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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 시/에세이 > 시 > 한국현대시

그녀의 시편들은 머리맡에 두고 오랫동안 읽고 싶은 시들로 가득하다. 명시는 어렵지 않고, 말이 꼬이지 않고, 밝고 맑은 시다. 시는 개인의 작 업이지만 대중성에 발화할 때 폭발한다. 좋은 시는 바람을 통해 숲의 흔 들림을 느끼게 한다. 이번 정다겸의 시집『웃음 한 조각』이야 말로, 새로운 서정의 재발견을 통해 ‘웃음의 미학’으로 끌어올린 놀라운 시작(詩作)으로 규정된다.
웃음의 시학 정다겸의 웃음은 노랑과 분홍이 섞여 있다. 유쾌와 낙관, 모순과 뾰 족한 웃음소리가 난다. 그녀의 분홍은 빨강을 넘어 애교를 꿈꾼다. 분 홍은 창조의 색이자 예술가의 색이다. 대표시「웃음 한 조각」에서도 엿볼 수 있듯, 그녀는 “사랑”의 양면을 꿰뚫고 있다. “멀어졌다” “가 까워졌다” 변덕심한 사랑과 이별을 이미지로 드러낸다. 『김동원 / 시인·평론가』
제1부 웃음이 들어오니 억새풀 울 엄니 ● 14 우리 엄마 ● 15 초승달 ● 16 흙은 고향이다 ● 17 갈대 ● 18 정유년을 보내며 ● 19 세 마음 ● 20 내 몸같이 깨끗이 하여라 ● 21 아빠의 키 ● 22 대야는 시커먼데 ● 23 오늘은 맑음이야 ● 24 귀담아듣지 않으면 ● 25 즐거운 마음 ● 26 내 안엔 해가 참 많아 ● 27 우리 집 벽에 창문을 냈다 ● 29 욕실에 사는 고양이 ● 30 시린 가을 ● 31 져주는 마음 ● 32 아들의 지도 ● 33 웃음이 들어오니 ● 34 제2부 웃음 한 조각 망설이지 말아요 ● 36 주님은 사랑이시라 ● 37 웃음 한 조각 ● 39 혜석의 첫사랑 ● 40 내 사랑 혜석 ● 41 임 만나서 가는 길 ● 42 방울새와 벚꽃 ● 43 주님 사랑 영원히 ● 44 하나님이 사랑하사 ● 45 장안공원에 꽃피는 사랑 ● 46 넘치는 사랑 ● 47 입파도 ● 48 슬픔도 함께 ● 49 부메랑 ● 50 달의 초상 ● 51 예쁜 꽃이 되기 위해 ● 52 미련 ● 53 꽃과 여인 ● 54 라일락 향기 ● 55 빛나는 밤하늘은 ● 56 제3부 웃는 얼굴 귤 하나 ● 58 외면 ● 59 비빔밥 ● 60 바람따라 ● 61 가을 국화 ● 62 꽃이 바람에게 ● 63 개망초 ● 64 저 위를 봐 ● 65 승자와 패자...
