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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 
장석주 ㅣ 나무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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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0월 2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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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4page/140*211*22/466g
  • ISBN
9791162182673/1162182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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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무의식의 충동과 격투, 숭고한 사명이 빚어낸 스물아홉 개의 목소리! 문학평론가 장석주가 뽑은 현대 시인 29인의 시편에서 삶의 깊이와 방향을 다시 살펴본다. 이 시대에 시는 왜 필요한가. 시는 한 시대의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뛰어넘는 힘과 용기를 준다. 시는 문명을 이룩하는 상상력의 원천이다. 시는 미래의 언어다. 무의식과 충동들, 시작도 끝도 없는 모호함들 속에 우리의 길이 있을까? 시에는 전복적 상상력으로 시대를 가로지르고, 공중을 떠도는 유언(流言)과 비어(蜚語)를 채집하며, 시대정신을 꿰뚫어 보고 표상을 찾는 숭고한 소명이 있다. 이에 문학평론가로 활동 중인 장석주 시인이 한 시대의 삭막함과 불행에 맞서며 동시에 그것을 넘어서는 힘과 용기를 주는 시편들을 뽑아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삭막하고 절망으로 둘러싸인 시대, 시마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행했을 것인가! 시의 숭고한 사명을 되새기며 자기의 길을 용기 있게 걸어가는 스물아홉 편의 시와 시인들을 불러 삶의 깊이와 방향을 다시 묻는다.
  •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비로소 진정한 여행은 시작된다. 시대가 삭막할수록, 그리고 미래가 암울할수록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시는 외롭고 허기진 우리를 살게 하면서 삶의 의미와 방향을 가르쳐주는 이정표와 같다. 시는 먹을 수도 쓸 수도 없는 것이라지만, 그 어떤 것보다 집요한 관찰과 무수한 고뇌, 통찰로 한 글자 한 글자가 빚어지기에 지층을 뚫고 올라와 찰나를 증언한다. 우리가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어느 길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이 멋진 안내자는 우리에게 해갈할 물을 주고, 여행의 목적과 방향을 알려준다. 자본주의에 밀려 시의 효용을 불신하는 이 시대에 우리의 정신은 더 가난해지고 심지어 퇴보하기에 이르렀다. 지난 세기 인류 문명을 이룩하고 발전시켜 온 시를 외면한 탓이 크다 하겠다. 이에 장석주의 시평론집 《지금은 시가 필요할 때》는 시의 효용을 다시 전면에 들고 나와 시가 이 시대와 개인을 어떻게 보살피고 새로운 길을 안내하는지 말한다. 저자인 장석주 시인도 책에서 “인간은 상상하고, 숙고하고, 꿈꾸는 능력으로 얻은 상징 능력으로 이전에는 알지 못하던 세계에 대한 새로운 인지의 지평으로 들어선다. 상징의 이해와 세계의 심연을 여는 키를 갖게 된 인간은 그만큼 더 유능해졌다.”라고 말하며 시의 유용함을 거듭 강조한다. 세계의 심연을 여는 키를 가진 인간이 얼마나 유능했는지는 역사가 증언해 주고 있다. 시는 하나에서 하나를 얻는 산수식이 아니다. 상징과 은유를 총동원해 인간의 정신을 깨우고 하나에서 열을 만들어내는 상상으로 세상을 확장하고 생동하는 기운을 가득 불어넣는다. 세계를 바라보는 천 개의 눈: 시는 미래의 언어다 참여 시인의 대가 김수영은 시를 “세계의 개진”이라고 말하였다. 시가 세계를 쪼개고 그 안을 펼쳐 보여주는 것이란 뜻이다. 지금 이 시대, 길을 잃은 우리에게 시가 왜 필요한지를, 그리고 시인의 소명이 무엇인지 다시 일깨워주는 말이 아닐 수 없다. “낯익은 것에서 낯선 것을 보는 능력, 의외성을 가진 이미지들, 무의식에서 솟는 돌연한 감정들, 다양한 울림을 가진 목소리들, 이제까지 없던 음악, 어디서 오는지 모를 에너지, 순진무구한 주문, 기다림과 숙고와 완전한 몰입, 이런 것이 없이는 시도 없다. 이런 성분 없이 나왔다면 시란 언어의 무덤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기다리는 시는 불행과 격투를 마다하지 않는 시, 낡은 사물이나 생각을 바꾸는 상상력으로 가득 찬 시, 청춘의 착란 속에서 빛나는 미래 비전을 담은 시다.”(들어가기〈시가 나를 찾아왔다〉중에서) 시인은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움직임이 없는 것들에 움직임을 부여하고 소멸하고 굳어가는 세상에 생명의 활기를 불어넣으며, 볼품없는 것들에 노래와 향기를 심는 존재가 바로 그들이다.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에 수록된 김승희, 이기성, 이병일, 유진목, 이원, 유계영, 오은 등 스물아홉 분의 시편에서도 우리는 시인들의 상상과 고뇌, 그리고 창조자와 같은 놀라운 헌신과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저자는 가벼운 평론이라 해도 좋고, 시담, 시 에세이라 불러도 무방하다고 말한다. 이 다양한 목소리에서 우리 독자들이 다시 한번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고 ‘열린 세계’로 용기 있게 나아가기를 바란다.
