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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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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의 시(총245건) 얼룩말 상자 : 배진우 시집     10,800원 (10%↓) 장송행진곡 : 김현 시집     11,700원 (10%↓) 조금 진전 있음 : 이서하 시집     10,800원 (10%↓) 여름 가고 여름 : 채인숙 시집     10,800원 (10%↓) 다들 모였다고 하지만 내가 없잖아 : 허주영 시집     10,800원 (10%↓)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 : 신달자 시집     10,800원 (10%↓) 세컨드핸드 : 조용우 시집     10,800원 (10%↓) 검은 머리 짐승 사전 : 신이인 시집     10,800원 (10%↓) 당신의 세계는 아직도 바다와 빗소리와 작약을 취급하는지 : 김경미 시집     10,800원 (10%↓) 빛의 체인 : 전수오 시집     10,800원 (10%↓) 돌을 쥐려는 사람에게 : 김석영 시집     10,800원 (10%↓) 월드 : 김종연 시집     10,800원 (10%↓) 소공포 : 배시은 시집     10,800원 (10%↓) 당신은 오늘도 커다랗게 입을 찢으며 웃고 있습니까 : 신성희 시집     10,800원 (10%↓) 자막과 입을 맞추는 영혼 : 김준현 시집     10,800원 (10%↓) 가벼운 선물 : 조해주 시집     10,800원 (10%↓) 눈 내리는 체육관 : 조혜은 시집     10,800원 (10%↓) 오늘은 좀 추운 사랑도 좋아     10,800원 (10%↓) 절반의 침묵 : 박은율 시집     8,100원 (10%↓) 이해할 차례이다 : 권박 시집     9,000원 (10%↓) 이 집에서 슬픔은 안 된다 : 김상혁 시집     9,000원 (10%↓) 이 강산 녹음 방초     2,700원 (10%↓) 은하가 은하를 관통하는 밤     7,200원 (10%↓) 에로스의 반지     3,150원 (10%↓) 아침 산책     6,300원 (10%↓) ㄹ(리을) : 성기완 시집     8,100원 (10%↓) 녹슨 방     6,300원 (10%↓) 4월아 미안하다     6,300원 (10%↓) .zip : 송기영 시집     8,100원 (10%↓) 힐베르트 고양이 제로 : 함기석 시집     8,100원 (10%↓) 흰책     9,000원 (10%↓) 흰 꽃 만지는 시간 : 이기철 시집     10,800원 (10%↓) 흰 글씨로 쓰는 것 : 김준현 시집     8,100원 (10%↓) 희지의 세계 : 황인찬 시집     10,800원 (10%↓) 흙은 사각형의 기억을 갖고 있다     9,000원 (10%↓) 황홀 : 허형만 시집     8,100원 (10%↓) 황금 연못     6,300원 (10%↓) 호텔 타셀의 돼지들     9,000원 (10%↓) 혜성의 냄새 : 문혜진 시집     8,100원 (10%↓) 햄버거에 대한 명상     9,000원 (10%↓) 해질녘에 아픈 사람     9,000원 (10%↓) 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 최문자 시집     9,000원 (10%↓) 한 사람의 불확실 : 오은경 시집     9,000원 (10%↓) 하늘이 담긴 손     6,300원 (10%↓) 표류하는 흑발 : 김이듬 시집     10,800원 (10%↓) 파묻힌 얼굴 : 오정국 시집     7,200원 (10%↓) 파도의 새로운 양상 : 김미령 시집     9,000원 (10%↓) 탐험과 소년과 계절의 서 : 안웅선 시집     9,000원 (10%↓) 타인의 의미     9,000원 (10%↓) 타이피스트 : 김이강 시집     9,000원 (10%↓) 키키 : 김산 시집     10,800원 (10%↓) 커다란 하양으로 : 강정 시집     9,000원 (10%↓) 캣콜링 : 이소호 시집     10,800원 (10%↓) 칸트의 동물원     8,100원 (10%↓) 침묵의 푸른 이랑 : 이태수 시집     9,000원 (10%↓) 침대를 타고 달렸어     7,200원 (10%↓) 안단테로 물든 오선지 : 최현주 시조집     9,000원 (10%↓) 책기둥 : 문보영 시집     10,800원 (10%↓) 질 나쁜 연애     7,200원 (10%↓) 