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문학의 최고봉으로 평가되는 송대의 문학! 이 책은 그 가운데서도 백미라 할 수 있는 송대의 시가詩歌를 선종의 관점에서 회통과 융합이란 주제로 치밀하게 연구한 역작이다. 이를 통해 송(남북송)대의 문학(시)에 대한 불교(선종)의 영향과, 양자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성을 밝히고 있다.
1.
중국 문화사에서 송대는 각별한 위치를 가진다. 중국 역사상 송나라 때가 중국 문화가 최고조에 달한 시기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다양한 문화의 회통성과 융합성이 작용한 결과로, 특히 시가詩歌와 회화의 결합에서 두드러지게 표현되어 문화의 찬란한 꽃을 피웠다. 그 가운데 송대 시가는 유?불?도 회통이라는 시대적인 특징을 반영하고 있는데, 특히 ‘유가儒家들의 선종화禪宗化’와 ‘선승禪僧들의 유가화儒家化’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졌다. 즉 송시宋詩는 선禪적인 사유로 새로운 혁신을 추구했기에 당시唐詩와는 다른 새로운 특징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주로 송대 선학禪學의 시각에서 바라본 송시에 대한 연구이다. 선학에 있어서 문자선?간화선?묵조선을 강령으로 삼고, 송시의 대가들을 맥락으로 하여 송대 시가사 전체를 조망하고 있다. 이들 대가들의 시작詩作과 논시論詩를 보면 모두 불교와 밀접한 인연이 있음을 알 수 있으며, 특히 선종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지금까지의 연구가 대부분 소식과 왕안석?황정견 등 대가들에게만 집중되어 제한적이었으나, 저자가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범위는 크게 확대되어, 위로는 송대 전기의 범중엄?구양수?왕안석, 아래로는 남송의 육유?양만리?범성대?강서시파?영가사령 등 전반적으로 송시의 대가들을 거의 모두 아우르고 있다.
2.
모두 4부로 이루어진 이 책의 핵심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중국 송대는 융합과 회통의 시대였다. 유학을 빌어 선종의 정통성을 확보하려는 ‘원유증선援儒證禪’의 유행과 그 영향으로 문자선文字禪과 간화선看話禪이 출현하였다. 선종을 빌어 유학의 사상적인 깊이를 추구한 ‘원선입유援禪入儒’의 사조는 성리학을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유불 간의 융합과 회통은 송대 문자선, 간화선, 묵조선의 발흥에 영향을 미치면서 송대 선종은 전성기를 맞이하게 된다.
제1부 ‘유불융합과 송초 시단’에서는 문자선의 유행과 유불융합의 배경 속에서 탄생한 송초의 시단 가운데 특히 선곤파의 영수인 양억과 선종과의 관계, 백체파 왕우칭의 선시, 그리고 승려시파인 구승의 선시와 만당체의 선시를 서술하고 있다. 또한 승속의 융합을 촉진시킨 대표적인 문인으로 구양수와 범중엄을 내세워 그들이 선종과 어떻게 교류했으며, 그것이 그들의 작품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를 탐구하고 있다.
제2부 ‘문자선의 성행과 북송 중기 시단’에서는 먼저 문자선의 연원과 내용, 그리고 각 선종파의 문자선과 북송 시단과의 관계를 언급하고, 이어서 개혁가 왕안석의 이선입시以禪入詩, 소동파의 문학이론과 선종, 그리고 황정견의 선종 수용과 강서선종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다.
제3부 ‘강서시파와 문자선, 간화선’에서는 천부적인 시인 소식과 달리 언어와 문자에 노력을 기울인 황정견의 시풍을 계승한 강서시파와 선종의 관계를 언급하고, 대표적 강서시파 시인들인 진사도?한구?요절?조충지 등의 시와 거기에 깃든 선사상을 탐구하고 있다.
제4부 ‘간화선과 남송 시단’에서는 문자선으로 말미암아 성행한 북송 시단에 비해 남송에서는 문자선을 비판하며 나온 간화선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이에 따라 남송 시단에 나타난 변화와 대표적 남송 시인들을 고찰하고 있다. 먼저 애국시인 육유와 간화선의 창시자 대혜종고의 교유, 거기서 나온 이선유시以禪喩詩와 시가삼매를 다루고, 이어 양만리의 시가 이론과 이선입시의 시가를, 그리고 범성대의 불문과의 교유와 입처개진, 반야공관에 입각한 시가를 탐구한다.
3.
이렇듯 이 책은 송대에 가장 크...게 번성한 선종과 송대 문학의 백미인 송시가 어떤 시대정신 속에서 만나고, 어떻게 새로운 차원의 문학을 창출하였는가를 인물을 중심으로 세밀하게 추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중국불교와 송대의 선종, 특히 송시宋詩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부여해 줄 것이다.
현재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국고전문학 및 고전산문, 중국문화관련수업을 담당. 베이징대학교 동북아연구소(東北亞硏究所) 객원연구원과 중국굴원학회(中國屈原學會) 상무이사로 활동. 1987년 동국대학교 중어중문학과 졸업. 타이완 국립청꿍대학(國立成功大學)에서 장까오핑(張高評) 선생의 지도하에 송시를 전공하여 석사 학위를 취득. 1992년 베이징 대학 중문과 박사반 입학. 1996년 7월 송대초사학연구(宋代楚辭學硏究)논문으로 박사 학위 취득. 주요 학문업적으로는 蘇軾禪詩硏究(북경사회과학출판사, 1995년), 어느 인문학자의 문화로 읽는 중국(동아시아, 2004년) 고전으로 가는 길(공저, 아카넷, 2007년), 중국시와 시인(송대편)(공저, 역락, 2004년) 등의 저서 및 똑똑한 중국어문법책(동양문고, 2007년) 등의 역서가 있다. 이외 [王安石의 禪詩硏究], [蘇軾의 文學理論과 禪宗], [黃庭堅의 禪詩硏究], [歐陽修與禪宗], [楊億與禪宗], [葉适的屈騷觀硏究], [陸游的屈騷情懷] 등 송대 문인과 관련된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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