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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진 세계를 넘어 : 우리는 계속해서 말할 것이다
박지현, 장상미 ㅣ 슬로비 ㅣ Deux Coreen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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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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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page/132*210*25/337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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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87135203/118713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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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세계에는 두 개의 한국이 있다. 지난 세기 식민 통치를 겪은 한반도는 참혹한 전쟁을 치르고 둘로 나뉜다. 이후 우리는 서로 경계하도록 교육받았다. 분단이 고착화하던 60년대 남과 북에서 태어나 서로를 적대시하는 교육을 받으며 자란 두 여성에게 서로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은 막연한 선입견으로 서로를 두려워했던 두 사람이 만나 대화를 나누며 이뤄낸 ‘작은 통일’이다. 서로를 가만히 들여다보면서, 무찔러야 할 대상을 ‘또 다른 한국’으로, 두려운 존재를 ‘그냥 사람’으로 인식하게 된 이야기다. 가려진 세계에는 어떤 삶이 있고 왜 뛰쳐나와야만 했는지, 보이지 않던 존재를 드러내고 말하지 못한 이야기에 목소리를 부여한 연대의 기록이다. 두 사람의 만남으로 시작한 책은 곳곳에 또 다른 연대와 소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다.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친밀한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 프랑스에서 선출간되어 유럽 각국에서 주목한 책 프랑스 ‘Bibliotheque Orange selection 2020’ 올해의 문학 작품 “남과 북 두 여성의 역사적인 만남의 기록이다. 이 책의 이슈는 남북 대립이나 가난, 불행, 독재가 아니라 사회문화를 섬세하게 기록한 데 있다. 이 책의 독창성은 두 주인공의 만남에 있다.” _ Jean-Claude de Crescenzo (문학평론가·몽펠리에 대학 교수) 채세린은 박지현을 만난 뒤로 오랫동안 회피해 오던 질문을 마주했다. 평생 남한 사람으로 살아왔는데 또 다른 한국인을 발견한 것이다. 박지현도 마찬가지였다. 남한 사람도 북한 사람도 아닌 ‘그냥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야 알았다. 평화는 남북 정상회담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친밀한 공간에서, 소소한 대화로, 함께 보낸 역사와 잃어버린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만나서 대화하는 사이 둘은 평화롭게 ‘통일’을 이루었다. 이 책은 그 역사적인 순간의 기록이다. 저자에게 묻다 Q 공동 저자 중 한 분은 이야기로, 또 한 분은 글쓴이로 나오는데 박지현 님 스스로를 ‘발화 자’로 특정한 이유가 있나요? (박지현) 저는 글쓰기를 좋아하고 지금도 가끔 시를 쓰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제 이야기를 직접 쓰고 싶진 않았습니다. 제 이야기가 누군가의 객관적인 시선을 거쳐 기록되기를 원했습니다. 영국판 〈마리끌레르〉에 저를 인터뷰한 글을 실은 외국인 작가에게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은 적이 있는데, 당시엔 힘든 상황을 끄집어내기가 두려웠어요. 그냥 묻어두고 싶었지요. 더구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 감정이 통하지 않았고 통역이 있어도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 세린 님을 만나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린 시절 할머니에 대한 추억, 형제와 가족에 대한 애착, 부모에 대한 공경 등 공감하는 대목이 많았습니다. 몇 년간 소통하면서 다른 언어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마음을 또렷이 잡아내 줄 사람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통역 과정에서 놓치기 쉬운 제 삶의 진실을 그 어떤 평가나 오해 없이 담아내고 싶었으니까요. 그건 한국어로 대화 하는 사람끼리만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북한 생활을 떠올리면 증오와 분노로 치닫는데, 세린 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행복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해 낼 수 있었지요. 우리의 만남이 우리의 이야기가 되어 두 한국의 시대적 기록이 되었습니다. Q 자신의 이야기를 묻어두고 싶었다고 하셨는데 결국 글로 남기게 된 또 다른 계기가 있는지요? (박지현) 아들의 질문 때문입니다. 영국에 정착하고 4년 쯤 지난 어느 날 멘체스터 공원 벤치에서 아들이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엄마 왜 저를 버렸어요?” 하고. 아들은 주변 사람들이 엄마가 자기를 버렸다고 했는데 진짜 숫자 백을 세고 나도 엄마가 오지 않았다며……. 당시엔 그저 울기만 하고 답을 못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요. 그러다 한 인권단체에서 다큐를 찍었는데 제 이름도 가명을 썼고 얼굴도 드러내지 못했습니다. 그때 남편이 진실로 이 일을 하고 싶으면 자기 이름도 얼굴도 내놓고 하라고, 누군가가 돌을 던지면 막아주겠다며 응원해 줘서 용기를 냈습니다. 인권 활동을 하면서 “통일을 원하는가? 그렇다면 누구와 어떤 방식으로?”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이 점에 대해서는 꼭 글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도 책을 내게 된 강력한 동기입니다. 아들과 제가 왜 헤어졌고 어떻게 영국에 함께 있는 지, 책에 모두 풀어놓았습니다. ...
