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6천억 골드 머니의 유산과 상속자들. 과연 그들 중, 어릿광대 저택의 주인인 쿠어 회장을 살해한 범인은 누구인가.
조금 다른 시선으로 쓴 색다른 추리 소설, 책으로 읽기에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1부 : 그곳으로
-2부 : 참고인들
-3부 : 조사 수색 정리
-4부 : 사건의 재구성
-5부 : 진상
‘이거 재밌는 사람인 걸.’ 자신의 의도를 알고 있는 듯하니, 작가는 슬쩍 눙치며 넘어가기로 했다. “아, 농담이에요, 농담. 그러니까 사람들이 저택에 발을 디디는 순간, 쿠어 회장의 어릿광대가 된다는 말이죠? 그 정도 위압감을 주는 저택이라니, 궁금하네요. 그래도 꼭두각시 저택은 몇 번 들어왔는데, 어릿광대 저택은 처음 들어 봐요. 그런데 생각해 볼수록, 꼭두각시 저택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는 것 같지 않나요? 보통, 황금이나 권력자에게 조종 당하는 건, 꼭두각시가 어울리는 비유잖아요. 어떻게 생각해요?”
그 질문을 들은 뉴윈은 그제서야 그가 작가라고 했던 소개가 사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별명을 말할 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단어의 차이를 구분하고 그것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말을 믿어도 좋지 않을까. 그는, 사람들이 스스로 소개하는 말은 결코 믿지 않았다. 사기꾼의 속임수는 첫 만남, 첫인사에서 시작된다고 확신하고 있기에.
“...... . 제 생각입니다만. 전, 무척 암시적인 이름이라 생각했습니다. 어릿광대를 비유적으로 쓸 때는, 여러 의미가 중의적으로 담겨 있으니까요. 쿠어 저택을 둘러싼 복잡미묘한 상황을 압축해서 보여 주는, 꼭두각시보다 더 어울리는 이름이라 생각했기에, 그렇게 부른 사람을 마난 보고 싶었죠.”
그 말을 들은 아일랜은 재차 반박해 보았다. 왠지 그러고 싶었다. “글쎄요. 어릿광대가 그렇게나 깊은 의미가 있던가... 오히려 단순하게 생각하고 지은 게 아닐까요. 저택에 들어가면 모두 쿠어 회장의 비위를 맞추게 된다, 회장의 마음에 들기 위해 없던 재주도 만들어 피우게 된다, 이런 조롱 섞인 비웃음인 거죠. 그렇다고 해도 꼭두각시가 더 어울린다는 생각은 변함없어요. 어때요? 제 말이 맞지 않나요?” 마지막 질문으로 아일랜은 능숙하게 상대를 대화로 이끌었다.
“...... .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사실 어릿광대는 그렇게 단순히 재주나 피우는 존재는 아닙니다... 인형극에 나오는 펀치처럼 악당도 있고, 북유럽 신화의 오딘이 원형인 신비한 할리퀸이라는 캐릭터도 있죠... 종류도 다양할뿐더러 의미도 꼭두각시와는 완전히 다릅니다. 물론 쿠어 회장의 저택을 가리키는 데 쓰인 것은, 우스꽝스러운 클라운이나 흔히 쓰이는 피에로겠지만... 그것 역시 꼭두각시와 대체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비교 선상에 놓기 어려울 정도로 범주가 다른 존재라고 생각하는데요.”
“어머 재밌네요. 꼭두각시와 어릿광대가 그렇게나 다르다?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어떻게 다른 거죠? 궁금해요.” 그러면서 아일랜은 탁자에 팔꿈치를 괴고 손으로 턱을 받쳤다. 상대가 답을 피하지 못하도록 얼굴을 들이대며 압박해 들어갔다.
예상대로 대화가 이어지는 게 부담스러웠지만, 뉴윈은 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 . 제 생각입니다만. 그 둘은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와 드러나지 않는 차이가 있습니다...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행위에 담긴 자유 의지겠죠. 어릿광대는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있고, 꼭두각시는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서커스의 어릿광대는 무대 원고를 직접 쓴다고 하더군요. 저글링이나 외발자전거 같은 기예도 스스로 익혀야 하고요. 반면 꼭두각시는 구속되고 통제되어 움직일 뿐입니다. 모든 것이 타인의 의지, 줄을 쥐고 있는 조종자(괴뢰자)의 의지죠.”
아일랜은 격려하듯 과장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뉴윈은 말을 이었다. “...... . 그러나 무엇보다 큰 차이는 숨어 있는 차이입니다. 바로 어릿광대에게는 뚜렷한 목적이 있다는 거죠. 그의 모든 대사와 움직임은 오로지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꼭두각시는 그런 목적이 없습니다. 오직 지배당할 뿐이죠... 반면 어릿광대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있죠. 자유 의지를 가진 그가, 남몰래 추구하는 것은,”
그리고 뉴윈은 잠시 입을 다룸었다. 그의 회색 눈동자가 더욱 짙어진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일랜은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켰다.
노원 [저]
불특정 다수를 가리키는 영어 ‘no one’에서 따온 필명이다. 작가가 이러한 필명을 짓게 된 이유는, 유명하다는 것은 이름이 권력을 가질 수 있다는 의미이며, 권력을 가진 이름이란 것은 곧 이름이 사람들 위에 군림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사람 위에 군림하는 이름이란 사람을 억압할 수도 있기에, 그 모든 것을 경계하고자 함이라고 한다. 그는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이름 하나를 가지고 꿋꿋이 살아가는 대중들, 그들이 세상을 지탱하고 굴려나가는 주인공이자 버팀목이고, 바로 독자도 그러한 사람들일 거라고 믿고 있다.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 최초의 바퀴나 나사 하나인 것처럼, 기초와 기본이 중요하며 제자리를 지키는 개인이 위대한 법이라는 신념에 따라, 작가 또한 기초와 기본의 자세를 견지하며 열심히 창작에 매진하고 있다. 그는 조용히 상상하는 것을 즐기며, 자신보다는 소설 속의 인물들이 독자에게 영감을 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또한 지금까지 대중으로 살았으며 앞으로도 대중으로 살겠다는 그는 ‘아무도 아닌 자’라는 필명에 참으로 어울리는 작가다. 저서로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소멸 편-’, ‘삐뚤어진 나라의 미스터리(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국가 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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