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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괜찮아요 : 전성태 소설집
전성태 ㅣ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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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4년 06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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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page/129*188*22/401g
  • ISBN
9788936439552/8936439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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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그냥 거기 한번 가보고 싶었을 뿐이야 잊지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어” 서정의 향연으로 일구어낸 한국소설의 빛나는 이정표 섬세한 묘사 아래 꿈틀대는 역동적인 이야기의 힘 신동엽문학상, 이효석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탄탄한 문학성을 널리 입증받아온 전성태가 9년 만에 소설집 『여기는 괜찮아요』를 펴내며 그의 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던 독자들을 찾아왔다. 한국어가 지닌 무궁무진한 아름다움을 올곧게 계승하면서도 토속과 세속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풍성한 이야기를 통해 몰입감을 만들어내는 솜씨가 한층 무르익었다. 해학과 풍자적 요소 이면에서 민족의 아픔과 현대사의 비극을 느끼게 하는 특유의 서사적 기법이 여전히 시대와 공명하며 묵직한 울림을 자아내는 가운데, 간명하고도 군더더기 없는 필치로 그려낸 시간의 궤적이 더욱 선연하게 다가오며 감동을 선사한다. 더불어 이번 소설집에는 세월호참사, 코로나19 등 비교적 최근의 사건이 담겼는데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과 맞물려 핍진하고도 세밀한 서사로 재탄생했고 이는 독자의 기억과 어울려 깊은 공감을 만들어낸다. 전성태는 비극적 소재를 극대화된 신파로 풀어내기보다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이러한 사건들이 지나가버린 과거의 일이 아니라 ‘한때 우리가 겪었고, 여전히 겪고 있는 무언가’임을 일깨운다. 어쩔 수 없이 마주하는 서늘한 세계 끝에 당도하는 따뜻한 시선, 척박한 현실을 비집고 올라오는 향토적인 생명력. 전성태의 소설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뚜렷하고도 생생한 실감을 이제 우리는 ‘한국 리얼리즘 소설의 또다른 진화’라 불러도 되지 않을까.
  • 뜻밖의 여정마다 발견되는 소설의 재미 새로운 만남이 선사하는 묵직한 감동 『여기는 괜찮아요』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예상치 못한 만남을 경험한다. 「상봉」의 일흔 넘은 노인 장시곤은 천신만고 끝에 이산가족 상봉 장소인 금강산에 도착한다. 태어나기도 전에 헤어져서 얼굴조차 모르는 친동생을 만나기 위해서다. 상봉에는 그의 아들과 며느리도 동행해 장시곤을 보필한다. 우여곡절 이후 만남이 성사되었는데, 형제의 외모는 닮은 듯 안 닮은 듯 아리송하다. 이윽고 양가의 가족사가 이어지는데…… 장시곤은 상봉 장소에서 친동생을 찾을 수 있을까. 그러나 갑작스럽게 인물의 삶을 침범하는 사건들은 오히려 또다른 인연이 되어 황망한 마음에 안부를 건네기도 한다. 표제작 「여기는 괜찮아요」의 주인공 ‘나’는 대학교수다.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인 때, ‘나’는 비대면 강의를 하면서 섬에서 혼자 지내는 수강생 경진의 글쓰기 과제를 첨삭한다. 그러던 중 오래전 청산도에서 만났던 공무원 어르신 오동순씨는 기억에도 없는 책을 돌려달라며 연락해 온다. 두 사람은 ‘나’와 직접 만나본 바 없거나, 만났더라도 기억에서 잊힌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나’는 암울해 보이는 경진의 글로부터 그의 안위를 걱정하고, 오동순씨가 시간을 거슬러 터무니없는 부탁을 해온 사정을 헤아리고자 한다. ‘나’가 먼저 건네는 물음에, 두 사람은 비로소 “여기도 괜찮아요”, “아즉 여그는 청청한게”라며 화답한다(275면). 숱한 엇갈림과 상관없이 현재를 공유하는 누군가와 새로이 연결되는 감각은 소중한 사람의 난 자리를 푼푼하게 채워준다. 내력을 다 이해할 수는 없어도 그 마음만은 헤아릴 수 있다는 듯 새로운 만남이 곁에 다가앉는 모습은 어리둥절하게 유머러스하면서도 개운하게 따뜻하다. 흙과 식물처럼 어우러지는 서늘함과 유머 남아 있다는 공통감각으로부터 먼저 건네어보는 안부 『여기는 괜찮아요』의 이곳저곳에는 상실의 상황이 전제되어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상실이 작품에 비애를 드리우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첫 작품인 「깡통」은 한몽사전 편찬 작업을 하러 한국에 온 네르귀의 이야기다. 여기서 네르귀는 몽골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몽골에서는 태명을 지어주지 않는다거나, 첫눈이 오는 날 하늘을 올려다보지 않는다는 말에 한국 연구원들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신비로운 세계를 접한 양 관심을 가진다. 어릴 적 네르귀의 부모는 돈을 벌러 한국으로 왔고 네르귀는 몽골에 할아버지와 둘만 남았는데, 어느 날 여행자들이 네르귀에게 콜라 다섯 캔을 선물한다. 네르귀는 이 달고도 톡쏘는 맛에 매혹되지만, 할아버지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썩지 않는 깡통에 두려움을 느끼고 네르귀에게 수백 킬로미터나 떨어진 울란바토르에 콜라 캔을 버리고 오라고 시킨다. 이 여정은 상실, 또다른 만남과 이어지며 소설집 전체의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저자는 계속해서 떠난 사람의 자장 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사람들에 대하여 술회한다. 「숲으로」에서 수아와 의붓어머니 금이는 아버지의 장례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아버지의 죽음은 수아로 하여금 금이의 생애를 돌아보게 만들고, 금이가 남모르게 겪어온 차별과 수모가 환상으로 분하여 수아를 찾아온다. 그런가 하면 「가족 버스」는 어머니의 장례식을 따라가며 ‘올바른’ 애도의 방식에 의문을 던진다. 중년의 딸인 ‘나’는 어머니에게 드릴 편지를 써서 낭독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부담을 느낀다. 게다가 고2 딸 지민은 세월호참사를 추모하기 위해 팽목항에 들르고 싶다며 고집한다. 반대하던 ‘나’는 “무슨 대단한 걸 하겠다는 거 아니었”다며, “...
