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의문은 전해도 되지만 그릇된 것을 전해서는 안된다.’
(疑固可傳,訛不可傳也)
동서고금의 역사는 가문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현대 이전의 왕정 권력은 특정 가문에 의해 승계되면서 이어져 왔다. 당시 기득권층인 권문세가들은 권력을 차지하기 위하여 당파 집단을 형성하여 피가 피를 부르는 온갖 모함과 질시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그들은 차지한 권력으로 왕조마저 유린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소위 권문세가들은 온갖 논리를 내세워 논쟁하였지만 기실 그것은 권력을 목표로 서로를 죽이고 죽임을 당하는 치졸한 권력 따먹기에 불과한 이전투구였다. 당쟁은우리의 역사를 오도하고 발전을 가로막은 부작용이 너무나 크다.
특정 가문에 속한다는 것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지금도 어느 가문 출신인가 하는 문제는 사람을 평가하는 잣대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민주주의 국가인 요즘에도 봉건적인 사고에 빠져 남의 집안 족보를 가로채어 다른 가문의 까마득한 윗대 조상을 나의 조상으로 가공하여 내세우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뿌리 바로 세우기에 천착하여 2005년 『순흥安가는 없다』를 펴낸바 있는 저자의 고희 기념문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순흥안씨 가문 족보를 훔쳐 환부역조(換父易祖)하고 있는 보성안씨 안방준의 후예들인 죽산안씨 일부 무리의 행태를 파헤쳤다. 각종 문헌과 묘지명 등 자료들을 섭렵하여 환부역조의 구체적 내용 증거들을 일목요연하게 제시하여 설명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왕정과 거리를 두어 당쟁에 휘말린 적이 없는 순흥안씨를 둘러싼 환부역조(換父易祖) 얘기는 족보사에 좋은 참고사례가 될 것이다.
본서는 Ⅰ장은 역사란 진실만을 전해야 한다며 족보의 의의와 순흥안씨를 둘러싼 환부역조(換父易祖)의 사례를 서술하였다.
Ⅱ장 ‘뿌리찾기 그 황홀한 방황’편은 보성안씨 안방준이 여기저기 줄을 대면서 자신의 조상을 이어 붙이려는 노력(?)과 그 과정이 나온다.
Ⅲ장 ‘추악한 조작의 역사’는 안방준의 후손들이 또 여기저기 붙여보다가 거짓으로 드러난 사례들을 문헌을 통하여 반박하고 또 그 조작의 실상을 전하고 있다.
Ⅳ장 ‘드디어 완성한 환부역조’는 순흥안씨 무오보에 붙이다 축출 등 여러 기만적 행위들을 자료의 모순으로 설명하면서 논박하고 있다.
Ⅴ장은 세도와 관계있는 안원형의 환부역조 행위와 그의 인과응보적 말로 등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부록]에서는 안형원이 ‘안목’의 아들이 아니라는 증거를 11개의 자료로 밝히고 있다.
[부록2]는 한국 안씨의 역사를 한국학중앙연구원(2012년) 자료로 설명하고 [부록3]은 안씨 족사 변조 인물들을 적시하고 있다.
족보族譜는 ‘피가 같은 사람들의 기록이며 피가 섞인 인간들의 삶을 적은 역사서歷史書’다. 한 집안의 역사가 담겨 있어서 그 기록을 소중하게 알고, 목숨을 바쳐가며 지키는 것을 자랑으로 알고 사는 것이다. 조상의 얼이 담기고 시대의 역사가 남겨져 있어서 족보 속의 기록은 한 집안의 전통이 되고 한 나라의 역사가 된다.
뿌리 있는 집안일수록 조상들의 전통과 역사가 담겨진 족보를 보물처럼 소중히 간직하였다. 새로 족보를 간행할 때도, ‘족보를 만든다’고 하지 않고 ‘족보를 모신다’고 하여 살아계신 조상을 대하듯이 하였고, 자신의 목숨만큼이나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하였다. 족보를 볼 때는 책을 상 위에 올려놓은 다음에 정화수井華水 한 사발을 떠놓고 두 번 절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대하며 조상의 음덕蔭德을 기리고, 기록을 살펴보며 선조先祖를 추모追慕하였다.
족보가 없는 집안은 ‘근본 없는 집안’으로 여겼고, ‘근본 없는 사람’이란 말은 듣는 사람에게 커다란 약점이 될 정도였다. 이처럼 소중히 여기던 족보, 족보 기록에 거짓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계보학의 종주국이라 할 만큼 족보가 발달된 나라다. 일찍이 조선 초부터 사대부士大夫 집안에서 족보 간행이 이루어졌다.
오늘날의 족보와 같은 체계적인 형태를 갖춘 최초의 족보는 《안동권씨성화병신보安東權氏成化丙申譜》라고 한다. 조선 성종7년(병신丙申 1476년)에 간행되었다.
다시 족보 간행 역사를 돌아보면, 조선 중기 이후에는 모든 집안에서 족보 간행이 빈번頻繁하였다. 그러나 기록을 부풀리고, 거짓을 꾸미거나 허황虛荒된 기록을 만들어 족보를 간행하는 수가 적지 않았다. 또 조상을 지나치게 미화美化하고, 벼슬을 과장誇張하고 조작하기도 했다. 자손이 없는 갈래에 ‘붙이기’를 하여 양반이 된 경우도 있었다. 환부역조換父易祖하는 못된 자, 또 명문 집안의 족보를 사고팔거나 훔치는 자도 있었다고 한다.
조선말에는 더욱 혼탁混濁하여 졌고 족보 기록 자체가 믿을 만한 것이 못되었다. 특히 고려 때의 기록은 황당荒唐한 것이 많고 거짓이 난무亂舞하였다. 사대주의事大主義 사상에 빠져서 시조를 중국으로 연결 지어 ‘기자箕子를 따라온 누구의 후손’이라거나, 모화사상慕華思想에 젖어서 중국인을 조상으로 모시는 철딱서니 없는 짓들도 해댔다.
전대미문前代未聞의 족보인 《순흥[죽산탐진]안씨족보》, 희대미문稀代未聞의 웃음거리 족보에 숨어 있는 죽산안씨 안방준 후손들의 환부역조 과정을 추적하여 진실을 밝혀보려 힘썼다.
죽산안씨 안방준安邦俊(1573~1654)이 순흥안씨 혈통이 아님을 밝히면 탐진안씨 안우安祐(?~1362)는 어떻게 순흥안씨 회헌晦軒안향安珦(1243~1306)의 증손曾孫이 될 수 있겠는가. 어림없는 소리,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헛소리다.
십여 년이 넘게 수많은 고전古典 전적典籍을 살펴본 기록으로 증명해 보자.
‘피는 물보다 진하다’라는 말이 있다. 피(血혈)를 나눈 족속族屬들의 기록을 모아놓은 족보는 거짓으로 적으면 안 된다. 족보 기록이 바로 되어야 나라의 역사도 오롯이 선다.
역사란 ‘의문은 전해도 되지만 그릇된 것을 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역사란 그릇된 것을 전해서는 안된다.에서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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