억새풀 울 엄니 ？？？？？？？？？？？？？？？？？？？？？？？？？？？정다겸 ？？ 어린 핏덩이 홀로 울음 삼킬 때 오빠만？등에 업고 장에 가신 엄니 ？ 육 남매 키우느라 이리 휘청 저리 휘청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다시 일어선 엄니 ？ 억새풀 바람에 스미어 남몰래 아픔 토해내며 휜 가슴으로 밤이슬 견디신 울 엄니 ？ 혼자보단 둘이 좋고 둘보단 여럿이 좋다며 부대끼며 어울리는 삶을 살아오신 울~ 엄니 우리 엄마 정다겸 논밭을 오고 가며？ 땀방울 송골송골 풍년을 기원하며？ 자식들 뒷바라지 무뎌진 호미 한 자루？ 우리 엄마 닮았네 초승달 정다겸 엄마가 사 온 크고 둥근 보름달 오빠 한입 나도 한입 베어 물고 동생도 한입 먹으니 금방 작아지네 아빠한테 시집올 때 엄마 얼굴 달덩이였지 사랑 달라 보채고 젖 달라 칭얼칭얼 먹이랴 입혀 키우랴 날개 달린 오십 년 밝은 낮 가버리면 어두운 밤 오건마는 아빠 계신 별나라 따라나선 작은 별 옆 명월은 간 곳이 없고 손톱 하나 걸려있네 흙은 고향이다 정다겸 아름다운 추억이 있고 그리운 사람들이 있다 어머니의 고향이고 아버지의 안식처다 새 생명의 원천이다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은 소풍 마치고 집에 가는 일 흙을 만지며 태초와 마주 한다 벌거벗은 자신과 만난다 새 생명의 움이 시작되는 곳 흙, 그 위에 살리라 갈대 정다겸 세찬 바람이 흔들어 놓아도 두려움 없음은 혼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칠흑 같은 밤이 찾아와도 무섭지 않음은 손잡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설령 잠시 쓰러진다 해도 마음 따스함은 함께 눕기 때문이다 정유년을 보내며 정다겸 불 닭이 찾아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다섯 밤이 지나면 가야 한다네 오랫동안 새벽을 만나지 못한 채 캄캄한 밤에 갇혀 있다가 긴 잠에서 깨어 한 줄기 빛으로 온 날이 엊그제 같은데 다섯 밤이 지나면 가야 한다네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아점 혹은 점저로？ 분주한 인생이？ 풀잎에 맺힌 이슬 같으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발목이라도 잡아 두어야겠소 가족과 둘러앉아 밥을 먹고 햇살 고운 창가에서 책을 보고 밤이 새도록 지난 일 년을 들어주고 즐거움과 기쁨을 노래하면서 말이요 세 마음 ？？？？？？？？？？？？？？？？？？？？？？？？ 정다겸 ？ 자녀는 알아 달라 외치는데 아빠는 알려주려 애쓰고 ？？ 엄마는 알아서 해라 하네 내 몸같이 깨끗이 하여라 정다겸 ？？ 거울만 열심히 쳐다보지 말고 거울 닦는 일도 힘써야 한다 ？ 얼굴만 씻지 말고 세면대의 때도 벗겨줘야 한다 ？ 욕조 더러워도 괜찮다 하지 말고 내 몸같이 깨끗이 하여라？ 아빠의 키 ？？？？？？？？？？？？ 정다겸 아빠가 하늘을 향해 대자로 누웠다 엄마가 팔베개를 해주니 하늘만큼 커졌다 아빠 어깨 위에 올라 두 팔을 벌리니 하늘보다 높아졌다 세상에서 우리 아빠 키가 제일 크다 대야는 시커먼데 정다겸 대야는 시커먼데 얼굴만 닦을 건가 물때가 앞 다투어 거울에 달려드니 두 볼이 부끄러움으로 벌긋벌긋하여라 오늘은 맑음이야 정다겸 ？ 현관문을 나서며 “오늘은 비 안 오겠지?” 툭! 한마디 던지는 아들 물기가 마르지 않은 우산은 벽에 누워 식은땀을 흘리며 말없이 눈동자만 굴린다 잠깐만! 쏜살같이 달리는 손에 창문이 미끄러지듯 열리고 신선한 공기 휙 들어온다 밤새 준비된 무대를 향해？ 새털구름 훨훨 날며 하는 말 “오늘은 맑음이야” 귀담아듣지 않으면 ...
정다겸 [저]
저자 정다겸은 1967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남. 경기대 대학원 및 중앙신학대학원 사회복지학과 졸업. 2012년 월간 《국보문학》 신인상 당선. 2016년 수원문화재단 문화예술발전기금을 받아 시집 『무지개 웃음』을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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