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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의 미래 
걷는사람 희곡집1 ㅣ 한진오 ㅣ 걷는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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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01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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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2page/140*201*26/390g
  • ISBN
9791189128449/1189128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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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세정보
  • 도서출판 걷는사람의 다섯 번째 희곡집으로 한진오 작가의 『사라진 것들의 미래』가 출간됐다. ‘2019년 중소출판사 출판콘텐츠 창작 지원’ 사업 선정작이기도 하다. 제주 토박이인 한진오는 굿을 직접 사사받고 연구를 병행하면서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적 예술작업을 벌여 왔다. 2005년 ‘한국민속예술축제’ 대통령상·연출상, 2008년 ‘1만 8천여 신을 활용한 스토리텔링 전국공모전’ 대상, 2011년 ‘한국방송대상 지역다큐멘터리 라디오 부문 작품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희곡은 ‘제주’라는 지리적 공간을 전면에 내세운다. 더불어 한진오는 우리의 몸이 대지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외면하는 언어들의 홍수 속에서 ‘뿌리의 언어’를 잊지 않는다. 획일화된 언어, 똑같은 사유를 거부하며 살아 있는 제주어를 통해 신화적 상상력을 길어올린다.
  • 표제작 「사라진 것들의 미래」는 최근 극심한 난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와 거대 자본의 유입으로 유사 이래 최대의 몸살을 앓는 제주의 현실을 신화적 문법으로 그려낸다. 제주 사람들은 해마다 음력 2월이면 등신(登神) 일행이 바다를 건너와 제주섬 곳곳을 돌며 해산물과 농작물은 물론 초목의 씨앗을 뿌려 봄기 운을 퍼뜨린다고 믿어 왔다. 이 때문에 2월을 ‘등이월’이라고 부르며 초하루에서 보름에 이르는 기간 동안 마을마다 등굿을 치러 왔다. 「사라진 것들의 미래」는 살육과 파괴로 황폐해진 채 버려진 섬이 되살아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바다 너머의 신(神)들을 청하는 이야기다. 「이제 와서」는 주인공 ‘떡집’을 통해 새로운 여성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대학 시절에는 학생운동을 하면서 당찬 삶을 살았지만 결혼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이제 와서」에는 남편을 대신해 가장 노릇을 해야 했던 주인공의 기막힌 인생 역정이 펼쳐진다. 그리고 구수하고 질펀한 입말의 향연이 그 기막힌 사연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는 제주에 유배당해 죽음을 맞이했던 비운의 왕 광해군을 다룬 창작음악극이다. 절망과 회한의 가시 울타리에 갇힌 광해는 마침내 19년 유배의 종지부를 제주도에서 찍는다.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칼을 뽑아야 했던 고통, 재위 기간보다 길었던 19년 유배 시절의 심경과 죽음에 이르러 망망한 바다 속으로 잠겨드는 광해의 마지막 모습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실명풀이-꽃사월 순임이」는 극우 단체들이 제주 4·3을 공격하기 위해 만든 ‘불량위패’ 논란을 형상화한다. 달군과 무룡은 친구 사이로 4·3 때 부모를 잃었다. 달군은 연좌제로 고통을 겪었고 무룡은 아버지가 공산주의자의 꼬임 때문에 억울하게 죽임을 당했다고 믿고 있다. 이 작품은 제주 4·3이 여전히 현재적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을 그려낸다. 「숨을 잃은 섬」은 더 이상 신성이 깃들지 못하는 섬의 현재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말하고 있다. 신이 깃들지 않는 섬, 혼이 머물 수 없는 물성(物性)의 섬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는다. “설문대의 육신이 제주섬이라면 여신의 숨결인 등신은 제주의 바람”이라는 잊힌 전설을 각성하게 되는 2막의 문제의식에서 볼 수 있듯 이 이 작품은 물성의 탐욕을 성찰하는 영성의 힘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한진오는 이 희곡집을 통해 과거와 현재, 신과 인간, 바다와 뭍을 잇는 파노라마와도 같은 작업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이 하나라는 사실은 그것이 선후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삶과 죽음은 삶을 살아가는 순간, 동시에 다가오는 시간들이다. 