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로스와 크로노스의 울타리를 헤집는 시조 미학
열한 명의 시조시인이 상통한다고 믿는 자신만의 언어로 세상을 읊조린다.
삶의 본체에는 사람마다 아로새겨진 고유한 무늬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은 흔적이 아니라, 서사시다. 삶이 고해(苦海)라고 할지라도 파도와 같이 거침없는 전진도 있고, 석양과 함께 잔잔한 사유의 시간도 있고, 봄날의 꽃밭처럼 화사한 나날도 있어서 시적(詩的)이다.
이동훈 시에는 시원적 시간성을 품은 서사가 또렷하다. 그가 주로 노래한 자연만 해도 새들의 합창, 나무의 차분한 인동(忍冬), 흔들리지 않는 뿌리의 묵언수행, 바람에 담긴 소소한 바람에서 영예와 곡진(曲盡)이 묻어난다.
오랜 공직 생활로 몸에 밴 중도의 긍정심과 자아 한편에서 우러나와 파격하는 시심의 길항 속에서 상상력이 파장을 이루는 가운데 경계를 허물며 드러나는 씨앗 이미지가 이동훈 시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앙증스럽게 노란 민들레”가 어느덧 할아버지가 되어 바람 따라 여행한다. 그 여행은 “아름다운 꽃으로 환생”하기 위한 도정이다. 이러한 희생제의가 이동훈 시의 근저에 숨 쉬고 있다. (사이채 문학평론가)
1장. 정황수
12 이런 낙화(落花)
13 칼날 위에 서다
14 벼에 대한 명상
15 연극이 끝날 무렵
16 무너지는 달
18 어머니 떨켜
19 신당역 레퀴엠
20 검독수리 날갯짓
2장. 이선녀
24 피어나라
25 짝지
26 밥상
27 하얀 제비꽃
28 해석되지 않는 문장
29 설렘
30 시린 가을
31 가을 마실
3장. 최현주
34 명자꽃
35 손주 입술
36 보자기 이모
37 깻잎 언니
38 사춘기
39 하얀 꽃눈
40 은퇴
41 짠지와 고등어
4장. 배종도
44 비린내 나는 상아탑
45 인상파 화풍
46 늙은 싸움소, 그 종말은
48 이주노동자
49 일용직 노동자
50 기다림
51 가야금 나비
52 동백꽃은 두 번 핀다 8
5장. 김현자
54 난민
55 소나무
56 가을이 되면
57 여정
58 봄연가
59 백운차실에서
60 나의 오월
61 낙산사를 거닐다
6장. 우수향
64 백자 달항아리
65 아버지
66 동치미
67 한용운 생가지
68 그믐달
69 백련
70 석류 꽃
71 까마중9
7장. 라현자
74 감상(感傷)
75 못줄잡이 소녀
76 비밀
77 질투
78 빛나는 스펙트럼
79 낚시
80 그땐 그랬지
82 신(新) 시어머니 축사
8장. 김지운
84 복돼지 순댓집
85 고들빼기
86 단비
88 정선에 딸을 보내며
89 마음의 뜰채
90 꿀딴지
92 어머니 영전에서...-8
93 고드름 10
9장. 김영진
96 비애(悲哀)
97 봄날의 대비(對比)
98 낙화
99 한(寒)가위
100 여름 신풍경(新風景)
101 석류 -8
102 껍데기
103 못난 가을비
10장. 유성철
106 노나메기 길에 서서 -지리산둘레길을 돌며
11장. 사이채
120 시비(詩碑)공원
121 고양이가 지키는 무인 등대
122 수목장 묘원에서
123 구암리 소묘
124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125 수선화처럼
126 기억의 지속
127 향천사 흙부처
칼날 위에 서다
솟을굿 작두 타는 작은 맨발 춤사위에
하얀 고깔 앳된 무녀 치마폭이 펄럭인다
쥘부채 휘몰아 펼쳐 환희 속에 접신하는
엄마의 눈물 먹고 피어나는 꽃 한 송이
방울 소리 쟁강 춤이 으스름달 뒤흔들고
갓 태난 영검 신딸로 별세계를 엿보는가
칼날 위에 산다는 건 게나예나 매한가지
온갖 번뇌 먹장구름 바람 따라 벗겨져도
하늘땅 굼뜬 속계가 안개처럼 흐릿하다
이동훈 [저]
1940.6.7. 경남 진주시 진성면 출생, 1962.10.27. 제14회 고등고시 행정과 합격했다. 학력으로 1963.4. 경북대 사범대학 사회과 졸업을 했다. 경력으로 1965. 산업자원부 입부(행정사무관), 1970. 산업자원부 수출1과장, 1972. 청와대 경제비서실 파견, 1975. 산업자원부 국장, 1976. 산업자원부 전자전기공업국장, 1979. 산업자원부 상역국장, 1980. 산업자원부 제2차관보, 1982. 산업자원부 차관, 1985. 수출보험공사 사장, 1990.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 등이 있다. 수상으로 황조근정훈장, 녹조근정훈장 외 다수 《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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