진흙소를 타고     9,000원 (10%↓) 진짜 같은 마음 : 이서하 시집     9,000원 (10%↓) 지중해의 피 : 강기원 시집     8,100원 (10%↓) 지금 남은 자들의 골짜기엔     6,300원 (10%↓) 중세를 적다 : 홍일표 시집     9,000원 (10%↓) 줄무늬 비닐 커튼 : 채호기 시집     9,000원 (10%↓) 좋아하는 것들을 죽여 가면서 : 임정민 시집     9,000원 (10%↓) 조이와의 키스 : 배수연 시집     10,800원 (10%↓) 조용한 회화 가족 NO 1     7,200원 (10%↓) 제비꽃 여인숙     8,100원 (10%↓) 정원사를 바로 아세요 : 정지우 시집     8,100원 (10%↓) 전원시편     8,100원 (10%↓) 저렇게 오렌지는 익어 가고 : 여태천 시집     7,200원 (10%↓) 저녁의 첼로 : 최계선 시집     7,200원 (10%↓) 재의 얼굴로 지나가다 : 오정국 시집     9,000원 (10%↓) 재와 사랑의 미래 : 김연덕 시집     10,800원 (10%↓) 장마는 아이들을 눈뜨게 하고     6,300원 (10%↓) 잘 가라 내 청춘     6,300원 (10%↓) 작가의 탄생 : 유진목 시집     10,800원 (10%↓) 작가의 사랑 : 문정희 시집     9,000원 (10%↓) 입술의 문자 : 한세정 시집     7,200원 (10%↓) 일요일과 나쁜 날씨 : 장석주 시집     8,100원 (10%↓) 인디오 여인 : 곽효환 시집     7,200원 (10%↓)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지? : 강지혜 시집     9,000원 (10%↓) 응 : 문정희 시집     10,800원 (10%↓) 유령들     7,200원 (10%↓) 우주전쟁 중에 첫사랑     7,200원 (10%↓) 우리의 초능력은 우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해 : 윤종욱 시집     10,800원 (10%↓) 우리가 훔친 것들이 만발한다 : 최문자 시집     9,000원 (10%↓) 우리가 동시에 여기 있다는 소문 : 김미령 시집     9,000원 (10%↓) 완벽한 개업 축하 시 : 강보원 시집     9,000원 (10%↓) 온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다 : 김수영 문학상 수상작 대표 시 선집     9,000원 (10%↓) 온갖 것들의 낮 : 유계영 시집     10,800원 (10%↓) 오페라 미용실     7,200원 (10%↓) 오래 말하는 사이     8,100원 (10%↓) 오라 거짓 사랑아     9,000원 (10%↓) 영원 아래서 잠시 : 이기철 시집     9,000원 (10%↓) 열애 : 신달자 시집     9,000원 (10%↓) 여왕코끼리의 힘     8,100원 (10%↓) 여름 상설 공연 : 박은지 시집     10,800원 (10%↓) 얼음수도원     6,300원 (10%↓) 언니에게 : 이영주 시집     10,800원 (10%↓) 어머니가 촛불로 밥을 지으신다 : 정재학 시집     8,100원 (10%↓) 어디서부터 오는 비인가요 : 윤의섭 시집     9,000원 (10%↓) 어느 누구의 모든 동생 : 서윤후 시집     9,000원 (10%↓) 얘들아 모든 이름을 사랑해 : 김경인 시집     7,200원 (10%↓) 양파 공동체 : 손미 시집     9,000원 (10%↓) 양방향 : 김유림 시집     9,000원 (10%↓)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9,000원 (10%↓) 애인 : 이응준 시집     7,200원 (10%↓) 암흑향     8,100원 (10%↓) 안개와 불     6,300원 (10%↓) 아침책상     3,150원 (10%↓) 아주 붉은 현기증     7,200원 (10%↓) 아버지의 도장     6,300원 (10%↓) 아무는 밤 : 김안 시집     9,000원 (10%↓) 아담 다른 얼굴     4,950원 (10%↓) 아가씨와 빵 : 심민아 시집     9,000원 (10%↓) 써칭 포 캔디맨 : 송기영 시집     9,000원 (10%↓) 시간의 쪽배     6,300원 (10%↓) 습관성 겨울     9,000원 (10%↓) 슬픈 갈릴레이의 마을     6,300원 (10%↓) 스윙     6,300원 (10%↓) 숲의 소실점을 향해 : 양안다 시집     10,800원 (10%↓) 수탉     6,300원 (10%↓) 소설을 