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낙타를 꿈꾸는 사람》 이후 나온 이정홍 시인의 네 번째 시집 『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 그동안 힘들여 작업해온 여러 시처럼 이번 시집에서도 역시 시인의 예리한 관찰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갈파해 시로 승화시켰다. 시집 전반에 걸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주옥같은 시들로 가득 메워져 있어 그동안 시인이 갈고 닦고 노력해온 기존 시의 한계를 극복한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은 2012년 『낙타를 꿈꾸는 사람』 이후 나온 이정홍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이정홍 시인의 시에서 엿보이는 것은 얼핏 허무, 고독, 외로움, 인간의 죽음, 그리고 그 한계에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무력함 같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영원을 향한 구도의 몸짓이 서려 있다. 은유(隱喩)와 어설픈 메시지가 전무한, 읽기가 아주 편한 시들이지만, 여기에는 따뜻한 눈으로 삶을 살아온 한 원로시인의 참회록 같은 내용들이 가득 들어있다. 그동안 힘들여 작업해온 여러 시처럼 이번 시집에서도 역시 시인의 예리한 관찰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알기 쉬운 우리말로 갈파해 시로 승화시켰다. 시집 전반에 걸쳐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주옥같은 시들로 가득 메워져 있어 그동안 시인이 갈고 닦고 노력해온 기존 시의 한계를 극복한 흔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보헤미안의 마음으로
영원을 관조(觀照)하는 시인
중견시인 이정홍의 시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자연과 자연 속에 내재한 나와 이웃들과 눈에 보이는 사물 모두이다. 그동안 힘들여 작업해온 여러 시들도 그랬지만, 이번 시집 『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에 수록된 3부작으로 이루어진 시들도 예외가 아니다. 「북촌마을」, 「마을로 간 나무」, 그리고 「길과 길 사이」로 이어지는 시의 내용 역시 서로 상관작용을 한 횡적·동적인, 자연 속으로 함몰이 되거나 시인의 눈으로 보는 자연 속의 초라하거나 생각의 크기에 따라 달라지는 자아(自我)의 모습이다.
솟대를 지키던 새들이/떠나버린/빈 가지들//하나 둘/집은 무너지고/사람들은 떠나간다.//그날 이후/마을에 낯선 얼굴이/집이 들어서고//새들은 어디로 갔을까.//솟대는 그리움에/밤새 동네 어귀를 떠돌다/꿈속에 그리던 /새와/집과 /사람들은 만나지만//그러나/그들은 솟대를 알아보지 못하고.-「북촌마을」
북촌마을은 상징적인 곳이다. 동촌이나 남촌, 아니면 어쩐지 불교적인 색채가 농후한 서촌 마을 대신 시인이 북촌 마을을 택한 것은 북촌마을의 스산하고, 인정 없고, 냉기 감돌고, 삭막하기만 한 현대인들의 마음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마을이라고 생각하였을지 모른다.
이렇듯 눈에 뜨이는 물질은 넘쳐나지만, 의식은 허허벌판이나 다름없는 현대라는 이름의 허망함을 시인은 탄식하고 이를 연결해보려는 노력이 안타깝기만 하다.
정을 나눴던 사람들, 혈육으로 맺어졌던 사람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떠난 자리에 세워진 고급 아파트에 혼자 들어간들 그 고독과 상실의 무게를 어떻게 감당할까, 시인은 여기에 해답을 주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손을 내미는 것이다. 우리가 잃어버린 모든 그 무엇인가에….
5월/지리산 둘레길에서 만난/사람들/왜 혼자냐고 묻는다.//너무 외롭지 않으냐고//잠시 /‘孤山’의 오우가를 생각한다./혼자가 아닌/다섯 친구나 있는데//바람 소리/물소리/새와/구름과/하늘이//하지만 /진정한 친구만 있으면/된다.//길에서 만난/자유라는 그 친구를.-「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
시인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잘 표현하고 있다.
정치적 자유가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자유다. 어떤 사회가 정치적으로 구속하고 속박하더라도 스스로를 구속하지 않으면 언제나 자유롭다.
우리 삶에서 ‘나 개인에 대한 자유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길을 홀로 떠난 때 느끼는 자유는 평화다. 자신에게 충실하고 자신에게 만족하는 그런 시간들이다.
2부 마을로 간 나무에서는 시인의 과거의 상념이 주제가 되고 있다.
