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최상태와 오승희는 하나가 되지 못했을까! 하나가 아니어서 더욱 그립다. 그녀를 등지고 군에 입대한 것은 도피인가 선택인가. 큐피트는 세랑의 화살을 오직 한번만 쏘낟. 아, 오승희가 쏘는 화살은 과연 어느 표적을 향해 날고 있을까? 서울에서 쏘아올린 화살이 은은한 정감의 여운을 뿌리고 논산 훈련장으로 날아오는 듯 싶었다.
● 기획.집필의도
이 책은 군복무중 휴가를 나온 아들의 모습을 입대 전과 비교하면서 과거의 상념에 빠지는 아버지 세대의 이야기이다. 어렴풋한 그 시대를 군대라는 단층을 통해 들여다보고 있는 것이다. 40년 전의 젊은이들도 기성세대들로부터 이유 없는 반항아 혹은 철부지로 매도당했다. 그런데 엄청난 사회 부조리와 독재정권의 횡포에 희망을 잃어가던 기성세대를 바로 매도당하던 신세대가 일어나 구제한 것이 바로 4.19의거가 아니던가. 오직 정의만을 위해 일어난 젊은이들의 에너지가 온 국민을 결속시켜 새로운 민주주의를 탄생시켰던 것이다. 월드컵 때 붉은악마가 보여준 젊은 에너지 역시 국민을 하나로 묶고 세계에 코리아의 힘을 과시하게끔 했다지만 작가에게는 4.19에너지의 문화 코드와는 전혀 다른 경우라고 받아들여진다. 정의와 자유를 위한 순수한 열정이 아니라 자본이 이끄는 소비문화에 동원된 소위 이기적이고 개별적인 매니아들의 군집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한 평가의 연장에서 작가는 군복무를 회피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과거에는 왜 군대에 들어가고자 하는 젊은이가 많았고 오늘날엔 어째서 이중국적을 불사하고 자해를 하면서까지 군대를 피하려는 자가 많아졌을까. 오늘날 군복무가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하여 좋은 기업일수록 미필자가 많다고도 하는데 여기에는 국민개병제라는 헌법상의 이념보다 강자의 논리가 개입되어 있음이 확인된다. 작가가 존중하는 법과 질서의 논리에서 보면 법을 어기면 곧 질서를 깨는 것이고 질서를 깨는 자는 바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이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상존하는 사회는 분열과 분쟁이 격화되어 무정부 상태에 이르게 된다고 볼 때 군복무를 둘러싼 작금의 세태는 가공할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본다. 모 여대 사이트에서 벌어진 공무원 군가산점제 폐지를 둘러싼 논쟁에서 뭇 군복무자들의 분노를 확인한 바 있지 않은가.
그래서 작가는 보약을 먹여 신체검사에 합격시킨 두 아들을 번갈아 군에 입대시키면서도 다른 아버지들처럼 면제에 대한 노력이 헛되이 무산된 데 대한 미안함을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훈계의 한마디를 잊지 않는다.
"부디 고생하고 오너라. 군대는 인생대학이다. 고생하는 체험으로 하여 다져진 인간이 되리라."
●내용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군대가 사람 만든다는 판에 박은 이야기를 담은 것은 아니다. 논산수용연대로부터 시작되는 고된 훈련, 웃음과 페이소스가 교차하는 자대 생활은 흔한 성장소설의 패턴을 따르고 있지만 오히려 60년대 군 내부에 횡행했던 부조리에 대한 고발, 맹목적이고 불합리한 지시에 항거하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중심축을 이끌고 있다.
80년대에 국방신문에 연재된 바 있는데 군내 하극상을 묘사한 부분이 검열을 비껴갔다는 사실이 흥미로운 점이다.
♧ 저자 소개
지은이 최병탁
전주 태생으로 64년 연세대학교 국문과를 나와 다년간 고등학교 교사로 있다가 덕성여대, 한양대, 연세대 사회교육원에 출강해 왔다.
소설 『부생기』가 『월간문학』신인문학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나와 단편소설 『단맥』,『아들의 반란』, 『딱따구리』, 『진아를 찾아서』등 30여 편과 중편소설 『고풀이』, 『앵무새와 그림자』, 『돌아온 자식들』등이 있으며, 장편소설 『마파람(상,하)』, 『따따부따』, 『촌지』, 『백두산(전5권)』, 『왕과 스승』외 다수가 있으며, 소설집 『서울쥐만 믿었다』, 꽁트집 『요지경』등이 있다.현재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 이사로 있으며 강남문화원 사무국장으로 여러 가지 문화사업을 기...획, 집행하여 오다가 지금은 수락산 언저리에 칩거, 집필하고 있다.
.들머리
.사회는 백지다
군번을 받아라
이유 없는 세상
번갯불로 콩 굽기
중대장의 눈물
너희가 혁명을 아느냐
팔려가는 대열
.쫄병은 살아 있다
파리 마을을 찾아라
쫄병 성년식
조마조마한 밤이여
부조리 사회
우리가 왜 사느냐고
죽는 게 사는 것
부조리 만세
다시 태어나는 봄
.지은이의 뒷말
최병탁 [저]
전북 전주 출신. 연세대학교 문과 졸업(64). 20여 년간 고등교사 역임. 문단에 등단(79 문협 월간문학)하고 덕성여대, 한양대, 연세대 사회교육원 교수 역임. *한국문협, 한국 소설가협회 회원.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역임. 한국문협 신인문학상, 서울문예상(대상), 한국 탐미문학상(대상) 수상.
발표 작품 단편소설 : ‘단맥’ ‘아들의 반란’ ‘부생기’ ‘땅울음’ 외 40 여 편. 중편소설 : ‘돌아온 자식들’ ‘앵무새 그림자’ ‘고풀이 산조’ 등. 장편소설 : [가설의 끝](1982), [마파람](상 하 85), [따따부따](85), [촌지](92), [백두산](전 5권, 93), [왕과 스승](98), [졸병은 살아있다](03), [그 시절 김판수 이야기](07), [청운의 별이 지다](10), [고려인 류청신](12), [불가마 전쟁](13). 작품집 : [서울쥐만 믿었다](87), [진아를 찾아서](05), [요지경 세상](09)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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