쓰자     9,000원 (10%↓) 소리 책력 : 김정환 장시집     8,100원 (10%↓) 소년 파르티잔 행동 지침     8,100원 (10%↓) 세상의 모든 최대화 : 황유원 시집     9,000원 (10%↓) 새벽편지 : 정호승 시집     9,000원 (10%↓) 삼천갑자복사빛     7,200원 (10%↓) 살 흐르다     8,100원 (10%↓) 산책시편     9,000원 (10%↓) 사랑은 야채 같은 것 : 성미정 시집     9,000원 (10%↓) 사랑과 교육 : 송승언 시집     9,000원 (10%↓)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 손미 시집     10,800원 (10%↓) 사람은 모두 울고 난 얼굴 : 이상협 시집     8,100원 (10%↓) 사과 얼마예요 : 조정인 시집     9,000원 (10%↓) 뿔     9,000원 (10%↓) 빛이 아닌 결론을 찢는 : 안미린 시집     9,000원 (10%↓) 빛들의 피곤이 밤을 끌어당긴다     10,800원 (10%↓) 비는 염소를 몰고 올 수 있을까 : 심언주 시집     8,100원 (10%↓) 붉은 담장의 커브 : 이수명 시집     8,100원 (10%↓) 북촌 : 신달자 시집     8,100원 (10%↓) 북양항로 : 오세영 시집     8,100원 (10%↓) 별의 집     5,400원 (10%↓) 벼랑 위의 사랑     7,200원 (10%↓) 벌레 신화 : 이재훈 시집     8,100원 (10%↓) 백치의 산수 : 강정 시집     8,100원 (10%↓) 백지에게 : 김언 시집     9,000원 (10%↓) 백야의 소문으로 영원히 : 양안다 시집     10,800원 (10%↓) 백 리를 기다리는 말 : 박해람 시집     8,100원 (10%↓) 백 년 동안의 세계대전 : 서효인 시집     7,200원 (10%↓) 방금 기이한 새소리를 들었다 : 김지녀 시집     9,000원 (10%↓) 밤이 계속될 거야 : 신동옥 시집     9,000원 (10%↓) 밤의 분명한 사실들 : 진수미 시집     7,200원 (10%↓)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7,200원 (10%↓) 밤과 꿈의 뉘앙스 : 박은정 시집     10,800원 (10%↓) 발전소     6,300원 (10%↓) 반지하 앨리스 : 신현림 시집     9,000원 (10%↓) 반성     10,800원 (10%↓) 박카스 만세 : 박강 시집     7,200원 (10%↓) 바다로 가득 찬 책     6,300원 (10%↓) 미리 이별을 노래하다     6,300원 (10%↓) 묵시록 : 윤의섭 시집     8,100원 (10%↓) 몽해항로     7,200원 (10%↓)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 정재율 시집     10,800원 (10%↓) 목화, 어두운 마음의 깊이 : 이응준 시집     10,800원 (10%↓) 모조 숲 : 이민하 시집     7,200원 (10%↓) 모자나무 : 박찬일 시집     6,300원 (10%↓) 모스크바예술극장의 기립 박수 : 기혁 시집     8,100원 (10%↓) 몇 명의 내가 있는 액자 하나 : 여정 시집     8,100원 (10%↓) 명왕성 되다 : 이재훈 시집     7,200원 (10%↓) 매장시편     6,300원 (10%↓) 말라죽은 앵두나무 아래 잠자는 저 여자 : 김언희 시집     8,100원 (10%↓) 마른하늘에서 치는 박수소리 : 오세영 시집     7,200원 (10%↓) 마계     7,200원 (10%↓) 로라와 로라 : 심지아 시집     9,000원 (10%↓) 라흐 뒤 프루콩 드 네주 말하자면 눈송이의 예술 : 박정대 시집     9,000원 (10%↓) 뜻밖의 대답     9,000원 (10%↓) 땅은 주검을 호락호락 받아주지 않는다     6,300원 (10%↓) 목요일9시 당신이 내 이름을 부릅니다     10,800원 (10%↓) 딴생각     7,200원 (10%↓) 딱따구리는 어디에 숨어 있는가     6,300원 (10%↓) 디자인하우스 센텐스 : 함기석 시집     9,000원 (10%↓) 두 힘이 숲을 설레게 한다     6,300원 (10%↓) 당나귀의 꿈     6,300원 (10%↓) 달의 아가미     7,200원 (10%↓) 달의 뒷면을 보다     8,100원 (10%↓) 다산의 처녀     9,000원 (10%↓) 다만 보라를 듣다 : 강기원 시집     9,000원 (10%↓) 늦게 온 소포     8,100원 (10%↓) 눈먼 자의 동쪽 : 오정국 시집     8,100원 (10%↓) 눈 속의 구조대 : 장정일 시집     9,000원 (10%↓) 누가 두꺼비집을 내려놨나     6,300원 (10%↓) 노을의 집     4,950원 (10%↓) 내가 훔친 기적 : 강지혜 시집     9,000원 (10%↓)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 김복희 시집     9,000원 (10%↓) 내 청춘의 격렬비열도엔 아직도 음악 같은 눈이 내리지     9,000원 (10%↓) 내 졸음에도 사랑은 떠도느냐     4,950원 (10%↓) 내 잠 속의 모래산 : 이장욱 시집     9,000원 (10%↓)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 : 조명 시집     10,800원 (10%↓) 내 귓속의 장대나무 숲 : 최정례 시집     9,000원 (10%↓) 나의 다른 이름들 : 조용미 시집     8,100원 (10%↓) 나쁜 소년이 서 있다     10,800원 (10%↓) 나무 나의 모국어 : 이기철 시집     7,200원 (10%↓) 나를 참으면 다만 내가 되는 걸까 : 김성대 시집     9,000원 (10%↓) 나랑 하고 시픈게 뭐에여?     9,000원 (10%↓) 나는 정말 아주 다르다 : 이만식 시집     6,300원 (10%↓) 나는 벽에 붙어 잤다 : 최지인 시집     9,000원 (10%↓) 나는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 : 박판식 시집     8,100원 (10%↓) 나는 걷는다 물먹은 대지 위를     5,400원 (10%↓) 나나이야기     4,950원 (10%↓) 꿈을 꾸지 않기로 했고 그렇게 되었다 : 권민경 시집     9,000원 (10%↓)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     6,300원 (10%↓) 길안에서의 택시잡기     9,000원 (10%↓) 기차는 꽃그늘에 주저앉아 : 김명인 시집     8,100원 (10%↓) 그로테스크     7,200원 (10%↓) 그날 말이 돌아오지 않는다 : 김경후 시집     4,950원 (10%↓) 그 웃음을 나도 좋아해 : 이기리 시집     9,000원 (10%↓) 그 얼굴에 입술을 대다 : 권혁웅 시집     7,200원 (10%↓) 귀 없는 토끼에 관한 소수 의견     7,200원 (10%↓) 구멍만 남은 도넛 : 조민 시집     8,100원 (10%↓) 구두코 : 조혜은 시집     7,200원 (10%↓) 구관조 씻기기 : 황인찬 시집     10,800원 (10%↓) 광대 소녀의 거꾸로 도는 지구     6,300원 (10%↓) 공중을 들어 올리는 하나의 방식 : 송종규 시집     8,100원 (10%↓) 공중 묘지     6,300원 (10%↓) 공놀이하는 달마     4,950원 (10%↓) 곡면의 힘 : 서동욱 시집     8,100원 (10%↓) 고요한 동백을 품은 바다     6,300원 (10%↓) 결코 안녕인 세계 : 주영중 시집     8,100원 (10%↓) 검은 표범 여인 : 문혜진 시집     9,000원 (10%↓) 감히 슬프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 여태천 시집     9,000원 (10%↓) 감은 눈이 내 얼굴을 : 안태운 시집     10,800원 (10%↓) 간절함 : 신달자 시집     10,800원 (10%↓) 간결한 배치     9,000원 (10%↓) 가장 따뜻한 책     6,300원 (10%↓) 가벼운 마음의 소유자들     8,100원 (10%↓) 가끔 중세를 꿈꾼다     6,300원 (10%↓) Love Adagio : 박상순 시집     8,100원 (10%↓) 7초간의 포옹 : 신현림 시집     10,800원 (10%↓) 6은 나무 7은 돌고래     9,000원 (10%↓) 60조각의 비가 : 이선영 시집     9,000원 (10%↓) 6 : 성동혁 시집     10,800원 (10%↓) 4를 지키려는 노력 : 황성희 시집     7,200원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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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 움직이는 사물들의 영원히 마를 수 없는 이야기 말과 세계 사이, 언어와 인식 사이, 어긋난 인과를 응시하고 새로 잇는 배진우의 첫 시집 2016년 《문예중앙》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배진우 시인의 첫 시집 『얼룩말 상자』가 민음의 시 317번으로 출간되었다. 