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쓰기 위하여] [시인의 바깥에서]의 저자 김연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 역시 시와 시인의 존재론적 탐구와 실험적 시 쓰기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시인은 풍경조차마치 보물찾기하는 어린아이처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들춰보고 뒤집어본 뒤 언어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림, 시, 노래 가사, [삼국유사], 한시, 신문기사 등의 텍스트에 의도적으로 끼어들고 흠집을 내며 시적인 언어들을 비벼넣는다. 이 의도된 서걱거림이 이 시집의 메시지다.
시집 『시인, 시인들』은 텍스트에 대한 시 쓰기이면서 궁극적으로는 시적 언어가 가지는 음폭과 음색을 탐색하는 시어에 대한 시이다. 그 점에서 다른 ‘텍스트 시’와는 구분된다. 시인은 풍경조차 마치 보물찾기하는 어린아이처럼 그것을 구성하는 요소들을 하나하나 들춰보고 뒤집어본 뒤 언어로 재구성한다. 그리고 그림, 시, 노래 가사, 『삼국유사』, 한시, 신문 기사 등의 텍스트들에 끼어들고 흠집을 내며, 시적인 언어들을 비벼 넣는다. 메아리 없는 언어에 메아리 만들어 넣기이다. 그러나 그 효과는 메아리의 증폭보다는 날카로운 대비로 인한 부조화의 강조로 나타난다. 이 의도된 서걱거림이 이 시집의 메시지다.
차례
제 1부 좋은 날도 아직 많이
제 2부 화조도
제 3부 시인, 시인들
제 4부 강화도를 보며
『詩를 쓰기 위하여』와 『詩人의 바깥에서』 등의 시집을 통해 ‘시와 시인의 존재 의의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특별한 의미 부여’를 보여주었던 김연신 시인의 세번째 시집 『시인, 시인들』이 출간되었다. 이번 시집 역시 시와 시인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와 실험적 시 쓰기의 연속선상에 놓여 있다. 불교 선종에서 인간의 본심을 찾는 것에 비유되는 ‘심우도(尋牛圖)’를 연상케 하는 ‘花鳥圖’ 연작은 ‘시와 시인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에 대한 진면목을 보여준다. 또한 한시 삼국유사 노래 가사 신문 기사 등의 차용을 통한 시적 변용들은 시 쓰기의 ‘형식/내용’적 지평을 넓히는 실험들이다. 이들 시는 대개 고전(古典) 혹은 선배 시인들의 시편을 통해 시 쓰기의 변화 혹은 발전을 모색한다.
첫째 아이가 부르는 노래는 어려웠다.
“담장 뒤에 숨어 있는 너는 누구냐
걸어서 집에 가니 나는 여기에
담장 세워 못 보게 한 너는 누구냐
보이는 모든 것이 눈에 가득히
뒤돌아보지 마 뒤돌아보지 마라
작은 목수 뛰어 나와 풍경 바꾼다”
―「어두운 공책」 부분
『시인, 시인들』의 서시(序詩)에 해당할 「어두운 공책」에서부터 이미 고전에 대한 겨냥은 시작된다. 이에 대해 김정환은 해설에서 “이 시 앞에서 이상의 「오감도」는 (공포가 아니라) 엄살이 심한 시편으로 맥없이 전락한다. 왜냐하면 「어두운 공책」은 벌써 더 동요화(童謠化)하면서 일상화하고 공포가 심화한다”고 적고 있다.
‘花鳥圖’ 연작은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에 대한 치밀한 성찰이다. 화공이 화구를 통해 화조도를 형상화하는 것이나 시인이 언어를 부려 시를 완성해가는 것은 결국 같은 과정을 거치고, 뜻을 얻었으면 말을 버려야 하듯(得意忘言) 결국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다. 그 끝에 다다르면 ‘언어’는 보다 분명한 그 무엇이 된다.
차가 막힌다고 함은, 도로에 차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수용 능력보다 차의 대수가 많아서, 아니다, 도로의 표면적보다 차의 표면적이 많아서, 이제는 분명하다, 일정한 구간에서 차들의 표면적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에 가까이 도달하여, 더욱 분명해진다, 차들의 표면적의 합과 차가 원활하게 움직일 수 있는 필수 여유 공간의 합이 도로의 표면적의 합을 초과할 때를 만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때에 그것은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말이다.
― 「차가 막힌다고 함은」 전문
제3부 ‘시인, 시인들’에 이르면 ‘고전(古典) 혹은 선배 시인들의 시편’의 차용을 통한 실험이 본격화한다. 매월당 김시습 「시인과 이야기하며」, 서정주 「동천」, 이상 「거울」, 가곡 「봄이 오면」의 가사, 이성복 「높은 나무 흰 꽃들은 燈을 세우고 12」, 서정주 「春香 遺文-春香의 말 參」 , 조지훈 「女人」, 박두진 「장미 IV」, 박시춘 작곡 손로원 작사 백설희 노래 「봄날은 간다」의 가사, 이경미 작사 한경애 노래 「옛 시인의 노래」의 가사 등을 통한 ‘또 다른 시 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 시편들을 통해 시인은 ‘시와 시인들에 대한 존재론적 탐구’를 이어간다. 시어가 시인들에게 어떻게 다가왔다가 무엇을 남기고 가는지에 대한 성찰이라 할 것이다.
안녕히 계세요
도련님
지난 오월 단오ㅅ날, 처음 만나든날
우리 둘이서 그늘밑에 서있든
그 무성하고 푸르...든 나무같이
늘 안녕히 안녕히 계세요
저승이 어딘지는 똑똑히 모르지만
춘향의 사랑보단 오히려 더 먼
딴 나라는 아마 아닐것입니다
천길 땅밑을 검은 물로 흐르거나
도솔천의 하늘을 구름으로 날드래도
그건 결국 도련님 곁 아니예요?
더구나 그 구름이 쏘내기되야 퍼부을때
춘향은 틀림없이 거기 있을거에요!
(도솔천 : 불교의 욕계6천의 제4천)
(이 슬프고 안타까운 시를 나는 이렇게 읽는다.)
사랑하는 이여 나 이제 여기에 있네. 당신의 등 뒤에, 바람에 섞여, 눈송이 위에 올라타, 당신의 향기 속에 스미어서 꿈꾸고 있네. 봄에 필 꽃 속에 숨어서, 국그릇 가에 앉아서, 나 여기에서 당신의 하얀 이빨을 보고 있네. 숟가락의 끝에 동그마니 서서. 가방 끝을 잡고 매달려서 대롱거리며, 전철표 위에 길게 누워서, 그 서늘한 눈빛 위에서 행복해하며. 모니터의 테두리에서 네모지게 기대어. 종이컵 가에 묻은 루즈를 핥
김연신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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