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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 : 48개국 108명의 시인이 쓴 팬데믹 시대의 연시
이오아나 모퍼고 ㅣ 안온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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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발행일
2022년 02월 28일
  • 페이지수/크기/무게
248page/127*205*21/290g
  • ISBN
9791197504181/1197504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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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팬데믹 시대, 세계의 시인이 전하는 고독과 희망의 언어 팬데믹 시대를 노래한 연시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가 출간되었다.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는 세계 시인 100명과 한국 시인 8명이 참여한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시인들이 같은 장소에 모이지 않고, 각자의 방에서 닫힌 창문을 바라보며 쓴 연대의 증표다. 둘 이상의 시인이 공동 제작한 정형시를 뜻하는 일본의 ‘연가’에서 힌트를 얻은 이 아이디어는 규칙을 줄여 형식을 자유롭게 한 ‘연시’를 그릇 삼아 결과물을 내놓았다. 시인 여럿이 대면하여 창작하던 작업 방식을 팬데믹 시대에 맞추어 온라인으로 대체한 것이다. 프로젝트에는 무려 48개국 108명의 시인이 참여했다. 인종과 언어를 뛰어넘어 확산한 바이러스와 같은 방식으로, 시인들은 신호를 보낸다. 그것은 질병과 고통 신호가 아닌, 고독과 희망의 신호이다. 그 신호가 모여 한 편의 연시가 되었다. 시인들은 와이파이를 통해 각자의 창문을 열고 영혼과도 같은 시의 바통을 잇는다. 그들은 노래한다. 닫혀버린 세계에서의 고독을. 그들은 희망한다. 당신의 문이 열리는 그 순간의 도래를.
  • ■ 108명의 세계 시인이 쓴 팬데믹 연시 바이러스의 확산 초기인 2020년 3월, 세계 여러 도시는 봉쇄되었고 사람들은 격리되었다. 영국에서 활동하는 루마니아 출신의 시인 이오아나 모퍼고는 세계의 시인들이 코로나 상황에서의 고립과 격리에 대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짧게 써서 이를 연가(連歌)처럼 한 편의 긴 시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같은 해 4월, 페르시아의 시성 하피즈의 시를 서두로 한 연가 프로젝트 ‘AIRBORNE PARTICLES’가 시작되었고, 100편의 시가 모였다. 여기에 한국 시인 여덟 명이 답시를 붙여 한 편의 거대한 연시가 완성된 것이다. 세계 각지에서 소환된 시인은 서로를 대면하지 못한 채 이메일로만 시를 주고받았다. 그런데도 시인들은 앞선 시의 상징을 이어받거나, 이미지를 자연스레 전환하거나, 이야기를 진전시키며 한 편의 완결성 있는 연시를 탄생시킨다. ■ 코로나 시대, 격리된 영혼들의 노래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시는 지역과 국적에 상관없이 의연하고 강건하다. 팬데믹 연시 프로젝트 ‘AIRBORNE PARTICLES’는 한국과 일본에서 각각 번역되어 2022년 2월 동시에 출간된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어권에서도 출간이 예정되었다. “airborne particles”를 직역하면 공기 중의 입자다. 그것들은 바이러스를 퍼뜨린다. 여기 모인 세계의 시인들과 그들의 시는 기꺼이 비말이 되려 한다. 질병을 옮기는 비말 아닌, 고독의 편린과 희망의 가능성을 퍼트리는 입자가 되려 한다.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다》는 고독을 겸허히 수용하고, 거기에서 희망을 찾는 작업이다. “고독의 황조롱이가/ 발톱으로”(제100연, 이오아나 모퍼고) 쥐고 있는 희망이 있다면 그리고 문득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 “고독사하지 않는”(제107연, 오은) 희망이 있다면, 우리는 이 시절을 함께 견딜 수 있으리라고 108명의 시인과 1편의 연시가 말한다.
