고 “자전거를 타고 싶다면/ 자전거를 타면 되는/ 세계에 대해”(「어제 새를 봤어」)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일상에서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찾아낼 줄 아는 김은지의 문장을 통과하면 그 단어들에서는 은은한 빛이 새어나온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화려하게 꾸며진 일상을 자주 마주하는 우리에게 김은지의 시에서 그려지는 평범한 일상은 오히려 새롭게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을 무료하거나 시시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일상을 사랑하는 김은지의 시를 읽고 있으면 우리는 “나에게도/ 똑같은 일이 있었어요”(「밥을 먹는다」)라고 중얼거리는 동시에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가게 보기」)을 받게 된다. 이렇듯 김은지가 일상의 틈새에서 시를 길어올리고 작은 단어들에서도 시를 발견해낼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인이 매순간 시를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김치볶음밥을 먹다가도, 일을 하다가도, 시인은 “밤이 깊어 날짜”가 바뀌면 시인은 “읽고 싶던 시집의 비닐을 뜯어/ 제목에 끌린 시를 몇 편 읽다가/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아, 맞다 나 시 써야 해」)라고 생각한다. 또한 시인은 사람과 친해지는 일에 대해 생각하다가도 “누가 누구와 친해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시가 달라진다면// 아무래도 조금은/ 달라지겠지 그렇다면/ 누구랑 친해지지”(「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같이 시에 대한 고민으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이처럼 김은지에게 시를 쓰거나 시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은 일상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 강아지 주사기로 밥을 먹이고 손톱을 깎는다 콜라 캔 따는 소리 당신은 새벽 다섯시에 깼지 바람이 불 때마다 현관문에 고속 인터넷 광고 용지가 앞머리를 자르다가 눈을 찌를 뻔했고 살을 집었다 헬스장 시간을 조정하고 서로의 스케줄을 자세히 주고받자 바람이 불 때마다 현관에 광고 용지가 흔들거린다 _「연면」 부분 이번 시집의 빛나는 점 중 하나는 김은지가 한 개인의 일상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모두의 삶으로 생각의 폭을 넓힌다는 점이다. 김은지는 “문화 양식”으로 자리잡은 “위생 장갑을 끼는”일, “물질을 쓰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위생 장갑-김을 좋아하고 몇 주째 김을 생각합니다」)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다. 그는 자신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따릉이 내정보” 속 “탄소절감”양을 인용하기도 하고(「자기소개」), 소비를 과시하는 문화가 만연한 세상에서 “허름한 옷을 영원히 입는 사람이 되고 싶”(「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다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또한 시인은 보다 많은 사람이 환경보호를 위한 작은 행위들을 실천해나가길 바라는 마음을 은근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인스타그램적인 환경 캠페인”(「위생 장갑-김을 좋아하고 몇 주째 김을 생각합니다」)이라는 말에 담긴 ‘과시’와 ‘허세’를 감지하면서도 그 과시성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라도 많은 사람이 환경보호에 동참할 수 있길 바란다. 일 년 더 쓰고 다닐까 어울리는 모자니까 말이야 울이나 그런 건 아니지만 따뜻하고 훌륭한 모자니까 말이야 다 읽지 못한 책을 꽂아둔 칸에는 낡은 것들의 힘이 있고 그 책을 사서 조금 읽었을 때 나는 허름한 옷을 영원히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 부분 시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시 「여름 외투」에는 이런 구절이 등장한다. “내가 쓰고 싶은 건/ 여름 외투/ 겨울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 그런/ 시”(「여름 외투」). 겨울에 우리는 따뜻한 옷을 챙겨 입는다. 하지만 무더운 여름,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트는 실내에서 우리는 때때로 속수무책이 된다. 한여름에 겉옷을 챙기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바람을 막아주는 얇은 외투는 무엇보다 반가운 존재이다. 김은지는 아마 그런 시인이 되고자 하는 게 아닐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갑자기 닥쳐온 추위에 떨지 않도록 다정하게 어깨를 감싸주는 시. 두꺼운 겨울 외투와는 달리 김은지가 우리의 어깨에 덮어주는 여름 외투는 얇고 가볍다. 그리고 산뜻하다. 김은지의 시 역시 그렇다. 우리의 평범한 일상이 권태롭게 느껴지기 시작할 때, 김은지의 시는 예상치 못한 반갑고 따스한 선물이 될 것이다. 관객석으로 만들어진 데크에 앉아 운동화를 벗었을 때 바람에 꿀이 든 것처럼 쾌적한 날씨라는 것을 깨닫고 당황해서 계단에 등을 기댔다 ‘실외기’의 이름을 풀어본다 바깥 기계 대체 어떻게 이렇게 섭섭하게 이름을 지을 수 있는지, 이처럼 특별하고 단정한 이름이 또 있을까, 싶기도 하고 갑자기 퇴직하고 갑자기 휴일을 보내면서 내가 쓰고 싶은 건 여름 외투 겨울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그런 시 _「여름 외투」 부분 김은지는 가만히, 충분히 들어준 다음 말한다. 상대의 기분을 맞춰주려는 말 말고,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기 생각이 담긴 단단한 말을 한다. 그리고 그런 시를 쓴다. 바깥보다 추운 실내에서 어깨를 감싸주는 여름 외투 같은 시. 어떻게 그런 시를 오십 편이나 쓸 수 있는 걸까? 아무리 지켜봐도 그건 모르겠다. 나는 그 모르는 힘으로 은지의 시...
