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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 배수아 장편소설
배수아 ㅣ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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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4년 05월 24일
  • 페이지수/크기
264page/120*188*15
  • ISBN
9788954450546/895445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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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아름답게 얽힌 현실과 환상 낡지 않는 문법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매혹의 언어 ★ 배수아 장편소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개정판 출간! 특정 시대와 형식에 갇히지 않는 배수아의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개정판이 자음과모음에서 출간되었다. 첫 출간 이후 11년이 흘렀음에도 한국 문단 내에서 배수아가 변함없이 독보적인 작가임을 가늠하게 만드는 반가운 기회다. 계간 『자음과모음』에 연재하기도 했던 이번 작품은 배수아가 독일 유학 이후 2000년대에 들어와서부터 단편과 장편을 오가며 실험해온 비서사적/반서사적 소설 양식이 미학적으로 완성되었음을 확인시켜준다. 배수아는 포스트모던 소설의 새로운 전범을 선보인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으로 1993년 계간 『소설과 사상』 신인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등장했다. 지난 30년 동안 그가 보여준 작가적 성취와 쉼 없는 활동은 소설과 에세이, 번역을 아우르는 것이었고 그의 사유와 문장은 동시대 한국, 한국어, 한국인의 경계가 어디까지이며 그것들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확인해보려는 듯이 한국문학의 문법과 지평을 개척해갔다. 속내를 간파할 수 없는 오묘한 표지는 소설을 읽는 많은 독자들에게 ‘이미지’로 읽는 또 하나의 서사가 되어, 마치 책 전체가 신비롭고 비밀스러운 꿈을 향해 진입하는 문처럼 다가오게 만든다. 늘 그래 왔듯 배수아의 세계는 모든 독자에게 다음 장의 이야기를 선뜻 확신할 수 없도록 하는 묘하고도 매혹적인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다.
  • “우리는 홀린 듯이 금기를 향해 다가가는 것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어요.” 다시 한번 교차하는 기이한 꿈, 비밀스러운 밤에 관한 몽환의 세계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폐관을 앞둔 서울의 유일무이한 오디오 극장에서 사무원으로 일하는 스물아홉 살의 김아야미를 내세워 기억에 대해서, 꿈에 대해서 그리고 비밀스러운 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아야미와 그가 만나는 사람들, 이를테면 암에 걸린 독일어 선생 여니, 극장의 폐관으로 아야미처럼 실업자 신세가 된 극장장, 소설을 쓰러 난생처음 서울을 방문한 독일인 볼피 간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서사의 표면적인 중심이 된다. 하지만 반복되고 변주되는 만남들을 통해 소설은 오히려 시(詩)와 이름에 대한 이야기가 된다. 다른 배수아 소설이 그러하듯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는 주요한 스토리라인을 요약하려는 시도를 부질없게 만드는 작품이다. 소설 속 이야기는 몇 개의 인물과 설정과 세부 사항을 끊임없이 반복하거나 변주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제목조차 갖지 않고 숫자로만 표시된 4개의 장에 걸친 이야기는 그물처럼 온 사방에 연결되어 있어 책을 펼친 독자가 아름답고 낯선 문장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여니’는 극장장이 아야미에게 소개해 준 독일어 선생이자, ‘부하’가 약을 배달하는 고객이자, 밤마다 그가 전화를 거는 텔레폰 서비스의 대화 상대이자 아야미가 근무하는 오디오 극장의 마지막 공연이었던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낭독자이기도 하다. 또한 독일인 소설가 볼피가 만나기로 예정되었던 여자이자, 반복해서 걸려 오는 전화에 아야미가 대는 이름이기도 하다. 이 반복되고 변형되는 여니에 대한 묘사는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의 형식 자체를 묘사하는 것과도 같다. 마치 수수께끼처럼, 그러니까 덤벼들면 풀 수 있는 과제처럼. 그러나 소설을 읽다 보면 그 모든 시도들이 무의미해진다. “이제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줘요.” 