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소정 동시집『중심잡기』. 총 4부로 구성하여, 일광욕, 피서, 이기는 법, 더 뛰어, 못 찾은 아이, 천천히 읽는 건, 얼음땡, 건망증, 아슬아슬하게, 거짓말 탐지기 등 다양한 동시들과 그림들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푸른사상 동시선》 13번으로 조소정 시인의 『중심잡기』가 출간되었습니다. 우리는 혼자서는 살 수 없고 여러 관계 속에서 살아갑니다. 태어나서 처음 만나는 가족과 친척, 교육기관을 통해 만나는 친구들, 이웃들과의 관계 속에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성장합니다. 그런데 요즘 아이들은 여럿이 어울리기보다는 혼자서 게임을 하거나 스마트폰을 갖고 놀기를 즐깁니다. 여럿이 어울려 딱밤놀이, 팔씨름, 공기놀이, 숨바꼭질, 말뚝박기, 줄다리기, 얼음땡 같은 놀이를 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이 함께 깔깔거리며 뛰어논다면 밝고 건강하게 자랄 것입니다. 이런 소망을 담은 동시집을 선보입니다. 이 동시집에는 가족과 친구, 식물, 동물, 사물들이 어우러진 행복한 사회를 꿈꾸고 있습니다.
살다보면 기분 좋은 날도 있지만 마음이 울적해질 때도 있기 마련입니다. 그럴 때는 방안에 혼자 있기보다는 밖으로 나와 따스한 햇볕을 쪼이며 일광욕하면 몸에 필요한 비타민도 만들어지고 기분도 한결 상쾌해집니다. 자루에 담겨 있던 콩에 벌레가 생겼을 때 햇볕에 말리면 다시 뽀송뽀송해지듯이 말입니다.
벌레 생긴
콩 자루 쏟아
햇볕에 말리는 할머니
“갇혀서 답답혔구먼
눅눅한 몸 말리니 개운하재?
이럴 땐 해가 약인겨
누구든 마음 무겁고 답답혀면
밖으로 나와 햇볕 쬐고 바람도 맞는겨
그러면 뽀송뽀쏭해진당개.”
아무도 없던 마당에
콩 자루에서 나온 까만 콩
꿈틀꿈틀 애벌레
풀풀 나는 화랑곡나방＊
할머니 강연 들으며 일광욕한다.
-「일광욕」전문
혼자 놀기보다 친구들과 어울려 놀이를 하면 더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이 동시집에는 여럿이 함께 하는 놀이를 담고자 했습니다. 평소에는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희지와 말뚝박기를 합니다. 희지 덕분에 이기게 되자 희지가 달라 보입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하여 편견을 버리고 장점을 발견하여 함께 웃을 수 있습니다.
가위 바위 보
말뚝박기 게임
희지가
쿵쾅쾅 뛰어 올라타자
와르르 무너지는 말등
뚱뚱하다고 놀림 받던
희지 덕분에
자꾸 이기는 우리 팀
치마 옆구리 쫙~
찢어지는 것도 모르고
환하게 웃는 희지
오늘따라 예뻐 보인다.
-「희지 덕분에」전문
우리의 몸이 중심을 잡지 못하면 쓰러지거나 제대로 걷기가 힘듭니다. 그렇듯이 우리의 마음도 중심을 잃으면 실망하거나 좌절하여 낙심합니다. 우리의 몸은 지구의 중력과 귓속의 달팽이관이 중심을 잡아줍니다. 그럼 우리 마음은 무엇이 잡아줄까요? 이 동시를 읽어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힘! 그것은 부모님의 무한한 사랑, 친구들과의 우정, 사람들 간의 끈끈한 정이 아닐까요? 아픈 엄마를 웃게 하려고 꽃을 따다 바치는 아이, 이성을 좋아하는 마음을 말로 못하고 수건으로 말을 거는 아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돌보는 엄마를 천사로 여기는 아이, 가습기를 보며 언 손을 녹여주던 친구를 생각하는 아이 등을 마주하게 되면 어느새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될 것입니다.
널
보
면
작년
크리스마스 날
꽁꽁 언 손
후 후
입김으로
녹여주던
그
아
이
생각난다.
-「가습기」 전문
물질이 풍부해진 현대는 무엇을 먹고 살까보다는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게 됩니다. 몸의 건강뿐만이 아니라 마음의 건강도 중요한 때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나약해지지 않고 씩씩하게 살아가도록 어른들이 힘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친구들끼리도 서로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격려하며 함께 성장해나가면 좋겠습니다. 어른 아이 구분 없...이 함께 소리 내서 읽을 수 있는『중심잡기』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어른들은 어릴 적 나와 만나고, 아이들은 친구들과 만나는 이야기 여행을 떠나보세요.
추천의 글
이 동시집에는 아이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깔깔거리고 사부작거리는 멋진 생각들이 담겨 있어서 가슴에 큰 꿈을 지니게 한다. 마치 해맑은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이 동시집을 읽다 보면 아이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동시집 속에 들어 있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이, 결국 읽는 사람의 마음까지 따뜻이 데워주고 가슴을 훈훈하게 해줄 것이다.
- 노원호(시인)
제1부 일광욕
딱밤놀이
필승
일광욕
양심 우산
비 내리는 날
팔씨름
오작교가 되어
피서
부메랑
실종 신고합니다
천 원짜리 한 장
꽃 웃음
우리 사귈래?
제2부 웃음 바이러스
청도 소싸움
이기는 법
공기놀이
희지 덕분에
더 뛰어
만병통치약
퍼즐 한 조각
웃음보따리 열쇠
아기 돌보는 텔레비전
시계나라 뻐꾸기
못 찾은 아이
웃음 바이러스
나비 손님
제3부 불쑥
훌라후프 돌리기
천천히 읽는 건
줄다리기
이단 뛰기
청소기별
꿀단지에 빠진 개미
불쑥
벤자민, 안녕?
무임승차
얼음댕
1+1 행사
발가락 양말
중심잡기
제4부 어디에 계실까?
응
건망증
가습기
망설임
알맞은 거리
적당히
하늘나라 꽃꽂이
비밀번호
우리 집 천사
아슬아슬하게
따라 해봐
거짓말 탐지기
어디에 계실까?
공중에 둥둥 떠다니지 않게
중심 잡아주는 건
지구가 잡아당기는 중력
내 몸이 휘청거리지 않게
중심 잡아주는 건
속귀에 있는 달팽이관
내 마음 흔들리지 않게
중심 잡아주는 건
실수해도 “괜찮아.”
머리 쓰다듬는 엄마의 손길
뜀틀을 못 넘어도
“넌 할 수 있어.”
응원해 주는 선생님의 한마디
-「중심잡기」전문
조소정 [저]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역사를, 대학원 문예창작학과에서 아동문학을 전공하여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 아동문예 문학상에 동시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 구미근로문예상에 시로 대상을 받았으며 2009년에 동화로 한국 안데르센상 은상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동화집 [쿰바의 꿈], [빼빼로데이]가 있으며 그림책으로는 [수중 발레리나가 된 수달]이 있다. [쿰바의 꿈]은 한국 도서관협회 '2012 우수문학도서'로 선정되었다. 동시집으로 [여섯 번째 손가락], [중심 잡기], [양말이 최고야]가 있다. [중심 잡기]는 '2014 세종도서 문학나눔 우수도서'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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