「골목집 아이들」, 「낙엽을 태우면서」, 「서해바다는」, 「전설이 된 소년」 등에서 엿보이는 것은 돌아갈 수 없는 유년시절의 안타...까운 그리움으로 채색이 되어있다.
잊혀졌던 언어들이 유년의 그림 속에서 잠들어 있다가 깨어난 것처럼 지금 시인이 회상하는 모든 언어는 과거 속에 존재하지 않고 다시 깨어나 시인의 마음속에 들어와서 보석이 되고 있다.
한 장의 사진에서/산그늘/바위에 앉아 명상에 잠긴/젊은 스님의 모습을 본다.//…중략…//어디로 갈 것인가/길은 어디에도 있는데/진정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느 길인지/구도의 경계에 선//고뇌하는 젊은 스님에게/과연 그가 /얻고자 하는 깨달음이란/?
3부에 실려 있는「길과 길 사이에서」는 제하의 시에 나타난 시의 내용은 구도(求道)를 향한 시인의 몸짓을 보여준다. 한 장의 사진 속에서 명상하는 젊은 스님의 얼굴을 통해 시인의 생각을 투영하는 것은 구도의 마음이다. 구도를 생각하기에는 세월이 허락할 것 같지 않지만, 시인은 사진 속의 스님의 얼굴에서 구도와 속세의 중간지점에서 고뇌하는 모습을 엿보면서 마음은 구도를 향해 달려가는 것을 느낄 수가 있다.
독서량이 많되 그 독서를 남발하지 않고, 지식이 있되 지식을 내보이지 않으면서 쉽게 풀이해낸 시들은 외면만 화려하고 나서기를 좋아하는 현대 시인들의 모습과는 정반대이다. 정제(精製)되지 않은 것 같지만 정제된 시어를 구사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이정홍 시인은 우리 현대시사에서 후대에 반드시 기억될 만한 시인으로 남겨질 것이다.
- 문학평론가 김광한, 「서평」 중에서.
시인의 말
1부 북촌마을
바닷가 숲은 / 북촌 마을 / 기차에서 내리며 / 장군의 마을에는 / 아이와 할머니의 비녀 / 청상 / 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 / 타클라마칸의 낙타 / 소년과 노인 / 기다림과의 이별 / 에스프레소 / 불 꺼진 무대 / 바람 소리도 아닌 이야기 / 환상에 빠지다 / 두 개의 그림자 / 마음속의 정규직 / 희생을 강요하는 시대 / 이브의 후예들 / 전철 안에서 / 생각하는 갈대이기를 / 나르키소스 이전에 / 아비 낙타의 꿈은
2부 마을로 간 나무
골목 집 아이들 / 모든 이에게는 가을비가 있다 / 서해 바다는 / 낙엽을 태우면서 / 명제에 대한 생각 / 잃어버린 얼굴 / 0(零)의 시간은 / 새장 속의 자유 / 가판대의 사람들 / 안드로메다의 빛 / 하늘과 p.c / 민낯과 민 가슴 / 알 수 없는 일 / 뱀을 위한 변명 / 어떤 손님이 오시려고 / 쳇바퀴를 떠난 다람쥐 / 어디로 가십니까 / 아버지의 눈물 / 시골 장터에서 / 아이들과 개구리 / 마을로 간 나무 / 운명의 여신에게(Fortuna) / 소망이 있다면 / 연어의 모험 / 씀바귀 / 전설이 된 소년
3부 길과 길 사이에서
그는 원한다 / 길과 길 사이에서 / 희망, 그 역설은 / 유리 집에 살며 / 시작과 끝 /... 자화상 / 존재의 의미는 / 예나 지금이나 / 어려운 일 / 일기장과 폐지 / 가장 두려운 일 / 사랑의 힘(the power of love) / 나의 길을 간다/ 책 정리와 버리기 / 가고 오는 것들 / 세 편의 일기 / 존심(存心) / 하나의 의미 / 미리 보는 나 / 겨울이 오고 있는데 / 일상을 벗어나려면 / 목줄을 달고
서평- 보헤미안의 마음으로 영원을 관조(觀照)하는 시인
맺음말
이정홍 [저]
‧저자 저서 -2004년 시집 『사막의 꽃은 하늘에』 -2007년 시집 『허수아비 하늘로 가다』 -2012년 시집 『낙타를 꿈꾸는 사람』 -2015년 시집 『홀로 길을 떠나는 것은』 -2018년 시집 『침묵 그 아픔이여』 -2021년 산문집 『종려나무와 새와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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