  • 들어가기-시가 나를 찾아왔다 절망보다 희망이 더 괴로운 까닭은 존재란 얼마나 깨지기 쉬운 알인가 가난은 왜 우리를 소리 지르게 하는가 내가 너를 안을 때 얼마나 더 울어야 문장이 될까 우리는 언젠가 극장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 거울에 비친 상과 싸우다 가을날 햇볕 좋은 한 골목길에서 동물원에서 데이트를 한다는 것 당신이 수컷 늑대라면 촉촉하고 끈적거리는 곳에서의 한때 취해 잠든 당신의 눈꺼풀 뒤편 아침에 일어나 아침을 보았다 휘어지는 비와 물울로 가는 여행자 28개의 단어와 그것을 발음하는 목소리들 강함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아이는 낡은 세계를 무찌른다 명확하거나 모호한 에그의 세계 시인은 말놀이를 사랑해 정오에 오는 것들에 대하여 환대가 필요한 이유 인간은 하나의 장소다 사랑은 연극적 감정의 연출일 뿐 먼 훗날 나무가 되어요 우산은 동그랗게 휜 척추들을 깨우고 이따금씩 커다란 나무를 생각해 수학 교실에서 웃은 소녀들은 어떻게 되었나 사과의 날씨가 지나간다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 시를 쓰는 일은 개를 목욕시키는 일, 운동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일, 심심함에 못 견뎌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들과는 다르다. 그렇건만 시는 무위에 헌신하는 일, 아무 쓸모가 없는 아름다움을 구하는 일이다. 철학자 하이데거는 이 덧없고 하염없는 일이 “진리를 환히 밝히는 기투의 한 방식”이라고 단언한다. 시는 자아 바깥으로 송출하는 말의 한 방식, 즉 나에게서 너에게로 건너가는 말이라는 점에서 세계와 대지를 비은폐 차원으로 이끌어낸다고 할 수 있다. 언어로 빚는 시는 그런 맥락에서 “언어 속에서 스스로 생기”한다. 시를 쓰는 이들은 자신과 제 경험을 탈취하여 언어 속으로 밀어넣는다. _본문 6쪽 중에서 시는 여러 지층들을 품는다. 존재 사건의 지층, 차이와 반복의 지층, 역사의 시간과 경험의 지층, 신체와 관능의 지층, 무의식의 지층… 지층은 과거의 것들, 더는 유효하지 않은 시간, 하강과 퇴적의 산물이다. 좋은 시는 지층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사유의 속도와 운동이 그 지층을 뚫는데, 이 속도와 운동 속에, 찰나를 증언하는 번개의 빛에, 시는 있다. _본문 11쪽 중에서 병이 깊어진 당신 앞에서 당신의 회복과 회생을 기다리는 희망이란 한낱 ‘응급처치’에 지나지 않는다. 차라리 희망보다 절망을 더 쉽게 견딜 수 있다. 힘을 다 빼고, 즉 포기와 체념을 하고, “그냥 피 웅덩이 속으로 가라앉으면” 되니까. 희망을 견디는 일은 슬프고 힘들다. 희망이란 “피가 철철 흐르도록 아직, 더, 벅차게 사랑하라는 명령”이니까. 절망은 불운에 주저앉고 탈진해 버리면 그만이다. 반면에 희망은 여전히 피를 흘리며 살고, 더 뜨겁게 사랑하라는 절체절명의 명령이다. 병이 깊어진 당신, 그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탈진과 고갈에 이른 내게 희망은 그것들을 견디고 살아남으라고 명령한다. 그래서 희망은 “무섭도록 더 외로운 순간들”을 가져온다. _본문 24쪽 중에서 밥 먹는 풍경과 밥을 버는 풍경이 하나로 겹쳐지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시의 화자는 “이놈의 가게를 팔아버리라고” 소리친다. 