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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다시쓰기 : 고전소설을 읽는 욕망에 관하여
노지승 ㅣ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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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3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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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8page/140*210*27/386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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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91168730076/1168730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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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성들의 다시쓰기 욕망은 어떻게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비틀고 전복해왔는가? 최초의 춘향전 영화에서 호스티스 드라마를 거쳐 웹툰에 이르기까지 여성적 다시쓰기의 변천사를 면밀히 추적한 문화연구서 어엿한 장르에서 미완의 조각난 서사에 이르기까지, 고전소설의 곁에 존재했던 무수한 읽기와 쓰기의 욕망들 20세기 초 최초의 춘향전 영화에서 1970년대 호스티스 멜로드라마를 거쳐 지금의 웹툰에 이르기까지, 고전소설의 개작 양상을 통해 여성적 다시쓰기의 변천사를 면밀히 추적한 문화연구서. 저자가 고전소설의 개작에 주목한 것은 그 텍스트들이 젠더 트라우마, 그리고 가부장제에 대한 다양한 저항의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저자는 젠더적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를 가리켜 ‘젠더 트라우마’라고 명명한다. 그러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다시 쓰고 싶은 충동과 욕망을 불러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을 비롯한 소수자들은 ‘다시쓰기’라는 저항의 행위를 통해 서사의 주체가 된다. 고전소설, 그 가운데서도 대표적 여성 서사인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은 가부장제의 요구와 기대에 부응하는 전형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그 자체로 여성들이 고난을 극복하는 승리의 서사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가부장제의 규칙을 잘 따르는 여성들의 승리였다. 그런데 젠더 관계가 점점 복잡한 양상을 띠는, 즉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점점 더 크게 내고 싶어 하는 20세기에 들어 이 세 편의 소설은 폐기되지 않고 개작이라는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이들 소설이 다양하게 개작될 수 있었던 것은 매우 잘 알려져 있기에 이를 통해 여성 집단이 일종의 공감과 해석의 공동체를 이룰 수 있기 때문이었다. 사실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은 여성들의 위험한 욕망과 유교적 가부장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텍스트였다. 양반의 처로 신분 상승을 이루고자 했던, 기생 딸 춘향의 욕망은 정절을 지키는 열녀로 포장되어야 했고, 가문의 인정을 받아 자기 지위를 지키고자 고투했던 장화·홍련의 계모는 전처의 아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했고, 가난한 집안의 딸인 심청은 아버지의 허세로 인해 인신매매되었지만 ‘효’라는 명분은 심청의 희생을 미화했다. 20세기 이후 영화를 비롯한 다양한 장르에서 활발하게 창작되어온 개작 텍스트들은 이렇듯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허울에 가려진 여성의 욕망을 들춰내 돋을새김하고자 하는 주체적 다시쓰기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다시쓰기는 결국 젠더 트라우마의 모순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인가. 