  • 책머리에 깡통 숲으로 가족 버스 합석 상봉 조용한 생활 이웃 섬으로 가는 엉뚱한 여행 여기는 괜찮아요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이것들이 하나도 썩지 않았더구나.” 네르귀는 할아버지의 말을 잠자코 들었다. “짐승 뼈도 썩는데, 고비에서는 돌도 부스러지는데 아라즈는 썩지를 않아. 내가 이 아라즈라는 말을 기억에서 되찾는 데 칠십년이 걸렸단다. 네가 이걸 멀리 가서 버려주면 좋겠다.” 네르귀는 깡통이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고, 그 단어를 만난 순간은 결코 잊히지 않았다. “어디에다가 버리라는 거예요?” 네르귀는 자신이 가본 지평선들을 떠올렸다. “멀리. 아주 멀리.” “달란자드가드요?” “거기는 이걸 버릴 데가 없다. 더 큰 데로 가야지.” “울란바토르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르귀는 깜짝 놀랐다. 울란바토르는 북쪽으로 500킬로미터나 떨어진 먼 데였다. 할아버지는 그곳에 다녀오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깡통」 부분 수아가 내일은 올라가봐야겠다는 뜻을 비친 뒤로 금이는 부산하다. 탈상도 했고 이틀을 묵었으므로 바쁜 사람을 더 붙잡지는 않았다. 금이는 김치를 담가 보내겠다고 열무를 솎아다가 절이고 도정기에 쌀을 찧는다. 장이며 참기름, 마늘장아찌, 말린 나물 등속을 눈에 띄는 대로 병이며 찬통에 담는다. 아침나절 내내 그러느라 금이는 손바닥만 한 마당을 휘젓고 다닌다. 만류한다고 노인이 그만둘 일도 아니고, 또 그래야 당자도 섭섭지 않을 것 같아 수아는 모른 체하다가 농장에 석류즙을 주문할 때는 한 소리 하지 않을 수 없다. ―「숲으로」 부분 “상제님.” 장례사가 불러 세운다. “추모예배는 드리기로 결정하셨어요?” 나는 엉거주춤 서서 불편한 마음으로 여자를 바라본다. 여자는 장례지도에 서툴고 융통성도 없다. 큰올케는 첫날부터 엄마의 장례를 교회장으로 치렀으면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엄마가 요양원에서 지내는 동안 세례를 받았다는 거였다. 지난 초겨울, 아버지 제사에 다녀온 언니를 통해 들었던 얘기였다. 그때는 그러려니 했는데 비석에 십자가를 새겨 성도(聖徒)로 모시자는 주장에는 모두들 처음 듣는 소리처럼 뜨악해했다. “치매 걸린 노인이 뭔 세례를 받았다고 올케는 자꾸 고집을 부리는지 모르겠네.” 언니가 퉁명스레 말했다. 나는 언니가 큰올케를 흉보고 못마땅해하는 소리도 지겨워하는 입장이었다. 큰올케는 지나친 신앙생활을 빼고는 무난한 맏며느리였다. ―「가족 버스」 부분 눈발은 더 거세졌다. 호텔 로비에 집결한 가족상봉단, 자원봉사자들, 취재진은 걱정스럽게 창밖을 내다보았다. 불과 삼십분 전부터 기습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눈에 앞마당에 대기한 버스들마저 자우룩하게 지워져갔다. 주차장 일대에서 눈을 치우던 인부들도 철수하고 보이지 않았다. 출발이 지연될 수 있다는 얘기는 도는데 아직 적십자사의 공식 발표는 없었다. 노란 조끼를 입은 한적 자원봉사자들이 의자를 내와 연로한 상봉자들 앞에 놓았고, 거기에 장시곤도 앉았다. ―「상봉」 부분 “무담시 김 교수한테 부담을 지우네. 안 되믄 어짤 수 없지만서두 이참에 이름 석자라도 속 시원히 알아냈음 좋겄구먼.” 그러니까 노인이 찾고자 하는 건 한 사람의 정확한 이름이었다. 준모가 추측건대 여순사건 피해자 신고를 하려는데 희생자의 이름을 특정하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 주민등록부로 확인이 되지 않는 가족이 있을 수 있을까? 희생자가 노인의 먼 친척인 걸까? 성씨가 다른 걸 보면 외가 쪽인지도 몰랐다. 집안에서만 은밀하게 전수된 비밀들이 73년이 지나서야 조심스럽게, 그러나 이렇듯 불투명하게 밖으로 흘러나오는 걸까. 여순사건과 관련하여 어떤 얘기든 조심하려는 노인의 태도가 낯선 건 아니었다. 준모도 어린 시절에 이 지방에서 자랐다. ―「조용한 생활」 ...
  • 전성태 [저]
  • 저자 전성태는 1969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중앙대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했고, 1994년 실천문학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매향', '국경을 넘는 일'과 장편소설 '여자 이발사' 가 있으며, 신동엽창작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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