등단할 당시 “얼핏 단정한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볼수록 송곳처럼 찌르는 구석이 있다.”(오은 시인)라는 심사평처럼, 배진우의 시는 세계를 향한 진중하고 끈질긴 탐구 끝에 문득 방향을 바꿔 던진 질문, 진리에 반동하는 듯한 에너지를 품고 움직인다. 밤새 셔터를 열어 두는 천체 사진가처럼 오래도록 응시하는 배진우의 시는 사물의 모든 순간을 한 컷에 담아낸다. 배진우의 사물들은 완성된 채로 존재하지 않는다. 귀는 귀를, 숲은 숲을, 이야기는 이야기를 닮아 가는 중이다. 시간의 나열이 아닌 모든 순간의 겹침으로 사물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사물을 향한 우리의 관습적인 서술은 모두 빗나간 것이 되고, 말을 잃은 우리는 이 작고 신비로운 방을 그저 응시하게 된다. 말과 세계 사이, 사물에 가장 근접한 언어를 찾는 입술과 생동하는 사물을 바라보는 눈 사이, 배진우는 언어와 인식 사이에 놓인 시차에 머문다. 그 양극단을 부단히 오가며 어긋난 인과를 신중히 새로 잇는다. 그렇게 인과와 무관한 줄로만 알았던 신비의 영역은 배진우의 시를 통해 실체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다. 사물들과 함께, 두 번 반복될 수 없는 얼룩처럼 모든 순간 서로 다른 빛과 형태로 일렁이는 우리 자신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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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물의 속도 오래 훔쳐본 유리일수록 빨리 녹는다 오래 지켜본 눈일수록 쉽게 잠긴다 -「싸움」에서 배진우는 사물에 속도를 맞춘다. 사물의 움직임을 측정하는 인간 기준의 단위가 ‘속도’라면, 배진우는 사물의 단위로써 ‘흔적’을 발견한다. 『얼룩말 상자』의 첫 시 「내 몸에는 남는 방이 있었다」에서 들여다본 ‘몸’의 주름을 시작으로 ‘박스’, ‘나무’, ‘물결’, ‘도시의 밤’ 등 배진우의 화자는 사물 곳곳에서 접힌 자국, 그어진 선, 얼룩 같은 흔적을 발견하고, 이를 통해 사물의 시간과 공간 앞뒤를 살핀다. 『얼룩말 상자』에서 흔적은 사물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지표가 된다. 얼굴의 주름이 이전의 감정과 이후의 움직임을 보여 주듯, 배진우의 시에서 ‘흔적’은 과거의 잔해만이 아니라 미래의 모양이기도 하다. 흔적을 통해 사물의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배진우를 따라, 우리는 정물의 생동을 마주한다. 소리도 없이, 움직임도 없이 다음 순간으로 고요하고 가뿐하게 나아가는 존재들의 힘을. ■ 손을 한 번도 떼지 않고 그린 그림 덫은 상처의 모양을 생각하고 만든 첫 번째 물건 (......) 덫은 덫을 닮았다 상처는 상처를 닮았고 상처와 덫이 자리를 바꾸고 덫 위와 덫 아래에 있는 고요가 다를 때 한 동작을 앞서가고 있는 것만 같고 물건이 있고 상상이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았다 흉터는 상처를 주는 물건과 닮아 간다 -「덫은」에서 생동하는 정물은 서로 연결된다. 표제작 「얼룩말 상자」에서 두 사람이 손을 잡고 “한 번도 손을 떼지 않고” 그린 그림의 사물들이 복잡한 선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는 것처럼, 배진우의 사물들은 서로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공명하고 전이되며 때때로 사건을 일으킨다. 「덫은」의 ‘덫’과 ‘상처’는 닮은 모양을 따라 자리를 맞바꾼다. 상처가 있던 자리에 덫이 놓일 때 발생하는 차이는 화자의 상상을 촉발하고, 상상은 사건의 징조가 된다. “나무와 그늘이 있는 곳에 눅눅한 함정”처럼 놓였던 ‘덫’은 그와 닮은 ‘상처’와 ‘흉터’로 이어지다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사람”이 되고, ‘그 사람’은 나의 “문제” “잘못” “사랑”으로 이어지며 마음 깊은 곳에 도착한다. 