  • 1부 시의 제목을 오독한 후 그 시가 더 좋아지고 1월의 트리/ 여권/ 박쥐와 울퉁불퉁함과 날씨/ 어제 새를 봤어/ 차가운 밤은 참/ 여름 외투/ 만일 우리가 만나게 된다면/ 등 축제/ 기역이라는 의자에 앉은 바다 / 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 슬픔과 기쁨의 개 인사/ 소리 줌인 2부 제가 준비한 건 평범한 거예요 정미/ 개별 토끼/ 한두 개/ 제가 준비한 건/ 위생 장갑-김을 좋아하고 몇 주째 김을 생각합니다/ 굴 / 앨범/ 반깁스 / 작년 신상 티브이/ 피나무가 열식된 산책로/ 밥을 먹는다/ 간담/ 두 개의 달이 있고 세번째 달을 보는 일은 아주 드물다/ 졸다가 신기록/ 포도 3부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열매를 줍고 자리를 맡고 종이 열쇠/ 아, 맞다 나 시 써야 해 / 미안한 연기/ 고궁의 타임랩스 / 자기소개/ 친구의 취향/ 포포/ 타이레놀에 대한 어떤 연구/ 증폭 / 예시와 호박/ 어제보다 7도 높아요 4부 너무 쉽게는 말고 좀 어렵게 찾아졌으면 해 초여름/ 거대하고 같은 시계/ 그 영화는 좋았다/ 비타민D/ 가게 보기/ 매일 마침내/ 과학 독서 모임/ 연면/ 월기/ 중간고사/ 서쪽 하늘 렌더링/ 새로운 그늘막 발문_김은지의 시에 친구하다-조용하고 귀여운 웃...
  • 다 읽지 못한 책을 꽂아둔 칸에는 낡은 것들의 힘이 있고 그 책을 사서 조금 읽었을 때 나는 허름한 옷을 영원히 입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_「털모자의 보풀을 떼어내는 20분」 부분 언제 서로 친절을 멈추어도 괜찮은지 언제 서로 떨어져야 좋은지 어렵게 배워놓고도 자꾸 잊는다 _「포도」 부분 누가 부탁을 하지도 않았는데 한 명은 열매를 줍고 유리도 줍고 가을의 마음을 줍고 어깨에 쏟아지는 빛줄기를 줍는다 누가 부탁하지 않아도 열매를 줍고 자리를 맡고 무슨 뜻인지를 묻고 동음이의어를 검색하는 이 가을이 다 갈까봐 네시의 덕수궁 종소리 한 명 한 명씩 줍나봐 _「고궁의 타임랩스」 부분 5월이라 마침 익숙한 꽃내음이 코끝을 스쳤다 라일락은 시원하고 아까시는 달다고 그것은 미세한 차이라고 했다 시원함과 달콤함은 굉장히 다른 것 같은데 오래도록 좋아해온 향에 대해 더 깊이 모르게 되었다 _「증폭」 부분 어제보다 7도 높아요 내가 오늘 본 유일한 온기 있는 말을 건넸던 것 건너편으로 넘어가는 문장이 가면서 얼어 무지개 모양 _「어제보다 7도 높아요」 부분 줄 노트에 편지를 썼다 세 장이나 썼다 세수를 하다가 편지 안 줘야지, 생각했다 그리고 놀랐다 편지라는 건 안 줄 수가 있구나 이렇게 실컷 말 걸어놓고도 _「초여름」 부분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냈지만 반쯤 잠든 당신에게 부탁한다 굿 나잇, 하고 말해달라고 꿈은 그냥 꿈이고 무엇의 반영도 아니라고 _「비타민D」 부분 어떤 문장은 마치 유일한 열쇠처럼 비로소 어떤 상태를 이해한 느낌을 준다 좋은 소식에 들떴었기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거야 이 기분은 그냥 낙차야 와주었으면 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바로 당신인데 어제처럼 가까우면서도 어제처럼 아득한 _「가게 보기」 부분 쉽게 찾아지지 않았으면 해 너무 쉽게는 말고 좀 어렵게 찾아졌으면 해 (…) 좀더 책을 슥 밀면 ‘딴게 나타났으면 좋겠어’ 당신의 방에 꽂혀 있는 편지가 이 구간 서고에 툭 떨어지거나 ‘고래 뱃속 어때?’ 벚꽃 지는 날 약속 없는 나 제자리에 없는 책과 레일 서가의 리얼리즘 _「중간고사」 부분 나 지금 여기 공원이야 어떤 말은 초능력 아무 의도도 없으면서 등을 펴게 고개를 들게 합니다 _「새로운 그늘막」 부분
  • 김은지 [저]
  • 시 쓰고 소설 쓰고 대본 쓰고 에세이도 씁니다. 시집으로 「책방에서 빗소리를 들었다」 「고구마와 고마워는 두 글자나 같네」가 있습니다._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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