배수아를 읽는 것, 형식적으로 직조된 현실 세계에 물음을 던지는 일 이 소설은 독자가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작가가 설정한 도착 지점에 당도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이야기 속에, 다시 말해 작가가 건설한 몽환의 세계 안에 영원히 머물기를 원한다. 장이 바뀌고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무언가 뚜렷한 상황과 전개가 시작되는 것처럼 보여도 이내 인물들과 시공간은 꿈의 파편처럼 흩어져 의미와 존재 모두가 사라진다. 그러나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마지막에 남은 것은 “소리의 그림자” “알려지지 않은 목소리” “보이지 않는 사람들” 같은 매혹적인 환상이다. “환영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그 환영의 출처를 알아낼 수는 없다. 그러니 포기하라. 포기하고 눈을 감아라. 그러면 한나절쯤 아주 희귀하며 기이한 꿈에 잠겨 있을 수 있을 것이다.” _김사과(발문 중에서) 독자가 구체적인 등장인물과 전통적인 기승전결이라는 소설 형식에 대한 강박을 버린다면, 배수아가 만든 몽환의 세계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것은 한국어 문장이 선사할 수 있는 희귀하고 눈부신 아름다움에 대한 체험이 될 것이다. 이는 배수아의 문학이 앞으로 어디로 향하고 어디로 우리를 데려갈지 기대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 1. 2. 3. 4. 발문: 꿈, 기록-김사과
  • “저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이해할 수 없는 미련에 사로잡힌 여자가 다시 문 안쪽을 힐끔거리며 말했다. 남자는 여자의 눈길을 따라 극장을 바라보았다. 남자는 오디오 기기라면 몰라도 오디오 극장이라는 장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유리문 안쪽에 있는 아야미가 보이지 않는 듯했다. _25쪽 촛대가 쪼그라들면서 슬프게 구부러졌다. 그 모습은 불가피하게 기묘한 사랑의 종말을 알렸다. 열대의 시간이 끝나갈 즈음 그들은 재만 남았다. 그들은 불투명한 회색빛 유령이 되었다. _30쪽 어린 아야미는 길을 걷다가 조그만 푸른색 돌을 발견하고 그것을 집어 들었는데, 돌 아래 깊은 구멍이 입을 벌리고 있었다. 그 구멍은 동시에 존재하는, 거울 반대편의 세상으로 통하는 구멍이었다(고 누군가로부터 들은 기억이 떠오른다). 깜깜한 구멍 저편으로는 또 하나의 아야미가 또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다. _84~85쪽 “(...) 육체가 교통하는 요소들이 없다면 우리는 그 어떤 다른 통로를 통해서도 지금 내가 당신을 아는 것처럼, 그리고 당신이 나를 아는 것처럼 존재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열락의 거울상이 없다면, 우리의 원형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런 의미에서 세 개의 동굴은 세 개의 거울이에요. 사랑은 알려지지 않은 동굴을 찾아 헤매는 행위지요. 지상 어딘가에 있는, 깊고, 어둡고, 울림이 있으며, 증폭하고, 두렵고, 홀리게 만드는, 그리고 온전하게 사적인, 나를 위한 비밀, 단 하나의 배(ship), 단 하나의 숨겨진 장소…….” _135~136쪽 “그림자의 군사들이에요” 하고 아야미가 볼피의 귀에 대고 소곤거리듯 말했다. “내 팔을 잡아요. 이 도시의 숨겨진 이름은 ‘비밀’이랍니다. 이 도시에서 사람은 깨닫지 못하는 사이에 서로를 잃어버리게 되어요. 모든 것은 너무 빠르게 세워지고, 너무 빠르게 사라져버린답니다. (...)” _194쪽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줘요.” 아야미는 기우뚱거리며 사람들 사이로 멀어져 가는 늙은 시인의 뒷모습에 시선을 고정한 채 중얼거리듯이, 혹은 애원하듯이 말했다. “지금 당신이 가고 있는 그 다른 세계로 나를 데려다줘요.” _227쪽
  • 배수아 [저]
  •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했다. 1993년 '소설과사상'에 '천구백팔십팔년의 어두운 방'이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03년 한국일보 문학상을, 2004년 동서문학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철수》 《붉은 손 클럽》 《동물원 킨트》 《이바나》 《일요일 스키야키 식당》 《당나귀들》 《독학자》 《훌》 《에세이스트의 책상》 《북쪽 거실》 《올빼미의 없음》 《서울의 낮은 언덕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밀레나, 밀레나, 황홀한》 《뱀과 물》 《멀리 있다 우루는 늦을 것이다》 등을 썼고, 사데크 헤다야트의 《눈먼 부엉이》,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서》, 프란츠 카프카의 《꿈》, W. G. 제발트의 《현기증. 감정들》 《자연을 따라. 기초시》,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달걀과 닭》 《G. H. 에 따른 수난》, 아글라야 페터라니의 《아이는 왜 폴렌타 속에서 끓는가》 등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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