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학의 이해』는 선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선의 본질에 대해 탐구한 책이다. 제1부에서는 선을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고, 제2부에서는 각 분야별로 선을 나누어 설명하였다. 제3부에서는 그 동안 저자가 주장하고 제기해 온 문제를 중심으로 선사상의 전개에 대해 정리한 내용을 수록했다.
언어도단, 불립문자의 선이 과연 학문으로 성립할 수 있는가?
선은 언어나 문자 같은 것은 내세우지 않고 곧바로 마음을 가리켜 성품을 보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그 형식에 있어서 이심전심의 형식을 전통으로 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에 있어서 애초부터 문자로써 설명한다거나 논리적 서술로써 그 실상을 논한다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따르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의 생각이나 표상을 남에게 전하려면 적어도 문자나 언어의 일정한 약속과 논리로써 표현하기 마련인데, 선에 있어서는 그러한 형식적 방법을 부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에 있어서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하는 형식이나 방법이 과연 문자나 논리적 설명을 떠나 실행되어 왔는가 하면 반드시 그러했던 것만은 아니다. 수많은 선에 관한 어록들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 선어록들은 서술과 방법에 있어서 분명히 문자를 쓰고 있으며, 그 설명 역시 일상적 논리체계와는 다른 논리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문자나 언어를 쓰되 그 메시지는 문자나 언어를 떠난 실상實相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 점에서 우리는 다시 선과 문자표현의 상호관계를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선禪이 학문의 한 분야로 등장하게 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그것은 불교학 분야 전반에 대한 현대적인 연구의 역사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특히 선의 경우 그것이 선학으로 성립되는 것이 가능한가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기도 했다. 선은 종교로서 인간의 생활에서 우러나온 지극히 인간적이고 깨침을 추구하는 행위이다. 따라서 당연히 선에 대한 체계적이고 분류적인 해석의 작업과 더불어 선의 의의와 그 본질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본다.
이와 같은 명분 속에서 동국대학교에 선학과가 개설된 이래로 아직까지 본격적인 선학에 대한 입문서 내지 개론서가 미미한 형편이었다. 이전에 김동화 선생님의 『선종사상사禪宗思想史』나 권상로 선생님의 『선학禪學과 선리禪理』와 같은 몇 종류가 출간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자는 선의 역사에 치중하였고, 후자는 선의 방향제시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선禪은 현재 우리들의 생활에 활발발하게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지닌다. 선은 단순한 이론이 아니라 좌선이라는 행위를 통하여 그 진리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즉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행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저절로 드러나는 묘수妙修이다.
이 책은 출가 수행자로서 선의 실참을 체험한 저자가 대학에서 오랜 학문적 숙성을 거쳐 빚어낸 결과물이다.
선학과에 몸담고 있는 저자는 선학의 방향제시와 역사와 사상, 수행과 선전禪典 등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입문서에 대하여 오랫동안 고민해 왔다. 그러던 중 선학에 대한 강의를 담당하고부터 본격적으로 관심을 지니면서 틈틈이 준비해 둔 강의안과 단편적인 이론서 등을 참조하고 각 주제를 통섭하여 세 가지 방향을 정하였다. 이는 곧 이 책의 흐름이다.
제1부는 선의 사상사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인도에서 발생한 선의 근원으로부터 인도에서의 선의 전개에 대하여 개설적으로 피력하였다. 즉 선경禪經의 전래와 더불어 보리달마에 의하여 선법이 중국에 들어오면서 중국적인 선종의 흥기와 함께 각종 종파의 출현에 대하여 시대적으로 개관하였다. 아울러 한국에서 전개된 선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나마 개관하였다.
제2부는 선에 대하여 각 분야별로 나누어 보았다. 우선 크게 선전禪典과 수행으로 분류하였다. 선전에서는 선경禪經과 선어록禪語錄에 대하여 개괄적인 조망을 하였다. 수행에서는 수행의 방...식에 대한 분류와 함께 선문답과 청규淸規를 통하여 선의 본질과 그 특성에 대하여 조명하였다.
제3부에서는 그 동안 저자가 주장하고 제기해 온 문제를 중심으로 선사상의 전개에 대하여 나름대로 정리해 보았다. 먼저 마음의 구조와 그 작용에 대하여 서술하였고, 다음으로 간화선의 성립배경에 대하여 기술하였으며, 나아가서 선과 깨달음의 관계에 대하여 설명을 곁들였다.
새로이 출간된 개정증보판 “선학의 이해”는 이런 점이 다르다.
1. 한글세대를 위해 편집을 새로이 하였다.- 기존의 책이 한자를 그대로 사용하였음에 비해 개정증보판은 한글음 병기를 하였고, 한문 문장을 친절하게 풀어놓았다.
2. 3부에 ‘선과 깨달음’이라는 새로운 논제를 추가하여 궁극적으로 선과 깨달음의 관계와 의의에 대해 회통하였다.
3. 기존의 책에서 미처 살피지 못했던 점을 보완하여 내용을 더욱 충실히 하였다.
4.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색인 작업을 자세히 하였다.
제1부 선사상의 역사
제1장 _ 선의 역사적 배경
1. 선의 어의語義
2. 붓다의 수행
3. 인도선의 전개
제2장 _ 선법의 중국 전래
1. 선법의 수용
2. 초기선종의 전개
제3장 _ 중국 선종의 전개
1. 선종의 흥성시대
2. 선종의 황금시대
3. 선종의 계승시대
4. 선종의 쇠퇴시대
제4장 _ 한국 선종의 전개
1. 삼국의 불교 전래
2. 선법의 전래
3. 고려시대의 선법
4. 조선시대의 선법
제2부 선전禪典 과 수행
제1장 _ 선경과 선어록
1. 선경禪經 개설
제2장 _ 선어록
1. 선적禪籍의 출현
2. 선어록禪語錄
제3장 _ 선과 수행
1. 수행법修行法
2. 좌선수행坐禪修行
3. 선문답禪問答
4. 선계 禪戒
제3부 선사상禪思想의 전개
제1장 _ 마음의 구조와 작용
1. 서론
2. 마음의 개념
3. 마음의 이론적 근거
4. 마음의 실천적 근거
5. 소결
제2장 _ 간화선의 성립배경
1. 서론
2. 간화선의 내용
3. 간화선의 성립배경
4. 소결
제3장 _ 선과 깨달음
1. 들어가는 말
2. 석존의 깨달음
3. 선가의 깨달음
4. 맺는 말
색인
최현각 [저]
현각 스님 속리산 법주사 혜정 스님을 은사로 출가, 동국대학교 졸업 후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 수료 후 철학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미국 하바드(Havard) 대학 세계종교연구센터 초청교수, 동국대학교 불교대학장 및 초대 한국선학회 회장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한국선학회 회장 및 동국대학교 선학과 교수로 계시다. 주요 논문으로 [선학자료 논고(Ⅰ, Ⅱ)], [불교와 자연], [깨달음에 대한 禪的 一考], [坐의 연원적 고찰], [선수행의 의의와 公案], [한국의 話頭의 연원], [한국선의 원류], [신라선의 역사적 의의], [順之의 성불관], [조선 후기의 선사상], [鏡虛의 선사상], [현대과학의 불교적 반성], [고려 중·후기 간화선의 특징]이 있으며, 역저서로 [선학강의-부록 선종사-], [선의 길], [인도의 선·중국의 선], [종교학·종교심리학], [생각은 있으나 생각하는 자는 없다], [선학의 이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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