그 시간의 동시성과 연속성 안에서 제주 사람들은 삶을 살았고 죽음을 살았다. ‘살암시민 살아진다’는 결국 삶과 죽음의 힘으로 생(生)을 만드는 긍정과 생산의 미학이다. 그 미학의 찰나가 번개처럼 새겨진 비석, 그것이 바로 제주의 신화이며 제주의 이야기이다. 한진오는 그 비석에 새겨진 비문을 읽고 그것을 저잣거리에서 한바탕 만담으로 풀어낸다. 울고 웃기는 심방의 몸짓으로 만들어낸 비념의 순간들, 그것이 한진오가 보여주는 제주의 굿이다.”(김동현 문학평론가)
  • 이제 와서 광해, 빛의 바다로 가다 사라진 것들의 미래 실명풀이-꽃사월 순임이 숨을 잃은 섬 해설 : 사라지는 섬을 위한 비념 - 김동현(문학평론가)
  • 노인 저분이 섬의 심장이며 여신일세. 비바람 속에서 내게 말하시더군. 섬의 심장께선 세상이 생겨날 때 부터 이곳에 계셨대. 많은 생명들을 낳고 품었다는군. 그러나 우리 인간들만 달랐다는군. 인간들 은 욕망의 끝을 모르는 존재들이래. 노인이 잠시 밭은기침을 하는 사이에 섬의 심장 맥박 소리가 울리고 땅이 흔들린다. 맥박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맥박 소리를 따라 암벽이 금 가기 시작한다. 놀라는 물음표를 노인이 다독인 다. 노인 그리 놀라지 말게나. 섬의 심장께선 몸소 보여주시려는 것일세. 사라진 것들의 미래를 말이네. 다시 밑바닥이 없는 호수 속으로 사라지실 걸세. 나 또한 저분과 함께하고 싶네. 그사이 섬의 심장 맥박 소리는 점점 빨라지고, 소녀의 그림도 점점 빛을 잃어 간다. -「사라진 것들의 미래」 중에서 환 근데 어르신, 굿을 하면 효험이 있을까요? 노인1 게메이. 알 수 없주. 겐디 굿이라는 건 꼭 바라는 만큼 뒈고 안 뒈고를 떠낭 잘못을 빌려고 허는 거주. 환 잘못요? 노인1 아, 제주 섬에 이런 재난이 닥친 이유야 과학자들이나 정치가들이 알앙 풀어낼 문제고. 우린 사람 덜이 무슨 잘못을 헤도 크게 헤시난 천지신명이 진노허 동티가 낫다고 보는 거주. 게난 바라는 건 둘째 치고 잘못을 먼저 빌어야 ? 거 아니라. -「숨을 잃은 섬」 중에서 소리1-여 나무와 풀은 모두 어디에 있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새와 짐승은 모두 어디로 갔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옷을 다 지었니? 코러스들 다리는 어찌 되었나요? 소리1-여 나와의 약속을 묻는 거야. 옷은 어찌 되었어? 코러스들 다리를 보여주소서. 그리하면 옷을 바치겠나이다. 소리1-여 나무와 풀, 새와 짐승들, 모두가 너희를 대신해 죽었어. 코러스1 당신의 몸을 감쌀 옷감이 되었나이다. 소리1-여 너희들은 또 다른 잘못을 저질어. 코러스2 당신과의 약속 때문이었나이다. 저희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소리1-여 내가 바란 건 온 생명이 함께 사는 거야. -「숨을 잃은 섬」 중에서 떡집 아이고, 시리떡 다 ?져. 찜기 김빠지는 소리만큼 시원헌 것도 엇어예. 삼춘, 경 안 허꽈? 나 인생도 저렇게 시원허게 뚫려시문 좋으켜만은. 예? 복에 겨운 소리? 삼춘이야말로 사름 속 모른 소리 허지 맙써. 이 추석 대목에 삼춘네 알바 불러가멍 눈코 뜰 새 엇이 바쁜디 코빼기도 안 비치는 서방 생각만 허민 터져분 송편 속만큼이나 복통 터졈수다. 요 대목에 솔짝 도망가수게. 나가 맨날 웃으멍 일허난 살만헌 거 닮지예? 말도 맙써. 놈덜은 꿀떡같이 사는디 나 인생은 완전 개떡이우다. 개떡. (뒤돌아보며) 야, 김군아. 송편 담을 박스에 채울 솔잎 시치라. 시리떡은 나가 꺼내켜. -「이제 와서」 중에서 대표 좋습니다. 여러분들의 뜻이 그렇다면 이 자리에서 이 불량위패들을 박살내는 의식을 거행하겠습 니다. (관객들을 보며) 자유민주주의와 국가의 질서를 수호하는 60만 제주도민 여러분! 지금부터 4·3폭동 주범들의 불량위패 박살식을 거행하겠습니다. 달군 대표님. 불량위패가 뭐꽈? 대표 그걸 질문이라고 하십니까? 불량위패를 모른다니 통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6년 전 우리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
  • 한진오 [저]
  • 제주도 신화와 굿의 힘을 길어 작품을 빚어내는 문화예술가. 이십 대에 삶의 고통을 승화시키는 신화와 굿의 매력에 빠져서 창작의 원천으로 삼아왔다. 굿을 직접 사사하고 연구를 병행하면서 문학, 연극, 음악, 미디어아트 등 전방위 예술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관광이라는 렌즈로는 보이지 않는 아름답고 내밀한 제주의 속살을 전하고 싶은 마음으로 『제주 동쪽』을 썼다. 지은 책에는 『모든 것의 처음, 신화』, 『사라진 것들의 미래』, 『이용옥 심방 본풀이』(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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