사람답게 살아보자는 아들의 저항에 엄마는 뒤통수를 후려치는 것으로 대응한다. ‘나’는 비루한 삶은 삶이 아니라고 저항하지만 ‘엄마’는 ‘나’의 생각을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엄마는 그 말을 입 밖에 내지는 않는다. 그저 아들의 뒤통수를 후려치고 잠자코 밥을 먹는 행위로 그 대답을 대신한다. 밥이 입에 들어가는 일은 생명을 부양하는 행위일 테다. 그것은 인류 종족이 수천 년 동안 지구에 살아남은 거룩한 방식이다. “밥 먹는 풍경”이 거룩한 것은 밥을 어떻게 구하고 먹느냐 하는 일이 곧 우리가 어떤 사람인가를, 그 인격과 내면의 가치를 낱낱으로 드러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_본문 40쪽 중에서 시인은 상상한다, 불과 거품들, 물방울과 뱀, 바다와 소금, 행성과 별자리들, 흙의 향기, 과일의 진실을. 또 단맛과 쾌락을 상상하고, 그보다 더 많은 불가능과 전생과 영원 따위를 상상한다. 시인은 온갖 식물에 이름을 붙여 호명하며, “여름에 죽은 사람을” 생각한다. 야만의 도시에 살든, 기후 위기 시대에 살든 “마음껏 타오르는 색들, 오로라, 죽은 개”가 잠긴 물속 수도원을 상상한다. 내일이라는 추상을 처음 인지한 이도 시인이었을 테다. “언덕 너머에 진짜 언덕이 있다고 믿는” 사람이란 세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를 꿈꾸는 사람이다. 시인은 커다란 나무와 그 나뭇가지 위에서 수천 마리의 새들이 날아오르는 상상을 펼친다. 상상은 움직임이 없는 것들에 움직임을 부여한다. 시인은 상상으로 불의 상승하는 기운과 비상한 활력을 전유하는 새들의 세상을 불러온다. 시인...
  • 장석주 [저]
  • 1955년 충남 논산에서 태어났다. 1975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햇빛사냥'(1979), '완전주의자의 꿈'(1981), '그리운 나라'(1984), '어둠에 바친다'(1985), '새들은 황홀 속에 집을 짓는다'(1987), '어떤 길에 관한 기억'(1989), '붕붕거리는 추억의 한 때'(1991), '크고 헐렁헐렁한 바지'(1996),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1998), '간장 달이는 냄새가 진동하는 저녁'(2001), '물은 천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02), '붉디붉은 호랑이'(2005), '절벽'(2007), '몽해항로'(2010) 등이 있다. 지금은 경기도 안성에서 전업작가로 살고 있다. 술 마시기보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더 좋아하고, 그보다 더 좋아하는 건 산길과 들길을 하염없이 걷는 것이다. 말하기보다 침묵을 더 좋아하고, 운동보다 명상을 더 자주 한다. 재즈와 고전음악을 즐겨 듣고, 책 읽는 것을 좋아해서 한 해에 일만 쪽 이상의 책을 읽는다. 시인이자 문학평론가로 서른 해 넘게 쉬지 않고 글을 쓰며 살아왔다. 써낸 책을 합하면 50여 권에 이른다. 아홉 해 전에 서울을 떠나 경기도 안성에 ‘수졸재’라는 집을 짓고 살며, 국악방송(FM 99.1Mhz)의 데일리 프로그램인 '장석주의 문화사랑방'을 진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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