  • 여는 말_요시카와 나기 4 권두시_하피즈 13 1부 세계 시인의 연시 14 2부 한국 시인의 답시 216 권말시_안겔루스 실레시우스 234 닫는 말_요쓰모토 야스히로 235
  • 당신의 턱에서 떨어지는 것은 피가 아니라 포도주 바깥에서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다: 세계는 지금 우리 것이다. 격리 중에도 당신은 언어를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하피즈, 힘내세요, 세계는 없어도 언어가 있으니 설령 당신의 시를 이해해주는 이가 새들밖에 없을지라도. -1연, 괵체누르 체레베이오루(터키) 여기에는 ‘그 시절’도 ‘다시’도 없다. 미래 없는 존재의 틀 속에 다양한 ‘지금’이 있을 뿐. 나의 모든 ‘지금’의 의미를 잴 수 있다면 그것을 남은 세제에 담그고 내가 신뢰하는 상표를 알아봐주세요, 의미 있는 접촉의 기억을 내 손에서 씻어내기 위해. -23연, 멜리자라니 T. 셀바(말레이시아) 이게 끝나면 나는 남은 인생을 아름답게 살 거야. 위험한 여자로. 꼭 살 거야. 두 살짜리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많이 죽었어. 아이는 강에서 썩는 오소리, 민들레에 묻힌 짜그라진 들쥐, 길을 건너지 못한 고양이, 바위틈의 웅덩이에 빠진 어린 까마귀에 대해서 말한다. 하지만 세계가 듣고 있는 것은 그 목소리가 아니다. 지금 우리는 이국의 바람이, 사나운 혀를 놀리고 우리 고막에 부딪히는 소리를 듣고 있다. 우리는 가만히 있다, 호흡마다 죽음이 있는 것을 알고. -54연, 시안 멜란젤 다피드(영국) 내일이 또 온다고 했지만 그 내일이 오늘이다 그리고 아무도 숨을 쉬지 못한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어 칠월은 멀었는데 이제 칠월이다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85연, 라울 지멜리(카메룬) 나는 어느 다른 장소들과 맞바꿔 호흡을 얻는다 날개의 모든 깃털 하나하나가-면도날 내 그림자가 목소리들의 바다를 깊이 자르며 간다 고독의 황조롱이가 발톱으로 희망을 움켜쥐고 있다 나의, 그리고 당신의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100연, 이오아나 모퍼고(루마니아) 나는 잠시 숨을 멈췄어 혹시 내 숨소리 때문에 네가 보이지 않는 것일까 봐 빛이 들어오는 거실, 정돈된 가구와 식기들, 무심코 슬 픔이 찾아올 정도로 조용한 시간 차마 창밖을 내다볼 수는 없었어 그 순간 문 열리는 소리가 났어 -104연, 황인찬(대한민국) 하피즈도 황조롱이도 다 고독한데 그 존재 양식은 정반대다. 하피즈는 평생 한곳에 살면서 깊은 사색으로 정신의 심연까지 내려갔다. 황조롱이는 끝없는 하늘을 향해 어디까지나 일직선으로 날아간다. 그것은 마치 고독 속에서 말을 짜내면서 시공을 넘어 타자 혹은 초월자를 만나는 ‘시 쓰기’의 본질을, 정신의 수직성과 언어의 수평성으로 상징하는 것 같다. 누가 지시한 것도 아니고 의논한 것도 아닌데 이러한 메타포가 자연스레 나타난 것은 경탄할 만하다. 그러나 그것은 결코 기적도 우연도 아닌, 지성의 바탕 위에 시적상상력을 갖춘 호모사피엔스의 숙명이자 필연일 것이다. -〈닫는 말〉 부분, 요쓰모토 야스히로(일본)
  • 이오아나 모퍼고 [저]
  • 루마니아에서 태어났다. 영국을 중심으로 시인, 소설가, 문학비평가로 활동 중이다. Record Slip(2004), The Immigrants(2011), Shrapnel(2017) 등의 소설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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