덫, 상처, 흉터, 함정, 내가 보고 싶어 했던 사람, 문제, 잘못, 사랑은 한 번도 손을 떼지 않고 그린 그림처럼 하나의 복잡한 선으로 연결된다. “이야기가 없기에 단단한 것”(「싸움」)이었던 정물들이 이야기 가운데 놓이며 살아 움직인다. 무엇이 먼저 있고 무엇이 나중에 왔는지, 무엇이 무엇을 닮아 갔는지 알 수 없다. 무엇을 출발점으로 삼느냐에 따라 새로 쓰이는 배진우의 시를 담는 이제 “영원히 마를 수 없는 이야기”(「물의 서사」)가 되어 우리 앞에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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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내 몸에는 남는 방이 있었다 11 모서리 12 없던 일 14 사물의 월식 16 숲과숲 18 1의 애인 20 부분 22 싸움 28 보이지 않는 도시 30 얇은 방 32 계약 34 덫은 36 코너 40 상자 43 왼손잡이용 햄버거 47 포장 풀린 상자는 상자와 같아서 50 연구 53 2부 창문 없는 방 59 책갈피 서사 60 얼룩말 상자 62 203 67 운 70 비 내리는 비 72 한 명 이후 74 사이 76 마지막 장소 78 스물 80 물의 서사 82 과일 걷기 86 저녁에는 담장이 자란다 89 날개 92 서른 97 빈 꿈 102 노랑 아래 106 환절기 108 3부 봉합된 복도 117 벽에게 118 나의 방 옷장과 천장 사이 스핑크스가 엎드려 있다 122 한쪽 138 비상구 140 영원한 것 뒤에는 무엇이 놓여 있습니까 144 철거하다 149 폴리곤 153 소거법 158 안내 사항 162 작품 해설-최선교(문학평론가) 165 추천의 말-신용목(시인) 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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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안에서 가장 강한 것들이 속삭인다 여름과 여름 사이에 침묵과 여백 사이에 난간에 앉은 사람과 누워 있는 사람 사이에 물의 주름 하지만 멈추지 못했던 것들 사이에 숲의 이름은 숲을 숲이라 믿었던 이가 만들었으면 좋겠다 숲의 바닥에는 유리가 버려져 있다 있던 물건이 바닥으로 향하는 일에는 오해가 없다 오래 훔쳐본 유리일수록 빨리 녹는다 오래 지켜본 눈일수록 쉽게 잠긴다 내 상상은 멈추어서 비록 시작한다 유리 위에 유리가 날카롭게 포개어진다 -「싸움」 도시에서 있었던 일은 도시에 머물고 선이 선에게 지워지는 소리를 들었을 때 저는 예언자와 인터뷰하는 것처럼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사실대로 난 소문처럼 고요할 때가 있었고 정말 닮고 싶은 밤처럼 늦은 예감을 하나둘 정리했습니다 만질 수 없는 것을 만졌을 때 기분을 물어보고 싶습니다 어둠에도 뼈가 있다고 믿으십니까? 수상해서 너무 수상해서 저는 뼈에게 감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이지 않는 도시」 비가 내린다 비는 미래의 일이다 낮게 나는 먼지 엎지른 웅덩이를 닦거나 마지막 컵처럼 솔직해질 수도 있었고 쌓이는 우산으로 바를 지우고 행주 삶는 냄새로 미래 느낌을 줄 수 있었고 인조 잔디 위에서 그림자가 잠시 주춤하는 것 하는 것 -「비 내리는 비」 몸에서는 나쁜 소리만 나는 것 같아 생각이 들 때마다 그 사람이 남긴 종이를 구겼다 책상 위에서 나는 접히어 옆에서밖에 볼 수 없는 부푼 책을 보았다 나 또한 만들고 싶었다 흐름 -「스물」 형은 이곳에서 마음을 조심하라고 일렀다 마음으로 하는 소리를 이제 죽은 사람이 들을 수 있다고 죽고 나면 마음을 알 수 있다 마음을 조심해야 했다 신발장에서 떨어진 검정색 구두가 검정색 고양이를 닮았다 뒤집힌 검정색 구두가 검정색 고양이를 닮았다 그날 당신 말하길 사람이 사람을 싫어하는 것에는 이유가 없다 했다 나를 싫어할까 봐 이유도 없이 있었다 -「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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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진우 [저]

• 1992년 경북 김천 출생이다. 2016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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