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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서 낯선 것들 : 담천 일기
책과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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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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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3년 06월 10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348page/146*210*27/590g
  • ISBN
9791167523235/1167523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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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흐린 날의 하늘을 닮은 남자 담천(曇天)이 추억하는 그날들의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담은 수필집. ‘사랑, 사람 그리고 사람’, ‘삶, 살아가는 것에 관하여’, ‘그 먼 옛날, 느티나무 아래에 다시 서다’, ‘소설 A와 B의 이야기’의 네 가지 테마로 구성하여 어린 날의 동화, 청년기의 애틋함, 중장년기의 아련함을 솔직하고 담담하게 때로는 애처롭고 가슴 먹먹하게 풀어낸다. 70년대 철부지 10대를 보내고 80년대 격정의 20대를 보냈던, 그리고 지금 부모가 된 사람들이라면 그의 글과 함께 호흡하며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 ●사랑, 사람 그리고 사람 아프다고 하는 것에 관한 삽화 인연이라고 하는 것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그녀에겐 사랑인 것을 첫사랑, 그런 것에 대하여 구례 가시네, 그녀는 서산 여자, 그녀는 짝사랑, 그런 것에 관한 수채화 그 작은 언덕처럼 말입니다 정체 모를 그 어떤 사랑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 그냥 인연인 걸요 설렘, 때문에 설렘, 늘 그랬나 ‘봄’니다 애틋함, 그 조각들 ●삶, 살아가는 것에 관하여 커 가면서 알겠지요 집 대문 앞에 잠시 앉다 화요소주 한 병 들고 갈 생각입니다 아버지는 목요일에 그렇게 떠났다 문패도 없는 집 대문에 서서 끝내 비통함이 되었다 젊은 날의 초상 아내가 집을 나갔습니다 일, 돈, 살아감, 그런 것들 이 비 그치면 가끔은, 엄마가 챙겨 준 밥 먹고 있나요? 더 중요한 것들도 있는 걸… 죄가 많은 탓이겠지요 은근히 제가 불안해집니다 평화에 대한 단상 자식...
  • “영화 보고 첫사랑 생각났어?” “첫사랑은 무슨….” 괜히 당황스러워서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마음이 아련해집니다. 집에 돌아와 PC 앞에서 영화평을 쓰려다가 그만두었습니다. 부질없단 생각이 든 때문입니다. 문득, 풋풋했지만, 어려서, 용기가 없어서, 그래서 비겁했던, 그 시절의 감정이 첫사랑이었음을…. 글로도 표현할 수 없었던 그때의 감정이 내겐 첫사랑이었음을 이 나이에 창피하지만,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창밖에 비가 계속해서 내립니다. (27쪽) 고등학교 친구의 장인어른 장례식장에 찾아간 날, 인사받은 그 친구의 아내에게 위로의 말을 전하다가, 그녀가 내 초등학교 동창임을 알고는 반갑게 옛날 얘기를 하다가, 문득 그녀의 눈가에 팬 깊은 주름을 보면서 그녀도 나만큼 늙어 감을 봅니다. 35년 만에 마주 앉아 술잔을 건네며, 그 긴 세월을 지나 인생을 얘기하는 초등 동창 녀석의 넉넉함과 포근함 뒤로 애틋한 삶의 질곡 또한 겹쳐 갑니다. 늙어 가는 것, 인생의 순리일 테지만… 보다 아름답게 살아가고 싶어짐도 애틋한 인생의 흐름이겠지요. 다시금 그 어린 시절의 동창들이 보고 싶어집니다. (99쪽) 무더웠던 여름 어느 날, 소각장에서 미처 타지 않은 비문 한 장이 바람 따라 영내를 유유히 날아다닌 사건으로 난 완전군장을 한 채 연병장을 50바퀴 돌아야 했다. 땀으로 범벅이 된 내게 물 한 컵 떠다 준 게 재하였고 그날 밤 그와 처음 개인적인 얘길 할 수 있었다. 나로선 재하가 흥미로웠다. 그건, 그가 끌려온 운동권 학생이어서가 아니라, 그의 독특한 정신세계와 다분히 문학적 기질 때문이었다. … 재하처럼 그곳에 끌려와야 했던 청춘들은 밤마다 맞았다. 나처럼 그곳으로 도망쳐 온 청춘들은 때리거나 구경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세상은 온통 가짜다.” 그렇게 말하던 부산역 앞의 J도 재하를 다는 기억해 내지 못한다. 나처럼 이성적인 사람이 왜 거기 있느냐고 묻던 날, 나도 가짜가 되었다. (201-202쪽) 까만 타르 덕지덕지 베니아 합판으로 된 울타리 벽 사이 골목길을 돌아 송현교회 마당에는 어린 아해들이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쳤다. 높다란 계단을 올라 본당에는 바위에 주저앉아 깍지 낀 예수님도 있었지. 태양당 약국 옆, 옷핀에 멍게 팔던 땅딸이 아저씨도, 송현시장 통 조개 껍질 까던 쉰 목소리 아줌마도, 약 사러 가면 이건 약 안 먹어도 된다고 그냥 돌려보내던 곰보 아저씨도 다 내 친구 가족이었다. … 그 동네 그 어귀, 그 골목길에 열 살짜리 아이가 서서 바라본 건, 배롱나무였을 수도 있었겠다. (272쪽) 지난 보름 동안 B가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바다를 보았다는 말 이외에 B는 어떤 말도 하지 않으려 했다. 아내도 나도 더 이상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앞으로도 B는 말하지 않을 것이다. B의 가방 속에 낯익은 빛바랜 수첩이 보인다. 30년 전 내가 쓴 수첩이다. 창고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어야 할, 그래서 나도 잊고 있던 수첩을 왜 B가 가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30년 전의 일상. 거기에 A와 내가 있다. 연민과 안타까움, 걱정과 염려 그리고 더불어 분노와 슬픔도 모두 함께 거기 있었다. 30년 전 흑백으로 된 어린 청춘의 일상을 마주하고 B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3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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