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고방 시인의 네 번째 시집 『쓰나미의 빛』은 사회의 모순과 위험성, 반(反) 인간성에 대한 인간의 각성과 성찰을 엿볼 수 있다. 이 시대의 빛과 그림자를 성실한 눈으로 살피는 시인의 땅에는 쓰나미가 몰아치기 전의 예감과 쓰나미가 지나간 후의 황망함 그 사이에 있다. 마음의 재난에 속수무책으로 절망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뿌리 깊은 우울감과 시대가 그리는 암울한 정서 속에서 시인은 끊임없이 빛을 찾아 나선다.
시인의 말
제1부
쓰나미의 빛 1-깃발·13
쓰나미의 빛 2-처녀들과 사내들·14
쓰나미의 빛 3-아베의 질주·16
쓰나미의 빛 4-문 두드리는 소리·18
쓰나미의 빛 5-부메랑·20
쓰나미의 빛 6-부활·22
쓰나미의 빛 7-독섬의 노래·24
쓰나미의 빛 8-뜨거운 광야에서·26
쓰나미의 빛 9-동주 형의 하늘·28
쓰나미의 빛 10-우울한 귀향·30
쓰나미의 빛 11-톡소 프라즈마·32
쓰나미의 빛 12-바다의 노래·34
쓰나미의 빛 13-이쑤시개의 변명·36
쓰나미의 빛 14-자정의 시곗바늘·38
쓰나미의 빛 15-총알에게·40
제2부
마음자리 풍경 1-口·45
마음자리 풍경 2-모래꽃 1·46
마음자리 풍경 3-모래꽃 2·47
마음자리 풍경 4-환청·48
마음자리 풍경 5-두레박·50
마음자리 풍경 6-꿈 연습·52
마음자리 풍경 7-구 름 비 와 돌 개 바 람·53
마음자리 풍경 8-신기루·54
마음자리 풍경 9-강물의 꿈· 56
마음자리 풍경 10-어둠 내릴 때·57
목숨 사이로 보이는 무지개·58
이십일 세기 화초장·60
자화상·62
씨앗이 눈물에게·64
허공의 궁전·65
제3부
도산서원 가는 길·69
구름과 고양이·70
도시여 제발·72
두물머리 타령·74
만물상을 내려오며·76
모모에게 ...부치는 편지·78
부처님 헛기침 소리·80
비단 집 한 채·81
새벽 기차를 타고·82
선암사 연등길·84
안동에서 백범을 만나다·86
자개농의 무지개·88
짝사랑·90
촌놈의 종로 나들이·92
양평 연가·94
한강에 살다·95
제4부
도둑이 훔쳐간 구름·99
안개 나무·100
신호음의 전설·102
우주를 향하여 바다 부르기·104
사진 속 당신에게·106
우주에서 온 편지·107
사는 법 문답·108
연바람 불어라·110
달팽이의 꿈·111
너더리의 신화·112
즐거운 투정·114
말없음표 하나·116
숨어 있는 그대 눈빛·118
오디오와 육이오·120
사랑의 불씨를 살리려거든·122
팔당의 어느 봄날·123
해설 물속의 산山그림자, 산속의 사람 그림자·125 송희복(문학평론가)
물속의 산山그림자, 산속의 사람 그림자
시인 윤고방은 새로 간행된 시집에 연작시 「쓰나미의 빛」을 담고 있다. 연작시 열다섯 편이 낱낱의 시편으로 짜여 이어지고 있다. 이 연작시 역시, 나는 반원전 문학의 의미 있는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다문화성과 무국적성을 지향하고 있는 이 시대에, 월경越境의 연대감으로 엮인 문학의 한 성취를 여기에서 바라본다.
하얀색 페인트에 네모 반듯반듯한
생활도 네모 생각도 네모라며
지금은 정든 우리들의 집
고달픈 피난살이 골목길 끝에
아이들은 자라서 노랠 부르네
어른들의 하늘은 오늘도 낯빛을 바꾸는데
바다는 혼몽한 쓰나미의 꿈을 베고 누웠는데
아이들은 철모르고 노랠 부르네
철모르는 아이들만 다시 살아나고 있네
두부를 닮은 정든 우리 집
두부하우스 두부하우스
-「쓰나미의 빛 6?부활」부분
어느 날 갑자기, 바닷가 마을은 폐허로 변했고, 이 바닷가 마을의 주민들은 삶의 보금자리를 잃었다. (어디 그뿐이랴. 배움의 터전인 학교도, 생업의 도구인 선박도 자연의 재난에 빼앗겼다.) 인용한 시편 「쓰나미의 빛 6?부활」은 이른바 ‘두부하우스’를 노래한 시다. 두부하우스는 두부집이라고 할 수 있다. 두부를 파는 집이거나, 두부를 소재로 한 음식점이거나 하는 것 말이다.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두부하우스란, 2011년 3월에 지진 해일이 몰고 온 이후에 후쿠시마 난민들을 위해 마련된 가설 주택이다. 하얗고 네모난 두부를 닮은 이 가설 주택은 일종의 수용소와도 같다.
물속에 산山그림자
산속에 사람 그림자
꿈 밖인지
생시 바깥인지
물결도 흘러
세상도 흘러
가슴에 적막이 넘치도록
울음으로 번다를 건너
꿈으로 생시를 낚아서
달빛 아래 돌아오다
-「한강에 살다」전문
윤고방 시인의 특징 하나는 선취적禪趣的인 시의 경향을 적잖이 드러내고 있다는 데 있다. 여기에 인용한 시편 「한강에 살다」도 이러한 컬러의 시라고 하겠다. 동양권에서는 문화적으로 볼 때 서정시의 문학성 깊이를 더해주는 데 크게 기여해 왔던 경향이라고 할 수 있다. 서양의 서정시인 가운데서도 가장 앞선 위치에 놓인 현대 시인들, 예컨대 옥타비오 파스니 게리스나이더니 하는 시인들도 선취적인 수사修辭를 적잖이 구사하지 않았던가? 사물의 경계가 사라진 곳에 패러독스(역설)의 불꽃을 피운다. 꿈으로 생시를 낚는다는 예사롭지 아니한 표현이 바로 그것이 아니겠나.
윤고방 [저]
본명 윤창혁. 1947년 서울에서 태어나 피난시절에는 평택, 제주도, 부산, 김해, 마산 등지를 떠돌며 자랐다. 경남대학교와 동국대학교 대학원을 졸업하고 건대부고 등에서 국어교사를 하고 지내면서 시, 그림, 글씨, 도자기, 연 만들기 등 여러 곳에 손을 대어 주변 사람들의 끊임없는 연민과 눈총(?)을 받고 살았다. 시도화집 ‘하늘 가리고 사는 뜻은’(1990), 시화문집 ‘바람 앞에 서라’(2007)가 있고, 퇴임 후 서울가정법원 조정위원, 사색의 향기 문학기행 회장을 맡기도 했으며, 한국문협, 국제PEN 회원, 한국미협 초대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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