  •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첫째 장 밤나무 집 둘째 장 잠자리 셋째 장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마음이 통하는 사람 넷째 장 열세 살 아이에게 인생은 다섯째 장 도망자 그리고 달걀 50알 여섯째 장 낮말은 새가 듣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 일곱째 장 창백한 얼굴, 마지막 만찬 여덟째 장 사흘 굶어 담 아니 넘을 놈 없다 아버지에게 아홉째 장 배신 열째 장 노예 생활 열한째 장 가장 잔인한 달 4월 열두째 장 아들과의 재회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옮긴이가 읽는 이에게
  • 나는 지현의 시선으로 그 내면세계에 접근했다. 나는 지현이 되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우리가 겪은 어린 시절의 행복, 고통, 죽음은 다를 바 없었다. 남과 북에서 각자 살아온 삶을 연결하며 분단으로 비틀린 궤적을 바로 잡고 싶다. 만약 우리나라가 분단되지 않았다면 우리 중 누가 지현이고 누가 나일까? 지현의 이야기는 어쩌면 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었다. 이 글은 우연히 만난 두 사람이 신뢰를 쌓고 평화의 꿈을 키우던 중에 태어났다. 한반도 이야기인 동시에 서로 마음을 연 이야기이다. 지현과 나는 더 큰 자유를 선택했다. 이 책은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두 목소리, 두 자아가 만나 하나의 정체성으로 되살아난다. 하나의 한국, 한국인의 이야기다. _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중에서 날이 갈수록 할머니와 정이 들었다. 겉보기와 달리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들은 만큼 무섭지 않았다. 숨바꼭질도 같이 하고 나를 배불리 먹이며 너그럽고 다정하게 대했다. 잠자리에 들 때는 방에서 가장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펴주었다. 전구보다 초를 주로 쓰던 할머니는 촛불 아래서 해와 달에 대한 신기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렇게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마을에 사는 또래 아이들은 모두 탁아소에 다녔지만 할머니는 나를 보내지 않고 집에서 돌봐주었다. 나는 매일 막대기나 돌멩이, 닭 떼를 친구 삼아 놀았다. 하루는 지나가는 뱀을 막대기로 때려 죽이기도 했다. 라남에 살 때는 막대기로 미국놈과 남한 사람들을 때려잡는 놀이를 했는데. 그때나 이때나 내 능력에 우쭐했다. _ 첫째 장 「밤나무 집」 중에서」 중에서 “사람들 화목하게 사는” 곳이라 했는데…… 어린 시절 나는 행복하다고 믿었지만 그렇게 배워서인지 정말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나의 행복은 이미 처방되어 있었고 복용할 약은 가족과 학교에서의 집단생활 그리고 낙관주의였다. 복용량은? 매일 낮 열두 시간 밤 열두 시간. 사실 우리는 하루하루 충실히 보내느라 자기 삶을 생각하거나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매시간 매분 무언가를 배워야 했다. 밤에 잠들 때조차 어서 빨리 일어나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생각할 겨를이 없었던 조건 덕에 행복할 수 있었던 걸까 _ 셋째 장 「세상에 부러움 없어라」 중에서」 중에서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현의 얼굴에 그리움이 묻어난다. 나는 두 시간 가량 열성적으로 받아 적으며 어린 소녀 지현이 보낸 일상은 어땠는지 자세히 들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지현에게는 힘든 일일 수 있다. 어릴 때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하기 어려워 그저 윗옷은 흰색, 아래는 검은색이었다고만 말한다. 놀라운 일이다. 지현의 기억은 모두 흑백이다. 나는 수첩에 이렇게 메모하고 옆에 별표를 단다. 중요. 우리는 아주 다른 삶을 살아왔지만 지현이 하는 이야기는 듣기만 해도 확 와닿는다. 한 마디 한 문장 다 들리고 느껴진다. 나와 너무 다르면서도 너무 친숙한 이 여성이 한때 경계선 반대편, 세계가 외면한 나라이자 내가 지옥이라 여기던 그곳에 살았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 나지 않는다. _ 「마음이 통하는 사람」 중에서 “한 사람에 열 개씩.” 어머니가 침착하게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달걀을 향해 달려들었다. 배가 너무 고팠던 우리는 잡혀가는 위험도 감수할 수 있었다. 마치 신성한 의식에라도 참여하는 듯, 작은 소리에 맛이 달아나기라도 할 듯 모두 침묵을 지키며 달걀을 먹었다. 새 달걀 껍데기를 깔 때마다 언니와 나, 정호는 기쁨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아버지는 소리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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