저자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앞으로도 한동안은 춘향과 장화·홍련과 심청의 변화된 모습을 다른 텍스트들에서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 예측한다. 역설적이게도 이들의 모습을 더 이상 어떤 개작 텍스트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면 그것은 완전히 성차별을 극복하여 가부장제를 더 이상 새삼스럽게 비판하거나 공격할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춘향전: ‘춘향 판타지’와 현실 속 ‘춘향’들의 삶 춘향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국민 연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만도 20여 편이나 만들어졌으며 또 다른 버전으로 개작된 사례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 책이 다루는 세 편의 고전소설 가운데 남성 혹은 지배자의 욕망이 가장 강하게 투사되어 있는 것이 바로 춘향전과 20세기 개작들이다. 춘향은 여성의 육체와 사랑이 어떻게 모든 주류 이데올로기에 의해 보수적으로 형상화되어 전유될 수 있는지, 즉 젠더 트라우마의 양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다. 최초의 춘향전 영화(1923)가 일본인 감독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은 춘향이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의 대상으로서 소비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조선 기생이 일본인 남성들에게 조선 여성의 섹슈얼리티를 대표하는 집단으로 일본인 남성들이 조선을 관광하고자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관광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충족시키기 위해 대부분의 춘향전 영화들은 고전소설의 스토리를 충실히 답습할 뿐 새로운 장면화나 새로운 플롯이 가미되어 있지 않다. 북한에서 제작된 춘향전 영화 역시 몇 가지 사회주의적 요소를 제외하면 남한에서 제작된 춘향전과 흡사한 구성을 띤다. 예외가 있다면 〈탈선 춘향전〉(1960), 〈방자와 향단이〉(1972), 〈방자전〉(2010) 같은 패러디 버전과 〈그 후의 이도령〉(1936) 같은 스핀오프 버전 정도다. 하지만 남성들이 춘향을 흠모하는 이유와 여성들이 춘향을 흠모하는 이유는 유사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남성들에게 춘향이 오랫동안 공공연한 ‘사랑과 욕망의 대상’이었던 데 비해, 여성들이 춘향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남성들이 춘향을 좋아하는 이유보다 훨씬 복잡한 측면이 있다. 남성들이 춘향을 자신들이 꿈꾸는 이상적 여성상으로 꼽았다면 여성들에게 춘향은 숭배의 대상이자 일종의 롤 모델 같은 인물이었다. 남성으로부터 사랑을 받기도 하지만 스스로 사랑을 쟁취하는 여성 그리고 감히 권력에 맞선 용감한 여성으로서 춘향은 여성 독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러나 실제 현실의 ‘춘향’들의 삶은 녹록치 않았다. 저자는 일제 식민지 시기 여성 작가들과 기생들의 사례를 통해 이러한 낭만적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가부장제 사회가 여성을 착취하는 장치에 다름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요컨대 사랑을 남성 지배를 용인하고 여성을 착취하는 장치로 만드는 남녀 간의 불평등한 권력관계가 문제라는 것이다. 이몽룡은 신분 차이를 뛰어넘어 춘향과의 사랑을 지켜내지만 결코 목숨이 위태로워지는 위기에 처하지는 않는다. 그는 상층부 양반의 기득권, 즉 세도가의 딸과 결혼할 때 누릴 수 있는 ‘특권’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반면 춘향은 목숨을 건 모험을 감행한 다음에야 비로소 그 진정성을 인정받는다. 끊임없는 도전과 시험을 이겨내는 여성만이 그 가치와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는 구도는 그 자체로 남성 권력을 확인하고 여성에 대한 지배를 강화한다. 한편 춘향과 같은 ‘열녀’의 이미지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민주화 투쟁의 시대에 또 다른 방식으로 변형되었다. 군대에 간 운동권 애인이 갑작스럽게 의문사한 후 여러 남성들 사이에서 방황하다 노동운동에 눈뜨게 되는, 조해일 소설 《겨울여자》(1975)의 ‘이화’나 수배 중인 남성을 숨겨주던 상황에서 사랑에 빠져 홀로 아이를 낳고 기르는 황석영 소설 《오래된 정원》(2000)의 ‘윤희’의 모습에서 업데이트된 춘향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이야기나 춘향의 이야기나 모두 남겨진 여성의 이야기라는 데 공통점이 있다. 부재하는 남성들은 자신이...
  • 서문 프롤로그: 다시읽기와 다시쓰기의 여성 욕망 1장 누구의 것도 아닌 춘향 2장 춘향전의 이데올로기와 프로파간다 3장 자매애와 모성애 다시쓰기 4장 누가 심청을 착취하는가 5장 도시로 간 심청 혹은 70년대 여성 프롤레타리아 에필로그: 새로운 시대의 춘향, 장화·홍련, 심청 주
  • 이 책에서는 특별히 젠더적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생기는 트라우마를 가리켜 ‘젠더 트라우마’라는 말을 사용했다. 트라우마 개념에는 기본적으로 부정적인 뉘앙스가 내포되어 있지만, 이 책을 통해 나는 트라우마가 어떤 생산적 힘을 갖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싶었다. 무엇인가를 다시 쓰고 싶은 충동과 욕망이 생긴다면 그것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일 것이다. 미처 못다 한 말, 했어야 하는 말, 하고 싶었던 말들이 다시쓰기를 통해 텍스트 안에 새겨진다. (7쪽) ‘이야기’가 가부장제의 이데올로기에 밀착해 있고 그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시에 ‘이야기’가 가부장제에 대한 여성들의 분노와 원망 그리고 여러 형태의 저항을 담을 가능성이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여러 종류의 사랑이 가부장제 통치의 도구이자 동시에 효과적인 무기가 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의 가능성을 ‘이야기’의 기능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여성 서사’로 불릴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서사는 가부장제에 대한 다양한 저항의 스펙트럼을 갖고 있다. (20쪽) 이 책은 여성이라는 마이너리티가 기존의 잘 알려진 텍스트를 활용한 개작 텍스트 속에서 어떻게 자신의 목소리를 기입하는가에 관한 책이다. 또한 이 책은 텍스트를 지배하는 단일한, 혹은 단일해 보이는 목소리에 여성 수용자들이 어떻게 균열을 만들어 그 텍스트를 다성적이고 불균형한 텍스트로 만드는가에 관한 책이기도 하다. (22쪽) 여성들의 다시쓰기 욕망이 고소설들과 조우하게 되는 것은 바로 문화적으로 권력을 갖지 못했던 여성들이 고소설, 특히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을 가장 적극적으로 향유했기 때문이다. 여성 수용자들이 이 소설들을 소비하는 것에는 단지 ‘읽는’ 행위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구술을 ‘듣는’ 행위도 포함된다. 고소설들 가운데서 특별히 여성들의 이야기인 춘향전, 장화홍련전, 심청전은 여성들의 위험한 욕망과 유교적 가부장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는 텍스트였다. 양반의 처가 되고자 했던, 기생의 딸 춘향의 욕망은 정절을 지키는 열녀로 포장되어야 했고, 가문의 인정을 받아 집안에서의 지위를 지키고자 고투했던 장화·홍련의 계모는 전처의 아이들을 살해한 혐의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가난한 집안의 딸인 심청은 아버지의 허세로 인해 인신매매되었지만 ‘효’라는 명분은 심청의 희생을 미화했다. (30쪽) 이 책의 키워드인 ‘젠더 트라우마’는 두 가지의 층위에서 사용되었다. 하나는 개작 텍스트들에서 드러나 있는 서사 구조의 불균형, 목소리의 다성성, 논리적 모순과 비약 등 텍스트의 현상적인 측면을 지칭한다. 또 다른 층위로서 이 단어는 이러한 불균형적, 다성적, 모순적 특징의 원인, 즉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제와 이에 대한 저항적 움직임이 서로 충돌하는 본질적 원인을 지칭한다. (34쪽) 이 책은 20세기 초를 시작으로 1970년대까지 새로운 문화가 밀려들면서 사회가 급변했던, 즉 문화 변동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사회가 숨 가쁘게 돌아갔던 시기를 다루었다. 백여 년 후인 2020년대에도 문화 변동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특히 웹툰은 페미니즘이 리부팅되고 있는 시기에 새로운 세대의 욕망을 실어 나르고 있고 ‘춘향’과 ‘장화·홍련’과 ‘심청’은 웹툰의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웹툰의 수용자인 새로운 세대는 훨씬 더 신랄하게 가부장제의 폭력과 이성애 중심주의에 통렬한 하이킥을 날리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대의 다시쓰기는 결국 젠더 트라우마의 모순적이고 분열적인 양상을 극복하고 있는 것인가. (36쪽) 흔히 한국에서는 페미니즘 리부트라고...
  • 노지승 [저]
  • 1973년 대전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한국현대소설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원대학교 전문연구원을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 강의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연구 분야는 한국 근현대 소설이며 여성, 독자, 관객을 키워드로 한 문화 연구로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고 있다. 주요 논문으로는 이 책의 토대가 된 박사학위 논문 '한국 근대소설의 여성 표상에 관한 연구'를 비롯하여 '1920년대 초반, 편지형식 소설의 의미', '대학생과 건달, 김승옥 소설과 청춘 영화에 나타난 60년대 청년 표상', '영화에 있어 ‘문학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나운규 영화의 관객들 혹은 무성 영화 관객에 대한 한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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